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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도덕 철학 안내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다소 ‘위험하다’라는 판단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올바른 도덕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것보다는, “이건 정말 나쁜 행위이고, 저건 정말 옳은 행위야.”라고 확고부동하고 경험적으로 검증된 도덕적 행위와 비도덕적 행위를 구분하여 제시하는 것이 순서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는 표현은 확실하게 옳은 행위란 없기 때문에 타인과 사회적 관습에서 볼 때 그릇된 나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행위가 다른 관점(또는 더 보편적인 원칙)에서 보면 그를 수도 있기에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자는 의미에 더 가깝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굳이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 ‘규칙’과 ‘원칙’을 이 책에서는 ‘외부적 명령’과 ‘자발적 선택에 근거한 행위 규범’의 의미로 각각 나누어서 설명한다. ‘규칙’은 ‘법’과 같이 반론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하지만, ‘원칙’은 명령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결정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다. ‘규칙’은 (상식적으로) 깨뜨리면 안 되지만 ‘원칙’은 깨뜨릴 수 있다. 더 중요한 ‘원칙’이 나타나면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저자는 ‘규칙’보다 ‘원칙’을 중시 여긴다. ‘규칙’은 강제적 성격이 강하지만, ‘원칙’은 도덕 판단을 내리기 전에 결부된 사실 판단을 확인하고 최선의 판단을 위한 숙고 끝에 스스로 선택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강제된 규범은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지만, 스스로 선택하여 결정한 행위에는 행위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억지로 규칙에 따르게 하는 것보다 옳은 행위를 자발적으로 심사하여 스스로 따르게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고 교육적으로 유익하다. (칸트나 공리주의 같은 전통적인 규범 윤리학에 의하면 보편적 원칙 - ‘정언명령’이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같은 – 의 하위 개념으로서 구체적 규칙을 제시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이 책의 저작 의도를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엄격한 율법주의자였던 유대교 지도자들은 철저하게 ‘규칙’ 지향적이었다. 그에 반해 안식일에 환자를 치유한 예수는 ‘원칙’ 지향적이었다.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존재하는 것이지,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원칙은 ‘율법’이라는 규칙보다 강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과 나 자신을 동등하게 고려하는 ‘세계시민’이라면 기존에 미리 정해진 규칙에 성찰 없이 따를 게 아니라 무엇이 더 옳은 것인지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원칙을 세우고 스스로 따라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8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은데 이 원칙들 가운데 무엇을 먼저 따를 것인지 선택하는 것과, 원칙들 간에 서로 충돌했을 때 어떤 원칙을 우선적으로 따를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성숙한 독자라면 이 원칙들 - 은 기본적으로는 옳지만 - 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하면서 스스로 만든 원칙을 자신의 리스트에 추가해 나갈 것이다.
1. 생명은 소중하다. 2.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라. 3.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라. 4. 항상 진실만을 말하려고 노력하라. 5. 책임지려고 노력하라. 6. 타인에게 친절하라. 7. 늘 최선을 다하여 배움에 힘써라. 8. 인생을 즐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