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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공은 덧붙인다. “설명해야 할 시신이 하나 있다. 세 번이나 사랑한 한 여자가 있다. 등을 돌린 친구도 하나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찾아다닌 소년이 하나 있다.” 작품의 맨 첫 장에서 주인공은 우리에게 이 작품의 글의 주제와 결론을 모두 얘기해준다. 물론 4백여 쪽을 다 읽기 전엔 그 깊은 뜻을 전혀 깨닫지 못하겠지만.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의 섬뜩함을 잊을 수가 없다. 맑은 아이의 얼굴이었을 뿐인데도 검은 바탕에 이런 제목의 책, 게다가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한 사람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라니 섬뜩할 만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슬프고 애처로운 얼굴일 뿐이다. 그 삶이, 그 사랑이, 그 우정(!)이 너무나 안타깝고 기가 막히다.
요즘이야 성형 등으로 얼마든지 나이와는 상관없이 얼굴에 사기를 치는 게 가능하겠지만도, 사람들은 흔히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인생을 살면서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많이 웃었으면 그 일들의 흔적이 얼굴에도 곱게 나타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막스는 태어날 때부터 할아버지의 얼굴을 갖고 태어났다. 점점 젊어지는 얼굴과 몸이 되는 것이다. 아주 어릴 적엔 부모님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지고 청소년이 되면서 막스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막스가 살아가면서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예견한 부모님의 “사람들이 네 나이가 얼마쯤이라고 생각하면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씀으로 막스는 세상을 살아가고 또 우연히 알게 된 친구 휴이의 우정으로 평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또 하나 평생을 가는 단 하나의 사랑, 앨리스와 그 가족과 얽힌 사랑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막스 앞에 있는, 겉으로 보기엔 친구처럼 보이는 새미…
사실 한 사람이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고 친구들과 우정을 맺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자식을 얻고 그 자식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일을 해서 생계를 책임지는 그런 모습이 평범함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안 계실 수도 있고 그 중 한분이 안 계실 수도 있고, 평생 가야 제대로 된 친구 한 명 못 사귈 수도 있고 여러 번의 사랑에,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할 수도 있고 자식 없이 세상을 뜨는 사람들도 많을 수 있다. 결국 어느 것도 우리 인생에 평범함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내 인생은 내 나름대로 내 운명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막스의 경우, 그 순서가 거꾸로여서 더 우여곡절을 많이 겪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진척됨에 따라 막스의 나이는 젊어졌고 인생의 곡절도 함께 발전했다. 앨리스와 그 가족과의 인연도 막스가 느끼는 만큼 안쓰러웠지만, 끝 부분에서, 휴이의 그 끝없는 우정(!)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반전 아닌 반전에 정말 가슴 아팠다.
“평생 살아오면서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시간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그렇다. 시간은 늙어가는 사람에게도 젊어지는 사람에게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대부분 늙어가다 둑고, 특이하게는 막스처럼 젊어지다 둑는다. 그래도 막스는 “너무 짧은 인생. 슬픔만 가득한 인생. 그러나 난 내 인생을 사랑했소.”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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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장장 5일이란 시간을 바쳤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 책인데 읽어나갈수록 부피는 얇아져가고 소설의 깊이는 깊어져갔다. 읽을수록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며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사실 100페이지,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해 84페이지에서 "나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을 머리속에 떠올렸다"란 글을 읽고서야 이 책을 더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 그런 고민에서 말끔히 벗어났다. 84페이지 전까지는 사실 무료했고 따분했다. 태어날때 노인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설정은 분명 흥미로운 설정이었기에 계속 책을 붙들수 있었다.
