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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모르는 어느 ‘꼰대’의 독백 - 『BTS, 인문학 향연』 (박경장 지음, 도서출판 삼인) 서평
‘<박제가 되어 가는 꼰대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지 않소, 음악을 들어도 유쾌하지 않소, 다만 책 읽을 때까지만 아주 조금 유쾌하오!’
하, 그런데 내가 살며 어떤 책의 ‘머리말’을 읽으며 설레어 보긴 처음이오. 사실 설렜다기보다는 쪽팔렸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거요. 나를 쪽팔리게 한 그 책의 머리말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소.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문화 한류의 바람 속에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K-Pop이 선봉장 역할을 한다. 그 안에 BTS가 있다. 지난 10년 간 BTS가 보여준 세계 음악 시장에서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과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의 현상으로 BTS를 받아들인다. 문제는 BTS의 조국인 한국 사회 기성세대들은 이런 현상에 냉담하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한번 음악을 들어보거나 뮤비를 찾아 시청하거나 노래방 등에서 따라부르지도 않는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이 그토록 극찬하는 비틀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할 게 없는 우리의 젊은 뮤지션들인데. - 『BTS, 인문학 향연』 ‘머리말’ 요약
거듭 밝히지만, 나는 꼰대요. 꼰대라서 젊은이들이 즐기는 음악과 뮤비는 모르오. 또한 가요 듣기를 접은 지 어언 30년이 돼가오. 나, 꼰대가 유일하게 가본 가요 콘서트라고는 딱 2번밖에 없소. 1995년 가을에 한 번, 몇 개월 후 그다음 해 1996년 초, 겨울에 한 번. 앞에 건 김광석 대학로 소극장 라이브 콘서트였고 뒤에 건 연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김광석 추모 콘서트였소. 이런 내가 『BTS, 인문학 향연』을 정독한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오직 ‘머리말’ 때문이오. 나, 위의 ‘머리말’을 읽다가 이런 환청을 들은 듯하오, 따귀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으로. “어이, 늙어가는 꼰대여! 세계가 열광하는 우리 젊은 뮤지션들에 대해 관심 좀 가져 보시게.”
저자의 이력을 보니 서강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구려. 전국 대학 중에서 공부 많이 시기키로 유명하여 <서강고등학교>라고 불리는 바로 그곳. 석사 학위는 헨리 제임스이로, 박사는 제임스 조이스로 학위를 받았소. 헨리 제임스는 내게는 ‘듣보잡’이고 아일랜드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는 대학 때 유명하다고 하여 읽다가 던져버렸던 기억이 나오, 너무 난해하여. 아마 그 책 제목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을 거요. 이상했소,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서강고등학교>에서 그 난해한 제임스 조이스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아 ‘고루할 것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60대 노학자가 BTS 음악에 동화되었다는 게. ‘세대 차이’할 때 ‘세대’는 30년을 말하는 것 아니오. BTS 음악의 팬층 연령대가 10대 후반에서 20대라는 걸로 볼 때 세대 차이 그 이상을 거스르며 음악을 듣고 있는 노학자인 저자 박경장을 상상하오. 젠장, 이게 가능하다고?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나는 1960년대에 내 집 근처 남산자락을 노래한 가수 ‘배 호’를 떠올리오. 울 엄마가 최애하던 가수여서.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등의 노래를 좋아하던 울 엄마가 꼭 30년 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난 알아요>를 듣고 입덕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보오. 네버, 라고 결론 지었오. 그런데 저자 박경장에겐 이게 가능하다니!
