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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
"『여행의 이유』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 내용보기
몇 년 전 김영하 작가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예스24에서 주관한 행사였는데, 지방에서 먼 서울까지 가서 귀한 강의를 접했다. TV에서 간간이 보던 모습과 일치했고, 유려한 말솜씨에 새삼 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말솜씨를 발휘했다. 그렇잖아도 인기 많은 작가인데 더한 인기를 얻은 작가가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후 작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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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김영하 작가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예스24에서 주관한 행사였는데, 지방에서 먼 서울까지 가서 귀한 강의를 접했다. TV에서 간간이 보던 모습과 일치했고, 유려한 말솜씨에 새삼 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말솜씨를 발휘했다. 그렇잖아도 인기 많은 작가인데 더한 인기를 얻은 작가가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후 작가의 신작이 나오게 되면 다 구입해 읽게 되었고, 이 책 또한 그렇게 해서 예판때 구매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홍보를 위해 나온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작가의 말솜씨를 다시한번 듣게 되었고,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책을 읽게 되면 같은 분야를 연이어 읽게 되는데, 최근 여행 에세이가 그랬다. 이다혜 작가의 일본 교토 에세이, 야고보의 고행길을 일컫는 대성당과 대성당을 잇는 에세이, 김영하 작가의 보다 근원적인 여행에 대한 사유였다. 일반 작가와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가 다른 점은 뭐랄까. 보았던 장면과 그에 따른 생각과 감정 들을 다룬 글에 비해 소설가의 여행에 대한 사유는 철학적에 가깝다. 소설과 여행에 대한 연관성, 여행에 대한 깊은 사유가 남다르다. 만약 소설가가 작품을 쓴다면 여행지에서 더 잘 써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그 장면들을 생각하며 쓴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에세이의  시작은 집필을 위해 몇 달 간의 중국 체류를 계획하고 떠났던 중국 여행에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추방된 이야기에서부터다. 이 이야기는 라디오에서도 자세히 한 바 있는데, 말로 듣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의 차이는 크다. 더군다나 작가이고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꽤 돈독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비자가 없다고 강제 추방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을 시작으로 그의 여행에 대한 사유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여행에 대한 경험이 짤막하게 수록되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제를 정하여 꽤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과 여행에 대한 차이점 혹은 공통점을 이야기하는데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 사는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면 아마 여행자가 아닐까. 뉴욕에서 몇 년, 캐나다에서 몇 년, 부산에서 3년 간을 살았고, 현재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엔 충분히 뉴욕을 여행중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여행하고  싶다'라는 아내의 말을 옮겼다. 몇 년간 지내다 보면, 생활인이 되고 만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행자라고 할 만하지 않는가.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중략)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138페이지)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에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것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109~110페이지)

 

발췌 문장에서처럼 '환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기호 작가의 소설에서도 환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환대란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을 가졌다.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여행자에게 버스비를 내주는 것, 이십 년 전 발리를 여행하는 저자에게 현지인 남성이 베풀어 준 친절. 이 모든 것이 환대다. 환대해 준 사람에게 갚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게 또한 환대라고 했다. 여행의 묘미는 이러한 신뢰와 환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지에서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는 것.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 벗어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것. 비로소 나의 내면과 가까이 하는 것이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주말에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그 시간들이 즐거운 이유, 여행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9.04.29. 신고 공감 112 댓글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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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_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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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생각과 말, 그리고 경험들이 가볍지 않게 느껴져 충동적으로 작가님의 책들을 여러권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소장하는 것에 취미를 둔 나는 아직 읽지 못한 숙제같은 책들이 많아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가 이번에 발리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이유'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여행 도중에는 거의 펴보지 않았지만 이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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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생각과 말, 그리고 경험들이 가볍지 않게 느껴져 충동적으로 작가님의 책들을 여러권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소장하는 것에 취미를 둔 나는 아직 읽지 못한 숙제같은 책들이 많아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가 이번에 발리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이유'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여행 도중에는 거의 펴보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후 이것저것 갑자기 의욕이 넘치게 되었고, 그 넘치는 열정을 표출해 낼 첫번째 출구이자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돌아온 이번 여행의 특별한 이유를 찾고자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 최근엔 문장 하나하나 나의 생각을 덧붙여가며 읽은 책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나의 여행 경험을 자꾸 떠올리고  다시 느껴보게한다. 그리고 나조차 몰랐던 나를 마주하게 한다. 그 과정이 거의 모든 문장, 모든 장, 책 전체에서 이루어진다. 
# 나는 여행을 통해 어떤 내면적 목표를 이루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갈망하는 사람인가? 평소에 나는 여행은 현실에서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행이 현실과 어떻게 다르기에 나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생각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워커홀릭이라고 불릴 만큼 가만히 쉬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면 오히려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유연하게 바뀐 일정을 즐기고, 빽빽한 일정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가만히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평온하게 느끼며,  평소엔 하지 않을 경험에(예를 들면 쏟아지는 비 속에서 수영하는) 텐션이 더 올라간다. 어쩌면 나는 여행을 통해 규칙, 책임과 같은 경직된 삶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채워진 에너지로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나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특히 이번 발리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달라진 나의 태도 중 하나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영어는 늘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 정도가 극복해야지!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주 회피하고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행지에서 나의 생각을 내가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영어가 업무적으로, 학업적으로 평가될 요소로 느껴져 뒤쳐짐이 부끄럽고 거부감이 들었는데, 여행지에선 영어를 조금 못해도 함께 간 친구, 번역기로 큰 문제 없이 지냈지만 내가 경험하는 환대에 대한 고마움, 새로운 경험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잘 표현하고, 불편한 점에 대해 조율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심이 생겼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은 발리 여행에서 얻은것이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잘 정리하지 못하고 모호하고 미약한 생각으로 흘러가게 두었을 것 같다. 
 # 이외에도 책은 끊임없이 나에게 생각과 질문을 던져주었다. 환대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나는 낯선 곳에서 헤매는 이를 도운 적 있을까, 환대 받은 기억은 많은데 다른 이에게 환대해주고 신뢰를 받은 적은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고, 떠나는 이를(가족, 가족과 같은 동물들) 여행자로 생각하는 작가의 태도에 나도 그런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이런 마음과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 이 책과 함께 여행해보면 내가 누구인지고 확인하게 되고,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러 떠나고 싶어하는 나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여행이라는 주제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나를 조금 더 알아갈 기회가 되었다. 작가가 여행에 대해  뻗어낸 생각의 발자취를 한 발 한 발 함께 따라가보니 나의 삶, 나의 여행도 살짝 끼워넣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h****3 2024.03.13. 신고 공감 29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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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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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활동적이지 않다.  집에서 꾸물거리기를 좋아하고, 밖으로 나가도 근처 몇킬로미터 내에서 움직인다. 익숙한 길로만 가고 자주 가는 극장만 가고 똑같은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날마다 똑같은 생활, 변화 없는 생활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이 여행한 이야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아한다. 그렇기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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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활동적이지 않다.  집에서 꾸물거리기를 좋아하고, 밖으로 나가도 근처 몇킬로미터 내에서 움직인다. 익숙한 길로만 가고 자주 가는 극장만 가고 똑같은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날마다 똑같은 생활, 변화 없는 생활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이 여행한 이야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아한다. 그렇기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알쓸신잡에 출연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아는 사람, 조리있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쓴 책, 여행의 이유는 아직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온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인생 여행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어제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충실히 살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삶,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 내일 배고프지 않기 위한 준비 등등

