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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과 착각도 받아들이게 하는, 위험한 단어들... 『수박』
"희망고문과 착각도 받아들이게 하는, 위험한 단어들... 『수박』" 내용보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를 구하는 것. 그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으로 해석되는 이해다. 똑같은 상황을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그 이해를 구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그 이해를 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많은 관계의 이름이 붙여진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해를 강요한다. 당연시한다. 그러다 지치면 가족, 친구,
"희망고문과 착각도 받아들이게 하는, 위험한 단어들... 『수박』" 내용보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를 구하는 것. 그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으로 해석되는 이해다. 똑같은 상황을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그 이해를 구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그 이해를 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많은 관계의 이름이 붙여진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해를 강요한다. 당연시한다. 그러다 지치면 가족, 친구, 동료, 연인, 그리고 더 많은 관계의 이름이 우리를 옭아매고, 그 관계의 유지를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천륜이네 인연이네 하는 온갖 운명론적 단어를 끌어다 붙이고 엮었던 관계가 더는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꿈 꾼다. 그 관계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아니면 관계의 상실이 아닌 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을 만나기를...

 

저자가 들려주는 여덟 편의 단편이 적나라하다. 그 관계 맺음이 서툴러서 그랬다는 이유만으로는 다 설명될 수 없는, 그 관계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버거운, 그래서 결국은 그 관계를 끊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절망감을 부여한다. 아니다. 먼저 말해야 할 게 있다. 책의 뒤에 붙여진 평론가의 해설처럼 저자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행복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절망적으로 이야기는 끝났다’는 게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었거나, 그들이 찾고자 하는 행복을 담은 희망을 찾으러 가는 길을 보여주었거나, 절망이라고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게 절망이었을 뿐이다. 앞으로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이미 내 눈에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게 해주고 싶었던, 희망만을 얘기하기에는 우리 삶이 만들어낸 관계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차라리 끊어버리는 게 좋은 관계도 있음을, 나의 비뚤어진 시선을 굳이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희망고문 따위는 일찌감치 버리는 게 낫다고.

 

이따금씩 혜리는 여기서 펑,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도,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도, 집에서 문자가 올 때도 혜리는 여기서 펑, 을 외우곤 했다. 자신은 사라지고 세상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건 왠지 서글프면서도 통쾌했다. 병에 걸렸다,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이사를 가야 한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가족의 안부에 답하지 않아도, 궁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언니는 이기적이라는 동생들의 문자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혜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답장을 보내지 않은 걸 후회했다. 배려와 희생이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둔갑하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어쩔 수 없는 외면이 그동안의 배려와 희생을 덮어버린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45~46페이지 「바람은 알고 있지」)

 

표제작 「수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한 여자의 어느 날을 들려준다. 피임하지 않았는데도 8년 동안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여자는 같은 직장 안에서 오빠가 저지르는 일에 뒤처리하거나 엄마의 돈타령을 듣는 게 무겁다. 더운 날 들고 있던 수박 한 통의 무게가 무거울까 아니면 가족이라는 짐이 무거울까. 우연히 찾아간 사찰 앞의 가게 할머니와 함께 잘라 먹는 수박에 삶이 비교되는 순간은 아이러니다. 잠이 든 여자에게 목침을 배어주던 생면부지의 노파가 차라리 낫다.

그곳에서 꿈을 꾸고 싶었을 것이다. 아주 편안한 꿈을. 「전원주택」은 그런 꿈을 꾸어도 좋을 사람들에게 원하지 않은 관계의 이해 못 할 이기심이 만들어낸 최악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의 방문이었다.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이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그들에게는 평화도, 꿈도, 미래도 사라졌다. 현재의 행복마저도 꿈꿀 수가 없다. 이제 그 관계를 잘라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영원히 끊을 수 없는 또 다른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3개월 전에 돌아온 그. 아내와 함께 고향에 찾아온 그는 우연히 여자 동창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부재했던 3년의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아내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고 분위기가 묘한 통화를 하고 있었으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홧김에 여자 동창과 불륜을 저지르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아내를 찾아 다시 숙소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떠나고 없었다.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는 다시 이어 붙이고 싶은, 두 사람 사이에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공백이 있었지만 그래도 끊기 싫은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가족사진」의 주인공, 초등학교 5학년인 화자는 판타지 소설 작가다. 처음으로 가족들과 놀이동산에 가게 된 이유는 작은언니 결혼식에 사용될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가족들의 마음과 의견은 분분하고 그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선 한 자락씩 꺼내며 소란스러워진다. 그런데 우습다. 결국, 그들은 찍어낸다. 그들만의 가족사진을. 크고 작게, 또렷하고 희미하게, 자신이 지정하지 않은 장소에서, 그렇게 우연히 한 장의 사진 속에 그들 가족의 모습을 모두 담는다. 신기하다. 뿔뿔이 흩어져버려야 마무리될 것 같았던 이야기의 반전에 웃음이 났다. 관계란 그런 것일까. 맺고 끊음이 단칼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에둘러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표류기 같은 「바람은 알고 있지」는 더없이 서글픈 환상 같았다. 거처도 없고, 분명한 직업도 없는 남자와 여자가 해외 리조트에서 가이드와 서비스 강사를 하면서 미래를 꿈꾼다. 얼굴도 모르는 ‘샘’이라는 인물의 전화 한 통을 맹신하면서 타지에서의 희망을 그린다. 원래 있던 곳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 있는 그 섬에서 남은 인생을 다시 그려야만 한다. 하지만 보이던 많은 것은 순간적인 착각일 뿐이었다. 환상 같은 그 섬도 그들이 떠나온 곳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또다시 표류하게 만드는 곳일 뿐이다. 거기에 절망까지 얹게 하는...

공항에서 사라진 남편을 뒤로하고 혼자 제주도를 찾은 화자인 ‘나’에게 비자림은 어떤 의미를 만들어줄까. 제주도는 그들의 신혼 여행지였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함께 했던 장소에 혼자 찾아오게 된 여자는 남편이 말하고자 하는 ‘처음’을 찾으려 한다. 「비자림」은 쓸모가 없는 가지들은 스스로 떨어뜨려 내면서도 제 몸에 터를 잡은 식물에게 인색하지 않지만, 결국엔 그 이유로 죽음을 맞게 되는 비자나무의 의미를 부여해 관계의 회복을 들려주는 얘기다. 그동안 남편이 자신에게 들려주지 않았던 그 꿈에 대해 들으러 가는 여자의 모습은 굳은 다짐을 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경건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우리들의 한글 나라」는 회사동료이면서 상사이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두 여자의 이야기다. 프리랜서 폰트 디자이너인 ‘나’는 룸메이트와는 다르게 번번이 실패한다. 오피스텔 청소부인 외국인 노동자 마샤가 한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동병상련의 공감하면서 우연처럼 찾아든 빛을 발견한다. 글자의 어울림이 아니라 독립된 글자들 속에서 어울림을 이루어내는 글자의 아름다움을 찾은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직장상사도, 친구도 아닌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었다. 자신과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으로 그녀의 새로운 흥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가슴을 치고 그 이기심에 치를 떨어대며, 정말 잘라내야 할 것은 새로이 만들었던 관계가 아니라 태어나면서 정해진 관계였던 가족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였던 「효녀 홀릭」이다.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던 모녀. 여자는 임시 담임을 맡은 아이의 가정방문을 통해 조손가정임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아이. 여자는 아이의 할아버지와 엄마를 소개해주게 되고, 두 노인은 결혼하게 된다. 결혼까지 진행되는 과정이 이상한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효녀인 딸은 홀로 된 엄마에게 함께 노년을 보낼 좋은 사람을 만들어줬다는 뿌듯함에 기뻐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게 정말 가족일까?’ 싶은 분노가 가려져 있었다.

