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전제하자. 이 글은 지극히 사적이다. 김기태의 이름을 인터넷의 어딘가에서 보고, 이 책의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문장 웹진에서 읽었다. 가지각색의 밈이 적절하게 뒤섞인 소설은 아름다웠고, 뭉클했다. 그래서 예스24에서 얼른 작가의 신간 알림을 설정하고, 그의 등단작인 「무겁고 높은」을 구글에서 검색해 찾아 읽었다. 역시 좋았다. 짧은 생의 전부였던 역도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주인공의 모습이 쓸쓸했지만 처연하지 않았고, 후련하진 않았어도 슬프지만은 않았다. 5월의 초입에서, 예스24의 알림을 받았다. 김기태의 단편집 출간 소식이었다. 당장 결제했다. 그의 책을 받아 조금씩 읽어나갔다.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읽을 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웠던 책이. 2022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해 글을 쓴 작가가 2년 남짓한 기간에 단편집을 낼 수 있는 걸 보면, 그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임현의 「고두」를 읽고 난 후, 나에게 동시대 한국 문학 중 최고작은 「고두」였다. 2017년의 일이다. 근 8여 년간 이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조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도 호명되는 젊은 남성 작가들의 목록은 대체로 이미 10년 전에 젊은 작가들이라고 불린 이들이다. 이 목록의 가장 아래에 이제 김기태가 있다. 한국 문학의 독자층이 여성이 대다수이며, 그들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여성 작가들이 많은 시대에 남성 작가의 소설은 귀하다. 그러나 그 희소성만이 김기태 소설의 가치의 전부라고 말할 순 없다. 기본기를 갖춘 소설가는 소재를 잘 잡으면, 평타 이상의 소설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소설가가 정말로 잘 쓰는 사람인가 아닌가는 진짜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쓸 때 갈린다. 김기태가 다루는 소재들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강박증과 아이돌, 연애 프로그램, 인터넷 밈, 고교 운동 선수 등, 이걸 가지고 소설을 쓰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이런 걸로 어떻게 소설을 쓰느냐고 되물을 지도 모를만큼 뻔한 재료다. 하지만 김기태는 이 평범한 재료들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적절하게 조리해 비범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김기태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또한 정말로 신기한 것은 어떤 소설은 과거를 재생하고 현재를 담는 일을 넘어서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 테면, 이 소설집의 맨처음에 등장하는 「세상 모든 바다」는 2022년 3/4월 잡지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일련의 참사는 2022년 10월의 마지막날 우리가 겪은 참사를 미리 보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들이 대단하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대단하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문학동네, 2024)를 읽다.
언젠가부터 우리 문학판은 여성 작가들과 여성 독자들이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거기엔 여러 사회적 맥락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민감한 사회적 쟁점들에 여성 작가들이 발빠르게 동참했고, 세심한 감수성의 문장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주제와 제재에서도 젠더문제, 성수자문제, 장애인문제, 불평등과 차별, 혐오표현 등 더 나아가 SF까지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젊은 작가상, 이상 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의 대상을 모두 여성들이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그러다 보니 남성 작가는 희소성을 가졌고, 문학계에서 그들이 보인 성취와는 별개로 과장 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이번 김기태의 소설집을 읽고 내게 든 생각은 그런 의심을 들게 했다.
“평단과 독자 대중 모두의 열렬한 지지와 기대가 김기태로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독자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타인을 친근한 정감으로 맞이하게 하는 리얼리즘에 있었다”고 소개하는데 김기태가 성취했다는 그러한 리얼리즘 미학은 이미 동시대 작가들이 한 시대의 유행처럼 익숙하게 만들어놓은 것이지, 작가를 두드러지게 보이게 만든 미학적 성취가 아니다. 김기태가 남성 작가가 아니었어도 이런 과분한 평가가 주어졌을까.
김기테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인물의 형상화에 실패하고 있다. 단편 소설의 최고의 미학은 응집성과 인물의 개성, 혹은 시선의 새로움인데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시대의 평범한 시선들을 수렴하는 모습에 그친다. 새로움이 없는 소설에 어떤 성취를 이루었다고 말하는 건 과도하지 않은가.
