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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마지막 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출간된 평론집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문득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느껴졌다. 한때 문학잡지들을 열심히 탐독하던 젊은 시절의 열정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것은 이 책에서 익숙한 시인과 소설가의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의 ‘추억’을 공유한 친구는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화제로 대화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그러면 각자 최근의 신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금씩 어색한 분위기로 접어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러한 생각을 떠올렸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이 책의 출간 당시 평론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저자의 글을 탐독했던 경험이 나에게는 남아 있지 않다. 간혹 계간지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서 접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박학을 내세우면서 작가와 독자들에게 훈계하는 듯한 저저의 문체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서도 여전히 그러한 문체를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읽게 되면서 그러한 느낌이 옅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저 저자의 문체나 평론의 입장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으면서, 책 속에서 언급된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나의 ‘추억’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책 읽기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주로 1980년대 후반으로부터 약 10여 년간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던 저자의 글들을 모아 엮어낸 평론집이다. 모두 4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목차에서, 제1부의 글에서는 한국문학사의 ‘근대’의 실체와 의미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당대의 문학적 현상과 비평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제시되어 있었다. ‘한국문학의 근대성’에 대한 논점을 정리하고, ‘지방문학’의 의미와 ‘여성문학’과 ‘농민문학론’의 흐름에까지 관심 영역을 확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족문학과 반미문학’이라는 주제를 논하면서, 역사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연관된 사건들을 소개하며 특히 현대사에서 어떤 애증의 관계를 형성했는지를 밝히고 있는 내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인과 그들의 작품을 다룬 제2부의 내용은 나에게 특히 관심을 안겨주었으며, 당대의 소설가와 작품들을 평론하는 제3부의 글들도 흥미롭게 여겨졌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시사적인 관점에서 문학 전공자로서의 입장을 피력하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글을 통해서 저자의 입장을 중심에 두고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는 평론가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이 편력한 독서 경험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또한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기에 평론에 언급되었던 작품들을 다시 정독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