 

우리 살아가는 동안 맺어진 수많은 관계가 웃음을 줄 거라 기대하게 하고, 평온을 만들어줄 거로 생각한다. 꿈을 꾸게 하고,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잘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보상처럼 기대하는 어떤 마음. 우리가 그 관계라 명명한 단어가 만들어낸 착각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관계도 와해한다. 서로의 많은 것을 감추게 되고, 상하관계처럼 일방적인 게 된다. 이루어야 할 어떤 욕망을 위해서 달려가는 사이에서 이미 친구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 사이에서 친구는 없는 단어다. 그럼에도 하기 좋은 말로 친구라 언급하며 아쉬운 때 소리를 낸다. 생각해보면 친구라는 이름 말고 그들 사이에 붙여야 할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걸 모르지 않는다. 나에게도 있으니까. 친구라는 이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하면서도 언제 그 줄에서 떨어질지 몰라서 웃음과 아쉬운 표정으로 순간의 위기를 넘어가는... 곧 마음의 각오가 필요한 순간이 올 것임을, 안다. 내가 선택한 최선은 그렇다. 그래서 「전원주택」과 「우리들의 한글 나라」는 마치 내게 그 순간을 보여주는 예고편 같다.

 

자신의 노년을 편히 보내고자 아무 관계도 없는 아이를 당신의 딸에게 맡기고 떠나버리는 엄마는 또 어떤가. 그들 사이에서 가족이라 부르던, 모녀관계라 부르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방적인 떠넘김, 이해할 수 없는 그 떠넘김의 절차가 가능한 관계였던가? 그 와중에, 나는 효녀라 착각하는 여자의 바보 같은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누가 그 여자에게 ‘효녀’라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만들었나 하는 분노가 내 가슴에 꽉 들어찼다. 「수박」에서 노파가 하던 말처럼, 수박씨를 톡 톡 뱉어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뱉어내지 않으면 안에서 수박이 자라난다고 말했던 노파는 아마도 자신의 가슴 속에 수박 몇 개쯤 열리게 했던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꽉 막히기 전에 수박씨를 뱉어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되지는 않았을 듯하다. 경험했으니 알게 되는 것, 나는 노파를 모습을 통해서 그 의미를 찾는다. 내뱉어야만 숨이 쉬어지고 삼키면 목이 막힐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세상에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가족’이다. 나는 아직도 가족이란 단어의 정의를 잘 모르겠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 알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마치 그걸 거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효녀 홀릭」의 엄마는 사기 수준으로 딸을 배신하며 자취를 감춘다. 「가족사진」의 작은 언니는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가족들에게 사진 찍기 놀이를 강요한다. 「수박」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떠넘기는 모든 해결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비자림」의 남편은 일방적인 통보처럼 자신의 꿈을 찾아가겠노라 말한다. 말하다 보니 우습다. 내가 알고 있던, 우리가 하루에 수도 없이 말하는 그 관계의 단어들이 참 비루해 보인다. 볼품없고 잔인해 보인다. 친근하고 따뜻함을 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단어라는 게 서글프고 아프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다.

 

나는 착각한다. 착각은 나의 행복이다. 아버지가 고급 양복을 입고 열대 과일을 사 들고 들어오는 착각, 엄마가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클래식을 듣는 착각, 큰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거라는 착각, 작은언니가 매달 내게 용돈을 주는 착각, 오빠가 어깨를 펴고 거리를 활보하는 착각, 내가 쓴 판타지 소설이 실재가 되는 착각. 착각은 멈추지 않는다. (163페이지 「가족사진」)

 

착각은 행복이라고, 나는 계속 착각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러니까 착각하는 것도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의 말은 내 귀에 안타깝게 들린다. 그렇게 착각하면서라도 그 관계의 희망을 찾아야만 하는지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순간이 계속될 것이기에 그 착각 속에서도 행복을 꿈꾸며 그 관계를 시도하고 엮어가야 한다고 말하려는 걸까. 그 착각 속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관계의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음을 인정하게 하려는 것일까.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면 누구에게 무어라 불릴 이유가 없으니까. 그 사회적인 삶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로, 그렇기에 그 관계라는 이름은 계속되고 새로 만들어지고 이어가고 있음을. 나 같은 인간에게 굳이 들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쉽게 설명할 수도, 만들어질 수도, 이어갈 수도 없는 그 관계의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소설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다 알 수 없는 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너무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수많은 갈등과 불통을 불러올 수 있는 관계임을 증명한다. 서툴러서 와해할 수도 있지만, 그 하나의 관계를 끊어내는, 잃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한다. 지금 내 삶이 살아볼 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해나가고 싶은 게 내 삶이라면, 착각을 행복이라 말하는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있어야 함을... 이러한 결말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음이 쓸쓸하다.

 

상당히 맘에 들었던 소설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꼭 이런 결말이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현실을 담고 싶었다면 현실에서 존재하는 그 결말도 함께 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한다. 누군가는 가족 간의 인연을 끊겠다고 이민을 하였고, 누군가는 친구 따위 필요 없다며 절교를 선언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고소를 하는 세상이라는 게 현실이다. 처음부터 몰랐던 사이가 아니라, 알고 지냈다가 모르는 사이가 되는 최악의 관계를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덜 피곤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잘라내지 못해서 끌고 가는 관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러니까 꾸역꾸역 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의 대부분이라면, 그 관계를 잘라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게 내가 본 현실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한 번쯤, 그 관계가 명료하게 잘리는 것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게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봤기 때문이다. 조금은 행복하고, 조금 덜 피곤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피로 회복에 좋다는 우루사가 아니라, 칼날처럼 날카롭고 분명한 결단일지도 모른다.

