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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물드는 시간 - 정신실] 한줄평 : 중년과 노년의 위기, 실존의 신앙으로 맞서는 빛나는 조언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집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부부만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러다 아이들이 결혼해 분가해 나가면 집안은 정말 썰렁해지는 집구석으로 변하고, 부모의 마음도 허전해지고 빈둥지 증후군에 휩싸이게 된다. <노을이 물드는 시간>은 마음성장연구소 정신실 상담 심리 소장이 가상의 노인 멘토 최선생님을 만나 중년과 노년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꾸며진, 중년을 위한 심리 상담 가이드북이다. 나이가 50이 되고 60이 되면 이제 늙어가는구나, 하는 현실적 체감을 하게 된다. 건망증도 잦아지고, 치매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 민낯에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에 몸을 떨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과 그 간절함에 태어난 가상 소설이다. 게다가 기독교인을 위한 영성적 접근을 추구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제 나이가 그런 때라고 하셨잖아요. 막 활강을 시작하는 때요. 고도가 거의 낮아지지도 않았는데 불쾌감은 가장 크다고요. 건망증에 대해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죠. 중년을 거쳐 노년으로 가는 긴 활강이 시작되어서 그렇다고요. 정말 위안이 됐는데요. (141) 사랑은 모든 것을 덮는다고 하지만, 기독교인도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한다. 일반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더 참아내고 더 기도하지만 이혼이 답일 수도 있다. 최 선생님 친구분이 황혼에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면서 실체로 다가온 상황. 감정이라는 게 에너지거든. 특히 분노 같은 감정 말이에요. 참는다고 없어지면 참 좋은데, 그 왜 열역학 제1법칙 있잖아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에너지는 스스로 소멸하지 않아. 물론 참고 인내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참는다고 어디로 사라지지 않아요. 억압해서 압력이 쌓이면 언제 어디선가 터지고 만다는 거예요. K선생의 갑작스런 이혼 선언이 그런 것 아니겠어? (150) 두 사람의 대화체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조언은 우리의 기복적이고 습관적인 신앙생활에 경종을 울린다. 꽁꽁 얼어버린 강물 위에 커다란 돌덩이를 떨어뜨려 쨍 하고 얼음이 갈라지게 한다. 신앙을 방어기제로 삼아 숨어버리는 그리스도인에게 예리한 칼날을 들이 댄다. 부부 간에든 친구 간에든 갈등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그래서 일단은 피하고 싶은 거죠. 그럴 때 발동하는 게 심리학적으로 방어기제라는 거 아니겠어. 나는 상담하면서 제일 어려운 사람들이 '신앙'을 방어기제로 쓰는 사람들이에요. 하나님, 은혜, 감사.... 이렇게 초월해버리면 더는 뭐 말을 할 수가 없어. (146) 기독교인은 하나님이 짝지워 주신 결혼생활을 다시 풀어도 되는 것인가. 성경 말씀을 어디까지 실천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실존과 마주한다. 내 배우자가 도저히 바뀌지 않는 사람이고 더 이상 함께 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바뀌든 안 바뀌든 그건 K선생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 기도야 할 수 있지. 기도로 타인이 통제되면 세상살이 뭐가 어렵겠어요. 하나님의 뜻이라 여기고 다시 살겠다면, 바뀌지 않을 남편을 전제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다시 살아도 희망이 있어요. (163)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인생에 대하여, 인생이란, 처음 40년은 본문을 갖추고 나머지 40년은 거기에 주석을 다는 거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아직 이 문구는 발견하지 못했다.) 중년 이후 훌륭한 노년의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100세 시대에 60 이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우리에게 40년은 또 하나의 인생이 다가오는 것과 같다. 책에서 저자는 서두에 '좋은 노년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좋은 노년은 좋은 중년의 결과에 해당된다고. 그러니 우리는 중년의 삶을 보다 의미있고 알차게 보내야 할 것이다. 부활 신앙을 믿고, 내 것으로 삼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다가올 노년에 대해 불안해 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중년의 삶에 더 집중하고 더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노을이 물드는 시간, 어느새 그 시간이 내 시간이 되고 있다. 황혼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모두 아름다운 황혼의 색으로 물들어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