나는 이 책을 크게 두 방향으로 분류하여 읽었소. BTS에 대한 총론 에세이와 <BTS 각론, 음악사전>으로. 총론이며 에세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1장, 7장 11장이고 그 나머지는 <BTS 각론, 음악사전>으로 일종의 BTS 음악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보았소. 총론 에세이 부분은 참 감동적이오. 1장은 BTS 출현 과정과 그 의미를 소개한 후 본론(<BTS 각론, 음악사전>)에 대해 글의 서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소.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꿈꾸고 방황하며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면서 느꼈을 환희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있는 듯하오. 그러다가 7장에 가서 BTS 팬들(아미, Army 또는 A. R. M. Y.)의 역할과 의미를 길게 밝히고 있소. 역시 감동적이오. 특히, 글로벌 <선한 아미>에서는 내 눈을 의심하였소. 이게 사실이라고, 하며. 광란의 팬, 훌리건이 아니라 팬 앞에 오는 ‘선한’이라는 의미가 가능하다고, 하며. 노학자의 ‘미화’(美化)가 아닐까, 의심까지 드는 대목이오. 하, 그런데 <BTS 각론, 음악사전>은 ‘대략난감’이오. 이 많은 음악을 어떻게 다 들어보지, 하며 한숨 지었소. 일단 <학교 3부작> 싱글앨범을 들어보았소.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들렸소. 불협화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소. 다음 날 다시 들어보니 비트가 먼저 귀에 들어옵디다. 아주 조금이지만 가슴을 뛰게 합니다. 또 다음 날 들어보니 가사가 중간 중간 들리기 시작했소. 그 가사 속에는 내 젊은 30년 전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 듯도 했소. 이렇게 <BTS 각론, 음악사전>은 현재 진행형으로 활용하고 있소. BTS를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 <BTS 각론, 음악사전>은 만화책보다 더 쉽게 읽힐 거요. 하지만 나처럼 BTS를 모르는 꼰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BTS 각론, 음악사전>으로 활용하며 음악을 들어나가야 할 듯하오. 너무 거대한 산이오. 이 산을 쌓아 올린 저자 박경장은 정말 고된 작업을 한 듯하오. 4년 간 BTS 음악을 모두 들으며 집필하였을 테니. 이 책이 내 눈에 거슬리는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었소. 소위 ‘국뽕’이라고 젊은이들이 일컷는, 자문화 우월주의의 냄새가 짙게 풍겼으니까. 한류와 BTS 칭찬을 넘어 예찬하는 대목이 그랬소. 학자라면 이래서는 안 되는 데 하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이해되었소. 저자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연구한 <음악학자> 내지는 <대중음악 평론가>가 아니니까. <영문학자>이며 <문학평론가>가 아닌가, 생각하며 내가 너무 많은 걸 저자에게 바라며 책을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소. 게다가 제1장 제1절의 제목이 ‘입덕’이오. 자신이 코로나19 기간에 글로벌 한류 현상에 관심을 갖다가 BTS에 입문한 ‘덕후’라고 분명히 밝히면서 글이 시작되고 있소. 팬의 입장에서라면 이런 서술방식도 좋다고 생각하오. 음악은 이성적 분석보다는 감성적 동화가 우선할 테니. 하지만 이러한 걸로 미루어 이 책의 제목은 너무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오. 『BTS, 인문학 향연』이라! 물론 이 책에서 인문학의 문(文), 사(史), 철(哲)이 조명되지 않는 건 아니오. 제임스 조이스, 함석헌, 김지하의 세계관을 통해 BTS의 예술 세계를 규명하려고 하는 게 읽히니까. 하지만 정밀한 논증보다는 팬심에서 접근한 수필의 성격이 강하다고 읽었소. 나는 이 책을 통해 큰 욕심 없소. BTS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음악 중 한두 곡 가끔 즐기면서 들을 수 있다면 만족하오. 그게 <학교 3부작>이 될지, <화양연화>가 될지, 아니면 저자가 가장 BTS답지 않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BTS에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게 해준 ‘다이너마이트’ 외 두 곡이 될지 지금은 모르겠소. 아니 좀더 욕심을 버리고 비틀즈와 레드제플린, 엘튼 존을 한때 좋아했던 꼰대인 내가 내 조국의 젊은 뮤지션들이 누구인가를 ‘총론 에세이’를 통해 안 것만으로도 일단 대만족이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읽으며 음악을 찾아 들어야 하는 <BTS 각론, 음악사전>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여기오.
‘지금 나의 내면에서 이명처럼 어떤 소리가 들리는 듯하오. 날자. 날자. 날자꾸나. 언젠가는 한번 날아보자꾸나, 깊고 넓은 BTS의 음악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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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진지하고도 깊이있게 접근하는 리뷰집이다. 대중음악 따위에 뭐 이렇게 진지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90년대에는 이보다 더한 글들이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진지함은 쿨하지 않다는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이런 글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어찌 보면, 그래서 더 반가운지 모르겠다. 다만, BTS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그들의 앨범에 실린 곡들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들의 음악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은 아쉽다. 그렇다고 내용이 질이 떨어지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BTS의 팬이 아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BTS로 스며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