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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사랑 이야기. 테오의 신간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테오의 글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의 여리여리한 감성을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테오 작가의 책을 건네 받았던 그때부터 테오의 책은 내게 특별하다. 그의 책으로 인해 나는 소중한 인연을 선물 받았고 지금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자임에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순하고 맑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각인되어있었다. 전작이 워낙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해서 그의 팬을 자처했고 기대가 컸던 것 같다. 바쁘게 지낸 나날 속에 뒤늦게 신간 소식을 접했고 책의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사랑, 이별, 통증, 구원(치유), 이라는 주제는 좋다. 사랑과 이별, 이별 후의 후유증(통증), 아픔에 못 견뎌 하는 남자에게 건네는 이별 유예 기간 180일, 구원. 무슨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개다. 글만 감성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사랑조차도 영화처럼 감성적으로 하는구나 이 남자. 와 같은 생각을 시종일관했더랬다. 처음에는 그랬다. 도저히 집중이 잘되지 않아 건성으로 한 번 읽었고 시간이 흐른 후에 한 번 더 그의 책을 펼쳤다.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치유의 기록이라는 걸 인지하고 책장을 넘겨서인가. 그의 글을 눈에 담기가 무섭게 내 눈은 눈물을 글썽였다. 분명 한 번 읽었던 내용임에도 말이다. 이별을 예감하는 사랑은 슬프다. 그래서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현실에서 도피한다. 망각 속의 사랑은 최소한 아프지는 않을 테니까. 사실 좋은 예감만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사랑이 마냥 행복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사랑할 때는 사랑한 순간만 보는 것이다. 이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사랑은 언제나 명치 끝이 아플 수밖에 없으니까. 첫사랑이 떠올랐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나는 서툴렀으며 사랑받는 걸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 사랑이 끝났을 때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다시 섞이지 못할 정도의 아픔이 따랐다. 우리는 다시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이별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2년의 시간 동안 전하지 못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런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슬아슬 위태위태하게 보였나 보다. 위태로운 사랑, 이별을 대비하는 사랑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사랑의 완전체가 아닌 이별의 완전체를 향하는 모습일 게 뻔할 테니까. 이별이 왔을 때, 난 예전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홀가분했다. 다시는 만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 그랬다. 타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건 공감한다는 제스처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 그의 모든 글과 그들의 행보에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공감하지 않은 것도 아닌, 살짝 어중간한 느낌이 따랐던 것은 사랑의 경험은 이렇듯 모두에게 일말의 감정 이입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이별을 예감한 900일의 사랑에 이의는 없다. 남의 사랑인데 타자가 논할 소지는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나 180일이라는 이별 유예기간에는 솔직히 반감부터 들었다. 얼마나 강심장을 가져야 이별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을 정리하는 동안 함께한단 말인가. 그건 희망 고문 아닌가. 각자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잠시 곁에 머물다 가는, 어차피 함께하지 않을 기정사실을 앞에 두고 말이다.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면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렵겠지만 정말 예의 바른(?) 이별이구나 같은 생각을 잠시 잠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절레절레가 된다. 사랑했고 이별했다면, 더이상 함께라는 의미가 없다면 그것으로 끝이 맞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해본다. 그게 각자를 위해 더 나은 방향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별 앞에 예의라는 건 감정이 끝났음에 솔직해지는 것, 그 정도가 각자를 위하는 가장 바른 모습이지 않을까.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라는 이별 방식을 내가 순전히 이해할 수 없어서겠지만 말이다. 이별 뒤에 남는 건 혼자라는 지극히 뼈저린 현실이다. 다만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솔직한 마음(이별을 선택한)을 전해주는 게 적당히 예의 있는 이별이 아닐까, 내 생각은 그렇다. 사실 이별을 아프지 않게 한다는 자체가 조금 모순이지 않은가. 정말 사랑했는데 즐겁게 이별한다면 그거 또라이 아닌가. 사랑한 만큼 힘든 게 사실이라는 거. 그들의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게 아닌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제목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사랑할 때만큼은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건 맞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고 보니 순간에 충실하지 못해서 후회가 남고 아픔이 컸던 사랑도 분명 있었기에 이제는 나도 그런 주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 사랑한 후도 중요하다는 거다. 