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다룬 해외 최신 논문을 읽어 보면 빠짐없이 식물성 식단(plant-base diets)으로의 전환이 실천의 우선순위로 올라있다. 전세계적으로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이동 수단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보다 많았고, 가축을 키우거나 사료 작물을 키울 땅을 마련하기 위해 아마존 삼림에는 방화가 자주 일어난다. 공장식 축산 속 어마어마한 수의 동물들이 배설하는 분뇨는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켰고, 이젠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동물 전염병이 돌 때마다 '살처분'이라는 이름 하에 살아있는 동물들을 함부로 죽여서 구덩이에 파묻어 버린다. 그 행위 자체의 잔혹성도 견디기 어려운데 매몰지의 토양오염과 침출수 같은 2차 피해가 심각하고, 살처분 업무에 투입된 사람들이 커다란 트라우마를 얻는다고 한다. 또한 육류소비감축은 건강과도 긍정적 관계가 있는데,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이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님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노화를 촉진하는 엠토르(mTOR) 단백질이 활성화되므로 육류와 유제품은 적게 먹고, 식물성 단백질, 비정제탄수화물, 채소 위주로 섭취하는 식단이 '감속노화' 식단이라고 젊은이들에게 전파하신다.
육류소비감축이 이렇게 장점이 많다면 교사로서 당연히 교육 주제로 다뤄야 마땅한데 예민한 주제라는 이유로 여전히 망설이고 회피하는 내게 <학교에 비거니즘을>이라는 책이 나타났다. 심지어 육류소비감축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비거니즘이다. 비거니즘은 먹거리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려는 삶의 자세를 의미한다. 아직 사회적으로도 비거니즘이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더 보수적인 학교 안에서 비거니즘 교육을 하는 교사들의 야이기라니! 이것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책이다. 성장기인 아이들, 그 뒤에 학부모들, 매일 우유 급식을 해야하고 고기집 회식이 당연한 학교라는 맥락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카리스마 넘치는 책 제목의 인상과 달리, 이 책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절대로 비거니즘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비거니즘이 교육이 아이들한테 강요가 되거나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교육활동을 계획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흔들리고, 고뇌하고, 상처받는 장면까지 가감 없이 전달한다. ‘씁쓸했다.’, ‘초조했다.’, ‘나만 웃지 못했다.’,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표정 관리를 하려 애썼다.’,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스스로를 위로했다.’, ‘걱정부터 된다.’ 하지만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감내하고 더 나은 방식의 교육을 고민하고, 다시 한 번 해 볼 결심을 하는 장면들에서 나는 문자 그대로 ‘감탄했다’.
앞으로 ‘용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책 목록 중에 <학교에 비거니즘을>이 포함될 것 같다. 남들이 아직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앞서 선택하고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용감하고 유능한 혁신가(Innovators) 비건교사나는냥 선생님들께서 귀한 경험을 생생하게 나눠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기후환경 문제와 동물 문제에 대한 부채감을 가슴에 담고 있는 많은 교사 및 양육자들이 이 책을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
'비건'과 '교사'라는 다소 생소한 두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한 비건 페스티벌에서였다. 그곳에서 비건 교사와 관련된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고등학생으로서, 매일 김과 비건&글루텐프리 고추장을 싸 들고 혼자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내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날짜와 시간을 기억해 두고 부모님과 함께 페스티벌에 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행하는 채식 급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이런 선생님들께 수업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친구들 모두 비건을 잘 모르던 논비건들이었으니까. 다행히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내가 비건인 것을 알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배려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나 혼자 비건이라 주눅 들고 외로웠던 날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토크 콘서트를 들으면서 '교실', '급식', 그리고 '비건'이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서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만 학교에서 비건을 지향하며 이 거대한 시스템을 고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도 받았다. 또한 논비건인 부모님도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하며 우리 가족 모두가 비건에 대해 더 가까워진 날이었다. 인상적이었던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선생님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고 한 선생님의 게시물을 통해 '비건교사나는냥'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비건교사나는냥이 올린 다양한 콘텐츠를 보던 중, 이 단체가 책을 냈고 출판 기념 서평 이벤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기를 내서 댓글을 작성했다. 비건 계정에서 직접적으로 학생임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었고 여러 번 수정까지 거쳤다. "비건을 지향하는 학생으로서, 비건을 지향하는 선생님들이 궁금해요! 그리고 선생님들은 육식 중심의 급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지금 그 용기 낸 댓글에 보답이라도 받듯 당첨되어 비건교사나는냥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다. 사실 주어진 마감일이 지나 죄송스럽지만, 좋은 책을 감사히 받았기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서평을 이어나가 보겠다. (변명을 하자면 고3의 스케줄과 피곤함을 너무 만만히 보았다…) 37페이지: [학생들이 나를 비건으로 인지하는 순간은 내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이 아니라 '먹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이기 때문이다. 비건은 먹을 게 없는 힘들고 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질까 '선택'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삶이라고 느껴질까 초조함이 들기도 한다.] 급식실에서 홀로 급식을 먹지 않았던 것에 관한 글인데, 상황과 내용 모두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내가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렇게 질문한다. "너 xx도 안 먹어?"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너(논비건)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먹지는 않지만, 너가 생각했던 거의 모든 것은 대체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황급히 뒤따라온 긴 말들이 생각났던 글이다. 40페이지: [슬프게도 지금까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간식 중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간단한 간식을 자주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간식을 주실 때 나는 "저는 비건이라서 이건 먹을 수 없어요"라고 거절하곤 했다. 그리고 비건(추정)이며, 소포장 된, 나름 저렴한 가격대의 간식을 추천해 드렸다. 간식을 받을 다른 친구들까지 고려해 주로 메이커 간식을 추천해 드리는데 (쌀과자, 젤리스트로우, 로투스 등…), 몇몇 선생님들은 이게 비건인지 몰랐다며 구매해 볼 만하다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그리고 다음 간식부터는 내 의견을 반영한 간식을 나누어주시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비건 간식을 알뜰살뜰 홍보하기도 한다. "이거 비건이야, 그래서 나도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거 보이면 많이 먹어ㅋㅋㅋ" 매일 논비건 음식들이 넘쳐나는 학교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환경과 동물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힘든 학교생활을 버틸 힘을 얻는다. 45페이지: [비건으로 나를 소개할 때마다 난 '처음'이라는 무게를 느낀다. 매년 비건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고 1년을 함께하는 과정은 이 무게를 느끼면서도 거기에 짓눌려 버리지 않게 노력하는 과정인 듯하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비건을 지향하게 되며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내가 비건인 것을 어떻게 밝힐지 말이다.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을 친구들은 굉장히 다른 차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첫 만남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신념이고, 비건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마음에 결국 늘 알리는 쪽을 택했다. 친구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그 이상을 함께 지내는 만큼, 나의 많은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비건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고, 담고 싶은 글은 많지만, 분량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책은 비건을 고민하고, 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잘 담아낸 책이다. 두 키워드 중 하나만 관심 있어도, 다른 키워드에 대해 많은 점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생님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생들과 비거니즘과 관련된 교육이 새롭게 느껴졌다. 환경과 관련된 교육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요즘 추세인 만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읽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토크 콘서트의 연장선에서 비건 교사 선생님들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아 몹시 만족했다. 매년 초에 비건교사나는냥 동료를 모집한다고 들었다. 내년에는 나도 이 멋진 단체에 들어가길 희망하며, 서평을 여기서 마친다. #학교에비거니즘을 #비건교사나는냥 #휴머니스트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