 

어쨌든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했든 착륙했든 우리는 이미 와버렸기에 인생이라는 여행을 잘 준비하고 행동하고 사랑하자. 여행의 끝자락에 뒤돌아보면 여행이 참 짧았다고 느낄 것이 틀림없으므로 내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 여행을 잘 하자.  그리고 우리 이후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두손 두발 들고 환대하자. 그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 한페이지 정도가 이 책의 전부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도 훌륭하고 쉽고 교훈적이고 재밌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명은,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를 배웅하듯이 망자를 대한다. 관 속에 노잣돈이나 길동무 인형을 넣어준다. 철저한 무신론자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면 그들이 다음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있다."

 

 

k*****7 2019.07.03. 신고 공감 26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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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이렇게 감칠 맛 나도 되는가? 여행과 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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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던가? 언어의 조각이 날렵하고 기묘해서 읽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이든지, 생각의 편린이든지 모두가 잘 벼린 칼날 같은 멋이 있다. 피천득이 ‘수필’이란 글에서 표현했던 맛과 멋이 그대로 축적되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그 감칠맛 나는 언어의 기술에 놀랐다. 그래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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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던가? 언어의 조각이 날렵하고 기묘해서 읽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이든지, 생각의 편린이든지 모두가 잘 벼린 칼날 같은 멋이 있다. 피천득이 수필이란 글에서 표현했던 맛과 멋이 그대로 축적되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그 감칠맛 나는 언어의 기술에 놀랐다. 그래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곱씹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글을 쓰기 위해 이리저리 글 쓸 장소도 물색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외국이 되기도 하고, 방안이 되기도 하는 등 대중이 없다. 주어지는 대로 자리가 정해지고, 글의 수원이 형성되면 물줄기를 틔우면 된다. 그러면 물은 시내를 만들며 흐르고, 많은 가지들이 함께 뭉치기도 하여 강을 이룬다. 강이 되면 글의 흐름은 거의 잡힌다. 잘 얼개를 엮어 마무리를 하면 된다. 그 처음이 중요하고, 그 출발지가 중요하다. 저자는 중국에서 글을 쓰기를 정하고 중국행에 몸을 실었던 기억을 얘기한다. 그리고 글 쓰는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말한다. 저자는 중국 공항에 도착하여 비자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 글을 쓰고자 예약하고 모든 마음을 준비를 해두었던 중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출국 당했다. 황당한 상황이 그에게 전개되었다. 동네에는 벌써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비운다는 얘기를 해두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집에 있는 것은 거의 망신에 해당된다. 하지만 저자는 깨닫는다. 글을 쓰는 것은 중국이나 집의 방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중국인 양 생각하고 두문불출하면서 글에 몰두한다. 오히려 진도가 잘 나가는, 물줄기를 잘 뽑아내는 글쓰기가 되고, 탈고까지 이루어진다. 글을 쓴 것은 중국이나 집이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이렇게 생각한다. 순서가 바뀐 중국 나들이라고.

