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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격랑에 몸을 던진 이들
"역사의 격랑에 몸을 던진 이들" 내용보기
진주민란(1862)과 동학난(1894) 사이 한양에서 한 남자가 처형된다. 북학회의 우두머리이자 역모죄의 혐의를 쓴 박문기다. 1835년 강경포구의 거상 박윤의 서자로 태어난 그의 죽음을 본 한 사람은 정신을 잃는다. 그는 다행히 다른 이들의 의심을 피해 회복하고 강경포구로 돌아와 박문기의 형 박문현을 만나서 상황을 전달한다. 이후 지식을 통해 사람의 눈을 키우는 출판인으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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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민란(1862)과 동학난(1894) 사이 한양에서 한 남자가 처형된다. 북학회의 우두머리이자 역모죄의 혐의를 쓴 박문기다. 1835년 강경포구의 거상 박윤의 서자로 태어난 그의 죽음을 본 한 사람은 정신을 잃는다. 그는 다행히 다른 이들의 의심을 피해 회복하고 강경포구로 돌아와 박문기의 형 박문현을 만나서 상황을 전달한다. 이후 지식을 통해 사람의 눈을 키우는 출판인으로 다음 생을 살아가게 된다. 1844년 곡성에서 태어나, 호열자로 부모를 잃은 후 떠돌이 삶을 살다가 박문기의 도움으로 강경에 정착한 김욱이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제외하고는 인물이나 사건의 대부분을 창작으로 만든 역사소설 <조선과 꿈>은 현직 의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공공의료 분야 전문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놀라운 소설이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인물, 문체 모두 역사 소설가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설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 작가에게 이 쉽지 않은 작업을 하게 한 것일까였다. 물론 작가는 책 후반 인터뷰에서 몇 년전 방문한 강경포구와 금강나루의 모습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설명하기에 빡빡한 일정의 한 학자에게 이 작업을 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작가는 직설적으로 이 시대에서 구한말의 위기를 느낀다고는 술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럴 거라 추측할 뿐이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박문기다. 거상의 서자로 태어난 그에게 아버지는 인쇄소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주면서 지식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물론 동학과 서학을 끊임없이 배우려는 지적 갈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박문기는 성리학을 교조적으로 신봉하면서 백성을 착취하는 양반의 삶을 배격한다. 그러면서도 천주학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을 멈추라는 상소를 올릴 만큼 강단도 있다. 그는 강경을 근거지로 인쇄소를 열고, 역관, 의관, 천문학자들과 두루 교류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어릴적 학문을 익혔지만 부모를 호열자로 잃은 김욱은 박문기의 도움으로 이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되고, 다양한 인연들을 쌓아간다. 나이 차는 있지만 지식에 열린 박문기는 김욱의 의견에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지적 성장을 같이 해간다. 박문기나 김욱을 통해 이야기되는 이기론이나 사상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가령 소설 속에서 정도전에 대한 관점도 지나친 성리학자로 보기 보다는 우주의 이치와 자연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한 지식으로 묘사한다. 박문기는 다양한 판단을 정리해 자신의 인쇄소에서 국가관을 담은 책 ‘해동운화’를 펴내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박문기의 사고는 갈등의 세계관이 아닌 평화의 세계관이다. 그리고 박문기는 천주교 변호 상소사건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신념은 우연히 만났던 무골 신민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여기에 자신을 따르던 이산과 천주교에 대한 관점 차이가 겹치면서 위기를 맞는 것이다.


소설에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애정 구조도 있어서 흥미를 끌기도 한다. 혼인을 하지 않았던 박문기는 홍매에게, 김욱은 어릴적 사모했던 ‘시애’를 환치해 기생 ‘이슬’에게 여인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비극의 시대는 비극의 사랑들을 만들고 만다.

그런 점 때문에 글에 충실한 작가는 제목을 ‘조선의 꿈’이 아닌 ‘조선과 꿈’으로 한 것 같다. 결국 조선이 품을 수도, 품으려 하지 않았던 젊은 영혼들의 꿈을 소설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난 강의할 때 우리 역사를 보면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 하지만 항상 위험을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임란, 호란은 물론이고 경술국치나 한국전쟁은 물론이고 IMF까지 위기가 닥치고야 민초들이 중심이 돼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면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다시 그 상부를 차지해 군림했다.


지금은 어떨까. 위기를 대비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작가는 인문서인 전작 <호모 커먼스>에서 공유를 통해서 살아가는 인간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스마트건강도시’ 등 공동체가 안전하게 사는 것을 고민하는 이다.

그러나 나는 작가의 길도 박문기의 길과 다를까를 생각해 본다. 의대 정원 문제라는 사건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은 우리나라 의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속에서 소통은 사라지고, 각자의 주장만이 난무한다. 이런 상태라면 이 나라 의료를 종로 저자에 내놓고 거열형을 할 지도 모를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을 내놓은 이유도 어쩌면 이런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대가 다시 구한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이가 숙의를 통해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c*****i 2024.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