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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적 기준에서 보는 임윤찬의 첫 정규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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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항상 황토로 만든 항아리에 쌀을 보관 하셨는데 나는 쌀이 항아리에 새로 부어질 때마다 손을 깊숙이 넣어 보는 것을 좋아했다.  쌀알의 질감은 거칠고 까칠까칠 해도 묵직하게 눌려지는 손맛은 어린 나에게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지금도 쌀을 항아리에 옮겨 담을 때마다 손을 담가보곤 하는데 거친 쌀을 통한 지압효과를 느끼는 것 같은 편안함은 여전히 나를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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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항상 황토로 만든 항아리에 쌀을 보관 하셨는데 나는 쌀이 항아리에 새로 부어질 때마다 손을 깊숙이 넣어 보는 것을 좋아했다.  쌀알의 질감은 거칠고 까칠까칠 해도 묵직하게 눌려지는 손맛은 어린 나에게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지금도 쌀을 항아리에 옮겨 담을 때마다 손을 담가보곤 하는데 거친 쌀을 통한 지압효과를 느끼는 것 같은 편안함은 여전히 나를 미소짓게 한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Chopin Etude 음반을 들어 보았다.  일단 첫 인상은 상당히 거침없이 전개되는 젊은 연주자 특유의 대담함이 돋보였는데 그의 연주는 막힘이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돌진하는 야생마 스타일만도 아닌 본인의 색깔을 간간히 내비치기도 한 연주였다.  욕심같아선 그런 여유의 공간을 조금 더 가미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했지만 이것은 그냥 젊은이의 혈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음악적 경험이 좀 더 쌓이면 더 흥미로운 방법으로 자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임윤찬의 거침없는 연주를 들으며 젊은 시절 Glenn Gould의 거침없는 바하 연주가 조금 떠올랐는데 Gould의 연주가 정교한 Swiss 시계라면 임윤찬의 연주는 마치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같았다.  특히 Op.10 1번이나 12번 같은 곡들은 마치 폭포수를 맞는 듯한 쾌감을 느꼈는데, 단지 건반을 때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적인 힘을 손을 통해 건반으로 무손실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듣는이에 따라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연주일 수도 있겠고 소유하고 있는 오디오에 따라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침없는 연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번 앨범에 놀라웠던 점은 두번째 파트 (Op.25)의 묵직한 생명력 때문이었다.  특히 임윤찬의 왼손은 거의 황금손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오른손 멜로디를 전혀 뭉개지 않으면서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감성연주가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도 기술인가?)  전체적으로 보면 임윤찬의 연주는 임동혁이 비슷한 나이때 녹음한 감미롭고 매끈한 소리가 아니라 생생한 날소리(Raw sound)로 연주하는 소리이다. 왠지 모르지만 마치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는 라이브 녹음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음반의 음질로만 보면 루마니아 태생 피아니스트인 라두 루푸 음반의 성격과 비슷했다.


임윤찬의 유명세나 평론가들의 호평에 관계없이 음색적으로는 자칫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생선회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누구에게는 이런 조리되지 않은 생소리가 편하지 않을 수 있다.  단지 워낙 유명한 음반이니 그냥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처음엔 너무 놀랍고 난해한 연주였다는 것을 밝힌다. 일단 소리 자체가 임동혁은 물론이고  폴리니나 키신의 연주하고는 너무 달라서 이렇게 프로듀싱하는게 맞는건가 의아했고 좋은 녹음에 대한 나의 기준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했다.  너무 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새로움이 임윤찬의 의도인지 제작사의 의도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거칠고 정직한 연주에 내가 동화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의도한 것이던 아니던) 매끄럽게 정돈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음악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투박하고 거친 촉감이 대놓고 나를 자극하는데 왜 이리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일까?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며 마치 어릴 적 쌀독에 넣은 손을 통해 느꼈었던 묘한 차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오랫만에 개성있는 음반을 만났다.



b*****n 2024.11.10.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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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2024.10.07.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