첫 시작하는 구절은 이렇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난 이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이 말이 던지는 가슴 뭉클한 뉘앙스를 이 책의 후반에서 느꼈기에 텁텁한 심정으로 책을 다시 돌이켜 보았을때 시선에 들어온 이 글귀는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시작은 의문투성이다. 선생님의 노트를 훔쳐 일기 형식으로 쓰는 소년. 예순이 다 된 노인이라고 설명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다면 새미는 누구지? 어린 시절 새미와 함께 침대를 같이 쓰며 어머니라고 부르는 렘지부인을 앨리스라 사모하는 그의 필적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복잡한 궁금증이 풀린 것은 당연히 책을 읽어가면서였다. 서술적인 상황 묘사가 특기인 이 책은 사건 중심의 스토리 위주로 읽는데 익숙한 내게 익숙하지 않은 책이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재미는 정확히 96페이지에서 시작됐다. "이교도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묘사된 부분이 그러했다. 늙은이라고 부름을 받는데 익숙한 주인공 티볼리씨는 앨리스와 그의 모친을 은근슬쩍 돕게 된다. 나도 한때 그러했던 앳된 느낌과 조우한 글을 만나 밑줄을 쳐봤다. "바람이 불자 그녀의 모자 아래서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날리더니 내 아랫입술에 달라붙었다. 낚시줄처럼 착 달라붙었다. 문득, 낚싯바늘이 내 입술을 찔러, 그곳에서 몽글 솟아난 피가 내 입으로 흘러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입술에서 떨어질까봐 전정긍긍했던 티볼리씨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며.. 어릴적 순박했던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궁상거리가 됐다.
109페이지 '늙은 몸을 타고 난 젊은이', 아, 그제서야 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슬픔이기도 한 모던한 감정을 찾는데 익숙해져갔다. 앨리스의 어머니, 레비 부인과 정을 통한 티볼리씨, 그의 이름은 어느새 막스가 되었다. 휴이와 헤어진 앨리스,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서 꺼낸 담배가 나오자 어느새 밑줄 모드가 되었다. "나는 잠자코 당신이 담배 연기 속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들어내도록 내버려두었소" 난 이 말이 참 인상적이라 여겨졌다. 슬픈 앨리스를 위로하고 싶은 막스, 그녀를 사랑하는 연정을 가슴에 꼭꼭 숨긴채 그녀와의 첫키스,"당신의 입 안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한 마지막 담배 연기를 맛보았지.. 어느 한 단어 '예'라는 단어와 같은 맛이었소.."
185페이지는 이 소설이 주는 한껏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바로 미망인 앨리스와의 재회가 시작된 부분이었고 몰라보게 젊어진 막스는 그를 알아채지 못하는 그녀와의 만남에서 아스가르 반 달러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하는 여인 앨리스와 결혼하고 신혼 첫날밤을 보낸다. 티볼리씨이자 막스이자 아르가스 이기도 한 그의 일기장에 첫날밤에 대해 밝힌 짓궃은 표현은 사뭇 얄밉게 느껴진다. 내심 19금을 바랬건만, 야속하게도 나의 소원을 저버렸다. 안심하시라. 이 책은 미성년자 관람가이므로. 그의 병을 알지 못하는 앨리스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진실을 숨겨야 했던 반 달러씨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309페이지에서 끝장난다. 막스를 저주하는 앨리스에게 그의 사유였던 '1941' 목걸이를 발견했던 것이다.
1부에서는 티볼리씨, 2부에선 막스, 3부에선 아르가스였던 주인공은 4부에서 리틀 휴이가 되어 그토록 사랑하는 앨리스와 운명의 재회를 하게 된다. 친구인 휴이의 아들 행사를 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은 그의 마음을 보며 이토록 애절하고 절실한 느낌이 감도는건 왜 그럴까? 더이상 발기 할수 없는 육체적 한계를 리틀 휴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물개 새끼처럼 털 하나 없이 미끈한 조그만 달팽이 모양으로 줄어든 나의 물건. 나는 그것이 살아 있도록, 팽팽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기를 썼다" 더이상 남자일수 없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역행하는 자신에게 어떤 저주섞인 말을 늘어놓았을까? 그런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은 이기적인 그의 사랑을 누가 욕할수 있단 말인가. 4부의 이야기를 흝으며 그제서야 수수께끼같았던 1부의 아리송한 전말이 깨끗이 클리어 이해됐다. 휴이와 어린 막스의 대화가 내 감정을 뒤흔든다. "넌 이제 남편이 될 수 없어! 아버지도 못 된다고!" "쉬잇! 난 아들이 될 거야. 잠시 동안이라도."
샛강 갈대숲 사이를 떠돌던 작은 배에서 죽음을 마감하는 리틀 휴이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순간 숙연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시간을 거슬러간 남자, 티볼리이자 막스, 아르가스이자 리틀 휴이로 평생을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숭고한 죽음을 택한 그의 결단에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막스, 그의 아들 새미와 사랑하는 여인 앨리스와 다정하게 손잡고 산책하는 장면을 떠올려봤다. 꿈속에서도 늘 행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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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난 지금까지 줄곧 동안이란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지금은 어려보인다는 소리가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난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싫었고 기분이 나빴다. 특히 할아버지와 버스표를 끊을 때가 난 제일 싫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할아버지는 나와 버스를 타게 되면 늘 어른 한장만 끊으셨다. 돈을 아끼는 차원에서 그러시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차표를 걷는 직원이 째려보며 쏘아붙이는 목소리로 "진짜 유치원생 맞아요?"했던 말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는다.
