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0.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상인』" 내용보기
『베니스의 상인』에서 '상인'은 안토니오이지만, 실상 샤일록으로 더 유명할 것이다. 샤일록은 '상인'이 아닌 '고리대금업자'이고 그 위상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인물 중 그 누구도 뛰어넘지 못한다. 상인과 고리대금업자가 있는 도시 베니스는 무역으로 상당히 발달한 곳이었고, 백인과 유대인이 뒤섞여 있던 당시 고증을 셰익스피어가 잘 살린 듯하다. 유대인에 대한 당대의
"『베니스의 상인』" 내용보기

『베니스의 상인』에서 '상인'은 안토니오이지만, 실상 샤일록으로 더 유명할 것이다. 샤일록은 '상인'이 아닌 '고리대금업자'이고 그 위상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인물 중 그 누구도 뛰어넘지 못한다. 상인과 고리대금업자가 있는 도시 베니스는 무역으로 상당히 발달한 곳이었고, 백인과 유대인이 뒤섞여 있던 당시 고증을 셰익스피어가 잘 살린 듯하다.

유대인에 대한 당대의 인식, 즉 인종차별에 관한 담론도 읽을 수 있는데, 단면적으로는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살 1파운드를 취하려는ㅡ곧 죽인다는 말과 동의어인ㅡ유대인 샤일록의 잔인한 면을 있는 그대로 보아, 악인 하나를 설정하고 그가 정의로 심판받는 모습을 보며 통쾌해하는 4막의 전개는 충분히 그럴싸하다. 이것은 인종차별로 인망받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당대 유대인들이 어쩔 수 없이ㅡ당시 인식으로 하찮게 여겨진ㅡ고리대금업에 뛰어든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돈을 돌려받는 행위는 수취인 입장에선 영 좋은 소식은 아니니 그럴 만도 하다.

현재의 인식은 조금 많이 달라져서 『베니스의 상인』 기저에 깔린 유대인 샤일록을 깔보고 조롱하는 시선, 그리고 그러한 차별행위로 인해 응축한 분노를 뿜어내는 인간 샤일록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당신은 이유도 없이 나를 개라고 불렀소.
그렇지만 난 개니까, 내 이빨을 조심하시오.

샤일록의 안토니오를 향한 이러한 말들은 베니스 사회로부터 받은 배척과 멸시를 울분으로 축척한 이방인의 정당한 분노로 이해할 수 있을까.

1파운드 살을 취하려는 샤일록을 제지하고 안토니오의 목숨을 살려주는 포셔 또한 정의로움의 상징으로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샤일록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저 기득권에 편승한 이로 볼 여지가 있다.

포셔 아버지의 유언대로 포셔와 결혼을 원하는 이들은 여러 개의 상자 중 올바른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포셔의 구혼자들 가운데 모로코 군주의 선택이 실패하자 그를 향한 포셔의 대사 중 하나인 "얼굴색이 그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골라주면 좋겠어"는 포셔의 인종차별적 시선을 강화한다. 모로코 군주가 포셔를 처음 보고 하는 말인 "내 얼굴색 때문에 날 싫어하진 마시오"는 당대의 인종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백인들의 베니스 세계가 흑인이나 유대인을 차별하는 게 일상적이었다는 걸 증명한다.

샤일록은 포셔의 재판으로 모든 재산이 국가에 몰수된다. 그 후 샤일록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샤일록을 제외한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안토니오는 목숨을 건질 뿐만 아니라 파선한 줄 알았던 자신의 상선이 실은 더 많은 금화를 얻고 귀환하는 걸 파악한다. 밧사니오와 포셔 커플, 그라시아노와 네리사 커플 또한 더욱 공고해진다.

샤일록의 딸 제시카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를 믿기보단 개종한 크리스천으로서, 그는 로렌조라는 안토니오 패밀리 중 한 명과 결혼하고, 몰수당한 샤일록 재산의 일부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시의 관습과 시선으로는 정의가 이루어졌지만, 이방인 샤일록에게는 재산도 혈육도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이 당대 베니스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인지, 아니면 악인 샤일록을 심판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유희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 『베니스의 상인』은 주로 희극으로 분류되니 아마 비극의 입장일 샤일록은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베니스의 상인』에서 보여진 인종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기에 이 극이 주는 묘한 울림 또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YES마니아 : 로얄 p*****6 2021.04.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