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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년 2월 12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영국에서 후세에 이름을 크게 남긴 두 사람이 태어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에이브러햄 링컨이고 영국에서 태어난 이는 찰스 다윈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두 사람은 주민등록번호 앞 여섯 자리가 같다. 2009년은 두 사람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미국에서야 링컨에 대한 많은 기념식이 열렸겠지만 세계적인 행사는 없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은 달랐다. 전 세계에서 1년 내내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학술 행사가 열렸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그랬다. 게다가 2009년은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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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보편적 원리, 즉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통해 진화를 명쾌하게 설명해냈다. 그는
수십 년간의 사고와 실험, 그리고 수많은 편지 왕래를 통해 자신이 발견한 진화의 원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책의 출판을 미뤘고, 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종의 기원』을 1859년 출판했다. 그가 그렇게 틀림없다고 믿은 진화의 실재와 원리였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캄브리아기(당시는
실루리아기라 불렸던)의 대폭발’이었다. 이는 캄브리아기에 와서 동물 화석이 갑작스레 등장, 그것도 폭발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바로 이전 시기, 우리가
선캄브리아기라 부르는 시기에는 캄브리아기에 폭발적으로 등장한 동물들의 조상 화석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게
바로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이다.
다윈은 “실루리아기의 맨 아래 지층이 퇴적되기 전에 실루리아기부터
현재까지의 기간만큼 길거나 어쩌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흘렀으며 그 기나긴, 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간 동안 세상이 현생 피조물로 가득했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했으나, 발견되지 않는 화석으로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불안감은 이런 것이었다. “그[비판자]는 실루리아기의 첫 번째 지층이 퇴적되기 오래 전에 존재했을
것이 틀림없는 무수한 생물의 흔적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설이 고작이다.” 즉, ‘증거(화석)의 부재’가 창조론의 증거로 활용될 것이 불안했다.
과학자들은 다윈의 불안감이 그저 당시의 완벽하지 못했던 증거 때문에 비롯된 불안일 뿐, 창조론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히고자 했다. 여러 가설을
주장했고, 전세계의 오래된 지층을 뒤져가며 화석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는 다윈의 고민을 해결해냈다. 캄브리아기 이전에 껍질이나 단단한
외부 골격이 없는 생물체도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찾아냈고, 이는 캄브리아기의 다양한 동물들이 폭발적으로
출현한 것은 느닷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마틴 블레이저의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는 바로 그 다윈의 불안과 고민을 해결하고자 했던, 생명(정확히는 동물)의
기원을 찾아 나섰던 과학자들을 기록한 책이다. 마틴 블레이저는 지금으로부터 5억 3,4천 년 전부터 드디어는 약 10억 년 전의 지층과 화석을 통해 동물이 어떤 형태로, 어떤 기능으로
출현했으며 진화해왔는지를 추적했다. 비록 읽기도 힘든 고생물의 학명은 끝까지 가서도 익숙해지지 않지만(내가 기록하는 세균들의 학명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들리겠지?), 그것을
굳이 기억하고 이해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해내기 위해 그 시기의 생물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전세계의 지층을 조사해나간 과학자들이 주인공이고, 저자는 그들을 뒤쫓아서, 혹은 또 다른 일화를 만들어나갔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앞에서도 밝혔듯이)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 전조 없이 창조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다윈의 원리에 정확히 입각한, 논리적인 등장이었음이 밝혀졌다(“선캄브리아 시대의 마법은 힘을 잃었다.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는 사정없이 짓밟혀 흔적 없이 사라졌다.” 324쪽).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그런 복잡한 고생물들의 이름과
정체를 찾아나서는 과학자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만이 아니다. 과학계에서 윗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명예를 드높이고 많은 연구비를 확보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욕심과 순수한 열정이 모든 장(chapter)에서 등장하고, 냉전 시대에 과학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던
체제 간의 경쟁도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다.
마틴 블레이저는 ‘눈(eye)’이
캄브리아기의 동물상의 대폭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과학계의 주류 이론(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과는 달리 ‘입(mouth)’가
주요한 선택압력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고 있다. 먹고 배출하는 활동이 생김으로써 지구의 환경이 변하고, 따라서 동물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이론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저 그들의 진지한 탐구에 경이를 보낼 뿐인데, 어느 쪽이든 신비한 생명의 탄생과 진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2014.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