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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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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4[지은이 윤흥길, 펴낸 곳 문학동네, 424쪽]를 읽고 으쩌자고.야마니시 영감을 축객했을까.하늘같이 우러르던 바깥사돈을 향한 공경심으로 바리바리 실어 보낸봉물짐이 사둔댁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아 돌아오고 만다.더군다나 야마니시 영감이 만세 행사를 끝내고 신사 앞을 막 뜨려는 참에,시라야마 계장이 성큼성큼 다가와 앞길을 딱 막아선다.이왕지사 충성하는 김에 하다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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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4[지은이 윤흥길, 펴낸 곳 문학동네, 424쪽]를 읽고

으쩌자고.

야마니시 영감을 축객했을까.

하늘같이 우러르던 바깥사돈을 향한 공경심으로 바리바리 실어 보낸

봉물짐이 사둔댁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아 돌아오고 만다.

더군다나 야마니시 영감이 만세 행사를 끝내고 신사 앞을 막 뜨려는 참에,

시라야마 계장이 성큼성큼 다가와 앞길을 딱 막아선다.

이왕지사 충성하는 김에 하다못해 고사기관총이라도 헌납하는 성심을

보이라는 말이 날아온다.

영감은 그날 밤부터 불면증에 호되게 시달리기 시작했다.

공연한 엄살이 아니었다.

천석꾼 칭호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가용에 당할 정도 미곡 외에는 소출량 삼 분의 이 이상을 공출할 수밖에

없게끔 일제가 강요하는 요즘 시국이었다.

으쩌자고.

연실은 나맨치로 못난 사내를 만나 이리 힘들까.

연실은 다짜고짜 부용의 손 꽉 그러쥐는 동작으로,

“내 말은 그러니까, 우리 애기를 갖고 싶다 그 말이요!”

사실혼 관계에 들어섰음을 양가의 고집불통 두 노인네한테 각인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절차라고 한다.

더군다나 누님은 어느 구석 무얼 믿고 그랬는지, 문 목사 주례로 결혼식을

한다는, 희망적 언질을 던진다.

“기연시 그 꿈을 성취혀야만 쓰겄소?”

“그래요! 꼭 그러고 싶어요. 물론 부용씨가 동의하신다면.”

그러고는, 그러고는 어느 날.

”아이고, 이 무심하기 한량없는 사람아, 어디 갔다 인제 오는가!“

한달음에 다가온 장모가 들입다 사위 손 덥석 거머잡고 마구 흔든다.

”최서방. 놀라지 말게! 우리 연실이가 회임했다네!“

으쩌자고.

관촌댁에게 또 다른 관촌댁이 너무 힘들다.

낙철의 실형이 확정된 뒤로 상곡리와 오암리를 잇던 발걸음이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

그냥 끊긴 정도가 아니라 두 관촌댁 사이가 원수 관계였다.

순금이 중간에 들어 여러 번 화해를 주선했지만 끝내 요지부동이었다.

각각 감옥의 안과 밖에 아들 둔 어미 입장만 고집할 뿐, 어머니도 이모도

도무지 상대방을 용납하려 하지 않았다.

모녀간에 티격태격 말다툼하던 끝에 어찌어찌 오암리에 당도했다.

하지만 막상 동생 대면하는 순간, 단단히 별렀던 욕지거리들 차마

입 밖으로 토설할 수가 없었다.

온전히 넋을 놓아버린 꼬락서니였다.

마루 끝에 오도카니 나앉아 하염없이 먼산바라기로 세월을 까먹는 중이었다.

“오셨소......”

“오냐, 오셨다! 최씨 집안 폭삭 망조 들라고 저주허든 그 시커먼 맴으로

시방 얼매나 호강에 잣죽 쑤고 잘사는지 요 눈으로 귀경허고 잪어서

요로콤 불원천리허고 찾어나선 질이다!”

하지만 동생 관촌댁이 처한 위기를 알리려 뒤따라온 아낙에게 부탁한다.

“자네가 우리 동상 조깨 지켜주소. 딴 맴 먹고 엉뚱헌 짓 못허게 자네가

일 삼어서 보초를 스고 파수도 봄시나 혹시라도 어디 손닿는 자리에

양잿물 같은 것 있는지 없는지 감찰허고......”

으쩌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야마니시 영감은 드디어 단안을 내렸을까.

약간의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일단 시도해 볼 만한 모험인 것은 분명했다.

배낙철 그 천하잡놈이 돌아왔다니.

철저하게 망가지고 결딴나는 꼴 살아생전 보기를 얼마나 열망해 왔던가.

그 사회주의자, 그 화적패 두목, 그 불한당, 그 패륜아, 그 불공대천지원수를

만나고자 흑단나무 지팡이를 챙겨 집을 나선다.