 

 



n******i 2014.05.16. 신고 공감 7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소통이 단절된 관계는 소멸할 뿐...
"소통이 단절된 관계는 소멸할 뿐..." 내용보기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모두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불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의 행복은 당장이 아니라 한 달 혹은 일 년 뒤로 미뤄도 괜찮다고 여긴다. 그러다 켜켜이 쌓인 불편은 화가 되어 폭발한다. 이은조의 소설집 『수.박.』속 인물의 관계가 그렇다. 8편의 소설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가족, 연인, 친구의 관계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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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모두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불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의 행복은 당장이 아니라 한 달 혹은 일 년 뒤로 미뤄도 괜찮다고 여긴다. 그러다 켜켜이 쌓인 불편은 화가 되어 폭발한다. 이은조의 소설집 『수.박.』속 인물의 관계가 그렇다. 8편의 소설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가족, 연인, 친구의 관계가 어떻게 단절되는지 보여준다.

 

 표제작 「수박」은 고교 졸업 후 가족을 위해 직장 생활을 하는‘난주’의 이야기다. 사고를 치는 오빠와 돈타령이 끊이지 않는 엄마를 위해 난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생활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케와 조카까지 돌봐야 할 지경이다. 남편 뜻대로 형편이 좋아지면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지만 8년 동안 한 번도 피임을 한 적이 없었다. 거리를 헤매던 난주는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남편과 사랑한 맹세한 도시로 향한다. 8년 전 가보지 못한 절 근처 노점에서 한 노파와 마주한다. 함께 수박을 먹으며 노파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치 고단한 난주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노파의 목소리는 수박처럼 달콤하다.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툭……”

 

 “수박이란 넘이 그래. 겉만 보면 이게 무겁기만 하고 무슨 꿍꿍이 속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이렇게 속이 빨갛고 단맛이 있을 거란 상상이 잘 안 되지.” (「수박」, 91쪽)

 

 겉과 속이 다른 게 어디 수박뿐일까. 살을 맞대고 자는 남편, 나를 낳아준 엄마의 속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 맘에 수박씨를 키우면 아무도 알 수 없다. 관계란 그렇다. 나와 상대가 모두 열려 있어야만 유지되는 것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소통이 단절된 관계도 소멸할 뿐이다.

 

 난주가 꿈꾼 행복은 「비자림」의 화자 ‘나’의 꿈과 닮았다. 나는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를 다시 찾는다. 함께 오기로 한 남편이 공항에서 사라져 혼자 제주도에 도착한다. 나는 비자림을 찾는다. 그곳에서 자원봉사자의 해설을 듣는다. 비자나무를 바라보면서 남편과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피아노 강사였던 나는 수강생이었던 남편을 만나 결혼에 이른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단란한 삶을 꿈꾸지만 남편은 달랐다. 자유롭게 자란 아와 달리 남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포기한 그림이라는 꿈을 찾겠다며 떠나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비자림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한다. 덩굴과 떨어질 수 없는 비자나무처럼 자신도 남편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설사 죽게 되더라도...

 나무는 나무대로 덩굴은 덩굴대로 살고 있죠. 나무와 한길을 가면서도 한 몸이 안 되려고 버둥거리고 있수다. 저기 저 허연 가지를 좀 봐요. 비자나무 가지와는 좀 다르죠? 새들이 씨앗을 물어 와 나무에 똥을 싸고 해서 피어낸 가지랍니다. 비자나무는 자기와 습성이 다른 가지들도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 조끄드레만 오라게(이리 와봐요). 비자나무와 덩굴이 기가 막히게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걸 봐요. 쟤들은 서로한테 덤벼드는 게 없어. 덩굴이 제 속으로 파고들면 비자나무는 제 땅까지 내줄 거야. 그건 덩굴도 마찬가지야. 평행선은 결코 한 지점에서 만나지 않지. 선 하나가 기울이기만 해도 그건 평행선이 아니니까. 그래서 비자나무는 죽을 거야. (「비자림」, 141~142쪽)

 

 어쩌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대로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 끊어질까 회피하는 대신 인정하고 나면 노력에 대한 믿음도 싹트지 않을까. 그 믿음이 「가족사진」처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말이다. 소설의 화자 ‘나’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판타지 소설을 쓴다. 평소에는 서로에게 관심도 없던 가족들은 작은언니의 결혼식에 쓸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놀이동산에 모인다. 처음으로 함께 온 놀이동산, 가족들은 역시나 자신의 취향을 고집한다. 작은언니가 도착해 은하열차에 탑승하고 사진을 찍게 된다.

 

 ‘나는 착각한다. 착각은 나의 행복이다. 아버지가 고급 양복을 입고 열대 과일을 사 들고 들어오는 착각, 엄마가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클래식을 듣는 착각, 큰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거라는 착각, 작은언니가 매달 내게 용돈을 주는 착각, 오빠가 어깨를 펴고 거리를 활보하는 착각, 내가 쓴 판타지 소설이 실재가 되는 착각. 착각은 멈추지 않는다.’(「가족사진」, 163쪽)

 

 우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에 서로에게 소홀하게 대하는지도 모른다. 폰트 개발자라는 경쟁자이면서도 룸메이트인 「우리들의 한글 나라」속 정연과 나는 ‘친구’라서, 행복을 위해 재혼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선택하면서 딸이라는 관계를 버리는 「효녀 홀릭」에서는 ‘가족’이라서, 3년 동안 혼자 보스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아내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속 나는 ‘부부’라서 괜찮다고 위장하는 것이다. 이은조는 그 위장이 얼마나 위태로운가「전원주택」에서 잘 묘사한다.

 

 누구나 바라는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왔지만 행복한 삶은 없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지인과 가족을 거부할 수 없어 그들을 위한 전원주택으로 전락한다. 집안을 청소하고 텃밭을 가꾸던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사는지 허무할 뿐이다. 가족, 친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위해 주문을 외운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내가 원했던 삶이 이게 전부였던 것처럼,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작 텃밭이나 가꾸고 손님들 치다꺼리만 하려고 이사한 건 아니었다. 금세 사라지고 말 연기 속에서 나는 애써 위안을 찾았다. 그리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우리에겐 근사한 전원주택이 있다고. 나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지상에 마지막 남은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전원주택」, 119쪽)

 

 근사하게 보이는 전원주택은 행복한 삶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진짜 행복이 아니었다. 관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진심이 아닌 가식과 의무라는 장치로 이어가는 관계는 무의미할 뿐이다. 그럼에도 서투르고 무의미한 관계 속에서 내밀한 관계를 발견하고 지속하기에 삶은 견딜 만하다.

r*********s 2014.05.28.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인생, 수박 같았으면!
"우리 인생, 수박 같았으면!" 내용보기
이은조, 그녀는 2007년 〈우리들의 한글 나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이번 작품 《수박》은 첫 소설집이다. 당선작을 포함해서 모두 8편이 실려 있다.작가는 한결 같이 우리네 꼬질꼬질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돌린다. 몸에 밴 담배 연기처럼 떨쳐내기 어려운, 혀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수박 씨 같은 그런 존재와 삶의 이야기, 시큼한 땀내가 풍겨온다.책을 펴
"우리 인생, 수박 같았으면!" 내용보기


이은조
, 그녀는 2007우리들의 한글 나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이번 작품 수박은 첫 소설집이다. 당선작을 포함해서 모두 8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한결 같이 우리네 꼬질꼬질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돌린다
. 몸에 밴 담배 연기처럼 떨쳐내기 어려운, 혀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수박 씨 같은 그런 존재와 삶의 이야기, 시큼한 땀내가 풍겨온다.

