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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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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로 가는 길- 정찬 소설집 『완전한 영혼』       정찬은 단편 「황금빛 땅」에서 “짐승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짐승이 될 수 있는 투명한 땅. 너무나 가벼워 하늘로 오르면 새가 되고, 바다로 내려가면 물고기가 되고, 땅 위에 서면 나무가 되고 짐승이 되고 인간이 되는 변신의 땅”을 이야기한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적 유토피아의 한 형상을 묘사하는 이 대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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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로 가는 길

- 정찬 소설집 『완전한 영혼』

 

 

 

정찬은 단편 황금빛 땅에서 짐승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짐승이 될 수 있는 투명한 땅. 너무나 가벼워 하늘로 오르면 새가 되고, 바다로 내려가면 물고기가 되고, 땅 위에 서면 나무가 되고 짐승이 되고 인간이 되는 변신의 땅을 이야기한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적 유토피아의 한 형상을 묘사하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정찬이 지향하는 소설 세계를 유추할 수 있다. 인간이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나무가 되는 세계는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한,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뇌리 속에 무의식적으로 박혀있는 인간적유토피아마저도 해체하는 새로운 세계의 형상을 대변한다. 그러한 세계의 형상이 정찬의 관념적 사유와 맞물려 그가 쓴 소설 곳곳에 펼쳐진다. 그것은 한편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지금 이곳에 구현된 짐승의 세계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단서로 작용하며, 다른 한편으로 그 짐승의 세계와는 대별되는 신성의 세계에 대한 치밀한 성찰로 이어진다.

 

권력이 빚어내는 짐승의 세계에서 정찬이 사유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신성으로 다가서는 길이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짐승성이 지상에서 사라진 신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초기 단편인 신성한 집에서 어둠이 어둠이었던 시절에는 어둠에 대한 외경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외경. 신이 깃들인 세계에 대한 겸손. 문학도 하나의 어둠이었고, 신성이었고, 신성의 빛이 있었다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는 바, 짐승의 세계는 이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외경이 사라짐으로써, 그리고 인간의 이성이 그 알 수 없는 세계의 외경을 대체함으로써 만들어진 세계라 할 수 있겠다. 세상에 편재해 있던 신성이 사라지면서 신성은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대상이 되었고, 신은 그러한 신성으로 다가서기 위한 목적론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신성에 대한 정찬의 기본적인 생각인 셈이다.

 

권력-신성-사랑으로 이어지는 정찬의 관념적 사유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 유효성의 문제와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신성의 현실화는 완전한 영혼의 주제이기도 한데, 문제는 완전한 영혼의 장인하나 『세상의 저녁』의 황인후 등과 같이 신성을 내재한 인간들이 실제의 현실과 마주하는 지점을 탐색하는 데 있다. 정찬이 이들 인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윤리적 가치의 철저한 실천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할 문제이다. 가장 낮은 사람들보다 더 낮은 존재가 되려 하는 황인후(『세상의 저녁』), 그리고 혼돈과 광기와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볼 수 없는” “무사상적 인간으로 묘사되는 장인하(완전한 영혼)의 형상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인물들의 형상을 대변한다.

 

세상 밖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소리를 들으며 짐승 같은 세상을 슬퍼하는 장인하의 모습은 『세상의 저녁』의 황인후가 발견한 신성의 현실적인 모습을 반영한다. 결국 신성은 가혹한 시련을 거치는 무사상적 인간”, 그러니까 사랑의 사상에 이르려는 인간의 다른 이름으로 표현된다. “어린아이의 영혼은 신성과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현실적 고통과 하나가 되는 정신이 어린아이의 영혼을 구성한다면, 그것은 분명 새로운 메시아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와 맞먹는 신성한 존재들앞에서 일반사람들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메시아의 기적을 거부하면서도, 메시아의 탄생을 갈망하는 정찬 소설의 이러한 모순은 소설의 관념성만 더욱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찬은 인간은 이룰 수 없는 꿈의 세계, 곧 신성의 세계를 펼쳐보이려 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 가면(변신)을 쓰지 않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꿈, 그 꿈으로 가는 길 위에 정찬의 소설은 자리하고 있다. 그 꿈의 세계에는 과연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정찬 소설이 물론 타자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찬은 이 시대의 어느 작가보다도 타자와의 대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는 소설의 자리를 엿본다. 이분법적 구도로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거기에는 스며들어 있고, 이분법적 구도로는 다가갈 수 없는 세계가 거기에는 펼쳐져 있다.

 

하지만 정찬의 소설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타자가 없다. 신성성을 내재하고 있는 압도적인타자가 존재하지만, 그 타자는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완전한 존재로서 표현된다. 장인하라는 완전한 영혼은 완전한 타자의 형상에 이르려는 작가의 정신을 대변한다. ‘완전성을 향한 열망이 그들의 마음에는 새겨져 있다. 신의 경지에 이르려는 무모한 열정이 정찬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독백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o*****s 2017.1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