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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고등학교때 선생님게서 추천도서 목록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방학때나 시간날때 읽긴하지만 왜 그리 지루하고 재미없는게 많던지. 그런데 그런 책들 가운데 이상하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끌리는 책들이 있고 선생님또한 진짜 추천한다면서 권장한 책들이 있었는데 그가운데 장자, 맹자, 데미안, 그리고 이 태평천하였습니다. 태평천하는 그냥 읽을때는 너무나도 가볍고 그저 흥미위주의 책 같은 느낌이듭니다. 아니 글 전체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해설을 하는 것도 희화적인 해설이고 대화 내용도 그저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명창 대회 구경가서 자리 가지고 다툼하는 이야기 인력거 삯 에누리 하는 이야기 춘심이 (윤직원 영감의 어린 애인)와 밀당하는 이야기 춘심이 반지 값 에누리 하는 이야기 아들이 오입질을 하려는데 그 사람이 아버지의 첩.. 이거 장면 장면만 따지면 그저 우습고 가벼운 이야기일뿐입니다. 그러나 화적패에게 희생당한 아버지의 주검을 붙잡고 "이놈의 세상 우리만 빼고 다 망해버려라." 울부짖으며 외친 선언을 생각하면 그건 그냥 농이 아닙니다. 아마 어떤 시대 어떤 세상이든 악인이 험난한 시대에 살아남으려 했던 몸부림이고 방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단지 일제시대의 한 친일파의 희극적인 생존기(?)가 아니라 이 책에서 등장하는 표현처럼 한번 옷깃을 여미고 진중히 다시금 생각해야한다고 봅니다. 왜 그가 이런 길을 택했는지.... 그리고 왜 그가 이러한 삶을 지키려고 했는지... 이건 비단 그시대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장담하건대 지금도 아니라고 아무도 이야기 할수 없습니다. 웃고 가벼이 여기지만 읽고난 뒤는 소설의 끝말처럼 장수의 주검을 만난 병졸들처럼 어둡기까지 합니다. - 참고로 제가 이 창비판 문고를 선호하고 헌책으로도 1권더 가지고 있는 이유는 2가지 입니다. 1) 어휘의 해설 - 태평천하에는 국어사전에 없는 어휘들이 더러됩니다.혹은 사전에 나오더라도 그냥 모르고 넘어갈 만한 어휘가 많습니다. 이걸 이 책에는 어휘를 별도록 사전식으로 수록했습니다. 모르는 어휘는 정리해서 볼만하다는 이야기지요. 2) 다양한 분석 - 태평천하를 소설에서만 그치지 않고 훌륭하신 분들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이 책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했습니다. 단순히 소설 그자체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이해를 돕기위한 글들인데 이렇게 분석이나 해설이 안된 책들이 더러 있습니다.
- 지금은 이 창비판 태평천하를 보기는 어렵지만 헌책은 아직 YES24에 상당히 많네요. 심심파적 삼아 한번 구입해서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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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젊은 시절의 김지하는 김수영의 시를 읽고 '풍자(諷刺)냐 자살(自殺)이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말은 채만식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의 소설은 풍자 그 자체이며,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비판은 하나의 넘볼 수 없는 성과 같다. 자신에 대한 변명인 '민족(民族)의 죄인(罪人)'이란 글은 풍자에서 비껴나 있으며, 그렇기에 채만식답지 않은 잡문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자살이었다. 채만식의 단편 소설인 '논 이야기'에서 '해방되었다고 했을 때 만세 안 부르길 잘했지.'하는 대목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태평천하'의 윤직원(윤두섭) 영감은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집놈의 자식이 ...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한단 말이여.'하고 부르짖는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와 같은 발언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날카로움을 한층 잘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윤직원 영감만을 비판하고 풍자할 뿐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그리고 작가 자신도 살고 있는) 시대적 모순에도 칼을 들이대고 있다. 이 글에는 긍정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거의 끝에 가서야 종학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그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윤직원 영감의 등장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고 있고 돈과 건강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의 외침이 공허한 외침으로만 끝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주장의 어느 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니까 말이다. 자신의 처세대로 살지만, 결국 자기에게 속아넘어가는 윤직원 영감을 보며 한편으론 동정심도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고…. 채만식 소설의 매력은 탁월한 문장과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쓰는 입담, 그리고 어휘와 속담 등의 적절한 구사에 있다. 우리 소설사에서 그만큼 개성 있으면서도 인물과 배경에 잘 어울리는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도 또 없을 것이다. '삼대'에서 만났던 반가운 말인 '병정'과 같은 표현은 물론이고, '암캐 같은 시어머니 여우나 꽁꽁 물어가면 안방 차지도 내 차지 곰방 조대도 내 차지'와 같은 말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또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완(李浣)이 대장으로 치면, 군산(군산)을 쬐꼼은 깎고, 계수를 몇 가지 베인 만큼이나 하다 할는지요.'와 같은 표현들도 재미있었다. [인상깊은구절]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뜩이나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주검을 만난 군졸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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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서울 평민 출신의 대지주 가문의 이야기이다. 일꾼이나 하인은 상전을 섬기기만 하고 대가는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윤직원 영감은 그 삯을 깎겠다고 하며 소작인에게 땅을 부쳐 먹고 살게 하는 것을 큰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부를 축적한 그에게는 쓰라린 기억이 있다. 출처가 불확실한 돈을 모았던 그의 아버지가 화적들에게 죽은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들어와 불한당을 막아 주고 천하태평을 보장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한다.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한 것으로도 모자라 손자 종수와 종학을 군수, 경찰서장을 시켜 가문을 빛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집안의 불화는 끊이지 않는다.
아들 창식은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군수를 시키려던 손자 종수도 방탕한 생활을 하며 심지어는 아버지의 첩 옥화와 정을 통하기도 한다. 며느리와 손자 며느리 역시 저항적이고 딸마저 시댁에서 소박을 맞고 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둘째 손자 종학이가 동경에서 사회주의 운동에 연루되어 체포, 투옥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윤직원은 분통을 터뜨린다. 일제 강점하의 사회 실상을 심도 있게 고발한 태평천하는 1938년 "천하태평춘" 이라는 제목으로 <조광>지에 1월부터 9월까지 연재된 장편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