 

중국비자가 금방 나온다더라며 설득했지만 아내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자기를 추방한 나라에 왜 다시 가? 이참에 그냥 집에 틀어박혀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소설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그러면 상하이에 간 거나 진배없다고 했다. 추방당하고 돌아왔다고 동네방네 떠들지도 말라고 다짐을 두었다. 나는 시킨 대로 했다. 두문불출하고 글만 쓰고 있자니 소설은 의외로 진도가 쭉쭉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상하이에서 당한 추방이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순서가 살짝 바뀌었을 뿐 아닌가? 원래 계획은 출국- 상하이 체류- 집필-귀국이었는데, 그게 출국-(극단적으로 짧기는 했지만)상하이 체류-귀국- 집필로 바뀐 것뿐이지 않을까? 결과만 보면 그렇게 봐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장편소설이라는 게 한 번 탄력을 받으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정말로 집필에 전념한다면 그가 실제로 어디에서 쓰고 있는가는 거의 중요치 않으며, 때로는 아예 잊어버리게 된다.(p26)

 

여행은 많은 것들을 겪게 한다. 몸의 조정 기능도 보게 하고 사물의 인식 능력도 찾게 한다. 만나고 바라보는 모든 것이 스승이다. 배움은 끝이 없다. 글 속에서 난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시간 대마도를 가는 와중에 배 안에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적이 있다. 현해탄의 물결도 물결이지만 건강한 몸이라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미리 반응을 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몸의 격정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불일치할 때 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것쯤이야 하면서 물길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반응을 했다. 평소와 다르다고.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몸을 지켜야 하겠다고. 그것이 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일로 나타나고 진한 고통이 된 것이었다. 여행은 그렇게 생각도 못한 일을 겪게도 한다.

 

높은 파도에 앞뒤로 흔들리는 쾌속선의 선실에서 나는 멀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않았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을 비상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멀미를 겪지 않는다.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그에 맞춰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멀미는 뇌의 예측과 현실이 다를 때 일어난다고도 할 수 있다. 멀미약 패치를 귀 뒤에 붙이고 나타난 나의 무의식은 아마도 중국에서 내가 겪게 된 현실, 그것이 야기할 일종의 정신적 멀미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p50)

 

소설을 쓰는 것은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일이다. 낯선 세계를 내 안으로 들이는 일이고 그것을 재구성해 만들어 나가는 세계다. 인물도 마찬가지고 배경도 그렇다.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것이 되고 또 다시 나가서 나와는 격리된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소설 쓰기를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그 프로그램에 입력된 것처럼 삶이 이루어져 가는 것이라 하고 있다. 창작의 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은 그렇게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싸우며 의지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그것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짜여 지는가? 가 문제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싱그러운 도전이고 찾음이 된다. 여행을 무척이도 닮아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쓰던 2013년에 나는 막연하게나마 내가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 왜 다른 일로 달아나지 않았는지 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쓰기는 나에게 여행이고, (비록 내가 청조했지만) 낯선 세계와 인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때로는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는 모르는 채로.(p63)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p68)

 

여행은 저자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그것은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공간일 때 더욱 그렇다. 해외로 나가고, 숱한 이름 모를 곳을 떠도는 것도 그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늘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는 마음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떠남은 오히려 넉넉함의 의미가 될 듯하다. 저자는 그렇게 여긴다. 모국어로 만든 모든 것이 너무나 잘 다가오는 공간에서는 숨 쉴 수 있는 여지가 좁다고. 모국어가 때로는 상처가 되고 고문이 된다고. 글쓰기에 독촉을 당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는 제대로 인지될 것이다. 그러기에 모국어가 사라진 공간에서 무심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여행이다. 그것은 편안함이다. 또한 번역된 글의 한계도 나름의 해답을 찾고 있다. 나를 떠나면 독자적으로 생명을 가진다고.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그 언어권의 문화 중 일부가 된다고.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당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평안하다는 뜻은 아니다.(p80)

나 역시 일련의 일들을 통해 태도를 정했다. 나는 내가 모국어로 쓴 것까지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작가와 독자로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모국어로 한정했다. 번역된 작품은 더 이상 내 소유가 아니라 해당 언어권 문화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외의 초청에 응할 때는 그저 일종의 상징이나 증인으로 모셔지는 게 내 역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두 시간 정도 연단에 앉아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자가 되어 보내면 되는 것이다.(p170)

 

여행자가 가지는 마음도 분석적으로 보여준다. 여행자들이 타인의 신뢰와 환대가 절실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때 여행자들의 삶은 제대로 굴러간다. 만일 여행자가 현지인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근 분란이 일어난다. 현지인들의 태도는 언어가 아니라도 인지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 그것이 여행자들의 삶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 간다. 이런 여행자들은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낯선 곳에서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을 키클롭스를 찾은 트로이의 영웅을 통해 전해 준다.