나는 사랑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흘러서 담은 건 운명이라면 사랑을 지켜가는 건 순전히 두 사람만의 노력, 이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그만큼의 노력이 분명 있어서다. 시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잊히고 지워졌다 믿는 것이지. 오히려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별이 당도했더라. 지켜가려는 노력보다 방관한 이유가 클 테니 당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그 사랑이 예쁜 결말로 끝맺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저 감정이 흐르는 대로, 상대에게 가는 대로 이끌리는 게 사랑의 시초라면 사랑을 완성해가는 건 순전히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에 이끌려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면 서로를 향한 자연스러운 애정 기류가 조금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애(사랑)는 서로를 이해하는 배려와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 견고해진다는 것,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게 아니던가. 사랑이라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그렇게 쉽다면 세상의 모든 이별하는 연인, 깨어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야 맞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처음부터 어려운 사랑이라 못 박았고, 주변의 만류를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진 않았을까. 이루려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이루어질 수 없다'라는 전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어떤 현실에 부닥쳐도 '헤어질 때가 와서 헤어진 거구나, 어차피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었어' 라고 체념하고 합리화한다는 사실, 인간은 그런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콩닥콩닥 설레는 것처럼 이별 이야기는 언제나 애틋하고 슬프다. 내가 이별한 것도 아닌데 감정이입을 미친 듯이 한다는 게 문제다. 그가 울면 나도 울고, 그가 웃으면 나도 웃는 게 되는 상황, 우습지만 그랬다. 사랑이 항상 행복감으로 충만한 순간만 지속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오히려 감정의 충돌로 마찰을 빚을 때가 허다하다는 것도. 그래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걱정되고 보고 싶다면 그 또한 사랑 아닌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시시때때로 나를 찾아오는 잔영이 사랑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그가 책 말미에 언급했던 참 많이도 사랑했던 상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해서 하등 이상하게 보일 것도 없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도, 그렇게 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무뎌진 것인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순간을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이상하게 여겼던 적이 많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사랑의 기억을 너무 쉽게 잊는 건 아닌지 아니, 아파한 만큼 아파해서 홀가분해졌기에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 걱정했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다. 테오 작가 말이다. 책 속의 사랑과 이별이 이미 3년 전이라는 것도... 다행이랄 건 없지만 은근 반전이었다는 말도 하고 싶다. 왜인지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는 독자들은 공감할 수도 있고.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고 모습도 제각각이다. 의아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형태의 사랑이라도 내 사랑이 아닌 그들의 사랑이니까, 라는 마음이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이별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 사랑이 끝나는 순간, 이별은 이미 나에게 왔다. 사랑이 진행될 때, 훗날을 떠올리면 그때에도 그 사람이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사랑의 지금과 그 '後'의 중요성이다. 그의 사랑 이야기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의 여행서가 좋다. 아마도 오롯이 공감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이 책은 독자보다 사랑했던 그 상대에게만 맞춰진 책 같다. 그러니까 지극히 사적이고, 그가 그녀에게 전하는 선물을 내가 열어본 기분이랄까. 그래서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다음에는 예쁜 사랑의 진행형 혹은 예전의 여행서 같은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다.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므로 사랑이 시작됩니다. 사랑해야 언덕을 넘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거기 기다리고 있을 두 사람의 미래와 만날 수 있으니까. 손잡고 언덕을 넘는 것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데도 언덕을 넘지 못하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슬픈 사랑. 두려움이 지나쳐 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랑. 언덕 아래에서 길을 돌려 다른 골목으로 향하는 사랑.