선택과목이 늘어난 교육 과정에서 교사가 추구한 이상적인 교육 목표가 결국 바뀐 입시제도에서 또다른 탁월한 입시전략쯤으로 끝나버리는 모습을 다룬 「보편 교양」,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팬 문화가 한순간에 호의에서 악의로 뒤바뀌는 「로나, 우리의 별」은 우리 시대의 대중문화 현상을 다룬 것임에 분명하지만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 작가의 시선이 없다보니, 미디어의 시사프로만큼의 전망이나 문제의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걸 그룹 ‘세상 모든 바다’ 콘서트장에서 마주친 하쿠와 영록이 겪는 예상되는 사고가 그려진 「세상 모든 바다」, 데이트 예능을 다룬 [솔로농장]과 관종에 가까운 이들의 우스운 미션이 펼쳐지는 「롤링 선더 러브」는 2020년대의 세태를 이미 다양한 소설로 드러낸 장강명의 소설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소설이 선사할 수 있는 재미와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산뜻한 충격이” 없다.
-결석하지 않고 학교도 잘 다녔다. 법을 어긴 적도 없었다. 하루에 삼분의 일에서 이분의 일을 일터에서 성실히 보냈고 공과금도 기한 내에 냈다. 그럼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살았으니까 이만큼이라도 산다고 만족해야 할까. ‘스물일곱 살 인생 평가 좀’ 같은 제목의 글에 사람들이 쏟아놓는 댓글을 보면 가끔 뭘 잘못한 것 같기도 했다. 더 잘살고 싶었다면 공부를 더 잘했어야 한다고. 솥뚜껑삼겹살도 즉석떡볶이도 먹지 말고 맥주도 마시지 말고 섹스도 하지 말고 닥치고 공부해서 시험에 붙든 돈을 모으든 했어야 한다고. 남들 다 자리잡을 때 어리바리하고 게을렀던 우리가 ‘빡대가리’라고. 두 사람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33~134쪽)-
단편 소설의 생명은 새로움과 시선의 낯섦에 있다. 이 거지 같은 세계를 얼마나 낯설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다시 살려고 하는 미약한 마음이라도 갖게 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김기태의 소설들은 여전히 그런 점에서 진행형이고 모색의 수준에 있다. 아직 성취를 말하기엔 이르다.
우리 문화의 다른 영역이 효율성을 앞세워 발빠른 이익을 얻는 데 급급하느라 풍성하고 깊이 있는 결과를 낳지 못하고 유행처럼 스러져가더라도, 문학만은 스타를 찾기보다 천천히 작가의 정진을 응원하고 그가 웅숭깊고 탁월한 한 편 한 편을 만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광고로 한탕 벌거나 여기저기 작가를 홍보도구로 사용하여 소모하기보다는 진정 독자 대중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갈 한 시대의 작가가 탄생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태 작가가 너무 급하게 배를 째고 알을 꺼내놓기보다는 품을 만큼 품었다가 세상에 한 편 한 편 작품을 선보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설익은 밥을 자꾸 내놓다보면 나중엔 밥 짓는 것마저 잊게 된다. 그보다 더 나쁜 건 당연히 닭의 배를 가르려는 자본의 무지와 폭력이다. ![]()
|
| 전문가들의 추천이 많길래 구입해봤는데 기대이하네요 글 자체는 술술 잘 읽히지만 속알맹이가 없는 느낌입니다 첫 단편이 케이팝이 소재로 나왔을때부터 뻔하지않을까싶었는데 예상대로였어요 가볍진않지만 와닿는것도 없는 밍숭한 책이었습니다 요즘 책값도 비싼데 많이 아쉽네요 |
|
책을 읽고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서평을 포함한 모든 후기에 힘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이 잘 해봅시다!'라는 마음을 담아 적어본다.
