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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의 동화가 실린 이 작품집은 이주홍 선생님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머리말」에는 작품집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있다. 이 책 안에 간직되어 있는 나의 동화들도 바로 그런 것들이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세계, 여러분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마음으론 그렇게 해 보고 싶은데도 실제로는 실현이 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마치 실현이 되어 있는 것같이 해 보여 주는 것들이다. 여기다 더 하나 말을 보탠다면 이런 동화로써, 나는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즐거웠듯이 지금의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3쪽) 이주홍 선생님의 동화론이라고 할 만하다. 동화집에는 세 가지 작품 세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첫 번째는 현실주의의 전통에 잇닿아 있는 것들로서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세계”이다. 「목마 아저씨」「미옥이」가 해당하는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두 번째는 교훈 또는 교육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일들”로 「돌소」「돌장승」「감나무집에 효자 났네」「사랑하는 악마」「도둑섬과 김 장군」같은 작품이 해당한다. 세 번째로는 “실제로는 실현이 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마치 실현이 되어 있는 것같이 해 보여 주는 것들”로서 판타지 계열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은행잎 하나」「철우 요술통」「병아리의 나들이」「이사 가는 쪽군 부부」 같은 작품이 곧 그것들이다. 작품들을 세 가지 세계로 나누었지만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겹쳐 있기도 하다. 아울러 세 가지 세계로 작품을 나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주홍 선생님이 말하는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제대로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그것의 성취 여부다. 얼마나 문학적 진실을 담보하여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편밖에 안 되지만 현실주의의 전통에 잇닿아 있는 작품이 가장 공감을 주고 재미가 있다는 것은 이주홍 선생님의 작품 세계에서 의미심장하다.
이주홍 선생님 작품 세계에 의미심장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중요한 이 동화집에 편집의 오류가 여럿인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를테면 「은행잎 하나」에서, 작품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글은 나뭇잎 하나의 여행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10쪽)에는 은행잎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글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 일치하는 않는 것은 또 있다. 「은행잎 하나」의 글에서 은아의 책상 위 유리컵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그림에는 유리컵이 없다. 쪽수 앞에 있는 소제목이 틀린 것도 여럿이다. 47쪽부터 57쪽까지 홀수 쪽에 있는 “병아리들의 나들이”는 “병아리의 나들이”로 바뀌어야 하고, 141쪽의 “미옥이”는 “목마 아저씨”로 바뀌어야 한다. 창비 아동문고에서 이렇게 오류가 많은 책도 드물 텐데 2007년 개정 3판이라니 심각한 편집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작품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은행잎 하나」: 늦가을 가지 끝에 달려있던 은행잎 하나가 아이의 스케치북 위에 앉았다가 바람에 날려 은행나무 엄마 둥치에 떨어져 안심한다. -「철우 요술통」: 발명쟁이 철우는 기가 막히는 기계를 발명한다. 숫자 버튼을 누르면 상자 안에서 별의별 광경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보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아는 철우에게 기계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데 철우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한 손으로는 할아버지를 떼밀고 한 손으로는 요술통을 감춘다. -「돌소」: 석수의 아들 돌이가 돌소을 만들자 사람들은 진짜 황소보다 돌소를 더 좋아한다. 황소는 돌소만 좋아하는 게 속상해서 돌소를 산산조각 낸다. 돌이는 부서진 돌소가 너무 아쉬워 새 돌소를 만들어 벼랑 위에 세워 둔다. 황소는 새로운 돌소를 보고 석 달 열흘 동안 벼랑을 들이받아 돌소를 겱구 떨어뜨린다. 거기에 맞은 황소는 즉사하고, 돌소도 산산조각이 나며, 돌이도 더 이상 돌소를 만들 힘이 없다. -「돌장승」: 어른이 빨리 되고 싶은 아이와 이이로만 남아 있고 싶은 아이가 돌장승한테 빌었다가 그대로 된다. 10년 뒤에 자연스럽게 커 간 친구와 만난 이들은 그전같이 세 명이서 똑같은 나이로 돌아가도록 해 달라고 장승한테 빈다. -「병아리의 나들이」: 병풍 속에 살던 병아리가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구경한 뒤 병아리를 잡아먹는 짐승이 득시글거린다는 말에 다시 병풍으로 돌아간다. -「이사 가는 쪽군 부부」: 태백산 밑에 살다 사람이 많은 평지에 내려와 5대째 살던 족제비는 사람들 때문에 먹이가 줄고 덫에 걸려 죽어나가자 마침내 태백산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동화 쓰는 이주홍 할아버지는 족제비가 떠나자 허전하다. -「감나무집에 효자 났네」: 부모 속을 썩이고 동물들을 학대하던 불충이는 동물들이 꿈에 나타나 괴롭히는 바람에 동물들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자 고통스런 꿈도 줄어들고 부모님에게도 효자가 된다. -「사랑하는 악마」: 삼촌 집에서 살다 온 할머니가 정미에게 “야시” “매구”라고 놀리고, 정미는 그런 할머니가 싫다. 그런데 정미가 자꾸 마귀, 악마로 바뀌어 간다. 긴 흰 옷을 입고 수염이 가슴에까지 닿는 할아버지는 착한 일을 끝까지 하면 마음의 불안을 쫓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정미는 힘써 착한 일을 한다. 시골로 돌아가는 할머니를 배웅하러 혼자 버스 터미널까지 간다. -「목마 아저씨」: 비행기틀 남자에게 밀려난 목마 아저씨는 짐수레꾼이 되었다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다. 일본에 가 살면서 돈을 많이 번 동창은 고향에 어린이 공원을 세우고 있었고, 목마 아저씨에게 그곳 관리를 부탁한다. 어린이 공원은 입장객들로 붐비고 어느 날 비행기틀 남자가 사진사가 되어 그곳으로 온다. 목마 아저씨와 비행기틀 남자는 화해한다. -「미옥이」: 여섯 군데의 집을 거쳐 들어온 태야네 집은 식모 미옥이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다. 주정뱅이 아버지가 난동을 부리지 않는다면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끝내 미옥이에 대한 선금을 받고 다른 집 식모로 넘겨버린다. - 재화 「도둑섬과 김 장군」: 소년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납치해 간 원수를 갚으려고 무술과 도술을 익혀 장군이 된다. 그렇지만 힘에 부쳐 스승의 도움을 받아 원수를 갚는다. 스스로 원수를 갚았으면 좋았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