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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연일 꽃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면 봄은 봄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보니 아파트 화단에도 산수유꽃이 새초롬하니 피었다. 계절의 변화에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산수유꽃의 개화는 늘 놓치고 만다.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슬쩍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워지기 때문이다. 대지가 꿈틀대는 이맘때면 나는 '아, 소설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설레곤 한다. 봄이 우리에게 급격히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문학계의 봄'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발간한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이 봄에 맞춤처럼 찾아온 소설집이다. 신춘문예 등단작가 5인의 단편소설과 에세이가 각각 한 편씩 실린 이 책은 신예작가의 시선이라는 점도, 소설과 에세이가 동시에 실렸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선하다. 마치 이제 막 피어나는 봄처럼 말이다. 먼저 책에 실린 단편소설을 살펴보면 평범한 인간들 속에 소수자로 살고 있는 늑대인간을 그린 '솔리터리 크리처', 사라진 가족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정원사', 한 사람의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권능',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인 기우와 이혼 소송 중인 탁구 강사 호정을 통해 우리가 맺고 있는 허망한 관계를 바라보게 되는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가까운 사이로 존재하지만 두 사람의 속마음은 두려울 정도로 서로 다른 '이주'가 김혜빈, 김사사, 공형진, 하가람, 신보라 작가가 쓴 단편소설이고 뒤에는 이들 각자의 에세이가 한 편씩 실려 있다. "호정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담장 아래 떨어진 살구를 줍는 탐정의 얼굴을.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열매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모습을. 전날 짓무른 과육에서 느껴지던 미끄덩한 식감과 신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을 먹으면 배탈이 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그것을 놓아야 한다는 것, 바닥에 떨어뜨리고 짓밟아야 한다는 것까지도. 그러면서도 혀 아래로는 침이 고인다." (p.129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중에서) "우리의 약속이 세 가지로 늘었다. 나는 하늘을 보며 이주와 함께 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주는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니까 우울한 거야, 내려다볼 줄도 알아야지, 하며 중얼거렸다." (p.158 '이주' 중에서) 각각의 소설은 우리가 알던 틀에서 조금씩 어긋나 삐걱거린다. 새로운 근육을 썼을 때의 어색함처럼 혀에 착착 감기는 익숙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소설의 소재도, 글을 완성해 가는 방식도 기분 좋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파릇파릇 새순이 돋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처럼 책을 읽는 것이 즐겁고 설렌다. 이들도 언젠가 자신의 문체와 구성 방식에 익숙해져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글이 원숙해질지언정 늘 신인의 자세로 새로움을 추구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과 싸우는 일인데. 나는 자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가 어쩌면, 아무것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다가 내가 쓰고 있는 글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과 아무것이든 상관없다의 반복. 그렇기에 아무것도 없음과 싸우는 일은 아무것이든 상관없음과 싸우는 일과 다를 바가 없지만, 확언할 수 있는 것은 글을 쓰는 일이란 어쨌든 싸우는 일. 승패는 나의 몫이 아니다. 결국에는 '도'와 '든'의 반복." (p.188~p.189 '신보라의 ''도'와 '든'으로 살기' 중에서) 책에서 선보인 다섯 편의 소설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허상과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시도하고, 상처를 입고, 회복기를 거쳐 다시 또 도전하기에 이른다. 삶이란 관계와 관계 맺기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까닭에. 끊임없이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우리는 끝없이 관계를 맺고, 상처를 입고 헤어지며, 다시 또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모두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부러워하는 평범한 소시민인 까닭에. |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두 번째 원고/ 사계절사계절 출판사의 두 번째 원고 시리즈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만났다. 2023년에 등단한 새로운 작가 5명을 만났다. 세로로 살짝 긴 직사각형의, 얇은 두께의 책 속에 세상을 향해 떠들고 싶은 게 많은 소설가들의 틈새를 비추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한 권으로 각양각색 인물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 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다섯 소설가가 포착한 사회 속 낙차, 그 사이에 머무르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발산하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작가가 선보이는 인물에 집중하고 좇아가면서 그를 공감하고자 애쓰게 된다. 