(중략)
현명한 연인들은 언덕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르는 일이 힘들고 두려워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 손을 잡고 언덕을 오릅니다. -2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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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후회할 일을 가능하면 만들지 말자란 생각을 하며 사는 나다. 그런 내가 다른 분야(?)에선 잘 모르겠고 꼭 하나.. 사랑에 대해 후회했던 적이 있다. 워낙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20대. 그 차가움이 좋았고, 그 차가움이 또 다른 나의 이미지라 생각해서 굳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콧대 높던 그 시절. 나는 사랑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마음보다는 머리로 했던 사랑이었다고나 할까? 언제나 이별을 준비하고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 나만의 담을 쌓았던 나였다. 하지만 그런 이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별로 인해 상대를 생각하게 된 것이..
나는 몰랐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사람과 헤어졌을 때 가장 후회했던 것은 더 사랑하고 더 표현했다면... 하는 것이었다. 늘 받기만 했던 나였기에 그 사람에게 좋은 기억 하나 남겨주지 못한 채 이기적인 나로 남게 되는 것 같아 속상했었다. 어쩜 이런 말 자체가 나의 이기심의 끝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랑은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않게.. 이 세상에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사랑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련 없이 사랑하는 것.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만이 또 다른 사랑이 왔을 때 온 힘을 다해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900일을 사귀고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남과 녀.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180일의 시간. 이별은 정해져 있지만 그들은 180일 동안 또 그렇게 사랑한다. 사랑해서 더 이상 미련 갖지 않도록 그렇게.. 이별은 사랑만큼이나 묘하게 징후들이 보인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너와 나는 애써 다른 쪽을 쳐다본다. 만남에 이유가 없듯 이별에도 이유는 없습니다. 이별하게 되어 이별할 뿐 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붙이는 이유들은 모두 필요해서 만든 것일 뿐. 실은 그런 이유 따위 없어도 결국 이별하게 될 사이인 것입니다. (35) 때론 상대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 해주기를.. 그렇게 바라기도 한다. 이별도 멋대로 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마음대로 이별을 제어할 수 있다면 세상은 꽤 무거워질 게 분명합니다. (169)
이젠 누군가를 함부로(?) 사랑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아마 그래서 더 사랑이 그립고 따스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그때엔 누가 뭐라 해도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서로의 민낯을 만나도 ‘헤’하고 웃을 수 있도록 많이 사랑하면 좋겠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고 그리고 사랑이 내 마음 대로 할 수 없는 묘한 힘이 있다는 사실도 알면 좋겠다. 사랑은 제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가지려 하는 순간 집착이 되고, 소유하는 순간 구속이 시작됩니다. (170)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랑이 비록 이별로 끝이 났어도, 그 기억으로 이 세상은 살만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랑을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엔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랑과 결혼은 꼭 같은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할 것이 아니므로 함부로 사랑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결혼은 타이밍이지만 사랑은 타이밍으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결혼보다 사랑이 더 어렵다. 결혼은 조건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사랑은 조건으로 시작 될 수 없으니까. 지금 사랑하는 그대. 치열하게 그리고 후회하지 않게 사랑하라.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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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쯤 울컥했던 것 같고, 열 번쯤 침묵했던 것 같고, 스무 번쯤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렸던 듯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석 달 넘게 들어온 어느 여가수의 목소리와 함께 보냈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셨고, 누군가의 시와 사진을 봤다. 지금은 봄인데, 바짝 말라버린 나무가 더 많이 담긴 사진을. 그런 사진을 더 담게 된 이의 마음을 잠깐, 더듬어봤다. 지금 그 사진이 유독 내 마음에 들어왔던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울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가 옆에서 흠씬 두들겨 패주는 것이 아닐까.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강도로. 울 수 있는, 울어야만 하는 빌미를 제공해 주고 싶다는 원래의 의도는 살짝 숨긴 채로. 마치, 지금 그냥, 그렇게 울어도 된다고 허락해주는 것처럼. 실컷 울어보라고...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환절기는 언제나 견디기 힘든 시간. 무사히 이 계절을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간절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12페이지)
이상했다. 이건, 내가 이 책을 통해 담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다. 일부러 듣고 싶지는 않았던, 지극히 사적인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불편함. 그러면서도 그냥 지나치기는 싫은, 뭔가가 미세하게 나를 건드리는 애매함. 자꾸 ‘바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는데, 그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여주고 싶은 간질거림. ‘그런 바보, 어딘가에 또 있어요.’ 라며 솔직한 한 마디 건네고 싶은 오지랖. 내가 싫어하는 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계절이 흐르듯 모든 것이 흘러가고, 바보도 바보가 아닌 때가 오지 않겠느냐고... 그러면서도 굳이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은 마음. ‘그 바보들, 지금은 안녕한가요?’
