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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석구와 홍경이 출연한 영화〈댓글부대>를 보았다. 그때 나는 ‘이 세상을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속 댓글부대는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몇 번이고 꼬이고 꼬이면서 반전을 거듭했다. (이 현상을 ‘댓글부대의 진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스토리가 굉장히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다. 이 책을 읽으니,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아… 세상은 그렇게 단순한 선전으로 움직이지 않는구나.
내 공부, 내 일, 내 육아, 내 살림에 파묻혀 살다 보면 정작 내가 타고 있는 이 배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게 된다. 그저 오늘도 배에 구멍이 나지 않기를 바랄 뿐, 배의 방향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배 밑에서 조용히 방향타를 돌리거나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분명 그런 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예전에는 언론이 세상의 풍향을 잡았다면, 지금은 댓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언론의 목소리가 젊은 세대에게는 더 이상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들은 인터넷의 댓글부대를 동원한다. 이제는 ‘부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그저 지하세계에서 일상을 구질하게 영위하고 있는 청년 몇 명을 구워삶아, 그들이 인터넷 세상에 돌을 던지고 교란시키게 만든 뒤, 쓸모가 다하면 그들의 인생을 쓰레기처럼 버린다. 요즘 ‘맘카페’라는 말이 흔하다. 팸코, 일베,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그냥 온라인 커뮤니티 같지만, 그 영향력은 현실의 정치와 문화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나도 한때는 ‘맘스홀릭’에 들어가 정보를 얻곤 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빠른 정보와 강한 선동을 경험한다. 해외 맘들끼리 모인 방들도 아주 활발하다. 예전 ‘선영아 사랑해’ 현수막으로 시작했던 miclub.com의 열기를 기억한다. 나 역시 그곳의 팬이었고, 매일같이 드나들며 울고 웃었다. 마이클럽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맘스홀릭 같은 대형 맘카페가 대신했다. 그리고 나는 합리적으로 의심한다 — 그 대중성과 선동력을 노리고 댓글부대가 이미 그 안에 침투했을지도 모른다고. 결국 ‘관심을 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댓글부대를 조종하는 자들, 그리고 그에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자들 — 그들의 비인간성과 망가진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들에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으니까. 나는 그들을 응원하고, 가능한 한 그 편에 서서 작은 일을 하려 한다.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 해서 처음엔 제주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고, 적나라하며,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영화 〈댓글부대〉의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단언컨대, 영화보다 책이 훨씬 좋았다. 세상을 아는 폭이 넓어질수록 삶은 더 피곤해진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시대. 눈과 귀를 닫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참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꼴리는 대로 살되, 내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가끔쯤은 의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대충이라도 바람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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