자연스레 읽으면서 앞으로 가 제목과 작가 이름을 다시 보고 와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 ![]() '늑대 인간'을 소재로 하여 타인과의 쌍방 소통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솔리터리 크리처 * 김혜빈] 작품으로 문을 열었다. 기억 속 '현아' 대신 '명우'로 다시 나타난 이십여 년 전 친구. 그와 만남을 가지면서 주변과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서서히 그리고 있다. 혼자가 될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늑대 인간 명우를 곁에서 지켜본 덕분에 '나'는 변화를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진실을 대면할 힘도 필요하잖아요?" 흥미로웠다. 외로워서 늑대 인간이 된 이들이 동족과 소통하고자 여행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그들이 짖는 하울링이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려 서로에게 닿기를, 그리고 힘차게 내달려 만나기를 고대하였다. ![]() call : 안 은밀한 대화 떠나버린 이의 뒷모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 [정원사 * 김사사]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등장인물 영이, 해조, 승수 모두 '가족이 떠났다'라는 상실을 안고 있다. 동생이, 언니가, 남편이 떠난 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엮어 가족 비슷한 느낌으로 연대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독특하고, 서로를 대하는 거리나 마음가짐이 느슨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딱! 적당했다. 그래서 그들을 지켜보는 내내 편안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둘러싼 환경이 마냥 밝지 않건만, 그 공기가 건조하지 않아 작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담담하게 아픔을 그려내 적당한 정도를 유지하는 김사사 작가의 완급 조절에 반했다. ![]() ![]() [권능 * 공현진]은 헤아리기 힘든 소설이었다. 초희 이모와 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장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은 '엄마'였다. 그토록 친절하고 신실하다는 신자가 보여주는 공감력과 배려는 작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희 이모의 지나친 집착과 날카로운 말과 행동은 감정이 무겁게 실려있어 공감하기는 힘들어도 그 사람의 상처 입은 속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싫다, 밉다, 나쁘다, 미쳤다 등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엄마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사이에 낀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독자로서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 표제작인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하가람]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했다. 이혼 소송 중인 호정과 추리소설가 지망생 기우는 탁구장에서 알게 되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기우는 탁구를 하고 싶어 탁구장에 갔지만, 기본기를 배우다 지쳐 그만두었다. 남들과 랠리를 주고받기를 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진짜인데요. 진짜 탁구요." 기우는 무능한 탐정들이 나오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소설을 쓴다. 호정은 제도가 보장해 주는 관계의 평온함 혹은 평온함이라 믿었던 것들을 결혼 생활이라 생각했다. 기우가 바라는 진짜 탁구와 호정이 바라는 관계가 결국에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주고받는 랠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려나. 아무려나. 호정과 기우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으니 지금은 외롭지 않으리라. ![]() [이주 * 신보라]는 어려웠다. 이토록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거나 결합되었다 분리된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주와 나는 한 사람 같다. 그만큼 가깝고 잘 아는 것 같다. 또 극진히 챙기고 사랑한다. 하지만 부정하고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창피해하고 불쌍하게 여긴다. 양가감정을 느끼는 관계, 떨어지기 힘든 관계 같다. 함께 있으면서 한 사람은 허기를 느끼고 있고, 다른 사람은 계속 먹고 있는 광경은 지독히도 이질적이다. 그들의 연대를, 공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려웠다. ![]() 외로움에 대한 여러 글을 읽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한 공간에서 아니면 자기 공간에서 편한 자세로 원하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족들이 보였다.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소소한 일상이 빛나는 시간으로 마음에 채워진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외로우니까." 이 말의 무게에 눌렸던 가슴이 새살이 차오르듯 봉긋 솟아오른다. 혼자가 아닌 우리로 존재하는 지금을 감사하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지의무능한탐정들 #두번째원고 #김혜빈 #김사사 #공현진 #하가람 #신보라 #사계절 #외로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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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혜빈 작가의 ‘솔리터리 크리처’를 살펴보자. 사전에서 크리처는 생명이 있는 존재를 뜻하는데 영화나 게임에서는 괴물을 일컫는다. ‘솔리터리 크리처’의 뜻이 궁금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도 특별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솔리터리 크리처’를 외로운 늑대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날 어릴 적 친구 현아에게서 메일을 받은 ‘나’. 