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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거의 편식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장르가 있긴한데, 반대로 손이 안 가는 장르가 바로 단편소설이다. 하나의 스토리가 긴 호흡으로 진득하게 이어나가는걸 좋아하는데 단편집은 호흡이 너무 짧아서 늘 아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한국문학은 손이 안 간다. 읽는 순간은 재미있지만 문학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내게 독해는 늘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제목도 꽤나 특이해서 책장을 펼쳤다. 처음 알게 된 최민우 작가의 작품인데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국내에서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번역가로서 활동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읽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틀만에 냉큼 완독해버렸다. 짧은 호흡의 여러 단편들을 읽어보니 어떤 단편은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책 후반부의 독서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나서야 누락된 부분이 이해되었다. 황당했다. 이 외에도 대체적으로 스토리가 잘 짜여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그때그때 몰입 했다. 어딘가 내 모습이 각각의 인물들에게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족쇄같은 가족 관계가 주인공을 무력하게 만드는 모습엔 요즘의 나를 보는 듯 해서 공감될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을 살면서 엄청난 이벤트가 없어도 늘 내 인생은 늘 부정적으로 치닫는 느낌이 들었다. 평온한 현실을 누리면서도 늘 마음은 부정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비단 나만 그런게 아님을 느꼈다. 사람은 어쩌면 원래부터가 부정적인 생각을 지향하게끔 설계된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작년과 올해에 굉장한 이벤트가 내 인생에 생긴 후로 나는 의식적으로 평온함이 얼마나 감사하면서도 좋은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또 늘 날이 서 있었고 예민하게 살아왔었지만 요즘에는 왠만한 것에 점점 무뎌지는 나를 발견하곤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무뎌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고갈되긴 하지만 좀 무뎌진다고 전혀 손해볼 건 없지 않은가? 단편집에 대한 편견으로 늘 멀리했지만 이 책을 읽고 단편집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지 찾아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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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게 되고 친해지고 마음을 터놓고 공유하는 그 모든 과정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가끔 나의 고충과 슬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 물론 심리 상담사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 외에 언제나 만나서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관계는 형성하기가 의외로 어렵다. 요즘에는 소설을 통해서 이런 관계를 만들고 치유 받는다. 물론 책과 내가 서로 소통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학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겪어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외로움이 상쇄되는 느낌이다. 내가 특별하다거나 이상한 게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치유받은 느낌이다. 모든 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건 아니고 꼭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책 속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이 우리 주변에 있거나 나 자신이기도 한 듯 해서 무척 공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책의 해설을 읽고 마치 내 고민의 솔루션을 얻은 듯한 묘한 느낌도 받았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