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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이름만으로도 구입하는데 고민이 없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대개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남긴 작가들이고 마르케스 역시 마찬가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어찌나 힘들던지 참고서 보는 것 마냥 읽다가 앞 부분을 몇 번이나 뒤적였는지 모르지만 그게 마르케스의 매력이었다. 일단 그 정도의 수고를 자연스럽게 들이게 한다는 것 자체가 몰입갑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다는 방증. <8월에 만나요> 이 책은 <백년...> 과 비교할 만한 그런 건 아니지만 마르케스 입문서로 접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품절로 알고 있지만 <꿈을 빌려 드립니다>와 함께 읽으면 마르케스 팬으로 퐁 빠지는 건 시간 문제일 듯. 여하튼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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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꽤나 근사하게 마련되어 있다. 해마다 8월에, 단 하루 동안, 내가 나를 찾아낸다는 설정.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다 자랐고 이제서야 자신의 내면을 조심스럽고도 당당하게 마주하는 여성 화자. 만나려는 대상이 낯선 남자인지 낯선 자신의 모습인지 이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듯하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고 소설. 작가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두 아들이 출간했다고 한다. 콜롬비아라는 장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게 영 없는 만큼 이 소설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앞서 읽은 이 작가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내 쪽에서 거리를 둔 탓이 크겠다. 여성 화자에 대한 공감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게 꼭 그런 방식으로 자신과 만나야 하나 싶은, 작가가 남자라 이렇게 상상하나 묻게 되는, 죽기 전까지 궁금하게 여기면서 다루고 싶어지는 바가 이런 것일까 싶은... 책의 크기는 작은 편이고 분량도 많지 않다. 읽기 시작하면 한 자리에서 읽을 만하다. 나는 끊어서 읽었다. 연달아 읽기에는 마음이 상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화자처럼 이런 환상을 품고 살 것이고, 또 이런 환상을 현실로 맞아 기뻐하기도 할 것이며, 소설로 현실로 삶을 넘나들면서 자유를 추구한다고 여기기도 하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다 보니 동경하는 바가 없는 탓이다. 여자에게 남자, 남자에게 여자가 생의 주요 탐구 대상이기는 할 테지만. 딱 하나, 일 년에 한번, 내가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하는 일. 이 일만큼은 따라 해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날 무엇을 할 것인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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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평범한 연애소설쯤으로 보였고, 작가가 마르케스가 아니라면 읽지 않을 제목이었다. 책을 딱히 가려가면 읽지 않지만, 연애소설은 왠지, 음, 썩 끌리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마르케스의 유작이고, 작고한지 10년 만에 빛을 본 작품이라 기쁨 마음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 아나 막달레나 바흐는 가정을 둔 중년 여인이다. 8월 16일, 그녀는 매년 어머니가 묻힌 섬을 홀로 찾는다.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벗어나 섬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그녀를 대담하게 만든다. 그곳에서 매번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맺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잠시, 내가 이래도 되나? 생각하지만, 결국은 자기합리화에 불륜을 저지른다. 어떤 우연으로, 어떤 새로운 남자를 만나, 어떤 밤을 보낼지 내심 기대한다. 단 하루지만, 일탈에서 오는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곤 마지막으로 섬에 찾아 어머니 유골을 수습해 집으로 돌아온다. "두 시간 후 아나 막달레나는 자신의 과거에 마지막 동정의 눈길을 보냈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 미지의 남자들과 그녀 자신이 남겼고 섬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불확실한 시간에게 작별을 고했다." 자, 믿기 힘들겠지만, 소설의 내용은 여기서 끝이다. 내가 느끼기엔 그냥 삼류 연애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작품이었다. 자, 이데 제목 <8월에 만나요>는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어머니일까, 아니면 미지의 남자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