기억 속 현아는 예쁘장한 외모에 깡마른 소녀였는데 이십여 년 만에 만난 그녀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이름을 명우로 바꾼 것은 그렇다 쳐도 한참 더워지는 봄날인데도 검은 옷으로 온몸을 칭칭 감은 데다 손에는 장갑까지 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명우는 자신이 늑대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명우가 ‘나’에게 늑대 인간임을 털어놓은 것은 하나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수북한 털, 뾰족한 덧니를 가졌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녀를 현아로 불러야 할지 명우로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나’는 다름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모습 같았다.
소수를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은 안타까움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따갑다. ‘나’가 명우의 실체를 확인할 때처럼, 명우가 자신과 같은 존재를 찾아 나서는 것처럼 사람들은 서로에게 좀 더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김사사 작가의 ‘정원사’는 영이, 승수, 해조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자전거를 타는 영이, 에어로빅 강사 승수, 녹즙 배달원 해조는 떠나간 가족을 마음에 품고 있다. 얼핏 이상한 조합의 이들은 승수의 너른 마당에서 계절을 보내며 서로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뭇 담담하다. 그렇게 그들은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수록작은 공현진 작가의 ‘권능’이다. 이 작품은 솔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모와 ‘나’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모는 솔의 명이 짧다는 무당의 말을 맹신하며 하나님께 솔의 안위를 부탁하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었다. 이해 못 할 이모의 간섭과 무례한 말들은 가장 가까운 관계 가족을 둘러싼 이중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표제작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추리소설 지망생 기우와 이혼한 효정의 이야기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제목처럼 다소 엉뚱하지만 글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하지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로 끝이 날 때 뭔가 통쾌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 이야기 ‘이주’는 신보라 작가의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주와 그 곁을 지키는 ‘나’ 처음엔 ‘나’라는 인물이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조금은 독특하다 싶은데 특히 이주와 ‘나’는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기이하다. 남자와 헤어질 때마다 살이 찌는 이주, 이주의 그림을 팔아서 돈을 버는 ‘나’ 서로를 믿지 않는 그들이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섯 편의 작품을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저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마다 개성 있게 표현했다고 느꼈다. 제목이 좋았던 작품도 있었고,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곱씹으며 읽었던 작품도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작가들의 에세이가 독자를 기다린다. 작가로서의 고민과 애정을 담뿍 담은 다섯 편의 에세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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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등단 작가들의 단편집 등단 작가의 두 번째 원고라는 기획이 참신하게 느껴진다. <솔리터리 크리처> 고독과 외로움을 늑대인간이라는 요소로 잘 재미있게 풀어낸 것 같다. 나는 타인과의 쌍방 소통이라는 게 정말 가능한지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권능>이었다. 섬뜩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이해가 가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나와 이모가 지독하게 얽힌 건, 엄마의 무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잔인한 건 나에게 집착하는 이모가 아니라 적극적인 방조를 한 '착하디 착한' 엄마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표제작인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매번 추리에 실패하는 탐정, 끝을 맺지 못하는 이야기에서 글을 쓰는 사람의 고뇌가 엿보였다. 우리는 매번 타인의 감정을 읽으려 하고, 비언어적인 태도에서 어떤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이유가 있거나 비장한 속임수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타인에게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고, 답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 탐정은 매번 추리에 실패한다. 끝이 없는 미완의 이야기에서 사건을 해결할 단서 같은 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무능한 탐정은 언제나 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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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단한 다섯 작가의 단편소설과 짧은 에세이를 엮은 책입니다. -등장인물이 모두 독특해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들입니다. 