헤어지고 다시 시작한 연애가 완전한 이별을 위한 또 다른 연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가능할까? 이별이 주는 그 아픔을 아픔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이별할 시간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감정이 뚝 잘릴까? 이별을 위한 준비가, 완벽할 수가 있을까... 그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그걸 굳이 내가 이해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 마음 한 자락 본 것만 같아 아주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어서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탄다. ‘알겠어요!’ 라며 공감했다가, ‘그럴 수 없어요!’ 라며 거부했다가...
굳이 골라야 한다면 외로움 대신 혼자인 편안함을, 그리움 대신 지금 보이는 것을 먼저 보는, 나는 그런 쪽을 더 떠올리는 사람이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관계에 결벽증 같은 게 있어 보인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소리 없이 웃었다. 맞는 말 같아서. 그래. 인정한다. 한번 아닌 사람에게 더는 곁을 주지 않는다. 한번 아닌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난 적도 없다. 불필요한 일을 반복할 것만 같아서. 나에게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그런 예가 차단된 것이다. 만약에, 어쩌면, 다시, 같은 단어가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사라진 것이다. 오직 한번. 한 번에 인연이 되고, 한 번에 그 인연이 끝나고. 그래서였나... 무의식중에든 자의로든 그리움이란 단어 꼭꼭 묻어두고 살아왔던 것 같다.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을 테니까. 그리워할 사람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았으니까.
알고 있었다. 나의 고백에 그가 거절할 거라는 것을.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 거절의 이유까지 내가 먼저 알고 있다. 그래도 말해야 했다. 이대로는 내가 안 되어서. 하지만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알겠다고, 좋다고, 괜찮다고.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괜찮았던 시간이 참 짧았다는 것밖에는. 그 시간이 짧을 거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면 웃으려나... 어쩌면, 그래서 더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던 듯하다. 그 시간이 아쉽지 않아서, 아니까 그 마음 최선을 다했던 듯해서, 딱 자른 마음은 아니었어도 준비는 잘한 듯해서. 그래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괜찮아져서...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이별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 당신의 연애를...
어제, 차로 이동할 거리를 일부러 걸었다. 평소 걸음보다 조금 더 느리게... 다행스럽게도 걸을만한 시간 여유가 있었고, 목적지까지 40분 정도 걸린 듯했다. 햇살은 얼굴을 따갑게 했고, 미처 다 피지도 못한 벚꽃 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비처럼 내렸지만, 걷는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람이 없는 거리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떠오르는 사람, 그리워하는 사람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나간 시간 속의 누군가가 기억나지 않아도, 그립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당신의 반전... 독거미에 물렸다는 말에 ‘독거미를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나?’ 하는 의문을 품었다가 바로 다음 말에서 혼란이 왔어요. 타란텔라? 오른손을 높이 들고 왼발을 높이 차고 힘껏 흔들어? 정말요? 푸하하하. 한참을 웃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진지해졌어요. ‘그 독은 정말 타란텔라만이 유일한 치료법인가요?’ 라고 묻고 싶었어요. 더불어, ‘당신이 췄다는 타란텔라를 알려주세요.’ 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한 장을 더 넘기니 당신은, 당신이 췄다는 타란텔라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당신, 이미 알고 있었죠? 그 춤을 누군가가 물어볼 것이라는 걸...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먼저 말한 거, 아닌가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사실일 것을 알지만, 기억한다고 해도 말해주지 않으려고 했던 거 아닐까요? 내 마음대로 생각했어요. 그 타란텔라는 오직 한 번만 출 수 있는 춤이라고. 혹시 다음에, 또 그 타란텔라를 춰야 한다면 다른 동작의 타란텔라가 될 거라고. 그러니, 당신의 타란텔라와 다른 이의 타란텔라가 다를 수밖에. 그러니, 알려줄 수 없는 건 당연하고. 그러니, 당신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도 사실일 테고.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아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말... 고맙습니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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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저자 테오 | 예담 | 2014.04.03 | 페이지 245 | ISBN 9788959137848