책을 펴고
전원주택부터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까지 실린 순서대로 읽었다. 작가가 쓰고 세운 줄이니 무슨 연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

사업에 실패하고 동창 민이네 식구에 기생하듯 살아가는 강의 가족 이야기
(전원주택), 영선이 떠맡게 된 여자아이 미르 이야기(효녀 홀릭). 민이 엄마는 강의 가족이 마치 알뜰히 가꾼 텃밭을 망쳐놓는 들쥐, , 멧돼지 같다고 느낀다. 영선은 재혼한 엄마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미를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똬리를 틀 듯 온몸으로 감겨드는 여름 한낮의 후덥지근한 열기 마냥 끈적끈적한 관계들
. 이는 어쩌면 우리가 매일 안고 사는 강박의 그림자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따뜻하게 품고 안아 주기보다 밀쳐 내기 바쁘다. 비정하지만, 이게 우리 현실인 것을 어쩌나.

바람은 알고 있지에서 상우와 혜리는 마냥 철부지다. 둘은 상우가 대학 졸업 후 일 년간 일했던 휴양 섬 빌리지에서의 인연으로 인도양의 섬들을 관리한다는 샘의 제안으로 비행기를 탄다. 샘의 성도 모르고 도착해서 만나 본 적도 없다.

마침내 샘에게서 최종 연락을 받은 상우는 환호를 내지르며 혜리와 신혼여행 같은 분위기를 맛보러 비치로 나간다
. 하지만 설마 하는 악몽은 소리 없이 우리를 집어 삼킨다. 우리는 가끔 상우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의뭉스러운 존재에 의지하기도 한다.

타이틀 작품
수박을 보자. 이 작품에는 공장에서 옷을 빼돌려 인터넷 쇼핑몰에 팔아오다 덜미를 잡힌 오빠, 그런 오빠의 사고 전담 처리반 난주, 예의나 에티켓이 사라진 채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 매달려 사는 그저 그런 여자 올케, 그렇다고 괜찮아한마디 조차 위로를 받을 수 없는 남편, 어김없이 돈타령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난주에게는 한결 같이 허허로운 마음을 달랠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자기 인생이 세상에 걸린 비루한 몸뚱이 마냥 처량한 느낌을 갖는 난주는 수박 한 통 사서 남편과 사랑을 맹세한 곳
C역을 찾는다. 거기에는 그날 자신이 보고 싶었던 사찰이 있었다. 그날 남편은 나주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조금 보챘던 기억을 떠올린다. 막무가내로 청하거나 보챌 수 있는 지원군이 남편이길 바라면서.

나는 이 대목에서 뭔가 잃어버린 고리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 그래, 아내도 내게 바랐던 것이 이런 거였는 지도 몰라.

난주는 사찰 근처 막걸리 집 평상에 앉아 있던 노파와 가져온 수박을 나눠 먹는다
.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91)

노파가 무심히 던진 말에서 나는 가슴 아련히 이는 불덩이를 안는다
.
수박이란 넘이 그래. 겉만 보면 이게 무겁기만 하고 무슨 꿍꿍이 속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이렇게 속이 빨갛고 단맛이 있을 거라는 상상이 잘 안 되지.”(91)

인생이 수박 같았으면 한다
. 헤쳐 가기 힘들고 인내하기 어렵더라도 우리 인생도 수박의 속살처럼 단내 나고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다 내 인생은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오물 투성이에서 허우적대는지도 모른다. 누가 내게 손 내밀어, , 뱉고, , 털고, 또 그렇게 갔으면 싶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14.05.12.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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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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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푸른 바탕.시원한 수박 반통에 꽂혀있는 스푼 하나,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커튼. 책표지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하지만, 반전이다. "수박"이라는 이 단편소설집에는 삶의 달달함이 담겨진 글이 하나도 없다. 책안에 펼쳐진 건 씁쓸하고 쓰린 이야기들.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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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푸른 바탕.시원한 수박 반통에 꽂혀있는 스푼 하나,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커튼.

책표지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하지만, 반전이다.

"수박"이라는 이 단편소설집에는 삶의 달달함이 담겨진 글이 하나도 없다.

책안에 펼쳐진 건 씁쓸하고 쓰린 이야기들.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사람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하지만, 그 어느 글도 사랑할때의 달달함이나 화목한 가족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없다. 서로 오해와 편견이 쌓여져 불편하기 그지없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외로운 개인의 모습들을 그려냈다.

불편한 친구,가족, 같은 일을 하는 룸메이트.

이들의 모습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이해받으려는 노력에 지쳐있는 모습들이다.

결말로 보면 희망이 없어보이는 이야기가 많지만 "비자림","우리들의 한글나라"에서는 고되고 지치더라도 타인을 향한 이해의 발걸음을 멈추지않는 인물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책이 읽으며 생각했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게 있을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무수한 말들이 오고 가고 때로는 사소한 말들로 오해를 쌓고, 그걸 풀지 않고 내버려두다  오해의 벽은 철옹성같아진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걸음 물러서서 볼수 있어야하지만 우리는 그 담백한 시선을 갖기가 힘들다.

"나"의 자존심, 나의 생각을 조금 내려놓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다 할지라도 비자림의 그녀 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이해를 향한 발걸음을 떼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때문에 화나고 눈물 날때도 있지만, 또한 사람 덕분에 웃을수 있으니 말이다.