초등학생이 유치원생 취급받는 것이 그 누군들 달갑겠는가! 어린 나이에도 그 순간이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너무 민망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은 기본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민망한 일을 겪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나보다 더 어린 애들도 돈을 내고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가는데 그보다 더 큰 나는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그 순간이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어려보이는 것이 결코 기분좋은 일이 아님을 겪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이 책은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몸은 젊어지는 한 불행한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한 저자는 뛰어난 상황묘사와 인물묘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심리를 다루는 장면에서의 표현력은 압권이다. 상황전개는 주로 주인공이 회상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처음부터 다 드러내지 않고 비밀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한번쯤 누구나 꿈꿔봤을 만한 진부한 소재를 이렇게까지 멋지게 표현한 저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나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시간의 흐름과도 무관하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장면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막스의 외모에 대한 태도다. 내가 만약 막스처럼 한창 귀여움을 받을 어린 시절에 노인의 얼굴을 한 채 보냈다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스는 그런 추악한 외모를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놀림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맞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노인의 얼굴을 하고도 당당히 휴이라는 친구를 사귄 것을 보면 막스에겐 외모 컴플렉스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오히려 10대 시절에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적절히 이용해 유부녀와 짙은 사랑까지 나누었으니 그런 외모를 비관하기 보단 즐기는 쪽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막스가 과거의 여자에 대해 집착을 보인 점이다. 외모가 거의 자신의 나이와 비슷해졌을 무렵 막스는 누구보다도 잘생긴 외모를 가지게 되었다. 그 정도의 외모에 직장까지 있으면 다른 여자들을 얼마든지 사귀거나 결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막스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떠나버린 첫사랑인 앨리스에 집착한다. 남자에게 있어서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막스가 보인 태도는 광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는 여자를 그렇게 찾아헤매고 끝까지 수소문해서 결혼까지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스의 비밀을 두 번씩이나 듣고도 그를 이해하지 못해 떠나버린 매정하고도 속좁은 여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집착을 한 것인지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막스의 그런 행동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이란 말인가? 나중에 양자로 입양까지 되어서 곁에 머문 장면이 과연 사랑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애뜻한 첫사랑이라고 하기엔 좀 지나친 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막스가 친구인 휴이를 이용한 점이다. 친구 사이에 이용하고 말고가 어디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막스는 철저히 휴이를 자신의 편의대로 이용했다고 본다. 휴이의 인생은 불행했다고 치부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복했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괜히 나이를 거꾸로 먹는 친구를 만나 평범한 친구를 사귀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사실이다. 막스는 언제나 자신의 고민 특히 앨리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휴이에게 기댔지만 막스는 휴이의 괴로움을 덜어주지 않았다. 아니 휴이가 무엇으로 고통을 받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친구로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런 관계가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일방적인 관계는 친구가 아니다. 똑같이 주고 받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마음정도는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막스는 나중에 휴이가 괴로움에 권총으로 자살할 것이란 것을 짐작했으면서도 그대로 자살하도록 방치했다. 그것이 과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할 행동인가? 이런 점을 비추어보면 막스는 친구로서 빵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휴이가 한없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는 외모를 갖고 사는 일이 과연 행복할까? 만약 막스가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친구는 세월에 맞게 나이를 먹어서 늙어가는데 자신만 점점 젊어지고 예뻐지면 행복할까? 나이에 맞게 생기고 거기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자신의 외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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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시간이란 녀석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바로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란 녀석을 잘 설득하면 내 편이 되어줄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거스르고자, 또한 뛰어 넘어보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시간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다만 그는, 스스로 조용히 흘러갈뿐.
시간이란 녀석이 '막스 티볼리'에게 유난히 더 잔인했다고 가슴 아파하는 나를, 티볼리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조용히 웃음지을까?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줄까? 아니면 내 생각에 동의해줄까? 아니면....