읽으면서 든 느낌은 '와.. 이런 작가님이 있었단말이야?!' 이 나이에 연애 이야기는 그저 알거 다 알고 통속적일거라 생각되어 흥미가 떨어질줄 알았는데 말 하나하나가 참 예쁘고 아련한 느낌이 들게해서 가슴이 짠~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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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일의 반복인 연애. 연애하는 마음으로 사는 결혼생활도 있을테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 치열하게 뜨거웠던 연애시절은 결국 끝이 나는것 같아요. 연애와 이별 그리고 그리움의 추억... 시간이 지나면 그 추억마저도 가물거리지만 사랑에 빠져들었던 그 당시만큼은 솟구쳐오른 열정으로 가득찬 시기였을겁니다.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은 그저 주거나 받는 방식의 사랑이 아닌, 서로를 조각 혹은 조성해 주는 방식의 사랑 이야기예요. 서른 일곱 살의 남자와 스물여섯 살의 여자. 처음부터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었대요. 900일이 지나고 헤어졌고, 구원과도 같았던 180일의 새로운 연애 선물은 이별이 취소되는 건 아니었지만 슬픈 이별을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이별로 기어이 바꿔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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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새롭게 반하고 날마다 사랑에 빠졌다는, 아름답게 사랑한 그들을 보며 사랑하는데도 헤어져야 한 현실은 참 안타까웠어요. 확정된 이별을 알고서 하는 사랑이라니.......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사랑에 빠진 감정은 그것조차도 감당하게 되나봅니다. 그 슬픈 이별로부터 서로를 지켜 더는 다치지 않도록 보내주는 사랑을 보며 가슴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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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나서 힘들어 한 남자에게 선물과도 같은 180일이라는 연애를 더 준 여자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네요. 연애는 연장되었지만 이별은 여전히 확정된 것이었으니깐요. 하지만 그 순간 중요한 것은 그 소중한 시간을 후회 없이 다시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시간 180일.......
사랑하니까 보내는 사랑을 한 남자, 이별이 사랑의 완성이 된 그들의 이야기. 그립고 쓸쓸했지만, 아프지 않았고 외롭지 않았고...... 사랑과 이별이 지나간 그 자리엔 고마움이 남아있게 되었다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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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담담하면서도 낭만적인 글을 읽다가 에필로그의 이별 그 후 파트 글에서는 제대로 빵 터졌어요. 허당기질이 다분히 보여 어찌나 키득거리며 웃어댔는지. 그런데 아.... 이 사람 낚을 줄 아는 사람이로세~ 그 웃음 뒤에 이어지는 그의 한 마디는 가슴을 울립니다. "안심해도 좋아요. 그대 없이도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은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 이별을 한 이들, 추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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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 이록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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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그들. 그녀를 보지 못해 죽을 것 같은 그는 그녀에게 '살려줘요.'란 전화를 걸고, 그 말에 바로 달려와준 그녀는 그에게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도록 180일 동안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더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여기서 이미 승자는 그녀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이 패자. 그래도 작가는 그 선물같은 180일 덕분에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줄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테오와 그녀의 사랑은 내가 봤을 땐 이루기에 아주 큰 장벽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여튼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별에 합의를 한다. 단지 그 시기를 늦출 뿐, 어느 한 쪽도 더 연장하자거나 헤어질 수 없다거나 그렇게 떼를 쓰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이미 사랑에 있어서 어른이 되어버린 모습인 것 같아 왠지 조금 쓸쓸해졌다. 어린아이처럼 울며 불며 떼쓰며, 죽어도 헤어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서로의 평온을 깨어버린다는 것을 이미 다 알아버린 어른의 모습. 그러나 차라리 그러면 어느 한쪽이 질려서 쉽게 헤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 그런데 이 책은 아예 나오지도 못했겠지. ㅎㅎ
이별을 연습한다고 덜 아파질까. 만나는 동안 서로에게 일부러 지루한 모습만 보이려 노력해서 별 것 아닌 존재가 되어버려 헤어지는 것이 차라리 덜 힘들텐데. 억지로 헤어진다는 것, 일부로 마음 먹는다는 것, 가슴과 이성이 불일치할 때는 얼마나 마음이 괴로운지.
