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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자 정인재 선생이 양명학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명대의 유학자 왕양명(1472~1529)에 의해 나온 양명학은 송대의 주자학과 더불어 신유가철학의 양대 주류다. 주자학은 이학(理學) 혹은 정주학(程朱學)이라고도 부르며, 양명학은 심학(心學) 혹은 육왕학(陸王學)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의 양명학자로는 허균, 유수원, 최명길이 있고, 하곡 정제두는 조선의 독자적인 심학을 세우고 하곡학파를 이끌었다. 현대 양명학의 개척자로는 일제강점기의 백암 박은식과 위당 정인보 선생이 대표적이다.
왜 우리 시대에 양명학이 필요한가? 양명학은 세속적 물질주의와 관념적 도덕지상주의 모두 비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욕과 허위의식을 일소하고 덕성을 회복시키는 방도로 양명학의 정신을 강조한다. 양명학은 양지(良知)를 마음의 주인으로 본다. 왕양명이 말하는 양지는 맹자가 말한 성선과 같다. 백암이 말하는 양지는 이러하다.
"1. 자연히 밝게 깨닫는 앎 2. 순수하고 거짓이 없는 앎 3. 흘러가면서 쉬지 않는 앎 4. 널리 응하고 막힘이 없는 앎 5. 성인과 보통사람의 간격이 없는 앎 6. 하늘과 인간을 하나로 합하는 앎이다."(24쪽)
양명학은 양지를 찾는 학문이다. 양지란 우리가 통상 말하는 양심(良心)이나 유교의 천성이나 본성. 불교의 불성, 기독교의 영성과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양지는 도덕적 본성만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 영성까지 포함하는 생명의 이성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칸트의 용어를 빌리면, 양지는 도덕적 시비판단과 심미적 호오판단의 주체로 이해된다.
저자는 현상학에 근거하여 양명학의 개념을 풀어낸다. 가령 왕양명의 의는 현상학의 지향성과 유사하고, 심외무물(마음 밖에 아무 것도 없다)의 명제는 판단중지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칸트의 판단력비판에 근거해 양명학의 심미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왕양명의 호오판단을 쾌불쾌의 심미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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