 

남의 땅에서 우리의 힘은 약해진다. 약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존재를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의 환대와 인정, 선물이 필요하다. 물론 자본주의는 이런 습격을 부드러운 거래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거래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어서 누군가는 동굴로 돌아온 키클롭스의 마음으로 외부인을 적대하거나 무시한다. 그럴 때 여행자는 더 큰 불안과 좌절을 겪고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행은 습격이 되고 여행자는 침입자가 된다. 그 결과는 불필요한 고난으로 여행자 자신에게 돌아오곤 한다.(p185)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간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 계속될 일이다. (p213)

 

저자는 달의 뒷면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을 거론하면서 푸른 지구별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체들이 공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아옹다옹할 이유도 없고 서로 위하면서 도우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당연시 되는 생각으로 인식한다. 그렇다. 작은 지구별에서, 작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 서로에게 고통이 될 이유가 없다. 서로 위하면서 서로 나누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니랴 생각해 보고 있다. 여행을 통해 큰마음이 되고, 그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저자의 삶을 보면서 고마운 생각이 든다.

 

여행과 소설, 서로 무척이나 다른 듯하면서도 동질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선 그들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같은 점을 언급한다. 조직적이고 전체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가급적 제외된다. 그리고 각 부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소설이고 여행이다. 소설은 여행 속에서 살아 있고 여행은 소설의 가장 중요한 받침대가 된다. 김영하의 산문은 그렇게 감칠맛 나게 여행과 소설을 만나게 하고 있다.

j****3 2019.08.03. 신고 공감 21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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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오직 현재를 찾는 과정이다. [여행의 이유]
"여행은 오직 현재를 찾는 과정이다. [여행의 이유]" 내용보기
책을 선택하면서 가능한 피하려는 책이 있다.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책이나 베스트셀러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별 망설임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책의 진가가 확인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읽는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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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면서 가능한 피하려는 책이 있다.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책이나 베스트셀러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별 망설임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책의 진가가 확인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읽는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그의 글쓰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 [여행의 이유]는 광고가 너무 요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여행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지 않은지라 선뜻 마음이 끌리지를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의 서평도 괜찮고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고르다가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단순하게 자신이 했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쓴 ‘여행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고 부딪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여행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 놓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상념들을 여행의 목적과 이유에 빗댄 그의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상념은 또 다른 상념을 낳듯이 그의 여행은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게 만들고 있다. 먼저 그는 여행기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가 얻어서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9개의 산문 속에 풀어놓는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이는 글을 쓴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하다보면 오로지 그 여행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도 전혀 관심 없는 해외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듯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그는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무슨 이유든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직 현재 안에 머물기 위함이라는데 눈길이 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다. 단지 지금의 상황에 맞춰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뿐이다. 저자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하나의 여행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117쪽)

 

이렇게 얻어진 여행의 경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여행이 끝나면 나는 변함없는 내 일상으로 돌아오고 여행은 과거 속에 자리하지만, 이제는 그 과거가 예전의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과거는 현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는 한번쯤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는 것이 아닐런지?

 

여행에 관한 단상들을 통해 자신만의 여행이유를 찾을 것이라는 애초의 생각은 책의 첫 편을 읽는 순간부터 사라졌다. 한 편 한 편이 제법 긴 산문 속에는 저자 자신이 여행 중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그 방향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지루하고 불안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창하게 여행이란 이름을 붙여 떠나고 돌아오는 것에 관심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여행을 꿈꾼다. 때로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오롯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형편에 맡기기도 한다.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쏘다니기도 하고 한곳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여행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말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206쪽)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삼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일상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그것이 내 여행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k*****1 2019.09.18. 신고 공감 2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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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도 이유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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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정주하고 있는 곳’을 떠나면 그것이 몇 시간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그곳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날 며칠 동안 집을 떠나 타지에 머무른다면 분명 계획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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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정주하고 있는 곳’을 떠나면 그것이 몇 시간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그곳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날 며칠 동안 집을 떠나 타지에 머무른다면 분명 계획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말은 ‘지금’, ‘이곳’에서의 ‘벗어남’이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그것은 단 몇 시간이라도 괜찮고,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혹은 알지 못했던 곳에 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몰랐던 것을 알고, 내가 그곳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또한 나는 그런 여행을 하면서 구속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상황과 형편에 따라서 움직이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자 한다.

 

나는 여행에 관한 책에 대해서는 이중적이다.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답사기라든지, 여행을 빌미로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산문집은 부담없이 찾아서 읽기도 하지만, 혹 그러한 책이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닐까 하는 의심에 망설이기도 한다. 그런 책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알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곳에 대한 나의 호기심 또한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그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 [여행의 이유]를 만났다. 처음에는 여행에도 꼭 이유가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선뜻 마음이 끌리지 않아 읽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의 서평도 괜찮고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작가가 단순하게 자신이 했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쓴 ‘여행기록’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고 부딪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여행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하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상념들을, 여행의 목적과 이유에 빗댄 그의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었다. 결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상념은 또 다른 상념을 낳듯이 그의 여행은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게 만들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행이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가 얻어서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여행을 하면서 특별히 목적이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가 풀어놓는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이는 글을 쓴 그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하다보면 오로지 그 여행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도 전혀 관심 없는 해외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듯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그는 여행이 ‘우리를 이미 지나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무슨 이유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직 현재 안에 머물기 위함이라는데 눈길이 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다. 단지 지금의 상황에 맞춰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뿐이다. 작가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하나의 여행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117쪽) 이렇게 얻어진 여행의 경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여행이 끝나면 나는 변함없는 내 일상으로 돌아오고 여행은 과거 속에 자리하지만, 이제는 그 과거가 예전의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과거는 현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는 한번쯤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만든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여행, ‘지금’, ‘이곳’을 벗어난다는 것이 바로 과거와 미래의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는 매일같이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는 것이리라.

