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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을 가지면서 읽은 듯하다. 난 뭍에서 오랜 시간을 살다가 지금은 제주도에 와서 살고 있고, 그것이 일 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예정하여 살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직장은 퇴직을 하고, 아이들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간 후 집에는 둘만 남았다. 그래서 무척이나 자유로운 상황이 되었다. 그것이 마음에 품고 있던 제주도 삶을 해보자고 서로의 뜻을 맞추게 되었고, 행동파인 한 사람의 추진으로 그렇게 되게 되었다. 이제 그 시작 시간도 1 년이 되어 간다. 그것이 이 책을 만나면서 더욱 마음에 담겼던 듯하다.
이 책은 내용상 배경이 제주도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고 경치가 그런대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라도 상관이 없으리라 여겨진다. 사람을 잊을 수 있는 곳이면 되고, 그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그것이 제주라는 멋진 공간이 설정되고, 제주도는 실상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제주의 풍광이 책의 이야기의 긴밀한 부분으로 꾸며졌다면 조금 더 얘기가 날개를 달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제주라서 충분히 글의 자락 안에서 이름값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생활의 공간이 여느 시골 원룸이 가득한 공간으로 여기게 하면서 전개된다. 제주라는 공간이 던져 주는 이미지가 절실하게 이용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단지 주인공이 1달을 살 공간에, 계단을 오르면서 힘들었는데 위로를 받는 배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도는 된다. 창문을 통해 처음 만나는 바다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제주라는 이름이 쉽게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너로 지칭되는 주인공은 제주도 공항에 내린다. 이 이야기는 그 일로부터 시작된다. 왜 제주도에 오게 되었는지, 왜 버스를 타고 장소를 검색하여 버스를 타고 원룸을 찾아가야 하는지, 왜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밝혀진다. 정말 낯설게 이야기들이 엮여져 간다. 친구가 무슨 시험을 보면서, 되면 모든 것을 잊고 한 달을 지내겠다고 미리 예약한 제주의 원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시험에 떨어져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주도에 가서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이상하고 친구는 예약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생활에 혼자 잠시 어디에 가서 놀 수도 있는 너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너는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이상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하고 있는 와중이라 자신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와 맞닿았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어울려 너는 제주에 오게 되고 한 달을 기간으로 원룸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제주에 오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 네 사정이다. 친구의 기묘한 사정에 이상하게 말려든 바가 되어 너는 제주에 발을 디디게 된다. 제주의 걸음이 그리 경쾌하지만 않다. 무거운 마음은 어디에 있더라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너는 믿음이란 말을 끄집어낸다. 믿음이 사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피고 있다. 사랑을 하던 사람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그러면서 한 번 만나자고 한다. 이제까지 만남과 믿음으로 인해 만나지 않고는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이상한 마음 움직임이 작용한다. 목숨까지 걸고 찾는 그 이상한 마음이 너에겐 불가사의한 일이 된다. 네 마음도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되고 그것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은 제주에 와 있는 너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네 마음을 다스릴 수 없는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믿었는데, 믿음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혼란스럽다. 믿음, 그것은 나의 믿음뿐이었던 것이다.
너는 황당하고 허허로운 마음이 된다. 그것이 제주에서 생활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라고 해도 되겠다.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걸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이 제주에서의 무거운 걸음으로 나타난다. 3층에 있는 원룸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올라가는 일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 창문을 열었을 때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마음을 다스리게 만들어 준다.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멋진 풍경, 누구라도 어떤 마음이라도 잠시 내려놓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런 공간에 주인공 너는 터전을 잡게 되고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요긴한 것은 숙식이다. 숙소는 그렇게 마련되었는데, 첫날부터 식이 마땅찮다. 그래서 작은 카페를 찾게 되고 그곳이 생활의 반경에 들어오게 된다. 가끔씩 찾으면서 소통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카페에서 너는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식을 해결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린다. 마트에서 배달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물건을 배달시킨다. 집에 들어가 어둠이 내린 공간에서 배달된 물건을 정리하고 자신이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자유로운 자, 경이롭게 빛나는 자, 오로라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자신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세상으로부터 숨고자 하는 마음과 일치한다. 남자의 끈질긴 전화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도 자신 찾기와 관련이 있다. 궁극적으로 실패한 사랑에 대한 자신의 돌아보기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이 도피가 되고 찾음이 되는 것이리라.