그날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어. 단지 그 교무실에서 한 번은 눈이 마주쳤다는 기억. '너도 봉투 받는 애구나.' (11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서로 다른 날, 다른 도시에서 태어난 두 사람 권진주와 김니콜라이의 이야기다. 흙수저 혹은 금수저란 비유를 싫어하지만 이보다 더 간략하면서 확실하게 태생 혹은 성장 배경을 표현할 만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이 둘을 흙수저라고 적는다. 이 둘은 그냥 두면 그대로 배경이 될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로 다른 이들에게는 배경일지라도 서로에게는 미묘하게 음각 혹은 양각처럼 기억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 둘의 공통점이 또 있었다. '불안정한 미래'랄까.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양귀자의 <모순>을 재독했는데 작품 속 안진진이 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설정이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진진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집안의 남자를 만나 두 사람을 떠나가는 모습이거나 셋 보다 더 우울한 미래를 품은 남자를 선택하면서 일어날 미래를 그려보는 재미도, 그렇게 서재와 서재가 결혼하는 것이 아닌 소설과 소설이 결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왜 책 리뷰에 적고 있는가.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두 사람이 만나서 처음부터 연애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다시 다른 작품을 끄집어 내자면 아사이 료 원작 소설 정욕 속 두 사람의 동거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13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더 어려운 완벽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랄까. 세상의 다른 누구도 아닌 단 한 사람, 서로만큼은 비난이 아닌 포용으로 함께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너를 결코 떠나지 않을 것'보다 더 어려운 '너를 부정하지 않을' 관계 같았다. 어쩌면 서로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만이 가능한 관계 일지도 모른다.
<무겁고 높은>에서는 역도라는 스포츠가 등장한다. 얼마 전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역도선수임을 증명하는 영상을 보고 다시 떠올렸었는데 역도는 물론 사실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역도를 내던져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송희가 100킬로그램을 들고 싶었던 그 마음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탐하거나 욕망하는 마음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앞으로 견뎌야 할 혹은 내던지게 될 바벨들의 좋은 시작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사실 언제나 없었지. 적어도 역도대 위에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도 말리지도 않았어. 송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들었거나, 내가 들지 못했을 뿐. 이상하게 말이야. 송희는 그렇게 말하며 바벨에 원판을 더 꽂았다. 그것은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이제 아무도 밉지가 않아. 261쪽 ( 무겁고 높은 중에서)
송희 나이였을 때 내게도 그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일기장을 펼치지 않으면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시청자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복싱 드라마 <순정복서>(이 작품은 드라마로만 봐서 원작은 정확히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권숙의 땀방울이 오버랩되어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지고 싶다던 이권숙처럼 송희 역시 100킬로그램을 들고 말고를 떠나 어차피 역도를 그만둘 수밖에 없음에도 들어 올리고 싶은 그 마음이 정말 꼭 같았다.
착하게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여러 작품 중 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준 덕분에 중간중간 안타까운 부분이 등장해도 출근 전 독서로 정말 좋았다. 단편집이라 흐름이 덜 끊겨서도 좋았지만 근무하기 전 만났던 니콜라이, 진주, 송희, 로나 그리고 다른 인물들 모두 내게 '같이 잘 해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많이 읽어보자고,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지만 그래도 더 많이 읽고 '같이 잘 해보자고!' |
|
유일무이하다, 고 생각했다.
한줄평: 지금, 여기, 우리
지금, 한국의, 우리를 이보다 더 깊이 있게, 더 위트 있게, 더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마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양, 이렇게나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있는데도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근본적이고 글로벌한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분명히 비판적인데 비관적이지는 않은 자세로, 건조하게 요약하듯 누군가의 생을 풀어나가다가 픽픽 실소를 터뜨리는 일상의 장면들을 넣어가며, 차갑고 힘든 현실에서 따뜻한 마음들을 읽어가는 작품들.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을, 나도 갖고 싶다고 생각한 한국 작가는 처음인 것 같다.
단편 소설들을 배치한 것도 작가의 결정이었을까? 가볍게 읽기 좋은, 입맛을 확 돋우는 단편 소설 「세상 모든 바다」와 「롤링 선더 러브」가 가장 먼저 독자를 반긴다. 재밌다, 하며 읽어나가다가도 중간중간 멈춰 서서 곰곰히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들. 그리고 그 주제를 전달하는 화자 마저도 영리하게 구상되어 독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층위. 짜릿해서 어깨가 움찔움찔거렸다.