 

w*******7 2014.05.24.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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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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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모름지기 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그러한 만남의 과정에서 누군가와는 인연이 되어 때로 부부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혹은 직장이나 모임에서 선후배나 동료의 관계로 남기도 한다. 저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사람은 고독하지 않기 위해서나 사랑 때문에 혹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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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모름지기 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그러한 만남의 과정에서 누군가와는 인연이 되어 때로 부부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혹은 직장이나 모임에서 선후배나 동료의 관계로 남기도 한다. 저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사람은 고독하지 않기 위해서나 사랑 때문에 혹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여러 근본적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유동적인 것이어서, 이러한 관계가 애초 의도했던 목적이나 방향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때는 상대가 그토록 바래왔던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가도 돌연 증오의 존재로 변해버리기도 하고, 마음 속 모든 것을 털어놓을 만큼 서로가 신뢰했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그동안의 관계는 어느덧 사라지고 마침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일이란 살아가면서 으레 생기는 잠시 동안의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자위하며, 누군가로부터 느끼게 되었던 사랑이나 혹은 우정이라는 기억 때문에, 그리고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기인하는 끈끈하고 애정이 언제나 자기 자신을 포용해주고 위로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인간관계가 오로지 나만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적인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이 비례하듯, 우리 스스로가 만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뜻하지 않게 맞닥트리게 되는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쉽게 아물지 않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행복과 불행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놓고 나와 타인이라는 인간관계가 빚어낸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 작품은 모두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모음집인데, 그 안에 구성되어 있는 각각의 단편이 지닌 주제가 모두 하나 같이 우리들이 흔히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친밀감 있게 다가오는 소설 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약 그 상황이 당신의 입장이라면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은연 중 던져주고 있어, 현실을 마주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심장함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선 전원주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첫 번째 작품은, 여유를 느끼기 힘든 각박한 도시 속에서 삶을 벗어나고자 조용한 교외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게 되는 어느 부부의 소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사한 후에 삶의 과정이 오히려 도시 속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악화되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져 있어서, 더 나은 행복을 위한 선택이 결국은 불행으로 끝나고 마는 안타깝고 씁쓸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두 번째의 바람은 알고 있지 라는 소설의 이야기는 과도한 현실의 경쟁에 내몰린 젊은 부부가, 새로운 삶을 위해 대책 없이 무작정 떠난 동남아의 섬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현실도피에 대한 회한과 허무함이 짙게 베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작품 중간 즈음에 나오는 비자림과 우리들의 한글 나라의 이야기는 이전 단편과는 달리 암울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점차 사라져 가는 따분한 현실 속에서, 우연히 알게 된 타인과의 만남에서 소중한 삶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회복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여러 단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관심이 갔던 작품은 표지 제목으로 나오는 수박과 효녀 홀릭이라는 소설이었는데, 이 두 소설의 내용은 가족관계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이지 않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한 개인의 일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눈길을 이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소설처럼 우리가 한번 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가치 있는 의미를 담았으면서도 재미있고 쉽게 읽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연인이나 가족, 그리고 친구라는 특수한 인간관계의 구성원이 되어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사랑이나 행복과 같은 감정들이 삶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때로 그러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이 멍들고 피폐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이질적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독자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여,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를 궁극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성찰해볼 것을 촉구하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뜻하지 않은 문제로 인해 의외의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간과하여 넘겨버릴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여러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점을 가급적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조금은 이성적인 시각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맺는 인위적인 속성에 너무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에서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조용히 재정립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을듯하다. 따라서 독자들 중에 누군가 인간과의 관계에서 한번쯤 절망과 실패를 맛보았다면, 이 작품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p*******3 2014.05.08.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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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간관계를 날카롭게 그려낸 소설
"여러 인간관계를 날카롭게 그려낸 소설" 내용보기
기생충박사 서민교수의 서평집을 통해 알게 된 단편소설모음집이다.이 책이 출간된 직후 비극적인 사건이 터진 바람에 묻혀서 덜 알려지게 된 게 아닐까 안타까워할 정도로 극찬하는 서민교수의 서평글을 보고 흥미가 일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기대이상이었다.잠자리에 누워 졸음에 겨워 잠들기 직전 두어페이지 훑어 읽다가 자야지하고 책을 집어들었는데, 웬걸 잠이 번쩍 깨더라. 조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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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박사 서민교수의 서평집을 통해 알게 된 단편소설모음집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직후 비극적인 사건이 터진 바람에 묻혀서 덜 알려지게 된 게 아닐까 안타까워할 정도로 극찬하는 서민교수의 서평글을 보고 흥미가 일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기대이상이었다.


잠자리에 누워 졸음에 겨워 잠들기 직전 두어페이지 훑어 읽다가 자야지하고 책을 집어들었는데, 웬걸 잠이 번쩍 깨더라. 조마조마하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추리소설보다, 무섬증을 일게하는 공포소설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져서였다.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고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벼려내는 글이라 그런지 섬뜩하기조차 했다.



c****1 201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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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달콤함이 그대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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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 만을 간직하고 씨앗이 뱉어지듯 상처도 뱉어낼 수 있다면 좋을 듯한 수학의 향기.   「전원주택」 남편은 어려운 형편에 학업을 포기해야했지만 강의 아버지 덕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다. 강의 아버지는 강에게는 집만을 남기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강의 아버지덕에 남편이 학업을 마친것은 사실이지만 강의 태도,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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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함 만을 간직하고 씨앗이 뱉어지듯 상처도 뱉어낼 수 있다면 좋을 듯한 수학의 향기.
 
「전원주택」

 남편은 어려운 형편에 학업을 포기해야했지만 강의 아버지 덕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다. 강의 아버지는 강에게는 집만을 남기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강의 아버지덕에 남편이 학업을 마친것은 사실이지만 강의 태도, 강의 부부 행동은 정도를 넘어섰다. 평생 소망하면서 원하던 주택을 대출을 감수하고 구해서 살기 시작했지만 남들은 호사생활을 누리기라도 하는 듯 보는 시선과 강 부부의 잦은 방문은 집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인내의 공간으로 만든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곳은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닌 듯 느껴진다.

「바람은 알고 있지」
 
 상우와 혜리는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상우에게 샘이 나타나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해 주는 듯 보였다. 샘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던 생활들이 나아지지 않았고 기다리는 샘의 연락도 없어 답답하던 상우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준 샘의 전화. 상우와 혜리는 기분 좋은 마음에 일을 하기 전 관광객들처럼 즐기자고 나갔던 곳에서 상우는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기쁨은 혜리에게 슬픔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수박」
 
  언제나 사고만 치는 오빠로 인해 난주는 여간 피해를 보는게 아니다. 올케와 함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함께 일하던 오빠는 최주임과 함께 옷을 빼돌려 인터넷 쇼핑몰에 팔아버린 것이다. 그런 오빠로 인해 난주는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거기다 본능에만 충실하고 부끄러울껏도 없는 올케는 전화로 또 아이가 생겼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남편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지 않는 터라, 수박 같은 큰 과일은 둘이서 다 먹을 수 없기에 사지 않으려고 했다. 난주는 심란한 마음과 수박을 들고 남편과 첫날밤을 보내던 그 동네로 갔다.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툭....."  p.91
 
노파의 말을 듣고 나서 일까 난주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고, 모르는 노파 옆에서 코를 골며 낮잠까지 잘 수 있었다.  

「우리들의 한글 나라」
 
 한글 폰트를 개발하는 일을 하는 정연은 마샤가 유아용 한글카드를 갖고 한글 공부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우연히 만나 작은 돈이지만 천원을 빌려주고 마샤는 돈을 갚으러 오고 자신의 이름을 이쁘게 적어달라고 한다. 이쁜 폰트로 그려주기를 바라는 마샤의 말에 폰트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정연은 답답함을 해결할 창이 생긴 듯 보인다.