그래도 그런 기억이 있어 다음에 더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은 완전히 소진해 버려야, 다음 번에 또 그만큼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적당히 어느 정도만 감정을 안전하게 내어 놓으면, 다음에도, 그 다음번에도... 그 사람은 언제나 딱 안전 거리만큼만의 사이를 유지하며, 한 번도 온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자신을 내맡길 수 없을 것이다.
헤어진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고마운 기억으로 그에게 남아 있는 그녀. 그런 빛나는 추억 하나쯤, 가끔씩 꺼내볼 수 있는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선물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도, 그녀도 행복한 사람이다.
따뜻한 봄날, 참 예쁘고 감성적인 책이다. 흐드러지는 벚꽃길과 잘 어울리는 연애 감성 충만한 책. 사진과 그의 독백. 이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을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그 시절, 그 사랑은 과거 그들의 서랍 안에 밀봉되어 영원하리. 사랑은 영원하다. 단지 사람에게 버려져 잊혀졌을 뿐. 그러다 또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가 불을 피우겠지. 이 책을 읽으며 이별의 슬픔을 떠올리며 슬퍼하며 공감하는 사랑보다는, '내 사랑만큼은 이렇게 나약하게 헤어질 일 없을 거야!'라며 때론 오만해 보일 그런 사랑을 해 나갈 사람들이 더 많기를 바란다. 사랑은 언제나 현재,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거니까. 과거가 되면 그리움으로, 미래가 되면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를 감정이니까. 평생 사랑하며 살 수만은 없는 것일까. 이제 이런 사랑과는 무관해진 나임에도, 따뜻한 봄이 되면 슬며시 이런 책을 꺼내 읽어보게 된다. 내게도 떠올릴 지난 추억이 있을까 기대해 보면서.
세상 모든 연인들이 행복했으면! 지금 그 사랑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사랑은 언제나 현재, 그 찰나에 빛나며 존재하는 거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기적같은 일이니까.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사랑 후 헤어짐까지 보듬어 안자.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헤어짐도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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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요?" 서른 일곱 남자, 스물 여섯의 여자가 온라인 상으로만 알고 지내다 급만남을 갖게된다. 종종 인사를 나누거나 향 좋은 커피집을 알려주는 딱 그 정도의 간격이었던 두 사람이었다. 한정판 앨범을 갖고 싶다는 여자의 글을 발견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요?" "그래요.가요." 소박한 제안이었다고 하지만 대담한 제안이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알 수없는 끌림이었을까? 여자는 흥쾌히 응한다. 서로 만난적도 전화를 한 적도 없는 사이인데 함께 바다를 보러가다니! "이걸 주고 싶었어요. 오늘 우리, 그래서 만난 거예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는, 포장도 뜯지않은 한정판 앨범을 그녀의 품에 안겨준다. 아! 여자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자는 감동으로 남자의 목을 감싸안았고 이 남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시작도 범상치 않았던 이들은 사랑도 독특했다. 이미 이별이 분명한 사랑을 시작했다. 자신의 부족함이 여자의 부모님을 절대로 설득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더라도 여자는 부모님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남자는 분명히 알고있었다. 끝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 그 사랑은 암담하다. 딱 900일이 지나고 이 둘은 헤어지게된다. 남자는 이별에 초연할 수 없었고 여자에게 살려달라며 전화를 한다. 여자는 180일이라는 또 결말이 있는 연애를 시작하자 말한다. 이별이 취소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별을 평온하게 해준다며 슬픔이 되지 않게 해준다며. 남자는 평생 받아 본 최고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난 여자의 행동이 굉장히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책임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엔 수긍할 수 없다. 기존에 사귀던 남자와 제대로 헤어지지도 않고 남자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존에 사귀던 남자가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남자에게 말하기까지한다. 도대체 왜? 그들의 사랑의 끝이 이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작한 사랑엔 여자는 분명히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지 않았을까. 그래서 남자만큼 헤어진 이후 고통에 겨워 살려달라는 전화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왠지 아주 이기적인 사랑을 하고 있단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미국은 어때? 어떤 영화가 좋아? 남자는 대답한다. 미국의 문학이 어떻고 철학이 어떻고. 어릴 적 기억에 남는 영화가 어떻고 좋아하는 영화가 어떻다고. 