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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의미에 대해 질문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
"일의 의미에 대해 질문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 내용보기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노동 세계의 일부분을 경험했다. 대부분 커리어를 쌓는 것과 큰 상관이 없는 시간 단위 노동들이었다. 그 중 어릴 때 막연히 상상하던 사무직 환경을 비슷하게나마 겪었던 경험을 적어본다.작은 의원에서 접수 담당자로 기타 사무일들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니 잘 맞을거라며 지인이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마침 무릎을 다치고 나서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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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노동 세계의 일부분을 경험했다. 대부분 커리어를 쌓는 것과 큰 상관이 없는 시간 단위 노동들이었다. 그 중 어릴 때 막연히 상상하던 사무직 환경을 비슷하게나마 겪었던 경험을 적어본다.


작은 의원에서 접수 담당자로 기타 사무일들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니 잘 맞을거라며 지인이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마침 무릎을 다치고 나서 오래 서 있는 일이 힘에 부치는 걸 느꼈고, 5년 가까이 반복되던 카페와 서비스직 일에 염증을 느끼던 중 좋은 기회였다. 일은 간단했다. 전화로 예약을 받고, 환자가 오면 접수 처리를 하고, 틈틈이 이메일에 중요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모든 걸 엑셀에 정리를 해놓는 게 전부였다. 여전히 사람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직의 면모도 있었지만 근무시간 대부분을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편했다.

처음에는 써본 적 없던 전산시스템을 다루는 게 어려워서 일을 배우고 익히는 동안은 집중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트레이닝이 끝나고 혼자서 근무를 하는 게 익숙해져갈 때 쯤 한가한 시간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을 낀 연휴 기간에는 한 시간이 넘도록 예약 전화도 들어오는 환자도 없었다. 시간이 없을 땐 차분히 정리하지 못 했던 서류더미들을 하나씩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할 일 없이 가만히 있을바엔 모든 일을 한꺼번에 끝내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권태의 고비는 3,6,9 단위로 온다는 말이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게 3개월이 넘어가면서 어느 순간 갇힌 기분이 들었다. 일하는 곳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한가할 땐 자잘한 뉴스 기사나 책을 보기도 했다. 명색이 근무 시간이니까 본격적으로 딴짓을 하진 못하니 이상한 긴장감을 느끼며 시간을 떼웠다. 괜히 먼지가 있진 않나 방금 닦은 책상을 다시 훑고 접수용 설문지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꼽아놓는 등의 정리벽이 생겼다. 그것도 일거리가 떨어지면 멍하니 반대편 벽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규직 제의에 관한 귀띔을 받았다. 의원 규모를 키우기로 하면서 고정된 시간에 풀타임으로 일할 사람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득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을 하든 지겨운 순간이 올 거라는 건 알지만 공백의 시간에 쳐다보던 하얀 벽이 계속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결국 개인적인 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하던 일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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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을 읽으면서 이 때의 경험이 많이 떠올랐다. 현재는 생계를 위해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고 있다. 육체노동직에도 공백의 시간들은 분명 있다. 사무노동직 중에서도 바쁜 곳은 공백의 시간을 느낄 수도 없이 지나가는 날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어떤 노동이든지 이 공허함을 느끼는, 내면의 소리가 질문을 하는 순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왜 일하는 걸까?'