막스 티볼리는 누구나 한번쯤 동경해보았을만한-그러나 그에겐 저주일뿐인-삶을 살았다. 늙고 추한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과 함께 흘러가며 점점 젊어진 그. 어렸을땐, 늙고 추한 몸에 갇혀서,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가슴을 가졌을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서 그렇게 살아야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과는 늘 반대로 살아온 그였지만, 그의 가슴은 따뜻했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보다 진실한 사랑을 했다. 마치 바보같다고 여겨질 정도로 한 여자만 사랑한 그. 그리고 잔인한 시간...
책을 읽으며 진심을 담아 소망했다. 티볼리의 가슴에 따뜻한 사랑을 불어넣어준 앨리스가, 그녀가, 그의 겉모습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로 사랑해주길,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아니, 사실은 그 누구보다 독립적인-여자였다. 그녀는 늙은-하지만 십대의 순수한 소년인-티볼리의 사랑고백을 경멸했고, 남편이 된 티볼리-그러나 점점 젊어지는-의 열에 들뜬 애원을 거절했다. 그녀는 세상의 그 어떤 시선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두 번이나 앨리스를 잃은 티볼리는 자신을 자꾸만 구석으로 몰아간다. 그런 그를 지켜준 친구 휴이가 아니면 거의 끝을 보았을 정도로. 그런 끝에서 그는 자신의 아들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 한 번 소망한다. 자신의 사랑 앨리스를 그리고 괴물같은 자신을 닮지 않은 아들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는 자그마한 소망 말이다.
자신을 쭉 지켜온-그리고 사랑한-휴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면서까지 티볼리는 자신의 선택을 감행한다. 짧은 순간이라도 자신의 옛아내와 아들의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때로는 행복한 마음으로, 때로는 불행한 마음으로.
막스는 자신의 아들에게 괴물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을 한 권에 공책에 고백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비록 시간과 싸우며 투쟁한 그였지만, 나는 감히 그에게 고백할 수 있다. 당신은 앨리스에게, 그리고 당신의 아들에게 소중한 존재일거라고, 소중한 존재였다고 .
그리고 그의 고백은,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진실로 돌아보게 해주었다. 그래서 한 남자의 진하고 진한 고백의 여운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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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이끌림이 굉장히 강한 책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소년은 그저 무표정하게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 깊은 눈 속에 막스의 살아온 아픈 인생이 고스란히 다 담겨 있는 막스의 초상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마치 마치의 고백을 듣기전에 한 번 더 심호흡을 해야 할 것 만 같은 그런 전율이 사진을 타고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막스는 장애를 가졌다. 그런데 그 장애가 사람들에게 오픈 할 수 없는 말로 설명 하기 힘든 장애였다.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만나더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이로 행동해야만 하는 그래서 어른의 마음으로 어린아이처럼 행동을 해야 하기도 했고, 어린이지만 어른처럼 행동도 해야했다. 그런데 잔인하게도 그에게도 사랑이 오고 말았다. 장애를 가진 막스를 폄하해서가 아니라 그가 감당해야 할 사랑의 고통이 아름답지만은 못할 것이란 걸 알았기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는지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 만난 표지와 글의 이야기에 대해선 막스의 느낌이 슬퍼보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막스의 표정은 왜 이렇게 담담하게 보이게 된 걸까?
행복한 사랑을 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하진 못했지만 찰나의 사랑을 했고 그 마음을 고백 한 막스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는 건 분명 죄 받을 일이지만..
막스의 고백을 들으면서..하루가 소중하고 주변의 그들이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며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고 느끼는 나에게
막스는 무어라고 말 해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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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꾸로 타고난 인생..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인생도 괜찮지 않을까? 젊어서의 청춘보다 늙어서 몸이라도 건강하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유년기, 나이들어 기력도 없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노년기.. 그렇다면 유년기가 인생의 마지막에 오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어린이로 태어나서 늙어 죽는게 평범한 삶이라고 볼때. 일흔의 나이로 태어난 아기라면. 이미 이 책을 읽기전에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인지 더 쉽게 와닿았던 글.