이 이야기는 얘기가 별로 없다. 마음의 흐름이 주된 이야기다. 친구의 속 보이는 말, 상대하기도 싫은 모습이 많이 그려진다. 자신이 이 원룸을 너를 위해서 배려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공치사를 하면서 착각하도록 만들어 간다. 너에겐 친구의 그 얘기들이 꼴볼견이다. 하지만 너는 그곳에서 살게 되고, 아픔을 극복하고 있다.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네가 첫날밤을 지내고 일어났을 때, 베란다에 죽어 있는 동물의 사체를 만난 일이다. 그것은 새였다. 너는 주인에게 연락을 하고 관리인이 와서 그것을 치우도록 한다. 관리인은 그 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당연한 것으로 얘기한다. 너는 그것이 무척 잘못된 일 같다. 그래서 나가는 관리인을 따라 나가 자신이 새를 묻어주겠다고 한다. 관리인은 자신이 묻을 만한 곳을 알고 있으니 저녁에 만나서 같이 묻자고 한다. 둘은 저녁에 만나 차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서 평평한 곳을 새의 무덤으로 만든다. 그리고 어두운 가운데 불도 켜지 않고 둘은 걷는다. 아무런 의미 없이 어두운 공간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나중에 둘은 네가 음식을 먹었던 카페에서 해후하기도 한다. 만남과 헤어짐, 신뢰가 사랑의 의미를 새김질하기 좋은 시간이라 여겨진다.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은 감출 수 없어요.> 책의 표지에 제시된 말이다. 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상대의 마음, 그 사이에서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이 보여 진다. 이미 떠난 사람인데, 그것을 마음에 품고 아파하는 마음이 제주의 생활에서도 감지된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과 다시 만나는 것, 내려놓는 마음까지 자신의 마음을 만나본다. 그것은 남자의 전화를 받을 용기를 만들어 주고 믿음과 사랑에서 스스로를 찾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제주에서 마음 찾기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내용이 별로 없다. 물론 주인공 개인에게는 엄청난 마음의 흐름일 수 있다. 곡진한 아픔과 그것을 벗어나는 여행으로 마음이 흘러가니 가치 있는 얘기로 인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건이 별로 없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강한 흡인력으로 다가들지는 않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으로 한 편의 글이 된다니 하는 생각도 했다. 작가의 글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깔끔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운을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를 한 편 읽었다. 짧고 여운이 긴 이야기는 오래 기억되리라 여겨진다.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 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낯선 곳에서 살고 있는 너, 너는 이곳에 살고 있는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진짜 너는 서울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서울서 너만의 규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너를 지긋지긋하다고 속삭이며, 너를 포기하며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곳에 삶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로라로 제주의 삶을 살 것이다. 매일 아침 발코니를 보고, 마트에 가기도 하면서 내 이름 최유진이 필요 없는 삶을 산다. 그것이 잊어가는 삶이며 벗어나는 삶이다. 결국 자신이 가진 사랑의 마음, 질투라는 이름으로 치환을 하고 버려야할 것이라 깨닫는다. 오로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된다.
