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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서울숲에 갔을 때 튤립이 한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튤립 앞에 모여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꽃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꽃을 보는 그 누구도 찌푸리고 있거나 그늘진 얼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꽃을 보지 않고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고, '꽃'이 우리에게는 특별한 무엇일 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 <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볼 때도 꽃을 보지 않고 ‘텍스트’만 봤다. '꽃길에서 얻은 말들'이라는 부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텍스트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꽃들의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알지 못하는 얘기들이 있었다. 꽃을 바라보며 살아온 과거와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저자의 회한들이 문뜩문뜩 엿보이지만, 대체로 꽃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깨달음의 길을 찾아가는 수도자의 모습 같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의 모습이나 다름없는 위대한 자연, 자연의 그 숲속에서 은둔자처럼, 혹은 요정처럼 자기의 몫을 다하고 있는 야생화 앞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래서 책을 내려놓은 순간 긴 순례를 끝낸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꽃 사진을 보고 꽃을 보러 꽃길을 나서야겠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꽃말이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는 꽃말을 가진 공동묘지의 타래난초가 유독 보고 싶다.
"내가 만났던 꽃들이,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그리워진다. 다시 보고 싶어진다. 만나러 길을 나서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꽃이 있어서, 꽃이 피어서 좋다."(들어가는 글, 0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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