하지만 여자가 한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미국여행에 대해 물은 것이였고 지금 어떤 영화를 보러갈까였다. 여자를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온 세상의 비결을 찾고 싶었다는 남자의 순애보는 더욱 짠하게만 느껴진다. "사랑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당신의 처음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시작도 안 한 사랑이니까 도무지 놓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신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만 당신을 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82page "서로에게 고정된 시선을 푸세요.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세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걸어가세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사랑." -101page "일단 내가 결혼을 하는 거야. 그리고 이혼을 하는 거지. 그다음 태오랑 결혼한다고 하면 집에서도 말리지 않을 거야. 어때. 나쁘지만 좋은 생각이지?" - 111page 결국 900일이 지나 이별을 했도 또한번 180일이 지나 이별을 했다. 남자는 죽을만큼 힘들었고 그 이후 살아남았다.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이런 몹쓸. 서울에서 타란튤라 거미에게 물렸고 119 구급대원을 부르고 타란텔라춤을 추며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고 씩씩하게 살아남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죽을 만큼 사랑했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 지금 뜨겁게 사랑이 진행중인 사람들이 읽어봐야할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을까?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는 것일까? 한때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랑이 이별 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지독한 고통으로 남아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아니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독하게 사랑해본 사람은 다시 충분히 사랑할 수 있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까짓껏 이름도 기억안나는 거라고. 오히려 오롯이 사랑을 주지 못한 쪽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지 않을까? 사랑.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사랑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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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섞고 서로의 내일을 묶어 꿈같은 동화 한 편 써내는 일. - p.66
테오. 내가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이라는 여행서를 통해서였다.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한 난 여행책을 막연히 좋아했다. 그러다가 만난 테오의 책의 느낌은 정말 좋았다. 파란 느낌이 가득했고, 감성적인 글이 적절히 조화되었다. 특히 막연히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어디를 제일 여행하고 싶나요?라고 물으면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이라고 정확히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좋았다. 이어서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라는 책을 만났는데 처음 만난 느낌 그대로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테오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기에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이 책은 그동안 만나온 테오의 여행서가 아니었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 여행서만 만나다가 저자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다니... 그 감성이 어디 가겠나... 싶었다. 이미 '사랑'이라는 것이 주제가 되어 버리면 감성은 기본 전제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연애, 이별, 선물, 안녕이란 네 가지 테마로 저자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만날 수 있다. 우연히 시작된 그녀와의 사랑,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에게 너무 소중한 그녀와의 연애... 사랑은 행복할 수만은 없다. 그녀에게는 남자의 이별을 결정했지만 합의하지 못한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와 헤어질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테오와 그녀 둘의 애틋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녀의 부모님이 테오를 반대한다는 것, 게다가 그녀는 부모님으로부터의 자기결정권이 없는,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부모 눈에 테오는 안정을 주는 남자가 아니었고 굴의 연애에 위기가 닥쳐 온다. 그녀의 부모님의 뜻을 위해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답답함에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제안... 결국 그녀의 평온을 위해 이별을 선택한다.