여행과 심리의 변환, 두고 온 마음과 실제 삶의 과정 등이 혼란스럽게 엉키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상대를 의식하기에 일어나는 마음들이 생활을 짓누르기도 한다. 그것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내어놓을 때 바다가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마음 다스림이 애잔하게 들려오는 이야기 한 편을 읽었다. 제주도가 배경이 되어 더욱 좋았다. 제주도 생활공간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면 더욱 친근감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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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소개에 구매하게 된 책이다. 책을 받고서 놀랐다. 이렇게 얇은 책이라니. 다른 분들의 책 사진에서 위픽 시리즈를 본 적이 있어 호감이 있던 차였다. 책 실물을 확인하고서 위픽 시리즈가 단편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단편소설 한 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주로 이주한 작가는 제주가 배경인 소설을 썼다.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은 프리랜서이기에 가능한 주인공의 두 달간의 제주살이 이야기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이유로, 혹은 숨을 장소가 필요해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한 사람에게서 떠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너’로 시작하는 2인칭 소설에서 '나'가 타자로서의 '너'를 바라보게 된다. 너의 행동, 너의 사랑, 너의 이별. 제주의 겨울바람은 '너'를 움츠리게 했다. 죽은 새를 묻어주는 일은 불법이었다. '나'는 못하는 것을 ‘너’는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불법이더라도. ‘너’의 말을 들은 관리인은 아무도 보지 않은 저녁에 묻어주러 가자고 했다. 초면인 관리인의 오토바이를 타고 어두운 길을 나섰다.
아무도 찾지 못하게 숨고 싶었던 유진은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을 때마다 돌을 하나씩 쌓았다. 카페에서, 위스키 바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와인에 파스타를 먹었다. 울리는 전화기를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너’는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오로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로라는 이별할 수 있었고, ‘너’는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자각에 못내 괴롭다.
진짜 너는 서울에 있는 것만 같다. 익숙한 집에서 너만의 규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너를 감시하고 비난하며, 지긋지긋하다고 속삭이며, 기다리고 포기하는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을 것만 같다. 너는 그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묻고 새로 시작할 것이다. 너는 연기하듯 중얼거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입니다. (57~58페이지)
나를 버리는 작업은 쉽지 않다. 버리려 애써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 행동들이 나타난다. 믿음을 저버렸던 이에게 이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오로라의 존재를 만들어낸 이유다.
늘 그렇듯 최진영의 소설은 심연의 바다에 잠기게 한다. 푸른 바다, 돌담 사이를 가르는 바람, 제주의 풍경이 그리워졌다. 제주의 커피, 삼각형을 이루는 눈 쌓인 한라산. 갖가지의 꽃을 피우는 제주가 그리운 소설이었다. 지역이 등장하는 소설은 그렇게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랑의 아픔 혹은 믿음을 저버린 사랑에 제주를 찾은 유진과 다르게 나는 제주의 하늘이 그리워졌다. 지금, 제주의 풍경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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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최진영![]() <제주의 겨울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최진영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단상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사는 책이 있다. 그런 작가가 꽤 많은 편인데 그 중 최진영이 있다. 지난 번에 단 한 사람을 읽고 오래오래 여운이 남았었다. 이번엔 단편소설 수준의 짧은 소설이다. 위픽시리즈는 몇 권 읽어봤는데 책으 판형이 작고 커버가 예쁘다. 커버의 한 문장이 강렬해서 눈에 띈다.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최진영이니까. 최진영이기에 읽었다. 짧은 소설은 짧은 소설대로 좋았다.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최유진은 오세정이 예약해놓은 제주 두달살이 숙소에 왔다. 오세정이 시험에 합격한 후에 쉬려고 예약해둔 숙소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서 갈 수 없게 되자 최유진에게 양도한 것이다. 최유진은 제주에 내려와서 오세정이란 이름으로 제주에 머무르게 된다. 최유진은 스스로를 오로라라고 칭한다. 안녕하세요. 오로라입니다. 최유진도, 오세정도 아닌 자유로운 오로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한 후 도망치듯 제주로 온 '너'는 죄책감, 배신감, 처음 만났던 순간과 좋았던 시간, 진실을 알게된 후의 당혹스러움에 대해 곱씹는다. '너'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제주에서 후회하고 싶지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죽은 새를 쓰레기봉투에 버리지 못하고 불법인 줄 알지만 몰래 묻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당신은 누군가의 비밀이 되어본 적 있나요? 