「비자림」

  결혼기념일 기념하여 제주도로 가기로 한 부부. 연이어진 연착 속에 화장실에 간 남편은 오지 않고 혼자 두개의 가방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 렌터카를 타고 비자림으로 간다. 비자나무만이 아니라 여러나무들이 살고 있다는 비자림에서 남편은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리다가도 배란일이 되면 야근을 하던 남편은 그런 나의 행동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생기기를 바라는 남편과 한번의 유산 이후에 생기지 않는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나. 각자의 길을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함께 하는 것이 곧 내 길이리라.

각자의 색을 묻어두고 겹치는 색깔로 살아가야 하는 것, 때로는 불쑥 생의 비법을 터득한다. p.147~p.148

 「가족사진」
 
 결혼한다는 작은 언니는 결혼식 전에 나올 영상 속에 가족 사진이 있기를 바라며 가족들에게 놀이 공원으로 가자고 한다. 이왕 가는 놀이 동산에 도시락도 싸가고 첫 시작은 분위기가 좋았으나, 점점 서로에게 쌓여있던 불만들을 표출한다 은하열차를 타고 가는 사진을 찍은 작은 언니. 그 가족 사진은 우수꽝스럽기만 하다. 처음으로 찍은 그 가족사진에 큰언니만 웃고 있었다.

「효녀 홀릭」
 
  우리는 효녀가 되어야 할까? 영선은 오빠 언니 덕에 엄마의 보살핌으로 편하게 살아왔지만 영선은 외로워보이는 엄마에게 미르를 키우고 있는 할아버지를 소개해 주었다. 두분은 어느새 마음이 맞아 결혼까지 하신다고 하시니 영선은 기분이 좋았다. 두분이서 단란하게 지내시면서 미르를 키우시겠거니 하고 책을 읽고 있던 나는 미르를 영선에게 맡기는 영선의 엄마를 보고 조금은 놀랐다. 딸에게 어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면서 딸의 인생을 가로 막을 수 있을까?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
 
 이십여년만에 고향에 찾아 온 나는 그곳에서 숙희를 만난다. 아내는 나에게 마음의 문조차 닫아버린듯 보였지만, 그래도 숙희를 만난 남편을 의식하는 듯 보였지만 아내는 이내 두고온 휴대폰을 가지러 갔다가 사라져버렸다. 아내는 어디로 가 버린것일까?
 
 사람과의 관계는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 그 중요한 관계로 인해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슬픔과 함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YES마니아 : 골드 j***7 2014.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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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 수박 - 이은조, 인간 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과 회복에 관한 해설서
"[보듬] 수박 - 이은조, 인간 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과 회복에 관한 해설서" 내용보기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 이를테면, 친구, 연인, 가족, 부부등은 언제나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들로 구현된다. ​그 중 결핍된 관계의 경우, 실마리를 찾지 못해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황들을 스냅샷을 찍듯 그려내고 있다. 이은조 작가는 인간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과 함께 결핍의 관계를 어떻게 극복해
"[보듬] 수박 - 이은조, 인간 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과 회복에 관한 해설서" 내용보기

 

 

 

 

 

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 이를테면, 친구, 연인, 가족, 부부등은 언제나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들로 구현된다.

그 중 결핍된 관계의 경우, 실마리를 찾지 못해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황들을 스냅샷을 찍듯 그려내고 있다.

이은조 작가는 인간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과 함께 결핍의 관계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통찰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중하고 밀도감 있는 접근과 함께 관계의 회복 과정이 성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좋다. 작가의 스토리 구성은 친구, 연인, 가족, 부부라는 피상적인 관계를 설정해 놓은 후, 젠가 게임을 하듯 젠가를 하나씩 빼면서 묻는 식이다. '이래도 부부입니까?', '이래도 가족입니까?', '이래도 친구냐고요?'

빼는 젠가에는 '부정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적혀 있어서, 그걸 빼고도 젠가를 지탱하는 골조가 무엇인지를 살핀다.

남아서 젠가를 버티게하는 골조가 바로, ‘관계의 원형이거나 혹은 통찰에 이르는 힌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그래요, 이제라도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하지 않겠어요?'라는 태도로 독자와 함께 대안을 탐구한다.

 

관계를 유념하면서 작품을 다시 살펴봤다.

 

 

 

 

전원주택>, <바람은 알고 있지> - 관계의 구성

 

 

 

꽃씨, 햇살로 지은 밥, 낙엽 이불, 눈꽃 모자....이런 것들로 사계절을 보내고 통유리로 비치는 광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그런데 안에서 밖의 풍경을 보는 것인지, 밖의 사람들이 유리 안에 갖힌 나를 보는 것인지, 살펴야 할 때가 있다. 큰 욕심없이 조용하고 소박하게 그저 누구나 꿈꾸어오던 것을 이뤘을뿐인데, 왠지 헛헛하다. 불행하다. 이 단란한 가정의 불행은 어디서부터 잉태되었을까. 어쩌면 행복의 본질을 알지 못한 무지일 수도 있고, '지상의 마지막 전원주택에 산다'를 속인 위선일수도 있다. 어쩌면 마음의 통유리로 외부의 소리를 '음소거'해서 그런 것일까. 게다가 마지막 위안이자 긍지였던, '전원주택'의 외관과 환경마저 돌산을 허무는 공사로 흙먼지와 자동차 매연에 훼손되 간다.(22-23) 방문객을 많이 받지 말라는 노부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전원주택'은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짓밟히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것인가 

 

전원주택에는 크게 4가지의 관계가 보인다. 우선 부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전원생활'은 고단함과 여유마저 저당 잡혀 고역의 나날로 점철된다. 결국 서로의 고단함을 위로해줄 여유마저 잃어버린다.(19)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화자인 의 바람대로 아이가 생긴다면, 과연 관계가 좋아질까?

두 번째 관계는 친정, 시댁 식구들을 비롯한 전 직장 동료와 지인들까지 아우르는 방문객들과의 관계다.(16-18) 이들과는 크게 불만은 없지만 화자인 와 남편의 가정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결여되어 있고 다만, ‘전원주택이라는 효용가치에 주목하는 부류로 비친다. 세 번째 관계는, 남편의 친구인, ‘남편과의 관계다. 남편의 빚진 마음에 둥지를 트고, ‘친구라는 미명아래 불행한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관계이다.(31)

네 번째 관계는 의 가정과 강이 사망한 후 남겨진 가족인, ‘순주와 딸 세라와 맺은 관계다.

학창시절부터 남편이 강에게 느꼈던, ‘빚진 마음은 그의 아내와 딸에게 채무감으로 승계되어 새로운 관계가 된다.(33) 강의 죽음은 관계의 소멸임과 동시에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새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다.