「전조등」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마음이 움직이는 소설들이다. 소설의 해설을 쓴 이희우 평론가는 「전조등」의 화자의 "시야는 전조등에 의지하는 어두운 밤길처럼 명료하면서도 좁은 것이 된다"고 평했지만, 그가 소소하다고 칭해지는 한줌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삶이 "잠깐"을 외치는 아내의 짧은 순간만큼의 불안함을 얼마나 많이 내포하고 있는지, 그 와중에 "한 인간의 본질을 예고하는 구체적인 징후들"을 포착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똑바로 뜨"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등에 공감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비록 나는 여자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쓴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그런 우리를 그렸다.
내게 가장 놀라웠던 작품은 「팍스 아토미카」였다. 작가의 역량이 폭발하는 것 같은. 클리셰적이라고 느끼면서 시작한 글이 핵과 항공기라는 소재로 연결되면서, 개인의 강박이 세계의 폭력으로 뻗쳐나간다. 우와, 세상에. 그 와중에 엄마 개그. 우와. 팍스 아토미카와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와 같은 문장이라니. 우와. 감탄하며 다다른 마지막 활주로의 결말은 통찰력이 어떻게 예지력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강점들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은 小說이었다. 나는 김기태 작가에게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그의 소설이 점점 더 커지길, 무한히 팽창하길, 그래서 어떤 정점에 이르길. |
|
[원문] 내 블로그 서평 (https://blog.naver.com/hazel0118/223869650565)
어느새 친구들과의 독서 모임도 벌써 세 번째.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했던 책으로, 오래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주제로 하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김기태 작가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다음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 모든 바다 -롤링 선더 러브 -전조등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로나, 우리의 별 -태엽은 12와 1/2바퀴 -무겁고 높은 -팍스 아토미카
그중에서도 김기태 작가의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느껴졌던 작품은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었다. 드넓은 세계 속 여러 인과관계가 얽히고설키며 연결된 두 사람의 이야기로, 지금 이 시대의 사회를 너무 잘 반영한 작품이라 놀라웠다. 그리고 현실의 여러 문제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 안정적인 관계(친한 사이)를 맺으면서 느끼는 평온과 행복이 전해져서 따뜻함과 흐뭇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이성은 매일 보는 인터넷 세상에서 흔히 보는 짤, 밈 등이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숙한 한편, 문학 작품에서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묘사는 처음 접하는지라 신선하였다. 정말 지금 이 순간 어딘가 살아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의 삶들이 그려져서, 먼 미래에 '2020년대의 모습은 이랬다', 하며 보여주기에 적절한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모든 바다>, <로나, 우리의 별>에서는 팬덤 문화를, <롤링 선더 러브>에서는 요즘 인기 예능인 <나는 솔로>를 모티프로 해서 동시대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읽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래 가사들 또한 너무도 낯익어서 멜로디가 절로 들리는 기분이 들어 좀 더 입체감 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독자의 세대에 따라 공감의 정도가 크게 차이 날 것 같다. 요즘 미디어 매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중간중간 웃으며 쉽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반면, 무관심한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며 어렵게 느껴질 소설이었다.
다양한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른 작품들과 달리, 흔히 말하는 평범한(하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어려운) 인생의 정도(正道)를 곧이곧대로 가는 인물의 모습을 담은 <전조등>도 인상 깊었다. 작품 해설에서 언급된 것처럼, 기이한 조짐을 무시하고 전조등이 비추는 좁은 길만 의지한 채 가는 남자의 삶에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며, 내가 보고 있는 삶의 시야는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독서 모임에서 제일 많은 감상평을 남긴 작품은 <무겁고 높은>이었다. 이 작품이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만큼 김기태 작가님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리라. 그리고 역시나 우리에게도 가장 인상 깊은 단편소설이었다. 역도를 할 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들어서 던져버리는 것에 더 기분이 좋다고 하는 역도부원 송희의 모습에서, 그녀가 우울한 삶의 무게를 던져버리고 홀가분해지기를 응원하게 된다. 분위기는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역도'라는 소재를 성장소설로 잘 연결 지은 거 같다.