책은 총 3부의 갈래로 인간 노동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노동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한다. 자의와 타의가 섞인 '노동과열'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한국사회, 그뿐만 아니라 노동으로 깨어있는 시간의 반절 이상을 바쳐야 하는 전 세계의 노동인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발전해 가는 기술에 대한 뉴스를 나날이 접하고 있으며 산업화 시대엔 상상할 수도, 아니 꿈꿀 수도 없었던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직업들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발전을 위한 발전 안에서 조용히 퇴적되고 있던 문제들을 더 이상 외면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걸 느끼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노동을 지나치게 신성시하거나 형벌이라고 취급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삶 안에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노동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가? 책을 읽으면서 얻었던 이 질문들을 계속 반추해나간다면 의미없는 일들로 인생을 허비하고 말았다는 후회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가짜노동으로 잃어버린 혹은 잃어버릴 뻔한 귀중한 시간과 의미를 되찾는 법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하든 왠만한 생계가 보장이 된다고 한다면 과연 노동을 계속 하기를 선택할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그럼에도 진정한 성취를 위한 노동을 한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형태의 노동이 담긴 삶을 바라는가? 그 삶을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k*****1 2024.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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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위한 노동, 노동에 바치는 삶
"노동을 위한 노동, 노동에 바치는 삶" 내용보기
"노동이 줄어든 삶이 과연 더 진보한 문명일까? 긴 노동 시간은 우리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 책의 제목과 이 책이 무엇을 다루는 지에 관한 간략한 내용만 읽고 든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의미 없는' 노동 시간이지 노동 그 자체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제목과 소개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처음과 같이 생
"노동을 위한 노동, 노동에 바치는 삶" 내용보기
     "노동이 줄어든 삶이 과연 더 진보한 문명일까? 긴 노동 시간은 우리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 책의 제목과 이 책이 무엇을 다루는 지에 관한 간략한 내용만 읽고 든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의미 없는' 노동 시간이지 노동 그 자체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제목과 소개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처음과 같이 생각한 것은 이와 너무 다르지 않을까 싶지만 나는 그럼에도 위와 같은 물음을 안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서는 의미 없는 노동에 소비하는 시간도 결국 올바른 노동 시간을 위한 또다른 노동이라고 보는 동시에, 이 또한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던 내가 '가짜 노동'을 완독하고 일어난 생각의 변화에 대한 과정을 리뷰를 써나가며 설명하고자 한다.

  - 사무직의 증가와 남아도는 지식노동자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까?

  1부에서 가장 크게 다루는 부분이 텅 빈 노동에 관한 것인데 이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늘어난 사무직, 특히 전문 지식을 공부한 사무직이다. 이들의 과도한 인력때문에 실제 필요한 노동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이러한 과공급은 결국 노동자로 하여금 텅 빈 노동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한다. 할 일은 다 끝냈지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을 느리게 하며 일을 늘리고, 필요 없는 일을 만들며, 빈둥거리며 시간을 채운다. 이런 텅 빈 노동을 더움 구체화 시키고 현 상황에 더 맞는 단어를 통해 작가들이 새롭게 만든 단어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가짜 노동'이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텅 빈 노동에 깊이 녹아들어 있고, 이러한 상황이 혁신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어내려 갔다. 1부에서 이야기 하듯이 사무직을 향한 고정관념은 현대시대인 아직까지도 20세기 초에 정착한 관념을 그대로 안고 가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는데, 현대에 사무직은 필요불가결한 존재이지만 1950년대 전후 처럼 추앙받을 정도의 노동계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회적 인식으로는 사무직이라는 단어만큼 안정적이고, 부러움을 사는 직업도 없다. 물론 50년 전만큼 어깨를 으쓱하며 내세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과도하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강하게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의 공무원은 누군가에게 있어선 과학자, 축구선수와 같은 꿈이지 않은가? 다른 예로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굉장히 높은데, 모두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데에 비해 졸업 후 진로를 비교해보면 전공 관련 직업보다는 공무원, 영업, 마케팅과 같은 사무직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이 또한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넘쳐나는 지식노동자에 비해 주어진 노동은 단순노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가짜노동의 증가는 여기서 벌어진 사회적 간극이라고 본다. 

  과도하게 늘어난 사무직, 생산성 없는 일, 무의미하게 보내는 노동시간 모두 결국 기술 발전에 따라 생겨난 필요한 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이 감당이 힘들만큼 대책없이 불어나고 고착화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 사무직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정보기술사회에 있어서는 석기시대의 수렵, 농업시대의 농사와 다르지 않다. 관점을 다르게 보자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무직이 결국 세상을 지탱하기 위한 농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나아가고 발전하는 만큼 인력이 필요한 산업은 현저히 줄고 있다. 생산은 기계가 대부분 담당하며, 인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다른 산업들 마저 인공지능의 발전 아래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는 곳은 생산보다는 관리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먼 과거에는 인간이 밭을 가는 효율보다 소 한마리가 밭을 가는 것이 훨씬 큰 생산성을 보여주었기에 소를 비롯한 가축을 키우며 노동으로 삼았고, 이로 인해 직접 밭을 가는 인구는 줄고, 대신 가축을 키우며 관리하는 인력은 늘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기계가 발전함에 따라 소 보다는 기계로 밭을 가는 것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더 큰 생산성을 불러일으켰고 이 또한 인력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농업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인력보다 그 노동을 위한 기계를 생산하는 직업, 유통을 설계하는 인력처럼 시대에 맞춰 노동의 양상은 변화해 왔다. 현대에서는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사회 대부분이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시스템이 운영되는데 이로 인해 많은 노동을 사람이 직접 현장에서 하지 않아도 컴퓨터를 통해 실내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기술 발전이 사무직을 과도하게 늘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사무직이 생겨나 해결책을 모의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 사용자가 아닌 시스템을 위한 해결책