도대체 그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넌 막스잖아." 여러 해에 걸쳐 그는 몇 번이고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모르겠어. 그냥 막스라고만 생각했지. 엄마가 엄마지, 다른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야. 누가 알겠어? 그렇다고 네가 다른 어떤 사물 같은 존재도 아니잖아. 장난감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네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니고. 다른 어떤 사람. 아무튼 난 사람들이 뭐라 하든지 관심 없었어. 넌 그저 막스일 뿐이니까. 바보 천치 막스. 그 시가나 좀 줘. 그래. 좋은사람이긴 했지." -p55
막스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걸 자각하면서 친구가 된 휴이에게 왜 자기랑 친구가 되었는지를 물어본다. 다른사람들은 막스를 어린아이로 보지 않고 할아버지로 보는데. 휴이는 왜 나랑 친구가 된걸까? 있는 그대로의 막스를 받아들인 유일한 친구인 휴이.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말하고 싶소. 아니, 우연이라 해야겠지. 내 가슴이 가장 여린 순간에 당신이 우리 집 마당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었소. 그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 더 잔인한 누군가가 아닌 바로 당신이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앨리스, 그게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나이를 먹기 전에 아마 다시 사랑을 했을 거요. 마음껏, 그런데 당신 눈의 저주를 받아, 나는 아직껏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소. -p73
내가 앨리스에게 원한 것은 수수함과 편안함이었다. 그녀가 나를 사랑해주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희망도 없었다. 다만 그녀가 사라진 뒤 수년 동안 나를 미치게 만든 한 가지 의문, 그 의문만을 풀고 싶었다. 마술사가 은화를 달래서 줬다가 손수건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본 관객이 그 은화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다시 돌려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종적을 감춘 그 세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을 뿐이었다. -p190
말년이 되어 그녀가 입가에 잔주름을 더 이상 감출수 없게 될 때, 나는 더더욱 그녀를 갈망할 것 같았다. 열네 살 한창때 만난 소녀가 아니라 그 소녀의 변해가는 모슴 하나하나를 갈망할 것 같았다. 나의 앨리스가 풍만하게 성장한 다음 다시 살이 빠지면서 연약한 몸에 백발이 다 된 머리로 웃을 때마다 얼굴에 주름이 짜글짜글 잡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그녀가 내 팔 안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것, 그것이 바로 내 희생의 대가가 아니겠는가. -p270
세월이 흐르고 막스는 더 젊어지며 우연히 마주친 앨리스! 이제 중년이 된 앨리스와 결혼도 하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가족도 버리고 자신도 숨겨야하는 그의 삶이 정말 사랑 하나로 행복했을까? 자신의 특이한 인생 때문에 더욱 집착인 사랑인건 아니었을까... 안타까운 한편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하는 앨리스도 안타까웠다. 그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에 앨리스의 심경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막스를 진정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녀 인생을 살아가며 그냥 잠시 살았던 남편들중 한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용서하는가. 우리가 어릴 적에 부모는 우리를 아주 세심하게 지켜보신다. 우리가 처음 내지르는 울음소리도 놓치지 않고, 우리가 내댇는 첫걸음이나 우리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 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절대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부모를 지켜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분들은 고독 속에 생을 마감한다. 당연히 우리는 부모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인 일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p332
나는 집에 돌아왔다. 마침내 집에 온 것이다. 그런데도 슬픈 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애틋하면서 슬픈 것은, 집에 돌아온 것을 알지만 내가 늘 혼자여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p394
태어난 모습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거꾸로 살아가야만 했던 막스 티볼리.. 그의 인생은 사랑을 위해 살았고 노력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것 같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핏줄과 그녀를 위해 살았던 그의 인생. 그의 고백은 잔잔한 울림으로 내게 남았던 글 이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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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이 책을 한줄로 표현하면 이 정도로 될런지.. 4백 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꽤나 빽빽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책의 4분의 1정도까지는 주인공인 막스 티볼리의 이야기에 그다지 귀 기울여지지 않았다. 왔다갔다 하는 내용과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책 내용... 하지만 점점 읽어내려 갈수록 자신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막스 티볼리의 고백에 내가 그 자신과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아들 '새미'에게 보내는 글이면서 동시에 그가 한 평생을 사랑하게 된 앨리스에게 바치는 사랑의 편지로 이어진다. 기이한 인생을 가지고 태어난 막스 티볼리. 일흔 살 노인의 외모로 태어나 나이를 점점 먹을수록 어려지는 운명을 가졌던 그.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는 어려지지만 정신은 그 나이만큼 늙어간다. 막스가 태어났을때 그의 외모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앨리스라는 여자를 사랑해서 결국에는 결혼까지 하게 되고, 점점 어려지는 외모 때문에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이의 아들로 입양되면서 자신이 아버지인줄 모르는 아들 '새미'와 자신이 전남편인줄 모르는 여인 '앨리스'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정말 특이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책을 천천히 읽으려 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은 읽는데 시간이 더 걸린것 같다.. 막스의 은밀한 고백과 그의 내면을 너무도 잘 표현한 소설. 아무리 길게 이 책을 표현하려 해도 읽어보기 전에는 느낄수 없을것만 같다고 말하고 싶다..
