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을 열 때 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왜 입을 옷이 없을까? ^^ 옷장을 열고 한참 고민하지만 결국 손이 가는 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이다. 지금의 옷들 이전에 딱 한번 옷장의 옷을 거의 다 바꾼 적이 있다. 몇 년 전 건강을 위해 살을 빼고 난 후 그전에 입던 옷을 모두 동생과 조카에게 넘겼다. 알아서 자신의 스타일이면 가져가고 나머지는 헌옷 함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후 옷을 많이 사지는 못했다. 몸집이 작아진 관계로 맞는 옷이 많이 않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한정되어 있기에 옷을 많이 구매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옷장 앞을 서성이곤 한다. 왜 옷이 별로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과연 나에게 옷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입버릇처럼 옷이 없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할뿐. ^^
그리고 생각한다. 이런 옷들이 나에게 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공정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있었는지. 모두 12꼭지 속에 옷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은 그래서 재미있다. 몇 년 전부터 대두되었던 패스트 패션 이야기와 친환경 소재라고 하는 에코 패션의 또 다른 얼굴, 스키니 진이 나오면서 옷에 의해 몸이 지배당하는 현상과, 명품이라 칭하는 고가 브랜드 이야기, 옷이 가진 상징성과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또한 함께 입기에 나를 감출 수 있는 유니폼과 생존의 수단에서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모피 이야기,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생긴 완판 녀와 메이드 인 코리아의 현주소, 옷이라는 삶이 끝나면서 처해지는 처분이야기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에 대한 결론은 옷을 대하는 내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옷의 기부라는 측면이 주는 명암이 씁쓸하기도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옷이 헤져서 버리기 보다는 유행이 지났거나 지루해져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헌옷 함에 버릴 때엔 이 옷들이 아프리카 누군가에게 기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 일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기부된 옷은 쌀가마니만 한 덩어리로 아프리카에 들어가는데 이 옷 꾸러미를 ‘미툼바’라고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이 옷은 무료로 제공되지 않고 아주 싼 가격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때문에 아프리카 의류 산업 발전을 방해하는 주범이 된다고 하니, 그들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의류 산업은 미숙한 노동자들이 많고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기초를 닦을 중요한 산업인데 기부로 받은 옷의 품질이 좋으니 아프리카 의류 산업은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질 좋은 미툼바가 고마운 꾸러미지만 아프리카 의류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정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값 비싼 옷에 연연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어떤 물건이든 나름의 생애 주기가 있다.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옷의 생애는 의미가 있기도 하고, 옷장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옷을 입고 처분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좋은 책이다.
|
|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읽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어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연인 것처럼 책도 나름의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의지로는 전혀 읽을 것 같지 않았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우리 딸의 고등학교 입학과 관련이 있다. 학교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가서 받아온 유인물에 책 4권 중 한 권을 읽고 독서기록장을 써오는 것이 숙제(?)였다. 나름 쉬워 보이는 책을 선정해주고 같이 읽었다. 결론적으로는 다른 책에 비해 어렵지 않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사람 70억 명이 있으면 옷도 70억 벌이 있다' 물론 1명이 입는 옷은 더더욱 많겠지만, 그만큼 사람의 개성이 옷에 풍겨져 나오고 옷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 옷 이야기 즉 사람 이야기 , 사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주제다. 12가지의 옷 이야기로 나누어 진행된다. 패스트 패션, 에코 패션, 옷에 몸 맞추기, 고가 브랜드 패션, 옷의 상징성, 옷의 표현력, 유니폼, 모피, 모방 패션, 누가 옷을 만드는가?, 옷의 처분,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등의 이야기다. 패스트 패션의 원조는 스페인의 ZARA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시작이 여러 공정과 과정을 거쳐 옷이 만들어 지다 보니 가격이 비싸지고 늦어지다 보니 유행에 뒤쳐지게 되서 유통과정을 다 빼고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패스트 패션은 카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환경을 파괴하고 마지막으로 직접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학대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윤리적인 소비가 대두 되고 노동환경을 보장하라는 운동이 일어나는 등 옷을 단순히 소비만 하던 입장에서 공정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팍팍 느껴졌다. 거식증에 걸려 아까운 목숨을 젊은 나이에 잃게 되는 모델들 이야기가 한창 뉴스에 나왔다. 대중매체에는 늘 날씬한 사람만 등장하고 그들이 걸친 옷들은 유아복 수준이니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게 되는 추세다. 의류계도 그렇다 보니 큰 옷은 전시해 놓지도 않는다. 옷은 또한 우리의 생각과 의건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정 문구가 쓰인 티셔츠, 히피 패션이나 가수들의 무대 의상들은 옷이 충분히 그 사람의 의견을 전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니폼은 개성,의견 만이 아닌 정체성이나 사상 까지도 전달한다. 군복, 교복, 회사 유니폼은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틀로 구속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파트는 의류 기부였다. 아프리카 등지에 보내는 의류 뭉치=미툼바는 좋은 뜻에서 보내지만 받는 나라에서는 그곳의 의류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악의 꾸러미로 불리기도 한다. 옷은 걸쳐 입고 땡!이 아닌 이젠 문화가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옷의 다양한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살펴 보니 어떤 사물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
몸의 기준을 왜곡시키는 원인이 온전히 대중매체나 옷이라는 사물 그 자체에 있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내면에 있는 남들보다 더 아름다워지겠다는 욕망, 외모로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계급 경쟁을 무분별한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뿌리 깊은 원인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강박에 짓눌린 사람들은 지나친 체중 감량을 시도하다가 소중한 생명까지 잃기도 합니다. 2007년, 한 패션모델의 누드 사진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진 속의 그녀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극도로 마른 몸매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사벨 카로라는 이 모델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였습니다. 그녀는 패션계에 만연한 마른 몸매에 대한 강요로 인해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걸렸으며, 여성 모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패션계의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누드 사진으로 자신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2010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
|
이름만 보면 무슨 내용일지 예상이 안되었는데 패스트 패션이나 에코 패션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어요. 목차를 보며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만 먼저 골라 읽으니 술술 읽히고 금방 한 권을 다 읽게 되었네요. 패스트 패션의 원조가 자라였다 와 같은 새로운 정보부터 그러한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사진 자료도 잘 삽입되어 있고 재미있어요. |
|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 리뷰입니다. 작가분 이름만 보고 당연히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남성분이었다. 헐~ 나의 편협한 선입견이란... 쯧.. 이분이 의상학과를 나오고 의류직물쪽 공부도 하신다고해서 이런류의 책도 쓰실수 있었구나 하고 지레 짐작해본다. 옷, 옷을 만드는 사람, 시스템, 옷의 상징성이나 가치등을 넓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반적인 옷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다 다루고 있어서 옷과 관련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습득하기에는 좋은 책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