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우리를 읽어 내던 순간”을 다시 쓰다이 서평집은 두 저자—영화학자 이윤영과 문화연구자 이상길—이 코로나 봉쇄기의 2년 동안 『출판문화』에 번갈아 연재한 글 23편을 묶은 것이다. 목록을 펼쳐 보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시뮬라시옹』까지, 1980-2000년대 한국·프랑스 지성의 굵은 책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그 제목들은 “우리가 찾아 읽은 책”이 아니라 “한 시대가 우리를 대신 읽어 준 책”이라는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문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두 저자는 오랫동안 번역과 평론을 병행해 온 만큼, 한글 문장이 지닌 ‘매끄러운 이식’의 모범을 보여 준다. 인용과 해설이 한 문장 안에서 물 흐르듯 이어지고, 개념어가 서정적 호흡 속에 녹아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이윤영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다시 읽으며 써 내려간 대목: “경주의 섬세한 나무결 몇 미리가 나의 손바닥에 고스란히 옮겨졌을 때, 나는 아직 보지 못한 기둥들을 상상 속에서 만졌다. 책이 손끝을, 손끝이 공간을 확장했다.” 여기에는 건축물·독서·신체 감각이 한 호흡에 묶이는 겹겹의 연결 문장이 자리한다. 번역서를 다룬 이상길의 글에서도 “벤야민의 ‘파사주’가 서울 지하철 환승역을 통과하며 생경한 울림으로 살아난다”는 식의 현장적 비유가 이어진다—개념이 풍경으로, 풍경이 다시 개념으로 환류하는 리듬이다. 두 사람이 빚어낸 ‘교번 서평’의 재미책의 구성은 바둑 대국 같다. 한 사람이 조세희를 꺼내면, 다른 이는 리처드 호가트를 대응수로 놓는다. 이 교번 구조 덕분에 독자는 문학·사회학·영화 이론의 레이어를 계단 오르듯 따라가게 된다. 복층 독서를 권하는 지점에서, 두 저자의 우정과 지적 투쟁이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문장의 톤이 학술적이면서도 ‘읽기의 기쁨’이라는 정서적 온도를 놓치지 않는다. 한 줄 총평 『우리를 읽은 책들』은 “우리를 키운 문장”이 어떻게 다시 우리의 문장이 되는지를 증명한다. 좋은 서평이란 결국, 독자를 책과 책 사이의 ‘투명한 연결 문장’으로 초대하는 일임을 보여 주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