사람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비밀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몰랐다고 게 무슨 소용인가. 결백을 주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랑에 믿음에 사라져버리는 순간인 것이다. 알았다면 사랑할 준비를 하지 않았을테니까. 죽은 새를 묻었듯이 '너'에게 이제 그는 죽은 사람이 되었다. 다시 땅을 파헤쳐 죽은 새가 진짜 죽었는지 확인할 필요하는 없다. 이제 연극은 끝난 것이다. 믿음없는 사랑이 가능한가. 사랑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믿음없는 사랑은 없다. 많은 사랑이 거짓에서 시작된대도 사랑을 감출 수 없대도 말이다. 죽은 새를 묻고나서 깜깜한 어둠 속을 걷던 '너'를 생각해본다. '너'의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완벽한 이별을 하고 싶은 마음을 생각해본다. 사랑이라 믿었던 그 사랑을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실앞에서 죄책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혔던 '너'를, 그러나 또 그 사랑을 부정하고 싶지 않고 질투의 감정마저 느꼈던 '너'를 보는 내내 마음아프고 쓸쓸했다. 다 읽고나니 제주에 가고싶다. 제주는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숲을 떠올리게 하는데 오로라에서는 무채색을 겨울바다와 숲이 떠오른다. 최진영답다. 흐린 겨울바다가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진영은 장편이 더 좋다. /책 속 기억에 남는 문장수집 ![]() 너는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라는 경구를 떠올렸다. 믿음은 둘째 또는 셋째구나. 어쨌든 첫째는 될 수가 없구나. 믿음은 사랑보다 슬프겠구나…… 생각하며 믿음, 믿음, 믿음 중얼거리다 보니 믿음과 미움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P. 6 ![]() 너는 그의 노력을 생각했다. 너와 언쟁하지 않으려는 노력. 먼저 화내지 않고 상황을 견디는 노력. 그것은 다음처럼 바꿔 말할 수도 있었다. 너와의 언쟁조차 포기한 사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사람. p.10 ![]() 어떤 믿음에는 이기적인 구석이 있지. 너는 믿음에 깃든 이기심을 되새긴다. 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먼저 떠나지 못한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되삼키는 울음이 있다. 너는 남겨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이곳까지 왔다. 믿지 않으려고 훌쩍 떠났다. P. 23 너는 그와 오늘 밤 불법을 저지를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로 남을 것이다. 너는 불법을 안다. 너는 비밀에 지쳤다. 그것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너를 갉아먹고 흩트리고 하찮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 그만두려고, 너에게 무엇도 요구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숨어버리려고 이곳에 왔다. 지난밤 너는 연극을 했다. 연극하듯 살면 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삶은 연극이 아니었던가? 너는 때로 연기하듯 거짓말하고 감추고 기만했다. 몰랐다는 말은 소용없다. 알게 된 다음에도 그만두지 않았으므로. 멈추려는 시도로는 부족하다. 분명하게 멈추어야 했다. 그것만이 네 결백을 증명할 수 있지만, 결백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사랑해버린 것을. P. 48~49 ![]() 당신은 누군가의 비밀이 되어본 적 있나요? 비밀은 묻어버려야지. ![]() ![]() ![]() 그는 거짓말한 적 없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어떤 침묵은 거짓에 포함된다. 아주 많은 사랑은 거짓에서 시작한다.너는 가벼워지고 싶어 중얼거린다. ![]() 그러므로 이 낯설고 커다란 섬에 숨으면서 네가 진짜 원했던 것은…… 어쩌면 기다림. 기다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 그대로 있어. ![]() ![]() |
![]() 사랑해서 믿는건지, 믿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소라의 '믿음'이라는 노래를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이 책을 읽고 다 읽고 또 읽었다. 읽을수록 좋고 또 좋았다. 너무 좋았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늘 적어내려갔던 짤막한 줄거리도 적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내 글을 보고 너무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별로라거나 와닿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나는 너무 좋았으니까. 좋고 또 좋았으니까. 죽은 새를 땅에 묻어주는 것은 불법이다. 죽은 새를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면 쓰레기봉투에 넣어야한다. 각종 오물, 누군가의 흔적, 더러운 것들과 함께 봉투에 넣는 방법이 합법이다. 새는 나는 것을 멈췄을 뿐인데. 사랑하는 네게 나의 존재는 불법에 가깝다. 아니 합법인 줄 알았지만 불법이었다고 해도 어쩔수가 없다. 나는 사랑하는 것을 계속했을 뿐인데 그것이 법을 어기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을 멈추는 것을 모르는 나는 숨기를 택했다. 성공일까 실패일까 합법일까 불법일까. 내 안에 죽은, 죽어버린, 죽여버린 누군가를 어떻게 묻어야 합법이 될 것인지 모른다. 읽을 때마다 제주의 겨울 바다 앞에 서 있는 생각을 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너무나 외롭지만 사랑하는 나를 생각한다. 풍덩, 혼자 뛰어들었다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젖은 채로 걸어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p.11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하게끔 하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p.19 너는 너무나도 네 편에서 생각했기에 진정한 네 편이 되지 못했다. p.23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p.63 아주 많은 사랑은 거짓에서 시작된다. |