온몸에 털이 난 명우, 누워서 하늘자전거만 타는 영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쓰는 기우. -<솔리터리 크리처>의 ’나‘는 명우가 늑대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고작 “늑대인간이라고 해도 캐물을 순 없죠. 프라이버시잖아요.”라는 대답을 합니다. 이 아무렇지 않은 태도가 저에게도 옮겨와 저도 비슷한 태도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편 <이주>를 읽을 때는 이주의 이상한 점이 꽤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명우처럼 온몸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다른 이의 이상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순간, 나 또한 남들과 다른 점을 드러낼 수 없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인정하는 것, 나 또한 누군가에겐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 조금은 편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 ??????????????????? -나는 타인과의 쌍방 소통이라는 게 정말 가능한지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한쪽은 참고, 한쪽은 에너지를 발산하면 소통의 총량이 항상 참는 쪽의 배려로 맞춰지는 건 아닌지. (p26) -그의 소설에 나오는 탐정들은 모두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사건 현장 안에서, 범인이 남긴 거짓말과 트릭 사이를 헤매었고 이야기는 매번 돌연히 중단되었다. ‘무능한 탐정들.‘ 심사위원들은 한마디로 기우의 인물들을 정의했다. (p112) -위로나 연대감과는 다른,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가 거닐고 있다는 어떤 안전한 마음을. (p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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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다운 사람이란 무엇인가? 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5명의 등단 작가(#김혜빈 #김사사 #공현진 #하가람 #신보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 꺼내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정반대의 사람과 동물들이 등장하며 (심지어 늑대도 등장)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상상의 이야기들이 적절히 버물어지며 다양한 반찬이 놓여 있는 따뜻한 쌀밥을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고팠는지도 모릅니다. 쌀쌀하기만한 3월이었으니까요. 따뜻한 봄은 언제 우리에게 찾아오는가. 언제까지 혼자 하나요? 이게 아닌데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진짜인데요. 진짜 탁구요 -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중에서 - 인상적이었던 단편 소설은 단연 [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이었습니다.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살구를, 그 살구가 어떻게 되었나?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면서 소설을 상상하게 하는 묘미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하지는 일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에 모르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탐정처럼 두 사람이 움직이지만 어떠한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무능함 그 자체. 그렇게 다시 살구 나무의 살구 이야기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짧은 탐정 놀이를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섬뜩했던 단편은 [ 권능 ] 과 [ 이주 ] 였습니다. 딸을 잃은 이모가 나에게 대하는 태도는 섬뜩 그 자체입니다. 딸이 죽은 이유가 마치 나의 잘못이니까 너는 그 벌을 받아야 해, 라는 느낌으로 이모는 옆에서 계속 악담을 퍼부어댑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지긋지긋한 친척 관계처럼 여겨지는 소설 속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들더군요. 나의 엄마는 왜 이런 일들에 그냥 옆집 불 구경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요. 소설을 통해 결말을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5명의 톡톡 튀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인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소설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뭔가 하나의 맥을 잇고 있는 듯한 흐름이 앤솔로지처럼 느껴지더군요. 마지막에 작가의 에필로그도 인상적이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하지의무능한탐정들 #사계절 #책추천 |
![]()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김혜빈, 김사사,공현진, 하가람, 신보라 /사계절 이 책을 '읽고 싶다'라고 생각한 건 우연같은 문장 하나때문이었다. “시린 마음이 드나드는 허공, 그 곳에 모인 이야기들”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하지만 마음이 응집된 듯한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소개하는 한줄의 문장. 2023년 각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젊은 작가들의 신작소설을 [두번째원고]라는 타이틀로 묶은 단편소설집.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사랑중 우리가 외면하고 싶고 외면하게 되는 사랑들이 있다. 