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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루스트에 지레 겁먹던 때가 있었다. 소설을 읽다가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입소문 때문이었는데,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이 심지어 국내외에 이름 난 작가들이었다는 것이다. 신년 목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인데, 이런 목표를 세운지 몇 년째 새해 목표는 (다른 신년의 목표들이 자주 그렇듯)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아마 김연수 소설가가 <소설가의 일>에 썼던 내용이었던가? 그렇게 기억한다) 한 번쯤 나도 읽으려 했고, 그리고 1권째의 3분의 1도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 이유는 내용이나 문체 때문만은 아니다. (그때는 그게 문제라고 '남들처럼' 말하곤 했다) 이제와서 보니 그것은 내 마음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읽고자 쌓아둔 다른 책들이 바로 눈앞에서 번갈아가며 아른거렸고, 얼른 '사건'이 생기기를 재촉했다. 3년만에 다시 잡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즐겁게 읽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안다. 이 소설이 무척 재미있고, 무척 다르다는 것을. 다른 재미가 있다. 말장난을 해보자면, 재미가 다르다는 재미이다. 내가 결정적으로 이 소설의 표현방식에 반발하지 않는 까닭은, 어느날부터인가 내 자신이 잠자리에 누워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르셀'의 처지처럼 끝없이 기억을 헤집고 그래서 나온 것들로 뒤척거린 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프루스트가 ? 3년 전의 내가 마음이 바빠서 그저 던져버렸던 그 프루스트 ? 가 아주 오래전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세기 초반에 말이다. 나와 같은 이유로 잠 못드는 그를 두고 어찌 내가 홀로 편안히 잠들 수 있겠는가? 어찌 이 책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같이 뒤척거리며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나가려 한다. 그렇게 이삼일에 한 권씩, 이제 3권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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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는 질베르트와의 사랑이 끝난다. 질베르트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단념하는 마음은 쓸쓸했다. 집에 있는 중국 옛 도자기를 팔아 질베르트에게 매일 꽃을 주려 했으나 도자기를 판 1만 프랑을 손에 쥔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안타까움을 프루스트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표현한다. 스완 부인인 오데트 주변을 맴돌며 봉탕부인, 코타르부인 등 부일들의 수다를 묘사하는 부분은 프루스트의 섬세함이 놀라울 지경이다. 문학과 연극과 음악과 미술 등 온갖 예술과 드레퓌스 사건 등이 이 시절을 살았던 프루스트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의 우상인 작가, 스완이 애정하는 화가, 라신의 희곡 등 예술과 문학을 깊이있게 비평하고 논한다. 질베르트를 떠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데... 뜬금없이 헤밍웨이가 생각났다. 끝도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문장의 섬세한 프루스트의 대척점에 짧은 문장의 마초적인 헤밍웨이가 떠오른 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두 남자가 만났다면...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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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화자의 청소년, 성인기를 다룬다. 나는 갈망하던 작가 베르고트와 만난다. 그와의 교류를 통해 작가로 발돋움해 나간다. 화가 엘스티르와의 만남에서는 은유로서의 예술을 배운다. 질베르트와 결별하는 나에게 알베르트라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1, 2권보다 예술 작품에 대한 묘사가 많고 주석도 많았다. 그림의 등장인물을 통해 실제 인물을 묘사하는 프루스트의 묘사기법이 흥미롭다.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읽을수록 더욱 빠져드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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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따라가도 좋은 길! 프루스트에게서 느끼는 이런 깊은 애정은 언제나 책 속에서 나를 잃어버릴 수 있는 깊은 몰입에서 나옵니다. 이토록 예민하고 아직까지도 숨쉬는 책이 또 있을까! 이런 글쓰기도 문학이 될 수 있음에 안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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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그늘의 대조를 함축하는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지금은 활짝 핀 소녀들이지만 언젠간 시들고 늙어 망각으로 추락할 존재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간’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내며, 더 나아가 밝음과 어둠이라는 명암 대비와 시간의 흐름 속에 포착된 덧없는 이미지의 구현”을 아름답게 실현해 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완의 부인은 오데트, 작자가 사랑한 오데트와 스완의 딴은 질베르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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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편 스완네 집쪽으로 (1,2권)에 이어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3,4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르셀이 소년에서 작가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화자와 외교관이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 소년은 자신의 우상인 작가 베르고트의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싶어한다. 스완의 집 만찬에서 베르고트를 만나 대화하면서 그의 실제 모습에는 실망하지만, 그의 작품이 주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오데트와 스완의 딸 지베르트를 좋아하는 소년. 자신을 피하는 질베르트를 보며 할머니와 발베크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화가 엘스티르를 만나고, 그의 아뜰리에에서 모자를 눌러 쓴 자전거 타는 소녀, 알베르틴 시모네를 만나게 된 마르셀. 마르셀 평생의 사랑 알베르틴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정말 소설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환한 태양빛과 반짝이는 빛무리가 소녀에게 뿜어져나오고 이를 바라보는 마르셀의 모습이 그림처럼 상상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이란 무엇일까?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몇 개의 강렬한 기억 말고는 대부분 기억이 희미해져 있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몇 개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어떤 기억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 나의 '잃어버린 기억'과 '잃어버린 시간'... 그것을 과연 나는 찾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