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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까치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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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과 따스함이다.어머니, 외할머니, 아버지, 먼저 떠나간 친구,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추억속에만 남아있는 존재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들, 그리고 함께 했던 시간들에대한 그리움들. 자칫 감정 과잉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작가는 애써 절제하고시종일관 담백하게, 담담하게 그 추억들을 더듬어 나간다.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라고 강권하지 않고 그저
"수필집 까치밥을 읽고" 내용보기
이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과 따스함이다.
어머니, 외할머니, 아버지, 먼저 떠나간 친구,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
추억속에만 남아있는 존재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들, 그리고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들. 자칫 감정 과잉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작가는 애써 절제하고
시종일관 담백하게, 담담하게 그 추억들을 더듬어 나간다.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라고 강권하지 않고 그저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그리움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가슴 한켠이 찌릿하고 저며오는 그 어떤
경험을 하게된다. 이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할까?
잔잔한 그리움이 어느새 긴 여운으로 마음 속에 스며든다.

또한 이 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푸근하게 담겨있다.
삭막한 도시 아파트 단지의 감나무에 까치밥이 없음을 못내 아쉬워하고
생판 모르는 이산가족이 재회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한다.
바다 건너 어느 나라의 해변가를 의젓하게 지키는 맹그로브 나무들을
대견해하는가 하면, 먼 이국 땅의 공항에서 처음보는 아주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위로하기도 한다.

작가의 곁을 오래 함께한, 아니면 짧은 시간 스쳐간 그 모든 인연들이
작가에게는 수많은 추억의 장면들과 함께 소중하게 남아있다.
그들과 함께한 기억을 씨줄로, 그때 느꼈었던 감정들을 날줄로
정성스럽게 엮어 한자 한자 채워나간 지면이 참 곱다.

작가의 글은 정갈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감정의 과잉도 없다.
하지만 지금 까지 읽었던 그 어떤 글보다도 진한 여운이 남는다.

미사여구나 많은 수식어를 통해서 독자에게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기 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작가의 마음이 되고 감정이입이 되어 독자를 글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굉장한 흡입력이 있다. 그래서 작가와 함께 울고 웃고 안타까워하며 과거로의 여행을
기꺼이 동행하고 싶어진다.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그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경계를 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독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글이라니.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해서 지하철에서
민망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때로는 나사가 몇 개 빠진 것 처럼 피식 웃게도 만드는
글들을 읽으며 작가의 다음 번 이야기 여행이 기대됐다.
수필 장르의 책을 읽어나가며 마치 추리소설 처럼 다음 페이지가 궁금한 느낌이 드는 게
신기했다. 작가의 다음 여행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을 지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벌써부터 새로운 책을 재촉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글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담은<국시의 추억>과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수했던 시절에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만남을 담고 있는 <횡단> 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순수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예전 어느 때인가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한참을 올라가도 마치 엉덩이에 접착제를
붙인 것처럼 한동안 객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흘러가고 그때 그 공간에서 느꼈던 여운이나,
감정, 감동들이 밀려와서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조금씩 아껴 가며 다 읽고, 떠나보내기 아쉬운 친구처럼 이 책을 덮었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다.

책을 읽을 때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큰 파도같이 내 마음으로
밀려왔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처럼,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이제는 결코 돌아가지 못하는 그 소중한 순간, 시간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 그리움, 미련,
아름다운 추억.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틋함과 따스함이 이 책 곳곳에 진하게 배어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다시 읽고 음미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눈을 감고 이 장면을 떠올려 본다.

<아이는 부엌에서 봉긋하게 구워 온 국시 꽁지를 손에 들고 어머니 무릎을 베었다.
아이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별들이 기다렸다는 듯 아이의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반딧불이가 제 흥에 겨워 불연속선을 그리며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쩌다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지르면 아이는 탄성을 지른다. 칠석은 멀지 않았고 은하수 양쪽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견우와 직녀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아이에게까지 들리는
듯하다.>

현실의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 저자에게, 그리고 그가 살아온 삶에
진심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YES마니아 : 로얄 g*****n 2024.05.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