이별 후 죽을 것 같은 그에게 그녀는 제안 하나를 한다. 다시 연애를 하자는 것. 지금부터 6개월 동안 사랑하고 그동안 이별도 평온하게 일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말로 그녀가 주는 선물. 180일. 둘은 다시 이별을 전제로 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녀에게 받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 아프지만 이별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 이 책에 나온 그녀는 자신에 관한 책이 나온 것을 알까?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같은 시간 안에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온 글만큼 둘의 기억도 일치할까? 책의 내용을 보면 자신의 내용인 줄 뻔히 알 텐데,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후반 부에 그녀와의 대화 중에서 언젠간 테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쓸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전에 여행서에서 만난 테오의 좋았던 감성이 이 책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못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 지금 대놓고 감성적이게 적을 거야를 전제한 것 같다. 감성적인 책들을 만나다 보면 똑같이 끊임없이 감성적인 말들을 풀어놓아도 차이가 날 때가 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게 감성적인 책, 반대로 대놓고 감성적으로 쓴다는 것이 보여 조금 거부감이 일어나는 책. 이 책은 자연스러움 보다는 테오가 감성적이라는 것을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알기 때문에 그 감성을 한껏 드러내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은 아마 그녀와 테오가 나눴던 말투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살려 줘요. 내가 살려 줄게. 울어요, 괜찮아요 같은.. 이별을 한 후 살려줘라고 했음 현실적일 텐데 살려줘요라고 했다니 말하는 것도 감성적이네라는 정말? 이라는 생각.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땐 누구나 감성적이 되니까. 내 지난 날들을 생각해도 나 역시 감성적이었었지. 심지어 감성적이라는 작가가 사랑과 이별을 대할 때는 더 했을 거라는 이해를 해본다. 사진도 글도 이전의 느낌보다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다음에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과 같은 파란 느낌의 사진과 글이 가득한 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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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나는 이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거나, 너를 위해 떠난다거나... 어떤 이별의 변명이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테오의 사랑은 처음부터 질투 날 정도로 아름답기만 하다. 적당히 편안하고 덤덤한 문체와 이쁜 사진들 테오의 글 하나하나가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도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님의 반대... 힘들어하는 테오에게 그녀가 180일의 선물을 준다. 180일 동안 더 많이 사랑하기로 그동안 이별도 평온하게 일상이 되기를 이별이 슬픔이 되지 않도록.. 테오는 180일을 구원이라고 표현했다.
180일 동안 그들을 전보다 더 아름답게 사랑했고, 그들은 성숙하게 이별을 맞이했다.
나는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 또 이별을 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였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배려라는 마음이 싹텄고, 무엇이든 그 사람위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이런 이별의 순간이 왔다면, 그녀처럼 그를 위한 선물을 해줄 수 있었을까 아름다운 이별을 선물해줄 수 있었을까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더 많이 공감가는 책이였다.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많은 감동을 느꼈다. 테오의 문체는 사람을 홀릴만큼 매력이 있다. 이 작가가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하면서 이쁜 글들을 선물해주면 좋겠다.
지나간 사랑은 결국 잊히겠지만 당신으로 인해 조성된 나의 성정은 더욱 건강하게 두근거릴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이번 이별은 나를 헤치지 못합니다. -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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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사랑이란걸 느끼는 것이 조금 어려운가 봅니다. 잃어버렸을 때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순간 사랑이 전부인것처럼 살아간다면, 지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 단순한 이 원리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해주게 됩니다. 짧은 시의 형식으로 때로는 산문의 형식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과연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본적이 있던가, 불같은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것도 사랑이고 온돌같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도 사랑이다 그런데 나의 사랑은 언제나 온돌같이 서서히 올라왔다 그래서 그 사랑이 너무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준 이 사랑을 다시 돌려받지 못할까봐.. 상처받을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랑을 주는 것도 때로는 그 사랑을 받는 것도 너무나 서툴렀는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요. 라는 이름으로 중간에 그만둔 사랑이 몇번이던가, 그러면서도 나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다독였던 적이 몇번이던가,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것도 서투른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마 이 전에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를 이겨내고 이제는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을 해보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나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이 사람과 180일,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이 사람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지는 시간 너무나 소중한 시간 우리는 때때로 이 감정을 다시금 느끼는 것이 필요하겠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사랑이 전부인것처럼 살고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