늘 막스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준 휴이- (그는 동성애자였다) 자신의 아들과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서 어린 외모로 함께 살면서 자신의 일생을 담담하게 때론 충격적이게 고백하는 막스 티볼리. 신체적 나이를 일흔 살 부터 시작한다는 설정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고,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들려주는 고백으로 인해 왠지 모를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책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게처럼 내가 뒤로 간다는 것이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열두 살 소년처럼 보인다. 거의 예순이 다 된 나이에 내 운동화에는 모래가 들어 있고, 모자 테두리에는 진흙이 묻어 있다. 지금 나는 사과 속과 같은 볼품없는 미소를 얼굴에 그리고 있다. 그러나 한때는 총을 들고 가스 마스크를 쓴 스물두 살의 멋진 청년으로 보였다. 그전에는 지진이란 재앙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나선 삼십대 남자였다. 그리고 그전에는 열심히 일한 사십대, 세상을 두려워한 오십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늙어갔다.
그러나 기억은 때로 거꾸로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으로 행하는 모든 일은 작은 점이 되어 흐릿해지고, 특이한 사건이나 우연한 만남 같은 것이 마치 종이 위에 번지는 잉크처럼 크게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진정한 사랑은 항상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어떤 상실감이나 싫증, 혹은 사사로운 미움 따위는 결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아마 사랑을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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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확실히 기억나는 건 집시님 리뷰, 그리고, 관객님이나 기억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매혹적인(?) 리뷰를 보고 지난주에 교보에 가서 구입한 책이다.
그 중에서 결정적인 역활을 했던 것이..바로 집시님이다. 리뷰를 보니..세상에 이렇게 문학적으로 비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고 있던 책들이 모두 끝나면..꼭 사봐야지 작정했다가 막상 주문해야할 시점에서 yes24와 삐리리한 관계가 되어,제 돈 다주고 교보에서 구입해서 막상 보니...--;;집시님의 리뷰가 소설보다 훨씬 근사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얼마전에 정은숙 님한테도 당한(?) 이력이 있어서, 항상 신중 구매해야겠다 생각을 했었지만...T.T
뭐 그렇다고..소설이 엉망진창이였던 것은 아니였다.
나의 경우 소설을 읽다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거나, 과장되었거나, 내가 소설책에 완전히 몰입되지 않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 책은 그저 그런 책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의 경우 첫 도입부는 왠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슬쩍 '롤리타',라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생각나더니, 막스가 앨리스를 찾아서 다닐때에는..오래전에 읽었던 '시더벤드에서 느린 왈츠를' 혹은 '오 자히르' 같은..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았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코끝이 갈라진 짐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
- 어린 막스가 얹혀 살고 있는 집 주인 여자에 대한 진실
- 휴이가 호수에 쳐박혀 죽었을때 깨닫게 된...뭐랄까..휴이의 진실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휴이가 평생동안 사랑했던 사람과 엘리스의 사랑과 막스의 운명이 교차되어 얽히고 설켜진 모습은...
이 책이 문학작품이고, 얼마나 미적 장치가 잘 배치 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면이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시간이 지나갈 수록 나이가 어려진다는 것이 내가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였고,
집시 님이 써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서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말과...막스가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에 대한 나름 상상력의 펼쳐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오늘 새삼 느낀 것이다. 나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case는 일단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
- 기억님: 한 번 맘잡고 리뷰를 평론가처럼 올리실 때... - 정은숙님: 일단 별 다섯개 무차별 살포 되었을 때... - 집시님: 리뷰에 미학적인 글이 실려있을때...
이때는 차라리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충분한 독서가 된다는 것을..혹은 월등하다는 것을....새삼 느꼈다. 그랬더란다.--;;
ps. 나도 훌륭한 리뷰를 쓰고 싶어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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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나는 표지에 이렇게 무표정한 사람 얼굴이 떡! 하고 있으면 무섭더라. 게다가 빤질 빤질한 표지 위에 그려져 있으니 더 그렇다.