결국, 작품 전원주택에서의 전원주택은 이 4개의 결핍되고 중첩된 관계의 위에 지어진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다.

하지만 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멋진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으니 괜찮다고 위무하는 역설은 차라리 안타깝다.

전원주택은 여러 선택지를 놓고,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일까요?’내지 관계에 집착하며 탐구하는 제 의도를 이해하시겠죠?’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수박』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을 뽑으라면, <바람은 알고 있지의 상우와 혜리다. 이 둘의 관계는 부러울 정도다. (물론, 사고 전까지)

이 작품에도 비틀어진 관계가 중첩되어 있다. 상우는 아버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심한 자존감의 결여와 불화를 보이고 있다. 혜리는 자신의 배려와 희생이 가족들에게 인정되지 못해 섭섭함과 실망으로 낙담해있다.

'배려와 희생이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둔갑하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어쩔 수 없는 외면이 그동안의 배려와 희생을 덮어버린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46)처럼 가족에 대한 희생과 정성은 비난으로 되돌아왔고 풍선처럼 터져 없어지고 싶은 관계였다. 혜리의 모습은 『수박』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자인물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다음은 상우와 혜리가 샤리프, 지배인, 요트주인, 원주민등과 맺는 관계다. 이 관계는 철저히 실리와 경쟁의 법칙이 지배하는 관계이자,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그래서 잘 될거야라는 이 청춘커플의 바램이나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환상의 섬과 대조를 이루어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관계는 현실의 모습이 아닌, 허상이나 꿈에 가까운 관계다. 은 직접 만난 적도 없으며 정확한 풀 네임조차 알지 못한다. 원주민의 기념품 가게를 인수했다며 투자비 2천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지만, 샘에 대한 근거 없는 과신은 왠지 미심쩍기만 하다.(58) 그러면서도 샘에 미래를 거는 듯한 인상은 마치 브로슈어에 소개된 섬의 모습처럼, 펑하고 터질 위태로운 관계였다.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브로슈어 속 '환상의 섬'조차 '전원주택'과 유사한 허상이었다.

놓치지 말아야할 관계가 하나 더 있다. 혜리의 꿈은 전원주택의 ''처럼 평범하고 아름다웠다. '안락한 생활도, 결혼식도, 아이도 놓치고 싶지 않았을'(55)것이다. 하지만 상우가 사라지자, 그 꿈마저 풍선 잔해처럼 사라져버렸다. 문득, 세월호 유가족분이 남긴 이 말이 생각난다. '우린 가난했지만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죽자, 행복은 사라지고 가난만 남았어요.' 그렇다. 상우와의 관계가 소멸되자 꿈이, 미래가, 행복이 사라져버렸다. '관계의 생리'란 이토록 냉엄하고 가차 없다. 갑자기 끊겨진 관계는 마치 날카로운 메스로 삶의 한 면을 도려낸듯한 상실감과 공포를 몰아왔다. 바람은 알고 있지는 인간관계의 생성, 변화, 소멸중에서 관계의 소멸을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한글나라>, <비자림> - 관계 회복을 위해

 

 

그렇다면, 작품을 통해 저자는 어떤 통찰에 접근할까 

이은조의 등단작, <우리의 한글나라에서 서영과 정연은 '친구'라는 관계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서영과 정연은 같은 폰트 디자이너로서 직장동료이자, 경쟁자, 동향 친구라는 '모종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육체는 같은 공간 안에 동거하나, 마음은 다른 공간에 외떨어진 사이, '속살'을 보일 수 없는 사이, 1년에 1~2 번쯤 친구라고 부르면서 경쟁하는 사이, 이런 사이를 '친구'라 하기에는 분명, 괴리감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관계를 맺고 지속하며 회복시켜야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 모두는 미숙하기만 하다.

불완전한 친구라는 관계를 진전시킬 작가의 묘수는 무엇이었을까?

 

서영은 어둑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재활용 창고를 하는 마샤의 글씨체를 보게 된다. 콘테스트 포스트를 보고 쓰는 마샤만의 글씨는 울타리를 치지 않고 창을 만든 글씨체’(118)였다. 어울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글씨체. 추상적인감은 있지만, 작가는 을 내어 어울리는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이런 해법은 비단 친구사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비자림에서도 반복된다.

부부동반 제주 여행길에서 사라진 남편때문에 적잖게 당황스러웠던 는 비자림에서 관계에 대한 통찰을 한다. 남편의 스크랩 기사를 보고 다음 문장에 형광펜을 칠한다.

공생 균이 없어지면 비자림의 영양 사이클이 차단될 것이다.’(147)

그리고 다른 펜으로 덧칠하면서,각자의 색을 묻어두고 겹치는 색깔로 살아가야 하는 것, 때로는 생의 비법을 터득한다.’(148)라는 말로 주저없이 그를 향해 직진한다.’

 

우리들의 한글나라에서 서영은 울타리가 아닌, 창을 내는 관계를 통찰했고 비자림에서 는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부부관계 설정에 접근한다.

나아가 비자림에서는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물음은 나의 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관계란 일방적인 헌신이나 배려가 아니기에 평등한 위치에서 자신을 먼저 찾는 작업이 선행되야함은 당연했다. ‘관계를 위해서는 나를 먼저 찾는 작업부터 하라. 그리고 그 시작은 나의 꿈을 찾는 것이어야한다.

 

이은조의 『수박』을 통해 관계의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우리가 인정하고 수용해야하는 외연은 더 넓어지고 깊어져야함을 느낀다. 또한 잘못된 관계의 모습과 허상의 관계 또한 공존한다는 사실, 그건 관계에 있어서도 우선순위가치판단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착각이 행복일지라도 우리는 행복을 열망하는 인간관계에 주저없이 나가는 운명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의 관계맺기는 비틀거려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이은조의 작품, 『수박』관계의 해설서로서 나와 근거리에 있는 관계까지 되짚어보는 훌륭한 계기로 기억된다.

 

 

 

 

 

 

 

 

 

<보듬>  이 글의 원본은  http://thinker777.blog.me/220025808694  입니다.

 

t********7 2014.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박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렇제 비극적이지만은 않겠죠
"수박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렇제 비극적이지만은 않겠죠" 내용보기
제목은 수박이지만 각기 다른 여덟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만 제맘에 울림을 주는 효녀홀릭 {[한국소설] 2007년 6월}에 대해 이야기할까해요.   먼저 줄거리는 초등학교 교사인 영선이 임시담임이 되어서 발생하게 되요. 유미르라는 공주라고 불리우는 아이죠. 영선은 미르의 집에서 할아버지와 학부모 면담을 하게되요. 미르의 할아버지는 봉조씨와 면담후 영선은 엄마를
"수박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렇제 비극적이지만은 않겠죠" 내용보기

 

제목은 수박이지만 각기 다른 여덟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만 제맘에 울림을 주는 효녀홀릭 {[한국소설] 2007년 6월}에 대해 이야기할까해요.