그 사랑은 사랑혹은 관계라는 이름으로 삶을 짓누르기도 하고 시궁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의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그 사람과이든, 타인과… 이든 말이다. 5명의 작가는 우리곁에 필요한 '사랑' 이라는 온기를 '흔적'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남은자, 남겨진자, 떠난자, 떠나려는 자를 통해 서로의 기억과 흔적들을 비틀고 낯선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실상은 자신이 가족으로 부터 혹은 외면받은 사랑으로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필사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늑대인간"으로 비춰진 우리사회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역시 그 소수일 수 있다는_솔리터리 크리처 / 김혜빈 타인의 관계에서 시작된 남은 나와 사라진 가족을 기억하는 _ 정원사 /김사사 잠식하는 불안을 대신할 믿음,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관계의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 _권능 /공현진 결말없는 무능한 탐정소설 같은 이야기의 연속성을 통해 비어진 기억을 채워가는 _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하가람 그냥 잘 지내시나요? 아무 일 없이…. 라고 묻고 싶어지는 _이주 / 신보라 어쩌면 이 5편의 글들은 우리에게 나와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의 마음은 괜찮은지, 나는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양한 상황을 통해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쯤은 경험했을 고민들, 한번쯤은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 또는 찾고 싶은 순간들 무수한 나와 타인의 시선들. 그 속에서 당신은 진정, 안녕하신지. 당신의 관계가 랠리가 없는 허공 속의 혼잣말은 아닌지. 감정의 여운을 남기기보다 엎질러진 물을 닦아내는 느낌의 간결한 젊은 작가들의 문체도 신선하다. ***서평단활동으로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위 도서를 지급받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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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긴 색다른 판형의 책이다. 표지 일러스트도 재밌다. 작가마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떤 공간에 닿을까... 순서대로 읽을까 표제작부터 읽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펼친다. ![]() 세상에... 맙소사... 이건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입 밖에는 내지 않은 말들이다. 별별 일들, 별별 인간들을 겪으면서도 내 세대와는 다르게(일반화의 위험 주의!) 반응하는 면면이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더 복잡하게 힘들어졌겠구나 싶은, 새삼스럽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고단함이 느껴져서도 그렇다. 늑대인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그 존재를 자신의 일상을 틀을 깰 계기로 보고, 납작하고 단순하게 저 혼자 좋을 대로 분명하게 가른 관계를 태연하게 거부하며, 기성세대보다 밝은 눈으로 ‘특정’할 수 없는 ‘분류’될 수 없는 존재들을 인정하는 대화. 포용력 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더 외롭다. 비슷한 동류들은 모이지 않고, 불문율처럼 각자가 홀로 맴돌며 조용히 살아가거나 사라지는 편을 택할 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건 외로움이 문제인 것 같아.” 그 외로움은 신체활동이 제한된 풍경과, 열렬한 믿음의 공간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뜨거울수록 처절하게 외롭다. 진심이라서 강박이 되고, 외부를 향하면 상대를 숨 막히게 하는 금기와 제약이 된다. 실패와 상실은 무례와 욕설과 적의를 품게 한다. “남들이 보기에 불쌍한 것이 명백한데 이모는 스스로를 박복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럼 별 수 없었다. 동정이 공포와 혐오로 넘어가는 건 쉬운 일이었으니까.” 함께 견뎌야 하는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선명했던 저항의 대상이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대면하는 시간은 누군가를 무언과 무기력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인데, 읽어갈수록 형태가 다른 포장 속 같은 내용물인 외로움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온다. 새로운 단편이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은 마음과 짐작할 수 없는 방식의 외로움을 만날 두려움이 교차했다. “원래 이 세상이란 게 말이야. 어질어질하고 복잡한 거야. 토할 것처럼.”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이들, 그래서 자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무섬증이 드는 이들, 휘발되는 시선과 관심은 어떤 순간에 어떤 의미라도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토록 외롭고 멀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연대란 무엇일까. “그러니 같이 걸어볼까요. 마음이 엇갈려도 괜찮으니까. 짠짜라짜잔 하고.” 기성세대의 것은 결국 그들의 것이었으니 얼마든지 의심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진짜’를 찾아야한다. 낯설더라고 고민이 되더라도 아무리 허약해보이더라도. 서늘하게 외롭지만 진짜를 찾는 통증, 처음 만난 작가들 모두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는 것으로... 무겁고 아프게 읽은 시간 모두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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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신춘문예 당선자인 김혜빈, 김사사, 공현지, 하가람, 신보라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묶은 두 번째 원고. 새로운 작가들은 어떤 소설을 쓰는지, 어떤 구성으로 쓰는지, 등단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비록 그들의 첫 원고는 건너뛰고 두 번째 원고를 먼저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들의 첫 원고를 읽으러 달려갈지도 모르겠다. . 