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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보어의 원자로부터 시작되던 수업 어디쯤에선가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걸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자의 위치와 에너지를 한꺼번에 측정할 수 없다는 정도로 설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자라는 놈이 워낙 빨라서 확률적으로만 추정이 가능할 뿐이다로 암기를 했겠지요. 대학교 1학년 화학 중간고사에 슈뢰딩거 방정식을 설명하는 문제가 나왔었습니다. 제 관심이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구하는 과정과 의미까지 이해하고 암기를 할 수 있어서 답을 아주 정확하게 적어 냈었습니다. 이 책은 순전히 그런 제 기억에 남은 슈뢰딩거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절반, 어딘가에서 본 추천의 글에서 절반의 영향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들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의 주장에 어설픈 구석이 있는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리학과 생물학을 오가며 생명현상에 대해, 운동법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만, 솔직히 절반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책의 부록으로, 1971년 생물학사학회지에 실린 로버트 올비의 '슈뢰딩거의 문제점'이라는 논문이 더 유용하고 이해가 쉬운 것 같습니다. 로버트 올비는 철학을 전공했네요. 아무튼 그의 주장처럼 슈뢰딩거는 물리학에서 물질들 혹은 그들 간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법칙을 찾아내듯, 생물학 즉 생명의 현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칙을 설명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에까지 가 닿습니다. 결국,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학에서 쪼개고 쪼개면 결국 유전자가 생명의 기본을 이루게 되고, 그 유전자들을 역으로 구성하면 생명체가 만들어진다는 환원주의 주장처럼, 모든 물질의 기본이 되는 원자의 움직임에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을 찾아낸다면 그 역으로 원자들을 쌓아서 원하는 생명체 혹은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인 것으로 이해를 해 봅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그 법칙을 찾아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여기 저기서 내비칩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법칙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씩 발견이 된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현상이 그 모든 법칙들의 합으로 설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입니다. 또한, 그런 식의 사고에 대해서 우려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나 생명은 어떤 전우주적 법칙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어야 할 뿐더러, 이 우주 자체가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서 생성, 발전, 소멸되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기술이 혹은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미래를 진보로 이끌 것이라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의 근거에 슈뢰딩거의 이런 주장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듭니다. 최근에 뉴스에서 본, 과학기술이 평화에 쓰이는지 전쟁에 쓰이는지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다라는 어느 노벨상 수상자의 발언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지구 전체를 멸망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는 불안한 전망도 유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