 

먼저 줄거리는 초등학교 교사인 영선이 임시담임이 되어서 발생하게 되요.

유미르라는 공주라고 불리우는 아이죠. 영선은 미르의 집에서 할아버지와 학부모 면담을 하게되요. 미르의 할아버지는 봉조씨와 면담후 영선은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영선은 미르의 할아버지 봉조씨와 엄마의 만남을 주선했고 엄마와 봉조씨는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고, 엄마는 영선에게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미르를 영선에게 떠맞긴채 이사하게 되버려요. 

 

수박이란 책을 읽으며서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의 인간관계나 가족관계, 부부관계, 사회 관계, 그만 둘 수밖에 없던 직장관계  그리고 나의 인간성까지 두루 생각하게 되었다면 이해가 되었을까요?

전 엉켜버리는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천성은 아닌듯 싶어요.

모임에서도 각자 좋은 취지나 좋은 의미로 만나서 뒤돌아서면 딴이야기를 하기 바쁜게 요즘 현실(??) 아닌 현실이죠. 언제부턴지 인간관계를 가질때는 두발 모두 담그고 있기보다는 한발만 담그고 뒤에 서게 되더군요. 그럼 관계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을 조심하게 되고, 냉정해지거나 이성적이 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듯 싶어지죠.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선이로선 엄마, 나에게 짐이 되어버린 엄마, 시도때로 없이 전화를 걸어 푸념을 늘어놓는 엄마이고 때맞주어서 그 짝을 찾아준다면 영선에게는 자유와 시간을 엄마에게는 효도와 사랑 그리고 푸념을 늘어놓을 사람인 봉조씨를 찾아준거 일 수 도 있는데 미르라는 장애물이 있다는 것에 엄마는 그 해법으로 영선이라는 이모를 내려 준 셈이고 동시에 선생님이기도 하기에 봉조씨의 걱정도 없애주는 답인거죠.

 

"앞이 안보이는 아비가 동낭젖으로 키운 자식에게 공양미 삼백 석이면 눈을 뜰 수 있다고 말해."

"아비 눈을 뜨게 하려고 시퍼런 바다에 빠진 효녀의 심정을 이해해. 하지만, 거기까지야. 효녀는 아비를 찾지 말아야해. 바다에 연꽃타고 나와 임금의 부인이 됐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야 한다고. ... "... 본문중

 

"효녀가 왜 아비를 찾지 말아야 했느냐! 아비는 가족을 만들 잠재적 능력이 있다는 거지. 효녀를 동냥젖으로 키운 그 능력, 대단한 친화력을 잦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야. 우는 아이 젖준다고 우는 남자 지나칠 여자가 몇이나 되니? 오빠가 아빠 되고, 저기가 자기되는 건 순간이야."...본문중  

 

영선의 미래를 앞서 보기라도 했던것처럼 혜랑이 충고로 해준 이말이 제 가슴에 쿵하네요.

효녀 심청의 뒷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리에게 넌센스를 주는듯 싶기도 했어요.

결혼과 가족은 1+1 은 아닌데, +하기는 있고 -기는 없는게 결혼과 가족인것 같다는 생각에 공감과 희생 그리고 이해, 동정등이 생각나네요.

부모가 모두 그렇지 않지만 자식들도 모두 그렇게 희생과 사랑만을 요구는 않는것 같네요.

 

하지만 전 영선이, 미르와 밤에 보아온 목걸이 마을과 같이 반짝이고 환할 찬란한 보물같은 삶을 살아갔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1+1 이라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직 미혼이라 자유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도 좋을 나이는 꿈꿀 자격이 있고 하지 못한 일들을 해보아도 좋을 자유인이기에 꿈을 가지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억울하고 우울하지 않을까요.

 

수박을 읽으면서 관계에 대한 이해해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또한 나와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삶이 비극이란걸 알고 있지만 내삶은 그렇게 비극만 있는건 아니야라고 희극도 있다고 말하는것처럼 희망은 어느곳이든 어떤일이든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우리의 인간 관계도 그렇게 비극적이지만은 않겠죠?

 

 

 

b****8 2014.05.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박]수박씨처럼 툭, 툭 뱉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박]수박씨처럼 툭, 툭 뱉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용보기
『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 앞날개 중에서   우리들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기에 관계를 맺지 않을수는 없을 것이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관계속에서 크고작은 상처를 받
"[수박]수박씨처럼 툭, 툭 뱉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용보기

『수박』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한 생의 비법을 작가 특유의 언어적 조탁과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으로 그려낸 그의 첫 소설집이다. - 앞날개 중에서

 

우리들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기에 관계를 맺지 않을수는 없을 것이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관계속에서 크고작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친구와의 관계, 부부의 관계,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도 그 관계 속에서 벗어날수 없기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표제작인 수박을 포함해 전원주택, 바람은 알고 있지, 우리들의 한글 나라, 비자림, 가족사진, 효녀 홀릭,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 등의 여덟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야기마다 만나는 관계속에서 우리들은 행복을 보기보다는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진짜 모습이지만 가끔은 가면을 쓰고 행복이라는 가짜 옷을 입고 진짜 행복하다고 느끼고 싶을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덟 작품중 우선 표제작인 <수박>을 이야기하지 않을수 없다. 난주는 오빠와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오빠는 옷을 빼돌려 인터넷 쇼핑몰에 팔다가 걸려 난주까지 곤란하게 만든다. 오빠의 일을 처리해야하고 올케언니까지 자신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해온다. 거기에 남편은 아이를낳고 싶어하는 난주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아무 관계도 없는 노인과 함께 수박을 먹으며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들을 뱉어낸다. 노인의 조언처럼 수박씨를 뱉어내듯.

 

"수박씨는 꼭 뱉어내야 돼. 가슴에 담고 있으면 안에서 수박이 열린다고. 씨가 있다고 수박을 안 먹으면 미련한 거지. 씨앗은 뱉으면 돼. 그냥 툭, 툭……." - 본문 91쪽

 

여름이면 누구나 찾는 시원한 과일인 수박을 먹는 재미중 하나는 씨를 톡톡 뱉어내는 것이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시원하게 뱉어내지만 어떤 이는 누가 볼까 자신의 손에 조심스럽게 뱉어낸다.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시원하게 뱉어내는 이가 있는반면 어떤 이는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씨를 입안에 담아두고 있듯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번 맺은 관계를 펑생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족이나 부부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절대 끊어져서도 안되고 끊어지고나면 마음의 상처가 어느것보다 클 것이다. 책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들을 보면서 그들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상처는 우리들도 마주하는 것들이다. 부모, 형제, 친구 등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들은 수박씨처럼 툭, 툭 뱉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n******e 2014.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