 

여행에 관한 단상들을 통해 단순하게 자신만의 여행이유를 찾을 것이라는,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애초의 생각은 책의 첫 편을 읽는 순간부터 사라졌다. 한 편 한 편이 제법 긴 산문 속에는 작가 자신이 여행 중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그 방향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지루하고 불안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었다.

 

나는 거창하게 여행이란 이름을 붙여 떠나고 돌아오는 것에 관심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여행을 꿈꾼다. 때로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오롯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형편에 맡기기도 한다.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쏘다니기도 하고 한곳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여행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206쪽)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나 또한 그러했음을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고 있다. 새삼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일상이 지루하고, 어두운 두 그림자가 또다시 나를 압박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그것이 내 여행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k*****1 2019.12.20. 신고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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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여행의 이유
"[19-72] 여행의 이유" 내용보기
여행은 본능이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여행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였다. 삶은 여행이라는 다소 진부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여행은 본능이다. 그래서 ‘여행에 왜 이유를 붙여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더구나 <알쓸신잡>을 통해 여행자 이미지가 박혀버린 저자이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에서는 ‘역마살(驛馬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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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본능이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여행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였다. 삶은 여행이라는 다소 진부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여행은 본능이다. 그래서 여행에 왜 이유를 붙여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더구나알쓸신잡을 통해 여행자 이미지가 박혀버린 저자이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에서는 역마살(驛馬煞)’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일반적으로 한 곳에 정착하는 삶을 정상적이라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이 유목민이었다면 그렇게 느꼈을까? 아마도 반대로 느끼는 이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1889~1973)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 [p. 87]한 것이 아닐까 

 

 

왜 여행을 떠나는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 즉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에게는 여행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처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휴식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일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자신, 자신의 내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도 여행의 이유에 해당하지만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여행이 아니다. 여행에는 늘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심지어 패키지 여행에서조차 변수는 발생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변수, 즉 여행 도중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들로 계획된 일정이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취소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유.무형의 무언가를 얻게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도 모르던 여행의 내면적인 이유가 드러나기도 한다.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란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pp. 18~19]

예를 들면,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Gilgamesh)가 죽지 않는 비결을 찾아 헤맨 끝에 얻은 것은 불사의 비결이 아니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였던 것처럼.

 

 

여행, 타인의 환대에 기대다

 

삶은 여행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생이 여행과 닮은 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조금 생각하면 인생은 어느 정도 계획과 통제가 여행보다는 복잡하고 무질서한 이주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여행이라고 하는 것은 먼저 도착한 타인의 환대에 기댄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 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 중략 ~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 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 있다.” [pp. 138~139]

 

어쩌면, 유목과 정착의 차이, 일상과 여행의 차이는 어디에서 삶의 안정감을 얻고,

삶은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보통은 한곳에 정착하며 아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가야만 안정감이 생긴다고 믿지만 이 인물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는 그냥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여행에서 정말로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삶의 생생한 안정감입니다.” [p. 60]

어디를 인생의 원점으로 삼느냐에 달려 있는지 모른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p. 207]

 

한번도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여행을 경험하고 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그것은 우리에게 새겨진 여행의 유전자의 발현 때문일 수도 있고, 낯선 곳에서의 신뢰와 환대에 감격하고 길들여져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따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냥 여행을 떠나면 되는데.

w******f 2019.12.28. 신고 공감 1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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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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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7월 주제가 ‘여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읽은 지 3년이 넘은 책이라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참신한 생각과 수려한 문장으로 쓰인 에세이라서 ‘여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났다. 부끄럽지만 나는 TV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보기 전까지 김영하가 누군지도 몰랐다. 화면으로 보이는 그는 누구보다 해박하고, 매력 있었다. 어쩜 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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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7월 주제가 여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읽은 지 3년이 넘은 책이라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참신한 생각과 수려한 문장으로 쓰인 에세이라서 여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났다.

부끄럽지만 나는 TV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보기 전까지 김영하가 누군지도 몰랐다. 화면으로 보이는 그는 누구보다 해박하고, 매력 있었다. 어쩜 저리 아는 게 많고, 그것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매끄럽게 조율해나가는지.