「솔리터리 크러치」는 이 책에 수록된 다섯 단편 중 가장 밑줄을 많이 그었던 작품이다. '늑대 인간'이라는 조금은 익숙한 소재가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좋았던 문장은 '최상이나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것을 볼 때면 마음이 가뿐해졌기에'이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허점이 있고 조금은 엉성해 보이는 사람에게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는 건 무엇일까. 완벽한 그림보다는 조금은 찌그러지고 망가져 버린 울퉁불퉁한 그림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걸지도, 그들의 서툶이 그 자체로 지어지는 미소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최상이나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찾아 읽으며 마음이 가뿐해지는 걸 느낀다. 이 다섯 편의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그렇다. 내 마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감정들. 그것들을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 속에서 회피했던 감정을 마주하고 그런 감정을 갖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고, 그런 감정을 가져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준다. "혹시 평범한 인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라고 묻는 나에게 "아니, 난 늑대 인간이 된 내가 좋아.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명우. 자신이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명우는 늑대인간이 된 자신을 받아들이고 늑대 인간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늑대 인간이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명우를 보며 누군가 정의해놓은 '정상 범위'에 벗어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도약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그들을. 그들이 펼칠 세상을 바라보며 나도 그 세상 속에 뛰어들어가기를 바라게 되었다. . 다섯 편의 단편소설 중 나는 공현진 작가의 '권능'을 가장 좋아한다. 읽는 내내 이상한 감정이 마음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기도 했고 문득 어떤 기억이 수면 위로 올랐다가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복잡 미묘한 건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희 이모와 엄마의 관계, 그들을 닮아 있는 '나'와 솔의 관계. 그리고 '나'와 이모의 관계까지. 많은 걸 내포하고 있는 그 관계 속에서 가끔 길을 잃기도 하고 머릿속에 의문이 차오르기도 했다. 마침내 마지막 대목을 읽었을 때는 '발끝에서 머리끝으로 서늘한 공기 같은 것이 내 몸을 관통하여 솟구치는 기분'을 느껴 반복해서 그 부분을 되뇌었다. 이렇게 긴 여운을 주는, 다시 첫 장을 돌아가 읽게 만들어 버리는 소설을 사랑한다. 90p 초희이모와 엄마의 관계, 독특한 관계에 대해서, 이모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떠들고, 엄마보다 더 잘 아는 듯이 굴어도 엄마는 이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엄마는 이모가 토라지고 화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가장 두려워한 일은 이모가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이모에게 아무 말 못하는 듯 나 역시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왜 나에게까지 흘러오는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은 부당했다. .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이란 제목은 네 번째로 수록되어 있던 단편의 제목에서 나왔다.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이 책의 제목이 되었을까? 그 답을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라는 문장. 성곽길을 걷던 때, 무엇인지 모를 열매를 줍고는 호정이 기우에게 '탐정이 살구를 주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해준다. 기우와 호정이 질문하고 답하고 탁구를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앞 뒤가 안맞고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이 책의 제목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6p 탁구공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방. 그곳에는 한 노인이 홀로 라켓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공도 없이 스윙을 하고 있었고,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한 채 끝나지 않는 경기를 치르듯 계속 스텝을 밟았다. 오른발, 왼발, 스윙, 다시 왼발, 오른발, 스윙, 다시 오른발······. 그 움직임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경기가 멈추기만을 바라는 자의 기계적인 동작으로 보이기도 했다. 텅 빈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호정은 아주 긴 세월을 떠올렸다. 이곳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돌고 돌았을 그녀의 시간을. 노인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토해내듯 고함을 질렀을 때, 호정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차올랐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는 김혜빈 작가의 「이리저리 엉망진창 짠짜라짜잔」이다. '불안해요'라고 시작하는 문장을 읽고 아, 이 작가 좋아하게 될 것 같네. 생각했다. 작가가 돼야겠다고 진심으로 마음먹지 못했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말할 순간조차도 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솔직한 고백이 담긴 문장을 읽고는 한동안 그 문장에 머물러있었다. 