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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번역한 과학 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근 내가 접한 책은 《기억을 찾아서》 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것이다. 캔델의 삶 그 자체도 드라마틱해서 흥미롭지만, 번역이 군더더기없이 미려해서 전대호씨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오는 2016년이면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꼭 100주년 되는 해다. 그는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1년이 지난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창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1687년 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의 법칙 이래 3백여 년 넘게 지속되어 오던 기존 세계관을 뒤집는 것이었다. 토마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우주 중력장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연관성(상대적인)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그렇다고 당초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이론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가령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정적 상태로 가정했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블랙홀의 존재 등을 적극 부인했다. 이 책은 어쩌면 수많은 과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쫓는 지적인 모험이라고 보면 어떨까? 가령 다비드 힐베르트와 아인슈타인의 관계는 마치 다윈과 월레스의 관계와 같았다.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은 우주를 정적인 상태로 파악하고 우주상수를 도입(1917)한 아인슈타인의 우주관을 비판하면서 우주 팽창론의 기초를 마련했다. 마침내아인슈타인도 1930년 정적인 우주를 가정한 우주상수를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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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은 이른바 '기적의 해'로 불린다. 스위스 특허청 직원이었던 아인슈타인이 느닷없이 노벨상급 논문 3편을 한꺼번에 발표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한 논문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물리적 직관에 의한, 등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에 적용시킨 이론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우리가 잘 아는(그 의미에 대해서라기보다 그냥 많이 들어본) E=MC2이라는 식이 바로 이 이론을 대표한다고 한다. 그 후 아인슈타인은 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상대성이론을 일반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한 작업을 수행했고, 가속도가 작용하는 상황에서도 작용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게
바로 1916년의 일이다(논문 작성은 1915년). 바로 중력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리적 직관으로 유도한 특수상대성이론에 비해 수학에 의한 것이었다. 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중력이 (크게) 작용하는 주변에서 빛이 휜다는 예측이 나왔고, 1919년 대서양의 프린시페섬에서 에딩턴이 개기일식 도중 그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러니까 페드루 G. 페레이라의
『완벽한 이론: 일반상대성이론 100년사』라는 책의 제목은 그냥 상대성이론에 관해서가 아니라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해서 쓰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처음 나오는
상황에서(물론 아인슈타인의 얘기다), 그 이론을 검증하는
과정(당연히 에딩턴의 얘기를 포함한다), 그리고 그 후 전개되는
서로 뒤집고 뒤집히는, 흥미진진한(!) 우주론에 관한 얘기가
바로 이 책의 줄거리라 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하지만, 불변의 이론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을 거의 무오류의 신적인
존재(특히 그의 이론으로)로 여기는 것이 대중이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부인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반상대성이론 자체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재해석되고 수정되어 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에 우주 상수를 도입했고, 정상 우주(즉, 팽창하지 않는 우주)를
고집했다. 그 후 여러 증거에 의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밝혀지면서 우주 상수를 포기하게 된다(물론 다시 우주 상수가 필요해지는 단계가 되어 왔지만). 다른 물리학자들의
이론들도 마찬가지다. 우주를 다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해진 물리학자의 이론은 당대와
후대의 다른 물리학자에 의해 비판받고 수정되는 상황이 수도 없이 전개된다.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일반상대성이론의 전개를 통해서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과학의 무대에는 '참으로 다채롭고 국제적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국 천문학자들, 러시아 기상학자, 벨기에 성직자, 뉴질랜드 수학자,
독일 군인, 인도 출신의 젊은 천재, 미국의
원자폭탄 전문가, 남아프리카 출신의 퀘이커 교도 등등' (325쪽)
심지어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대안 이론들도 나오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꼭 옳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많은 물리학자들이 일반상대성이론을 고수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물리학자도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저자가 제목으로
정학 '완벽한 이론'(The Perfect Theory)이라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원래부터 그런 완벽한 이론이었다는 게 아니라, 한 세기 동안 천재들이 뛰어들어
서로 싸우고 협력하며 만들어 내온 이론이라는 뜻인 셈이다.
여전히 일반상대성이론은 난해하고 복잡하다. 아니 더 난해하고 복잡해졌는지 모른다. 페레이라는 그 난해하고 복잡한, 혹은 더 난해하고 복잡해진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서 나름대로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그게 왜 그걸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 어려운 과학을 하는 사람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책이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식을 하나도 넣지 않고도 적어도 일반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201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