그 후로 서점에 들를 때마다 작가의 책이 보이면 일단 집어 들었다. 빛의 제국,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독자들이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은 작품들. 그런데 나는, 읽기 힘들었다. 등장인물을 옴짝달싹 못하도록 극단으로 몰아가는 전개가,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현실적인 마무리가 참아내기 힘들었다. 주인공이 스스로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비극에 빠지는 게, 곤혹스럽다. 최근 읽은 작별인사는 조금 달랐지만, 내가 느낀 그의 소설은, 훌륭하지만 읽기엔 버거웠다. 그러던 참에 책방에서 만난 작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 작가의 여행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는 느낄 수 있으면서 소설의 매운맛은 빠진, 편안하고 진솔한 글. ‘이건 사야 돼!’하며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그렇다면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p.18~19)

 

첫 번째 에세이, ‘추방과 멀미는 중국공항에서 비자문제로 추방당한 일화를 소재로 한다.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며 여행의 원래 목적인 상하이에서 집필하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그의 여행은 손해만 보고 아무 의미 없이 끝난 걸까.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상하이 대신 집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다행히 소설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망가진 중국 여행은 방송과 글의 소재가 되어 이렇게 에세이로 살아남았다. ‘여행이 계획대로 된다면 좋은 일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글로 쓰면 된다.’고 얘기한 건 그저 듣기 좋은 방송용 멘트가 아니었다. 작가가 꼽는 여행기의 고전, <동방견문록>, <길가메시 서사시>, <오디세이아>. 생각해보면 모두 계획대로 되지 않은, 실패한 여행담이 아니던가.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호텔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집이 아니다. 어떻게 다른가? 집은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띈다.

...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p.63~65)

 

호텔과 집의 차이를 이토록 명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사노동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면, 집에서 해야 할 일이 휴식뿐이라면, ‘호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간간이 호캉스를 즐기기는 해도, 호텔방의 침대나 조명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느슨하게 책을 읽기에 적당한 의자나 책상도 없고, 조명도 침침하고. 그래도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는, 낯선 공간이 간절할 때가 있다.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 늦게라도 당일 귀가할 수 있음에도, 하룻밤 먼 곳에서 서성거리는 이유를 작가의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p.139)

 

저자는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자신을 도와주던 사람들을 추억하며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이자 현지인이며, 여행자가 보내는 신뢰와 현지인의 환대로 여행이 즐거워지듯, 서로를 믿고 돕는 인류애를 통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된다고 강조한다. 공감은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몇 해 전,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여행경험 많지 않은 나를 걱정해주었다. 치안이 좋지 않아 소매치기는 물론 호텔방에 보관한 물건도 없어지기 일쑤라면서. 여행 내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몸은 에펠탑에 오르고 베르사유 궁전을 거닐면서도 마음은 호기심 반, 경계심 반, 아슬아슬했다. 저자처럼, 낯선 여행객을 도우려는 현지인을 만나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덕분에 안전은 얻었지만, 환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는 없었다.

 

이번 달 중순, 동남아로 떠난다. 9일간의 캄보디아와 베트남 여행.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기억을 남길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다닐 테니 볼거리야 많겠지만 너무 더울까봐, 예기치 못한 일로 당황할까봐,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봐.

여행을 관조하고 본질을 생각하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 읽다보니 자잘한 걱정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다.

좋은 일을 앞두고 막연히 불안해하는 여행 초보에게, 베테랑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으로 용기를 준다. 너무 불안해 말라고,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 또한 유연한 마음으로 대처한다면 불편해도 할 만할 거라고. 돌아오면 또다시 떠나고 싶어질 거라고, 다독인다.

다시 읽기를 잘했다.

YES마니아 : 로얄 s*****e 2023.07.05. 신고 공감 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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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으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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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으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10년 전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괜히 마음이 술렁거린다. 어느 틈에 이렇게 네 번째의 계절을 지나왔는지. 새해가 되면 무언가를 계획하며 희망에 부풀었다가 작심삼일하며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 두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처음엔 아쉬운 마음도 해를 거듭할수록 무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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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으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10년 전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괜히 마음이 술렁거린다. 어느 틈에 이렇게 네 번째의 계절을 지나왔는지. 새해가 되면 무언가를 계획하며 희망에 부풀었다가 작심삼일하며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 두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처음엔 아쉬운 마음도 해를 거듭할수록 무뎌지는 것 같다. 10년 전에 이 책들을 볼 수 있었더라면 나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한 권의 책으로 삶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의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조하며 위안을 삼아야 하나. 그래도 올해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단한 재주도 능력도 없는 내가 책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책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책속에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잊고 있던 꿈을 새록새록 떠올려 주기도 하고, 작고 희미해진 꿈의 불씨를 일으켜주기도 한다. 많은 좋은 책을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읽은 조민진 기자의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는 여러 해 째 잡고 있는 일본어공부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다져 주었다.