단편소설들인 만큼, 소설에 모두 담기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친구들과 많이 나누었다. 독서모임에서 어떤 특정한 주제와 질문으로 대화를 끌고 가기엔 상대적으로 힘든 책이었지만, 다양한 감상을 위주로 이야기 나눌 수는 있었다. 우리끼리 나눈 대화에서도 공감, 이해 여부, 불편함 등 여러 호불호 감정들이 오고 간만큼 대중의 반응도 다양하더라. 개인적으로 딱 꽂히는 문장이나 주제는 없었지만, 술술 읽히는 문체와 트렌디함이 강렬했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었다. |
|
베스트셀러에 꽤 오래 자리잡고 있는거 같아서 궁금증에 읽어봤네요 대체로 B급 감성이 느껴지는 단편소설들입니다 근데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마저 풀지 않고 그냥 끝내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나마 전조등이랑 나는 솔로 프로그램을 차용한 롤링 선더 러브는 재밌게 읽었어요 |
|
소설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리즈 책에서 이 책에 나온 단편중 두 개정도는 본 것 같다. 내가 그 시리즈를 다 읽은 것은 아니니까 거기에 다 나온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공부했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소설의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 이라고 했던가. 이 책소설이 단편소설인 이유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들에는 사건이 없다. 인물의 주저리주저리로 이루어져있다. 소설보다 시리즈에서도 읽었던 37세 여자가 짝만들기 프로그램에 나간 이야기는 괜찮았다. 그런데 나머지 소설들은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수필 같다는 느낌도 약간 든다. |
|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게 김기태 작가의 「보편 교양」이었다.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센세이셔널한 느낌이었달까. 내면으로 파고드는 작품 즉 심각하다 못해 내가 어떤 이야기를 읽었나 고민에 빠지는 게 아닌, 보통 사람들의 풍경들이 보였다. 심각한 상황보다는 유머와 위트가 있는 작품을 원할 때 적재적소에 나타난 거 같았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고팠던 것 같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위안 혹은 공감이랄까. 머릿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가 하나씩 꺼내주는 느낌이었다. 한 권의 작품을 읽었을 뿐인데, 더 출간된 작품이 없나 찾아보게 만드는 작가였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 장르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순문학에서도 추구하는 주제가 달라졌다. 퀴어나 SF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나와 읽는 즐거움이 커 독자로서 만족한다. ![]()
전부터 소개팅 프로그램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나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SOLO> 출연자들이 인터넷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하던데, 아마도 이 프로그램에서 따온 듯한 「롤링 선더 러브」는 상당히 위트있는 작품이었다. ‘사랑이 좀 하고 싶다’는 맹희가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 신청하며 일어나는 내용이다. 맹희가 자기를 가리켜 ‘나 조맹희. ~.’로 시작하는 말은 왜 이리 웃기냐 말이다.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던 과거의 어떤 날들이 떠올랐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즐거움의 한순간을 「롤링 선더 러브」에서 즐겨보시라.
음악성과 대중성을 접목한 아이돌 가수의 등장은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그가 만든 음악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고, 굿즈 뿐만 아니라 팬덤을 형성해 그들과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김기태의 소설에서는 아이돌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 두 편 실려 있어 음악에 관심이 많은 작가인 거로 보였다. 「로나, 우리의 별」과 「세상 모든 바다」가 그렇다. 잠실에 모인 세모바의 팬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하쿠와 그날 만났던 영록과 나누었던 대화가 그를 해진으로 이끌었다.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순간과 바닷물의 차가움이 공존한 세상과 닮아있는 것 같다. 코로나를 거치며 TV 채널에서는 수많은 경연이 넘친다. 특히 한 장르의 음악 경연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오래전에 발라드 가수였던 이들이 트로트로 전향해 애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내 마음과는 달리 그들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한 권의 소설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무겁고 높은」에서는 제2의 장미란 같은 역도를 꿈꾸는 소녀가 나온다. ‘오늘도 미래를 듭니다’라고 외치는 송희다. 왜 하필 무거운 걸 들겠다고 하는지, 100킬로그램을 드는 자신을 상상하는 송희에게 좋은 소식을 기대해보지만, 세상은 냉정하다. 그 무거운 바벨을 번쩍 드는 순간을 수없이 상상했을 송희에게 또 다른 내일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아, 「팍스 아토미카」의 주인공이 나라면 정말 힘들 거 같다. 현관문 앞에 선 남자, 자기가 직접 문을 닫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수없이 되뇌는 남자의 모습을 보라. 미칠 것 같은 느낌이 온전히 전해졌다. ![]()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에서도 음악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음악은 많은 이들을 아우르는 분야인 것도 같다.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진주와 니콜라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특별한 삶이 아닌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 주변 인물을 볼 수 없다. 가난이라는 이름을 밝히기보다는 그저 삶을 이야기한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지난한 삶을 사는 인물들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독일인의 시에서 유래한 ‘기립하시오 당신도!’라는 밈이 압권이었다. 궁색한 사정을 안고 오늘을 사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조금 슬펐다.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이들의 희망은 당장은 요원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찾아오지 않을까.