| 읽는내내 제주의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책. 일단 표지가 넘 이쁘고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생각보다 작고 얇아서 앉은자리에서 금방 읽어버렸다. 오로라가 된 최유진. 배신당한 사랑은 잊고 최유진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길 바란다. |
|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몰입도 높고 여운이 남는 문장들을 곱씹으며 봤습니다. 주인공의 심리는 뭘까 집중하다 보니 금새 읽었네요. 사랑을 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실체를 알아차리는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의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떠오르고, 이소라님의 믿음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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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에 너무 예쁜 책 표지에 끌렸다.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만큼 매력 있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책 속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유명한 책이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읽게 되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하면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별을 하게 되면서 그 이별을 감당하게 되고 그 과정들을 배우게 되는 내용을 짧게 담은 책이다. 생각이 깊은 주인공이 사랑과 믿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점점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는 내용이 잘 드러나있다. 되게 흔한 소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책이 새롭게 다가온 건 오로지 주인공의 생각을 풀어내는 문장 속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화자가 ‘나’가 아닌 ‘너’로 표현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나에게 너, 너라고 해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너’를 ‘나’로 바꾸어서 이해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끝내 그렇게 쓴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ㅎㅎ) 그리고 책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호기심을 느꼈던 포인트들 공유하고 싶다. “너는 네가 기억하는지도 모르면서 기억하는 것들을 모조리 꺼내보고 싶었다.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이어 붙이면 네 삶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그럼 너를 타인처럼 사랑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망각 속에서, 지나가는 잔상 속 생각을 다 이어 붙이면 나를 타인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에 빠진 주인공이 되게 안쓰러우면서도 나에게도 동시에 그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어투가 되게 신선했던 문장이고, “어떤 믿음에는 이기적인 구석이있지. 너는 믿음에 깃든 이기심을 되새긴다. 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마음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믿음이라는 것을 아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미 떠나간 상대에게 기다림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되게 묘한 감정선을 이끌어냈다. 솔직히 이 문장들만 봐도 100쪽이 채 안되는 책을 읽은 가치는 크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작가의 말도 정말 좋으니, 끝까지 읽는 걸 너무나도 추천한다. 참고로 2번 빌려읽고 소장한 책이다ㅎ..ㅎ |
| 주인공인 최진영을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아 진정한 ‘나’가 누군지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이지만 나한테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로 들린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읽어보면 좋은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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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는 유부남인 줄 모르고 사랑한 남자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일상을 버리고 친구의 제주 한달 살이권을 양도 받아 제주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는 주인공 유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입니다. 담담한 문체로 오해, 사랑과 믿음을 관통하는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
| 이 리뷰는 최진영 작가님의 오로라 책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본편의 대략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겨울 내음 가득해요 제주 겨울 여행시 필수템인 책입니다. 눈 가득 내리는 산 속 오로라를 본다면 이런 기분이겠지요 행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