스스로 멀리해 왔던 홀로된 처제가 사는 오암리 행차였다.

낙철이란 놈은 눈두덩 썩썩 비비대고 나서야 후다닥 방에서 튀어나왔다.

지난 적에 어르신께 참말로 죽을 죄 졌노라, 백번 죽어 마땅한 죄인이라며

용서를 빈다.

참담했던 과거가 떠올라, 그놈 상대로 더 시간 낭비할 기분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뿔싸, 순간적으로 놈에게 등판을 내보인 게 불찰이었다.

옷소매 꿰뚫고 맹수 이빨이 영감의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욕심껏 남의 살점 물어뜯고 흔들어댔다.

마실 갔던 처제가 마침 돌아와 자식 팔뚝 입으로 덥석 물고 좌우로 흔들어,

그 틈에 풀려나 죽을 둥 살 둥 기를 쓰고 먼 거리를 정신없이 달린다.

으쩌자고.

그래도 참 좋은 있다 했더니, 결국 문목사는 쓰러진다.

조금 전 사모가 대신하며 묻는다.

”최부용 선생과 이연실 성도에게 묻겠습니다.“

사모가 또 묻는다.

”두 분은 목사님 주례로 혼인 예식을 올리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연실이 사뭇 떨리는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했다.

부용은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부용은 외통수 다름없는 그 불가항력 속으로

뛰어든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예식 절차는 매우 속성으로 진행되었다.

문목사가 성혼을 선언했다.

혼인예식을 마치자마자 문목사는 쓰러지고, 그리고 며칠 후 숨을 거둔다.

으쩌자고.

순금은 아버지는 한동안 잊은 채로 지낸, 애매모호하게 밝힌 신랑감 이름을

말했을까.

”예. 신춘복씨라고. 아버님도 잘 아시는 그 사람, 일명 춘풍이라고...“

순금이 대답하자

”아, 아니, 이년이 시방......“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육중한 몸뚱아리를 통나무처럼 쿵 방바닥에

덜퍽지게 부렸다.

의원 부르고 한약을 달여 먹어도, 된통 풍을 맞아 왼쪽 마비가 더 심하였다.

맏아들이 부모 허락 없이, 부모 참석도 없이 당사자끼리 멋대로 치른

혼사 얘기가 한동안 산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진짜배기 망신살은 오롯이 딸년 차지였다.

제 아비 살해할 목적으로 바보 머슴과 혼인하겠다는 폭탄 같은 선언을

흉기처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는 식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순금은 숯골 신춘복씨 부모님께 혼인 허락을 받아왔다,

아버지께 말씀을 드린다.

[뒷이야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조금 생경한 단어 몇 개를 그 뜻을 찾아 적는다.

겨끔내기 「명사」 서로 번갈아 하기

툽상스레 「부사」 말이나 행동 따위가 투박하고 상스러운 데가 있게

검부저기 「명사」 먼지나 실밥 따위의 여러 작은 물질이 뒤섞인 검부러기

바지게 「명사」 발채를 얹은 지게

당양하다 「형용사」 햇볕이 잘 들어 밝고 따뜻하다

약략스레 「부사」 매우 약소한 듯하게

휘휘친친 「부사」 여러 번 단단히 둘러 감거나 감기는 모양

희영수 「명사」 다른 사람과 더불어 실없는 말이나 행동을 함

시방「명사」 말하는 바로 이때

그리고 솔찮이, 암시랑토, 홍뚱항뚱은 전라도 사투리는 분명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없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j*****5 2024.04.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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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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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웅장한 소설은 페이지마다 사람들이 부딪쳐서 지껄이고 따지면서 이야기가 들끓는다. 사람들은 시대에 맞서거나 야합하거나 외면한다. 어떠한 시대에도 삶은 가지런할 수가 없는데, 이 소설은 수많은 지류와 역류를 거두면서 파행하는 강물의 흐름을 보여준다.윤흥길의 글은 사람의 존재와 사람의 생활, 그 양쪽을 끌어안으면서 이 끌어안기에서 분출하는 언어의 활력을 보여준다. 인
"문신" 내용보기

이 웅장한 소설은 페이지마다 사람들이 부딪쳐서 지껄이고 따지면서 이야기가 들끓는다. 사람들은 시대에 맞서거나 야합하거나 외면한다. 어떠한 시대에도 삶은 가지런할 수가 없는데, 이 소설은 수많은 지류와 역류를 거두면서 파행하는 강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윤흥길의 글은 사람의 존재와 사람의 생활, 그 양쪽을 끌어안으면서 이 끌어안기에서 분출하는 언어의 활력을 보여준다. 인간의 비루함이나 시대의 야만성에 대해서 쓸 때도 그의 글은 언어의 활기에 가득차 있다. 이 활기는 생활의 구체성에서 나온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b******y 2024.03.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