작가님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을 때면 창문 없는 답답한 방 안에 한줄기의 바람이 부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백을 누군가의 글에서 읽을 때 느껴지는 쾌감 같은 걸까. 맞닿으려고 했던 마음이 비켜나간 순간들을 적고 싶어서 글을 계속 썼다는 작가님, 다성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작가님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 작가님이 권한 '제철음식 먹기,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 탐구해보기, 좋아서 시작했던 일을 외면했다가 다시 슬금슬금 다가가보기'를 실천해보려고 한다. 이리저리 엉망진창 짠짜라짜잔하며 사는 작가님의 일상을 잠시 엿보니 나도 이리저리 엉망진창 짠짜라짜잔하며 살고 싶어졌다. 불안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건 언제나 작가님들의 다정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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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주소:
책 제목: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저자: 김혜빈, 김사사, 공현진, 하가람, 신보라 솔리터리 크리처 [김혜빈] 명우는 갑자기 늑대인간이 되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자기와 같은 동료를 찾으러 간다. 나는 “모형도 실제와 똑같이 만든다고 항상 결과가 좋진 않았다. 실제에서 디테일을 덜어내거나 가끔은 완전히 달라야지만 사랑받았다. 최상이나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것을 볼 때면 마음이 가뿐해진다”라고 말하며 ‘정말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명우가 찍은 늑대인간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팔에 난 흰 털을 더 이상 뽑지 않고 어루만진다. 물건의 쓰임새가 이름이 붙혀지는 것이 아닌 그저 나 자신으로 자신의 색을 되찾는 개기월식을 기다린다. “난 늑대 인간이 된 내가 좋아.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라고 말한 늑대인간인 명우처럼 적어도 평화롭다는 꿈을 꾸는 나 자신을 믿는 외롭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권능 [공현진] 권능이란 무엇일까. 엄마는 하나님을, 이모는 무당을, 솔이는 이모에게. 이모는 무당의 말을 세상을 통달한 권능처럼 믿는 뒤틀린 생각이, 가족보다 교회에 헌신하는 엄마가, 이모에 품에 벗어나지 못한 솔이와 내가, 한 데 모여 옥매인다. 솔이가 죽고 이모가 ‘나’에게 더 강한 억압과 트집을 잡으며 글을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몰려왔다. 그 누구에게 잘못이 아닌 사고였지만 딸이 잃은 상처를 무당의 말을 빌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진 말로 상처주며 자신의 상처를 가리는 이모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가도 가족인 ‘나’이기에 말하는 모습이 애잔하기만 하다. 이 글을 읽으며 인물의 모든 모습들이 답답하고도 불편했다. 허상일지도 모르는 말에 사로잡혀 또 다른 믿음을 찾고,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면서 그 말을 탓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나와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타인이 지나치듯 얘기한 말들을 곱씹으며 행동의 규약이 생기게 만든다. 사소한 것이지만 피해서 나쁘게 없지, 내가 그럼 그렇지라며 그럴듯한 이유를 혼자 만들어낸다. 권능이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말이자 믿음이다.
이주 [신보라]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살이 많이 찐 이주와 이주의 그림을 파는 나의 관계성은 기괴하고도 의아하다. 사람을 믿지 않고 가상의 인물을 낸 후 그림을 파는 나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주의 그림을 파는 역할극에 심취한 것인지, 그 사람들이 속이며 믿음이라는 의미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일부로 신음 소리를 크게 하여 이주에 들리게 하는 것도, 튼살 크림을 사러 간 이주의 팔짱을 꽉 끼는 행동들이 남보다 우월해 보이기 위해서인지, 욕심이 많은 것인지 ‘나’에 대한 인물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저 두 사람이 보며 끈끈한 우정과 믿음보단 찐득거리고 만지기 불편한 자국이 보였다. 모든 사람들의 사이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이, 두 사람은 살기 위해 위태로운 몸을 서로에게 기대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아주 가끔 이주 몰래 가루에 설탕을 부어두었다. 이주는 저 가루가 자신을 얼마나 살찌우고 있는지 모르겠지. 이주의 목으로 걸쭉한 액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깜박 거렸다. 어느새 이주의 손에 플라스틱 통이 들려 있다. 이주는 반복적으로 가루를 퍼먹기 시작했다. 나는 지독한 허기를 느꼈다. 이주의 손에서, 이주의 입에서 저것을 뺏는 일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주를 그냥 놔두었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다섯 신인 소설가의 다양한 시각으로 사람 간의 관계를 소개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 찾는 과정과 죽음 뒤 남겨진 가족들의 삶과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모호한 두 사람의 관계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섬세하면서도 새로운 시선들이 낯설지만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우리에게도 생길 수 있는 장면들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익숙한 관계가 올바른 것일까라는 의문점을 던지며 우리가 숨겨왔던 관계의 의미와 진실과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솔직하고도 진실되게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