1.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조민진

 14년의 기자생활을 해 오던 중 안식년을 얻어 1년 동안 런던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보러 다니고, 그림을 배우고, 영어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롯이 자신의 인생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공부를 해 오면서 언젠가 현지 거주를 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연했던 그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일본어공부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몇 차례 가 본 도쿄를 떠올렸다. 몇 해 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다녔다는 도쿄대학과 그 안에 있는 산시로의 연못을 둘러보고 신주쿠에 있는 산방 기념관에 가 본 적이 있다. 기념관은 바로 동네와 접해 있어서 누구나 드나들기 쉬운 위치여서 신기했다. 생전의 작품들이 전시된 도서관, 소세키를 상징하는 검은 고양이의 깜찍한 모형이 군데군데 디자인되어 있어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가서 그의 흔적들을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공부하는 행위를 떠나 그들의 문화, 역사 등 많은 것들에 관심사가 확장으로 이어진다. 부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두근하면 읽었다. 저자처럼 나에게 약속된 1년은 아직 없지만, 아직 미숙한 일본어실력을 갈고 닦으며 언젠가 내게 올 그 날을 준비하려고 한다. 마음껏 상상하며 이미지화 하는 것, 그것이 공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다. 어쩌면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행위는 자신의 꿈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2. 『온천명인이 되었습니다』-안소정

 이런 여행도 있었다. 취미가 목욕이라는 평범한 회사원 안소정은 어느 날, 우연히 벳푸 온천 명인을 알게 되고 88곳의 온천을 찾아다니며 도장을 모아서 온천 명인이 된다. 보통 사람들에게 을 물으면 거의 직업적인 성공을 말 할 것이다. 그녀도 그랬단다. ‘꿈 없음에 만족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해진 것이다.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온몸의 피로가 풀리듯 기분 좋아지는 경험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다양한 자태를 한 온천탕 안에서라면 그 행복감은 두말 할 나위도 없겠지. 그냥 온천에 다녀오기만 하면 명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장치일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다가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했을 그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하루에 열 번이나 옷을 갈아입기를 반복해야 하는 수고는 들겠지만 좋아한다면 그리 대수일까. 그녀의 온천 순례 이야기는 정말 이색적이고 재밌었다. 너도나도 성공을 갈망하며 피로를 느끼는 우리시대에 기쁨과 행복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목욕하는 기쁨을 이야기하며 작가도 되었으니 일석이조의 행복한 성공이 아닌가.


 3. 『여행의 이유』-김영하

 이 책으로 김영하 작가를 처음 만났다. 아니! 나 같은 독자도 있다니!() 작고 얇은 책이지만 작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냈단다. 중국에 갔다가 추방당한 이야기부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에피소드, 소설과 여행의 닮은 점, 소설가로서의 일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였다. 특히 호텔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새집에 들어간 것 같은 설렘으로 비유하는 등 호텔 예찬 이야기는 무척 공감하며 웃었다. 확실하게 자신이 살 던 곳을 떠났다는 증명이 아닌가.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은 여행자의 특권이 아닐까. 여행자로서 낯선 곳에서 겪었던 내면의 변화가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어떻게 정착하고 작용하는지 사유하는 부분에서, 과연 소설가로서의 여행은 보통 사람들과 관점이 다르구나 싶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P109~110)


  어쩌면 여행이란, 작가의 말처럼 현재를 가장 제대로 살아보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무엇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원하는 그 무엇이 되고자 계획하고 꿈을 꾸지만 제대로 시도하기 전에 사라져간 꿈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자주 과거를 되새기고 가끔 막연한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한 오늘이 없다면 행복한 내일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읽기와 공부는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선사한다. 알게 되면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책읽기, 공부, 여행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동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어도 좋았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러져 간 많은 아쉬운 것들이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꿈을 꿀 것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을 것이다. 간절한 마음은 언젠가 그것에 가 닿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처음으로 문학동네 리뷰대회에 참여한 리뷰입니다.^^

 


h*****7 2019.12.14. 신고 공감 1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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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여행의 이유] 소설가의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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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여행의 이유] 소설가의 여행 이야기  간만에 책에 푹 빠졌다. 물론 8시간의 기차 여행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지만. 책장이 잘 넘어갔다. 그리고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충분히 의미있고 예리했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은 읽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서 나같은 사람이란 - 책(특히 소설)과 작가(특히 소설가)와 여행에 대한 로망(환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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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여행의 이유] 소설가의 여행 이야기

 

간만에 책에 푹 빠졌다. 물론 8시간의 기차 여행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지만.

책장이 잘 넘어갔다. 그리고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충분히 의미있고 예리했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은 읽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서 나같은 사람이란 -

책(특히 소설)과 작가(특히 소설가)와 여행에 대한 로망(환상)이 있는 이들. 대개의 문장에 영화와 읽은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을 선망하는 이들. 여행을 책으로만, 에세이로만, TV로만 배운 이들. 그래서 어마어마한 상상력과 성찰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은 읽지 말았어야 했다. 나의 직접 여행 (특히 배낭여행)을 도발하고, 그런 배낭여행을 통해서 인생이 바뀌는 어떤 대목을 배가 아파 미쳐 버릴 것 같은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책(글)이었다.