굉장히 신선한 설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자주 접하지 못했던 설정이 일단 호기심을 끌어 당긴다.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진다, 라는 설정이 그것인데 이거 좀, 특이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러한 설정은 내 입장에서 볼 때 결국 독이 되고 말았다.
유려한 말솜씨와 화려한 문체, 매혹적이며, 독자를 주인공 막스와 똑같은 상태로 빠뜨리고 혜성같이 나타난 독창적인 작가이다, 라는 평가가 표지에 써있는 이를테면 퓰리처상 수상작가라는 사람들이 칭찬한 내용들이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상황이 그렇다보니 내 느낌이 어떤가 하면 이거 완전 타짜들한테 삥뜯긴 느낌이다. 짜고치는 고스톱판에서 쌈지돈 홀랑 날리고, 옆에서 시가를 물고 있는 아저씨한테 빌린 돈까지 몽땅 날려버려서 이거 완전 황당하네, 뭐 그런 기분이다.
일단, 자가 검열에 이르러 이 책이 나사니엘 호손의 단편선과 중첩되어 읽혀졌기 때문에 비교우위상 약간의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는 점을 명시해놓고 얘기를 적어나가야 겠다. 일흔의 외모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며, 결국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죽는다,라는 설정이 앞서 말했듯 화악! 호기심을 당기는 설정이었다. 오오, 그래? 뭐 이런 거. 그런데 하나도 안 유려한 말솜씨에 안 화려한 문체에 완전 안 매력적인데다가 독자로 하여금 도저히 주인공 막스에 감정이입을 시킬수 없게 만드는 지루함에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가 혜성같이 나타나서 뻔한 소재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작가에게 급기야 성질까지 나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 작품은 무려 400페이지를 넘어선다. 진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50쪽을 넘어서면서 때늦은 반전에 그나마 조금 견딜만한 산소를 공급해주었다고나 해야 할까.
굉장히 느슨하고 지루한 문체인데다가 완급조절이란 걸 모르는 작가처럼 글을 써놔서 내내 달팽이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야기가 달팽이면 그 달팽이 놈이 기어가는 모양새가 맛깔스럽거나 뭔가 엄지와 검지를 턱에 받치고 생각해보게 만드는 모양새이거나 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텐데 그냥 오로지 혼자 열심히 느리적 기어간다. 앞서 말했듯 반전의 요소라는 것도 나와줘야 할 시기에 딱 등장해주어야 독자의 입장에서 오호라! 비명을 외치며 그속으로 동참해주게 되는 것인데 그 타이밍도 딱딱 못맞추다보니 반전의 요소가 등장함에도, 어어, 그랬어? 아웅...그랬구나... 뭐 그 정도 말 밖에 해줄수 없었다. 그랬다. 사랑이야기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들고, 나이가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기가막힌 설정 아래서, 그 나머지의 모든 소설적 재미요소를 배제해버린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속도면에서도, 문장을 읽는 재미도, 전환되어야 할 장면의 시점도, 무엇하나 나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들이 없었다. 급기야 300쪽이 넘어서 부터는 5줄 찍어읽기 모드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고, 종국에는 대각선읽기 모드까지 돌입하게 되었다. 종알종알 따라다가다 내가 미쳐버릴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자, 여기까지가 내가 읽은 소감이다. 내가 저자에게 돈을 꿔주고 못 받았다거나, 저자에게 내여자를 빼았겼다거나, 하는 사건들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처상 수상작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엄청 좋은 작품이라고 하니, 뭐 그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볼 필요는 있겠다. 솔직히 그들과 나의 비교우위적인 소감을 경쟁하자면 내 의견이야 댈 것도 아니지 않은 가. 그렇다면 이런 식의 중립적인 의견도 내놓을 수 있겠다. 나와 타입이 맞지 않는 작품. 풀리처 수상작가와 같은 취향을 지닌 분들에게는 대단히 재미있을 수 있는 작품. 또는 이 책을 접했을 당시 나의 심리 상태가 굉장히 화장실이 급했는데 그걸 참으면서 봤다던가 뭐 그런 것들. 아무튼 막스 티볼리라는 이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며, 애가 생긴것도 아주 잘 생겼다. 본래 체조를 해도 제일 낮은 점수와 제일 높은 점수는 빼고 보는 터이니 여타 독자들에게 그닥 도움이 될만한 서평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