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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전이 아니라 원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세창명저산책 시리즈의 한 권으로, 아도르노 전공자 문병호가 20세기의 가장 난해한 철학서 중 하나인 계몽의 변증법을 해설한다. 이 책의 첫 미덕은 그 난해함을 얼버무리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저자는 1장 전체를 이 고전은 왜 이토록 어려운가라는 물음에 바친다. 저자는 원전이 어려운 이유를 명료하게 정리한다. 인식의 규모가 방대하고, 개념을 독특하게 쓰며, 무엇보다 이 책이 논리를 거부한다. 여기가 핵심이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현대 문명을 파국으로 몰고 간 주범으로 다름 아닌 논리를 지목했다. 나치즘 같은 지배 체제야말로 형식 논리를 완벽하게 구축한 형태이고, 그렇게 구축한 것이 자행하는 것은 무한한 폭력이다. 그래서 그들은 논리를 비판하는 책을 일부러 비논리적으로 썼다. 원인과 결과, 주장과 근거의 순서를 버리고 에세이와 성좌적 배열이라는 형식을 택했다. 내용과 형식이 이렇게까지 맞아떨어지는 책도 드물지만, 그만큼 독자를 곤경에 빠뜨린다. 저자가 이 구조적 난해함을 먼저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원전을 읽는 부담이 크게 준다. 책은 원전의 사유를 인류 문명의 발생 순서를 따라 재구성한다. 자연에 맹목적으로 종속돼 있던 인간이 미메시스와 자기 보존을 통해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태초의 장면에서 출발한다. 흥미롭게도 두 저자는 이 자연 지배의 기원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해석으로 풀어낸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을 견디려고 자신을 돛대에 묶는 장면이야말로, 자기 보존이 곧 자기 주체의 포기를 대가로 성립함을 보여주는 원형이다. 여기서 이 책의 핵심 개념인 도구적 이성이 자란다. 이성이 본연의 성찰 기능을 잃고 자연과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로 전락한 상태를 말한다. 계몽이 인류를 미몽에서 깨우는 빛이기는커녕 자기파괴의 과정이라는 이 전복적 테제를, 문병호의 안내를 따라 단계적으로 조립해 나간다. 이 책은 두 지점에서 네 관심사와 만난다. 하나는 미학이다. 아도르노에게 미메시스와 예술은 도구적 이성이 억압한 것을 보존하는 자리이고, 이 개념은 그의 미학 이론으로 곧장 이어진다. 이 해설서가 그 미학의 인식론적 토대를 놓아준다. 다른 하나는 문화산업 비판이다. 원전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산업 장을 이 책이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 장을 떠받치는 도구적 이성과 자기 보존, 존재의 로고스적 와해라는 논리를 이해하고 나면, 대중문화가 어떻게 인간을 똑같은 효용 가치를 재생산하는 부품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이 훨씬 선명해진다.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대중적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자기가 몸담은 자리를 비판적으로 되비추는 렌즈가 된다. 이 책은 두 지점에서 네 관심사와 만난다. 하나는 미학이다. 아도르노에게 미메시스와 예술은 도구적 이성이 억압한 것을 보존하는 자리이고, 이 개념은 그의 미학 이론으로 곧장 이어진다. 이 해설서가 그 미학의 인식론적 토대를 놓아준다. 다른 하나는 문화산업 비판이다. 원전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산업 장을 이 책이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 장을 떠받치는 도구적 이성과 자기 보존, 존재의 로고스적 와해라는 논리를 이해하고 나면, 대중문화가 어떻게 인간을 똑같은 효용 가치를 재생산하는 부품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이 훨씬 선명해진다.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대중적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자기가 몸담은 자리를 비판적으로 되비추는 렌즈가 된다. 한계이자 특징도 있다. 저자는 원전의 통찰을 한국 사회로 적극 끌어온다. 자본권력에 굴종을 강요당하는 개인, 효용 가치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사회, 학문마저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동원되는 대학의 현실을 원전의 명제와 연결한다. 이 현재화는 원전을 남 얘기가 아니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동시에 저자 개인의 문명 비판적 관점이 꽤 강하게 배어들어 원전과 해설자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기도 한다. 순수하게 중립적인 요약을 기대하면 어긋날 수 있고, 이건 산책 시리즈 특유의 성격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계몽의 변증법을 원전으로 곧장 넘기 전에 딛는 발판으로 적절하다. 저자는 264쪽의 얇은 분량에 원전의 뼈대와 난해함의 이유, 핵심 개념의 계보를 압축해 담았다. 물론 이 책만으로 원전을 다 아는 건 아니고, 저자 자신도 수십 년 연구하고도 여전히 어렵다고 고백하는 책이니 겸손하게 접근하는 게 맞다. 다만 프랑크푸르트학파와 비판이론, 문화산업론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고 있다면, 이 안내서가 그 문턱을 한 뼘 낮춰준다. 원전과 나란히 놓고 오가며 읽을 때 가장 값을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