김기태 작가의 이름을 알게 한 게 이 작품이었으니.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듯 이름이 자꾸 오르내릴까.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중요한 소설집이다. 아홉 편의 작품들을 읽고 났더니 그의 장편은 어떤 느낌일까. 몹시 궁금하다.
#두사람의인터내셔널 #김기태 #문학동네 #책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소설집 #단편소설 #보편교양 #세상모든바다 #젊은작가상 #신동엽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단편소설추천 |
|
2024.09월의 세 번째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김기태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24 젊은 작가상수상집' 과 ' 2024 이상문학상'을 통해서였다.오랫만에 알게 된 남성작가라는 점과 그의 이야기가 나의 주변의 상황, 인물들과 웬지 겹쳐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아 관심이 갔던 작가였다. 그러던 중 유투브에서 여러 유투버들이 그의 소설집에 대한 호감을 보였고 그들의 추천으로 특이한 제목이라고 생각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그의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그는 나의관심작가로 등록되었다. 나는 이야기의 첫 문장을 제일 관심있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그의 모든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에 줄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돌아 보면 바로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응원해주고 싶고 함께 손 잡고 싶은 사람들이 특별하지 않게 얘기해주는 특별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콘서트장, 아이돌, 예능프그램, 마르크스를 가르치는 교사, 다문화가정, 여관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꾼 주인장, 역기를 드는 폐광촌의 여고생, 뭔가 미심쩍지만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며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 등...이야기의 인물들은 매우 흥미롭다. 다양한 배역들이 자신의 역할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그 자리에서 사랑을 잃지 않고 지키며 살아내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 그 이야기가 마지막에 잘 닫혀 있어 안심하며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읽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바다는 분명 이어져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이 다소 무섭다. 바다를 등지고 아무리 멀리 가도, 반드시 세상 어떤 바다와 다시 마주치게 될 테니까. 그 불편한 예감에 시달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오래전 지하 소극장에서 본 오타쿠들이 떠 오른다.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세상 모든 바다' 中)' '잠들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저 누운 채로 숨을 쉬다보면 방안으로 노을이 스며들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진 뒤 조용히 일렁거리는 커튼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남 얘기 같았다. 예쁘고 멋있고 촉감 좋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자아실현 같은 건 모르겠지만 견딜 만한 일을 하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삶. 가끔은 나란히 누워서 햇볕을 쬘 사람이 있는 삶.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불안해졌다.('두 사람의 인터내셔널'中)'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저렴한 각본으로 사랑하느니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어차피 첫 단추부터 이상했으니까. 차라리 이것은...... 딩동. 음식 도착을 알리는 초인종이 울렸다. 두 사람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우리는 친한 사이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中) ' '열두 바퀴든 열두 바퀴 반이든. 그때 잘못 셌거나 지금 잘못 셌거나, 아니면 그때는 열두 바퀴였는데 이제는 열두 바퀴 반이거나.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 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 있지. 그래, 나는 파도를 탈 수도 있어.('태엽은 12와 1/2바퀴'中)'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도에 내려놓는 동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송희는 들어보고 싶다기보다 버려보고 싶었다.('무겁고 높은'中)' ![]() #김기태 #두사람의인터내셔널 #문학동네 #근시의사랑 #소설의미덕 #평범한자들 #소설집 #소설책읽기 #북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