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과 동지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여운형이란 인물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지만 그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바르고 신념에 가득 찬 인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이 적과 동지는 내가 궁금했던 것을 소설이란 장르로 친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었다. 내가 여운형에 대해 조사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친일파에 대한 처분과 해방 당시에 우리나라에 있던 일본인들은 과연 무사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적과 동지를 읽어보니 일본인들은 자기네 나라가 패망해서 철수해야할 입장에서도 끝까지 우리나라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는 것을 보고 정말 치가 떨렸다. 특히 그들이 세운 5개의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면은 조선 정부에 친일 세력을 침투시켜 친일적인 시정이 있도록 하고 제국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배일자를 제거하고, 조선정부의 비밀정책을 탐지하며, 조선인과 진주군 사이를 이간질하는 등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은 행했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미국의 무지몽매함이다. 어쩜 그리도 자신들이 진주하게될 곳에 대한 정보도 없이 오히려 자신들의 적국이었던 일본의 말을 그대로 믿다니.... 그리고 적과 동지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정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여운형도 낯선 인물이지만 정백은 적과 동지를 통해서 처음으로 만난 인물이다. 현대사를 배울 때에도 박헌영의 공산당 집권 전에 먼저 만들어진 당이 있었지만 박헌영에 의해 해산되었다는 정도로 밖에 배우지 못했는데 소설을 통해보니 그 내부에는 수없이 많은 공작과 암투가 도사리고 있었고 정백 또한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박헌영과 서로 주고받는 책략은 어떠한 무협지에서 읽은 암투보다도 박진감이 있고 심지어 삼국지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장점 때문에) 더 흥미진진했다. 4권에서는 지금까지 순행이던 시간의 흐름이 바뀌어서 여운형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정치계의 거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내가 공부하면서 배웠던 말들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고 단순히 딱딱한 설명 식으로 나열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해가 쉬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여운형에게 가장 인간적으로 끌리던 부분은 그가 자신 집의 노비들을 모두 불러다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노비 문서를 불사르면서 그들은 이제 자유이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해주던 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뒤 중국으로 건너가서 손문의 혁명정책을 배우겠다는 의지로 살아가며 그곳의 교포들을 의해 살아가며 조금씩 자신의 명성을 높여 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그 장의 제목처럼 '풍운아'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인물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내가 이 책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다.) 바로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결국에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그는 자신이 구축한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일 지도 모른다. 그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의 갈등 그리고 또 다시 그 파 안에서도 각각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움직임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에 우리들이 배운 역사는 정적이고 단순하며 전혀 살아있지 않는 것 같은 역사였다. 아마도 소설이란 장르의 최대 장점을 잘 활용한 작품이것 같다. 다시 소설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면은 일본이 물러갈 즈음에 나타난 미국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정치 형태 역시 나라가 여러 가지 파벌로 갈라져서 서로가 반목하며 강한 자의 힘에 빌붙어서 자신의 일신만을 챙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을 느꼈다. 미군이 상륙하자 영어를 잘하는 우파들이 몰려가서 자신들과 대적하는 여운형을 비방하는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서서 우리 민족의 한계를 그대로 들어내는 아픈 현실이었다. 적과 동지라는 소설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물은 단연 홍사공이란 인물이다. 젊고 유능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젊은이란 모습에서 특히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를 통해서 내가 만약에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떠한 삶을 살까하는 물음을 충족시켜주는 인물이었다. 아마도 분명 홍사공이란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가 나타내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홍사공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가며 자신의 젊음을 바쳤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