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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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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 이 책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죽은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를 주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인간 이순이를 다루지만 범위를 좁혀 말하자면 천주교인으로서의 이순이보다는 한국인 이순이를 다루었다.자기의 막대한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은 일찍이 조선 역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조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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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 이 책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죽은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를 주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인간 이순이를 다루지만 범위를 좁혀 말하자면 천주교인으로서의 이순이보다는 한국인 이순이를 다루었다.


자기의 막대한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은 일찍이 조선 역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조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베풂을 실천했다. 집을 찾아온 길손은 먹여 주고 재워 주었으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자기 밥을 나누어 주었고, 이웃과 농기구나 농우를 함께 쓰는 사람들이 조선 사람이었다고 한다. 좋은 일, 궂은 일에 함께 물력과 힘을 보태는 부조와 자선이 널리 퍼져 있는 아름다운 관행이 있는 사회가 조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순이 유중철 부부처럼 대부호가 일찍이 계획을 세워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세상에 환원하고자 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조선인이 출현한 것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이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와 사상의 세례를 받은 이순이는 이전의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간형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가 쓴 글도 종전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순이는 세상을 헌신짝처럼 보았다. 하지만 이순이는 은둔자와는 달랐다. 마음속으로는 세상을 버렸지만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세상을 잘 살려고 노력했다. 누구보다 성실한 삶을 살았다. 이순이에게 이 세상은 저 세상으로 잘 가기 위한 시험장에 불과했다. 저 세상으로 잘 가려면 이 세상의 시험을 잘 통과해야 하기에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고 세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잘 죽기를 바랐다. 이순이가 동정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또 막대한 유산의 상당 부분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쓰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저자는 본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욕과 재물욕마저도 극복하면서 세상을 더 잘 살다 죽기를 바란 것이다. 이런 자기 극복의 종점에 있는 것이 순교였다.


저자는 천주교인이 아니라고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일부러 천주교회 측과는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회 밖의 시각을 유지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를 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책에 이순이의 옥중 편지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있다고 한다. 신유박해 때 전주에서 참수당한 이순이가 감옥에서 어머니와 두 언니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다. 저자는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순교자의 자기를 넘어선 숭고한 정신세계에 마음이 크게 울렸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조선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인간형을 보았다고 한다. 현세를 넘어서서 천상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 어떤 경우에도 감사를 잊지 않았던 사람, 이순이에 주목했고, 저자의 이런 열정이 나에게도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l***a 2020.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