  위에서도 간략히 언급한 것처럼 생산을 위한 노동보다는 또다른 노동을 위한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이 이 가짜 노동을 다루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시스템을 주 사회 기반으로 다루기 때문에 개개인의 의견이나 방식보다는 시스템 아래에서의 규칙을 선호한다. 결국 이로 인해 필요 없는 노동시간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가짜 노동을 낳는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부분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강사가 학생들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강의 계획서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노동을 바쳐야하고 이로 인해 결국 학생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과를 향한 과정이 아닌 과정을 향한 또다른 과정이 파생되는 것이 결국은 가짜 노동을 증폭시키고 본질을 더욱 흐려지게 하는 것이다. 

  회의 시간에 대해서 책에서는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 다루는데, 회의 시간만큼 가짜 노동을 잘 설명하는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개인의 일을 늘려서 천천히 하더라도 결국 해야 하는 일은 끝마치게 되고, 이는 일의 연장이지 그 자체가 완전 무의미 하다고 볼 수 는 없다. 다만 의미없는 회의 시간은 다르다. 이 의미 없는 시간 보내기는 결국 해야 할 일은 어느새 뒷 전으로 두고 말 그대로 노동의 탈을 쓴 수다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모든 회의가 의미없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회의는 당연히 있고 실행 해야만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런 무의미한 회의시간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회의가 열리고 진행되는 순서를 따져보는 것이다. 필요한 회의는 문제-안건-필요성-회의결정-회의-의논-해결과 같은 순서지만 의미 없는 회의는 보통 순서가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회의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회의 때 쓰기 위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당연하게도 회의를 위한 문제는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 이렇게 가벼운 문제는 결국 회의 중 그 의미를 잃고 나가떨어진다. 남은 것은 해결책, 하지만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회의록에 한 줄 적기 위한 성과를 위한 토론이 계속 된다. 멀쩡한 로고의 변경, 부서의 이름 변경과 같은 "우리는 회의를 통해 회사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어!" 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 '주기적으로' '해야만 하는' 회의가 우리의 노동시간을 좀먹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 우리는 왜 일하는가?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고 계속해서 기억해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것과 같이, 노동의 시간과 의미를 되찾기 위해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의 결말 부분인 '결'에 해당하는 이 부분에서 몇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물론 현대사회에 뿌리 내린 가짜 노동을 한 순간에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뚜렷한 해결책이 바로 나온다면 이토록 어려움을 겪을 일도 없다. 그렇기에 명확한 해결책을 책에서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서 주장하는 해결 방법에는 다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예를 들어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기', '가짜 노동 명확하게 구분하기' 와 같은 말 들이다. 첫 번째로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기는 나에게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는, 혹은 한국사회에서는 환상적으로 까지 보이는 문장이다. 누군가에게는 눈치보지 않고 퇴근한다는 행위 자체가 그들의 남은 직장 생활을 힘들게 하고, 혹은 직장이라는 장소 자체를 위협받는 일이기도 하다. 이 조언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어쩌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언제든지 퇴근할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그러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조언이 마치 "세계 여행은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 와 같이 그저 이상만을 좇는 말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또 다른 조언으로 가짜 노동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조언에 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기와 같이 현실성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디테일이 부족한, 너무 포괄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초중반 부라면 얼마든지 던질 수 있는 말이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와서 등장하는 해결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부실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도 다루듯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짜 노동을 구분하기에서 끝내기 보다는, 구분하고 인정하는 방법까지 확대해서 제시하는게 더 책에서 주장하는 부분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시를 들었지만, 언급한 부분 말고도 다양한 주장, 해결책을 책에서 많이 다루는데 대부분의 말에 공감하고 나 또한 노동에 관해 계몽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책 곳곳에 언급된다. 리뷰를 쓰다 보니 비판적인 부분을 많이 드러냈는데, 이러한 비판이 이 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보다는 내 생각을 변화, 확장하며 또한 책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에 필요한 충돌이라고 말하고 싶다. 충돌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을 토해내듯이 쏟아내며 어쩌면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훈련을 이 책을 통해서도 적용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 "과연 이렇게 신랄하게 의문을 던지면서 이 책을 추천하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한 수용이 아닌 의미 있는 배움을 경험할 수 있었고, 노동에 관해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작가와 같이 공유했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노동에 의문이 들고, 노동에 대해 깊게 사유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책이다.

