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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조금밖에 정직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교활과 영리함을 믿고 거칠것이 없어할 때 삶이 어떻게 비참해질 수 있는가, 를 가슴아프게 보여주는 소설이 '휘청거리는 오후'이다. 이 소설의 초희는 그런 비참해지는 인생의 면면으로 독자를 한편으로 화나게 만들고 한편으로 슬퍼지게 한다.
김윤식 선생의 평을 빌어 '소설이 이렇게 진실해도 되는 건가' 싶은, 박완서의 어떤 소설들은 이런 면에서 도저히 즐기며 읽을 수가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작중 인물과의 동일시? 뭐 이런 것 때문에 반성을 하게 된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도대체 인생을 이렇게 멍청하게, 이렇게 막 살아도 되는 건가? 라는 의문이 생겨나고, 무엇이 이 멀쩡한 인물들에게 이런 식의 '자포자기'를 '영리함'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뒤를 잇기 때문이다.
세태의 날카로운 파악은 발표된 지 오랜 소설을 낡은 것으로 보이게끔 할 수도 있겠지만, 박완서 소설은 예외다. 지금은 거의 쓰지도 않는 '올드미스'라는 말이 여자를 기죽이고 자포자기에 빠뜨리게도 할 수 있는 위력의 말이었던 시절, 이 그려지고 있지만 그런 디테일을 걷어내고 나면 이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괴이한 결혼의 풍속도는 실상 지금도 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사기꾼의 아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돈을 잘 못 벌어들이는 남편을 가진 여자는 누구나 사기꾼의 아내가 되고 싶어 사뭇 안달을 하게 마련이다. 초희는 그걸 소녀시절부터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훈장 여편네로 지지리 고생만 하느니 사기꾼의 아내가 되더라도 호강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밖에요. 그래요. 난 이런 년이에요. 세상에 치마 두른 계집 치고 이런 년 아닌 년 있으면 내 앞에 데리고 와보라구요. 낯짝 좀 봐보게요......" (p.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