 

이 책에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 초등학교 시절, 아주 많이 전학 다녀야만 했던 사연, 대학 시절 첫 중국 여행 등 - 소설가로서의 여행, 소설과 여행의 닮은 점 등이 아주 밀도있게 접목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나같은 어줍짢은 일반인보다는 작가 지망생에게, 창작 프로그램에서 읽히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각각의 9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칼럼이나 단편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제언을 하자면, 이 책에 인용된(또는 작가가 각주에서 언급한) 책과 영화 등을 따로 목록화하여 맨 뒷장에 한 면 정도 할애를 하면 좋겠다. 너무 좋은 책, 좋은 말, 좋은 영화 내용 등이 인용되어 있는데. 책장을 넘기고 나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오십대 중반이 되면서, 망각 증세가 거의 초단위로 발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다음 개정판이 나온다면. 글에서 언급된 책, 영화, 칼럼 등을 따로 리스트로 제시해 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 특히 사무실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아주 많이 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야말로 관광이 아닌 여행. 여행자로서의 삶, 떠돌이로서의 삶, 자유 여행 등에 대한 나의 로망이 은연 중에, 마치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처럼 비쳐졌나 보다. 그러나 나는,

여행도 관광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특히 자유여행은 단 한 번도 없다. 겨우 간 것이 애들 몇 번 데리고 패키지 관광을 한 게 전부이다. 처음엔 돈이 없어서. 다음엔 남편 눈치가 보여서. 다음엔 시간이 없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었지만. 결국은 여행에 대한 간절함이 없어서다.

 

내게 여행의 이유는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이유와 거의 같다.

일상에서의 탈출,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에서의 편안함, 특히 호텔 객실에 들어섰을 때의 안도감 등등. 김영하 작가의 말, 구체적인 단상들, 그 과정의 묘사들이 거의 나의 생각과 빙의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그런 자신의 여행과 여행을 통한 모든 경험이 글이 되고, 또한 글이 되기 위한 밑거름과 휴식이 될 수 있다만.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여행이 그저 의무적인 간단한 메모와 피상적인 인상으로만 기억이 되고 만다.

 

117쪽 -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그래서 나는 내 여행 또는 관광보다 다른 이가 기록한 언어, 또는 떠들어대는 말을 통해서 내 여행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하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또한 일정하게 떠돌았고, 안식처가 생기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언제나 지금 이곳은 곧 떠날 곳이라는 생각을 저기저기 어디쯤 밑바닥에 숨겨두고 있다. 그래서 큰 욕심이 없다. 특히 장소, 공간, 환경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다.

 

 

인생은 나그네길이 아니던가. 결국 또 떠나야만 하는. 그리고 천상병 시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소풍"이라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인 '귀천' 중에서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왜 여행에 대해 갈망하는 것일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안정적이며 잘 정착하고 사는, 안주하며 편안하게 생활하는 인간처럼 보이는데. 나의 이중적인 면모는 그렇다. 어떤 이들에게는 여행자처럼 보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절대 위험한 여행 같은 것은 안 할 것처럼 보이고.

인간은 떠돌이 유전자가 있다고. 걷고 뛰고 여행하는 호모 비아토르라고. 그래서 본능적으로 떠나고 싶어할까.

 

요즘 같이 인터넷 세상이 발전하고 SNS가 모든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세상에서, 여행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그건 말도 안 된다. 나는 여행 프로가 TV에 많아질 때부터 엄청난 불만을 표출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인구들이 자유 여행이든 패키지 관광이든 떠날 것이라고. 왜냐면 그런 프로들, 책들, 이야기들은 잠자고 있던 호모 비아토르의 잠재적 여행 유전자를 자극하고 도발할 것임이 분명하거든. 엄청난 (여행)정보의 홍수를 의도치 않게 맞이하게 되는 일반인들(시청자들) - TV만 보더라도 여행 예능 프로가 어마어마하지 않나. 특히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은 지식인들의 여행 정보는 여행 유전 인자에 불을 지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

 

그 이유는 이 책의 5번째 이야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 너무나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여행자 스스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환하고. 여행자, 피디, 편집자 보다도 더 총체적으로 여행의 성찰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장이 시청자가 되었을 때. 과연 그 시청자 중에 몇몇은 좀이 쑤시지 않겠는가.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나지 않겠는가. 

 

내가 한때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비난한 적이 있나. 전 국민 해외 여행(관광) 조장 홍보 프로그램이라고. 

 

그런데 이 책은 가장 수준 높고 지적인 - (자유, 배낭)여행 조장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저 앞에서 언급했듯이, 문학과 창작,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예리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여행과 소설 구성의 상관 창작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으라 권하고 싶다.

그러나 나처럼 어떤 사유로든 여행을 못 떠나서 안달이 난, 그러나 욕망은 있는데 간절함이 부족하여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은 읽지 마라.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현재 안주하고 있는 자신의 삶과 그 여정이 의미가 없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탐독하지 마라. 탐독하면 나처럼 며칠 간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작가가 이 책을 쓰는 데 자신의 모든 여행 경험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아직 그는 끝나지 않은 여행자다. 그래서 또 어디론가 떠날 것이고. 또 그렇게 떠나 길 위에서, 또는 돌아와서, 여행의 경험과 소설의 만남으로 우리를 놀래킬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찾아 보고 싶은 책들이 생겼다. 알폰소 링기스의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 등.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디세이아>,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

 

 

그리고,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첫 표지를 장식하는 도형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짧은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듯 같은 듯 다른 듯한 세 개의 도형 이미지. 이것은 단순한 디자인일까, 본문 내용과 관련이 있는 상징적인 디자인일까. 읽으면서 쓸데없이 궁금해졌다.

 

 

 

n******6 2019.08.06. 신고 공감 13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