  독서가 끝나고 난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긴 노동 시간은 우리의 삶을 낭비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진짜 노동을 포장하기 위한 '긴' 가짜 노동 시간은 삶을 그저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의미없는 바닷길로 떠내려 보내는 행동이다."

  라고 정리하고 싶다. 말하자면 생각의 방향 자체는 틀어지지 않았지만 그 길에 이정표를 세울 수 있게 된 유의미한 독서 시간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독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의문을 던진 부분은 그만큼 생각을 깊게 해주는 책이며, 답을 주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길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 책을 읽고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현대 사회에 노동에 몸을 던지고 있는 누구에게나 꼭 한 번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YES마니아 : 로얄 l********2 2024.12.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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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가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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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꽃혀있던 책 중에 읽지는 않았지만 인상 깊었던 제목이 기억난다.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이책을 아직 읽어보기 전에 서점에서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제목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아마도 계속 일을 하고있지만 어떤 허전함이나 일에서 발견하는 재미나 보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다.책의 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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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꽃혀있던 책 중에 읽지는 않았지만 인상 깊었던 제목이 기억난다.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이책을 아직 읽어보기 전에 서점에서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제목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
아마도 계속 일을 하고있지만 어떤 허전함이나 일에서 발견하는 재미나 보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인류의 노동시간이 농경사회의 시작에서 대폭 증가하고, 초기 자본주의 시대(1800년대 말~1900년대 초반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는 과정과 그 원인, 그리고 1900년대 초, 중반에 비하면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찾아간다. 바로 허위적 "가짜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를 인터뷰와 자료를 토대로 밝혀간다.
그리고 중반부에는 이런 가짜 노동이 이루어지는 체계가 어떻게 여러 직종과 실무에서 나타나고 있는고, 구조화되고 있는지 밝히며, 이러한 허위적 가짜 노동이 우리들에게 어떤 좋지않은 영향을 주는지 기술한다. 
마지막에서는  각자가 처한 상황 - 말단 노동자인지, 관리자인지에 따라 어떻게 해동해야 가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마무리 한다.
초반에 흥미진진한 논점 제시와, 중반의 여러 사례에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지만, 결론부에 가서는 힘이 좀 부치는 느낌이다. 가짜 노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매우 상세하게 나열하고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돼잖아'와 같은 해답 제시가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일하고 있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SI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고객과의 계약을 시간단위로 하고 있고, 고객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기능을 구현해 달라고 요구하고, 우리는 이 가격에 그렇게 많이 할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어떤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나의 지난 15년간의 노동 일상은 계약을 하기 전에는 내가 소속된 회사의 사장에게 내가 바쁘다는 사인을 보내야 하고, 계약을 한 후에는 고객에게 내가 바쁘다는 사인을 보내야 하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어떤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던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고객이 말로 설명하는 요구사항을 기능으로 정의하고, 그에 걸맞는 DB 설계를 하고 데이터를 찾아내는 코드를 짜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었고 업무 전문분야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15년을 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짜 노동도 있었지만 진짜 노동을 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잘못 만들어진 IT 시스템 - 관료화와 관리직군의 욕망에 근거해 진짜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잘못 만들어진 - 사례를 읽으면서 내 작업의 결과물이 그럴 수 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다행히 법에 정의되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위안삼을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에 없던 찜찜함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뒷부분의 해법이 힘이 빠진것 같다고 했지만 이런 종류의 주제가 그렇듯이 특별한 해법이 있을지 만무하니 구체적 답안을 바란것도 아니다.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허위적 노동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고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허무해 지지 않도록 지키거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업 자체가 무의미 하게 느껴지는 어떤 소외를 스스로 만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이 책이 주는 논리적 위로가 고맙게 느껴진다.

a*****5 2024.04.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