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하리뷰 #독서일기![]() 제주 동쪽 마을에서 펼쳐지는 상실, 은둔 그리고 삶을 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어딘가아름다운기분 #우아민 #무니출판사 ![]() 사랑에 상처입고 고통받고 기어이 사랑을 상실한 그녀가 섬으로 들어가 은둔하며 슬픔을 오롯이 마주하고 나아가는,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이 들게 하는 산문집이다. 아니 시집이다. 모든 글이 시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사랑이, 상실이, 슬픔이 아름다워서 가슴을 자꾸 쓸어내렸다. 문장이 가슴에 턱턱 걸려서 그것을 읽어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슬프고 아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던 제주의 숲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숲에서 그녀의 문장과 함께했다. 고요하고 잔잔한 짙은 초록의 숲,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던 그 길을 걸었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차를 내리고, 향을 피워 기도하는 일이 전부였던 그녀의 시간 속에서. '오늘의 상처를 아는 채로 내일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사랑을 잃었으나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그렇게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는 작가의 시간을 다독이는 마음으로 읽었다. 책을 덮으며 당신에게 기울어졌다고, 어깨를 기대고, 마음을 기울이며 당신이 슬픔을 비워내는 그 시간을 조용히, 그러나 위로의 마음을 강렬하게 보내며 함께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불안도, 미움도, 슬픔도 아름다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작가의 비밀을 내 마음에 담아두었다. 어떤 슬픔은 반드시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녀의 글을 읽고 깨달았다. 당신이 부른 슬픔의 노래를 울면서 들었던 한 사람이 있으니까. 슬픔을 변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눈빛을 보내고 싶었으니까. 우리가 서로의 슬픔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슬픔과 불안의 시간을 지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낼 수 있기를. '때론 아름다움이 없고 울음만 가득할지라도 상처를 모르고서는 아무 것도 사랑할 수 없으므로.' p.104 나는 여전히 슬픔의 나락에 자주 떨어지지만 이렇게 문장을 처방받은 약을 먹듯 씹어삼킨다. 나의 과오와 후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더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 나락에서 다시 올라서기 위해. #문장필사 #책속한문장 쓰는 내내 쥐고 있던 돌을 책상에 올려두었다. 이제 당신의 돌, 당신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아마도 우린 슬픔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슬픔을 삶의 곡선으로 매만지려는 시도 속에서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기분이 우리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p.13 여전히 꿈에서 불행이 재생돼요.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잊기 위해서라는데 그렇다면 슬픔은 꿈의 부엌 속 찬장이나 소파 밑에 웅크리고 사는 게 아닐까요. 잊혀야 하는 의무를 잊고 우리 안에 계속 사니까요. 잊히지 않는 게 산타, 문장, 눈, 신뢰, 기도와 같은 것이라면… 어떤 슬픔은 반드시 노래가 될까요. p.62 식물의 뿌리는 기묘하고 아름다워서 하루 종일 보래도 볼 수 있지 않니. 식물 내음이 나는 사람이 좋아. 너는 내게 동적인 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마음까지 조용한 건 아닐 거야. 어떤 사람은 입이 아니라 눈으로 말하기도 해. 식지 않고 오래 데워주는 다정은 그런 온도이지 않겠니. p.68 사랑은 언제나 성숙과 미숙 사이 어디쯤에 있었다. 익숙해질 수 없는 처음과 완전해질 수 없는 감정이 뒤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예측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p.90 땅을 딛고 피워낸 꽃은 끝이라는 단어를 배운 적 없어요. 그래서 영원처럼 피어날 수 있다고, 수국의 뒷모습에 안녕을 빌어줬어요. 단 한 번 머문 계절에도 이토록 끝나지 않는 여름도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제 그 푸른 창을 닫아야 한다. p.98 오래된 장면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들판으로 달려가다 돌아서 두 팔을 펼치는 모습, 제 코에 풀을 갖다 대고 귀 옆에 꽂는 모습, 그러다 웃음소리를 내며 가늘어진 눈가로 주름이 깊어지는 모습… 아름다운 풍경에는 여전히 당신이 달라붙어 있었지만 나는 어떤 음악을 한 곡 끝낸 것도 같다. p120 "내가 가장 슬펐을 때,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다가, 장을 보다가, 계단을 오르다가도 울음이 터져 나왔을 때. 물속에 있는 기분이었거든. 깊은 뭎 ㅅ속은 사방이 어둠이었지만 빛이 하나둘씩 켜질 때가 있었어." 그 빛은 슬픔을 변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눈빛이었다. 슬픔을 서둘러 없애려는 것보다 돌보는 것에 가깝고, 고치려는 시도가 아닌 곁에 있어 주는 연대였다. 나는 그 눈빛들을 따라 삶과 돌봄, 삶과 연대 사이를 쉼 없이 오고 갔다. 그 사이에서 반짝 빛나기도 하고 꺼질 듯 깜빡거리기도 하며 자꾸만 가라앉는 삶을 붙잡았다. p.128 이름이 정해진 불행과 처지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 경험한 적은 없다. 운명이 등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짐작한 적도. 그러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삶이 말을 걸어 온다고 느꼈다. 용서하라고, 사랑하라고, 기지개를 켜라고, 숨을 크게 마시고 내쉬라고. p.136 찻잔을 손끝으로 잡고 넘길 때 호로록- 소리가 나면 나는 마시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의 기도를 신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듣듯이. 그러는 동안 밤은 옅어지고, 슬픔은 내가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의 또 다른 뜻 같았다. (...) 나는 그저 기울이려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바람을 등지고 서서 허리를 구부리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려고. 그리하여 슬픔과 사랑 속에 있던 것들, 어떤 밤에 살아서 찰랑이는 것들을 함께 마시자고. p.157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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