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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의 저자인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를 알게 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던 한겨레21의 인터뷰특강을 통해서였다. 그 후 그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한국에 귀화한 이방인이면서도 한국사회를 사랑하고 애초부터 한국인이었던 우리보다 한국사회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을 다원 패권시대로의 이행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하며,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구 소련 출신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러시아 사회의 작동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지금은 가히 ‘전쟁의 시대’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의 아르메니아 일부영토 점령,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아프리카 국가들의 쿠데타 및 내전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런 전쟁들은 일차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나 집단사이의 무장갈등 혹은 강대국이 주변 약소국의 영토를 점령한 것이지만, 글로벌 맥락에서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분석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주요 비서구 열강의 패권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죽음의 장사를 통한 자본의 이윤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명의 국가였던 소련이 어떻게 해서 침략전쟁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소련붕괴 이후 러시아의 상황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배경, 전쟁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침공 이후 러시아 국내상황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러시아와 한국사회를 비교하면서 서로 다른 점과 같은 점이 무엇인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러시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21세기 들어 벌어진 가장 중요한 사건은 과잉생산, 과소소비 사회로의 진입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 결과 미국과 구미권의 전지구적 장악력이 가시적으로 약화되면서 힘이 공백이 생겼고 이를 틈타 지역패권국가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달려들면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제재에 중국, 인도 튀르키예,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 지역의 강국들이 불참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이 하강국면이라 해도 그 영향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지만, 대신 일극 패권에서 다극 패권으로의 윤곽이 가시화되는 과정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각국은 군사화와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열강사이의 서열정리와 종속지대 재분할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임을 의미한다. 물론 열강사이의 전면전은 불가능하거나 가능성이 낮지만 대신 완충지대로의 침공과 침략전쟁을 겸비한 열강들의 대리전은 빈번해질 것이고, 이러한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은 한반도의 안위와 직결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반도가 이런 전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군의 지휘와 보호를 받으면서 사는데 익숙해진 부자나라와 생활수준이 세계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고도로 발달된 미사일 기술과 핵으로 무장한, 그리고 자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난한 나라가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한반도에서 공존하’고(13쪽) 있다며, 전쟁의 시대에 전쟁없이 한반도 평화를 지켜가면서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비단 저자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선택해야 할 외교,안보 노선과 정책은 분명하지 싶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은 안된다는 것, 그것이 마지노선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복잡해진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상황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자칭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눈앞의 권력과 헤게모니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보기에 역겹다. 다시금 우리의 앞날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언론에서 전하는 프로파간다에 좌우되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
| 원래는 러시아인인 걸로 알고있는데 어쩜 이렇게 한국어를 잘 하시는지 놀랍다. 전작의 책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던 나는 이번 책도 구매하게 되었고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푸틴주의가 무엇인지 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지 등등 많은 것을 알게되었음. 유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