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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가족 그리고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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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움직임>에서 작가 조경란이 그리고자 했던 가족은 소설 속 주인공인 '나'(신이경)가 가꾸던 작은 화단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런 힘이 없는 까닭에 주변의 어떤 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가족. '담배꽁초와 빵봉지들'이 쌓인 척박한 환경이지만 거름을 주고 잘만 돌보면 언젠가 분꽃, 채송화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만 가득했던 가족. 그러나 시름시름 앓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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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편소설 <움직임>에서 작가 조경란이 그리고자 했던 가족은 소설 속 주인공인 '나'(신이경)가 가꾸던 작은 화단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런 힘이 없는 까닭에 주변의 어떤 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가족. '담배꽁초와 빵봉지들'이 쌓인 척박한 환경이지만 거름을 주고 잘만 돌보면 언젠가 분꽃, 채송화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만 가득했던 가족. 그러나 시름시름 앓던 엄마를 잃고 외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새로 꾸린 가족은 '가족'이라기보다는 혈연관계라는 외피를 두른 '이상한 동물원'에 가까웠다.


"이 목욕탕집에 처음 왔을 때 내게 유일하게 위안이 됐던 건 이 화단뿐이었다. 사과 궤짝만 한 작은 화단에는 담배꽁초와 빵봉지들이 널려 있다. 나는 매일매일 화단에 물을 주고 쓰레기들을 골라낸다. 지금은 분꽃, 채송화가 한창이다. 곧 봉숭아도 몽우리를 터뜨릴 것 같다."  (p.19)


완전한 성년도 미성년도 아닌 스무 살의 '나'는 목욕탕집 일 층의 단칸 셋방의 가족 구성원으로 편입한다. 일 층에는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고, 이 층은 목욕탕, 삼 층은 안마시술소가 운영되고 있다. 다락방이 있는 외갓집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외삼촌과 이모, 외할아버지가 함께 산다. 늑막염을 앓고 있는 외삼촌은 매일 한 움큼의 알약을 털어 넣고, 밤마다 흉몽에 시달리는 이모는 깊이 잠들지 못한다. '나'는 허허벌판의 벽돌공장에서 블록벽돌을 만드는 외삼촌과 외할아버지를 위해 도시락을 싸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한다. 농협에서 하루 종일 돈을 세고 퇴근하는 이모는 책상도 없는 단칸방에 엎드려 새벽까지 외국어 공부를 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가 산책을 다녔던 샛강과 할아버지의 벽돌공장, 문득문득 마주치곤 했던 장님들과 삼촌의 여자, 그리고 다락방이 있던 어두운 집과 남자의 방이 떠오른다. 그 밖에 더 이상 기억할 게 없다. 기억할 게 많은 사람들은 떠나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툭툭 털어내버린다."  (p.85)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했던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화단을 가꾸고, 기차역을 서성이기도 하고, 앞방 남자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나처럼 우편물이 오지 않는 앞방 남자는 가느다란 안전줄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다. 남자 방의 열쇠 하나를 훔친 '나'는 남자가 없는 방에서 이불에 밴 남자의 체취를 맡기도 하고, 3개월이나 밀린 방세 중 한 달치를 남자 몰래 대신 내주기도 한다. 책상을 사기 위해 이모의 지갑에서 몰래 빼돌려 오랫동안 모았던 돈이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나를 위해 검정고시 교재를 사다 주었던 이모는 어느 날 회사 근처로 나를 불러 점심으로 냉면을 사주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농협에 맡긴 고객의 돈을 들고 앞방 남자와 함께.


"서랍에서 검정고시 학습지를 꺼내 읽다 보면 또 시간이 갔다. 꽃들은 다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작고 까만 씨앗들도 떨어져 있지 않다. 아전부터 쓰레기통이었던 것처럼 담배꽁초며 과일 껍질들만 쌓여 있다. 모종삽으로 화단 흙을 쑤석거린다. 잔돌멩이가 많고 시멘트 조각들이 박혀 있다. 이 거친 흙을 뚫고 한때 꽃들이 피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묵묵히 흙을 파헤친다. 삼촌의 오줌이라도 몰래 뿌리고 싶다. 거름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 봄에도 나는 이 작은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있을까."  (p.98)


<움직임>에서 작가 조경란의 문체는 사뭇 건조하다. 건조하고 짧은 문장들이 흩어지는 모래알처럼, 같은 혈연이지만 함께 섞일 줄 몰랐던 외갓집 식구들처럼 내내 서걱거린다. 그럼에도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인 '나'를 통하여, 내가 가꾸는 작은 화단을 통하여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족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까닭에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도,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지만, 때가 되면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꽃을 피울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응원하는 관계.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쏟아지는 5월. 꽃잎을 떨군 아까시나무는 제 소임을 다한 듯 제법 원숙하기만 하다.

이달의 사락 s*****l 2024.05.08. 신고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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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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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는 말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그래서 이전의 가족들하고는 살 수 없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참 애매하다 싶은 나이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주인공, 어른도 아이도 아닌 묘한 그 상황 속에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뭔가 조용한 집안이다. 가족이 생겼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의 가족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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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는 말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그래서 이전의 가족들하고는 살 수 없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참 애매하다 싶은 나이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주인공, 어른도 아이도 아닌 묘한 그 상황 속에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뭔가 조용한 집안이다. 가족이 생겼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의 가족은 아니다. 외할아버지와 삼촌, 이모가 있지만 각자의 삶을 산다고 해야 할지 주인공에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고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댁에서도 이렇게 혼자가 된다. 가족은 있지만 혼자인 주인공.


게다가 단칸방에 다락방 하나뿐인 집이라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 가족이 있되 혼자이고 혼자이되 혼자 있을 수 없고 묘한 가족과 집에서의 생활은 자신이 살고 있는 단칸방을 포함해 세 들어 사는 여섯 가구가 있고 그중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가족의 허울을 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주인공의 묘사 속 남자 역시 이곳의 이방인마냥 우편물 조차 오지 않아 이방인일거란 생각이 스스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 동질감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1층에 여섯 가구, 2층은 목욕탕, 3층은 안마시술소가 있다. 사람들이 많을것 같지만 의외로 이 공간은 스산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 분위기는 4명이 살고 있는 주인공의 집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이라는 공간은 이들을 모두 이어주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각자가 모두 약간의 장애를 안고 있고 가족이되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오히려 서로 화를 내고 싸울 때 말을 하는 사람들 속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며 그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공간을 채우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번도 진짜 가족이 생겼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아 참 묘하다. 

세상 모든 가족이 하나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쉽게 떠나버릴 수도 끊어낼 수도 없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고 또다시 이제는 주인공이 누군가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는 모습은 여러모로 많은 결함을 가진,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주인공과 그들 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엿보이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g*****s 2024.05.1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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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다가가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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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대화는 원활하지 않다. 대화 자체가 사라졌다. 함께 식사를 하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움직인다. 꼭 해야 할 말은 말이 아닌 문자로 전달된다. 먹고 사느라 바쁘니까, 가족 사이에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는 농담은 진심이 된다.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조경란의  『움직임』 속 가족도 다르지 않다.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13쪽)란 문장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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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대화는 원활하지 않다. 대화 자체가 사라졌다. 함께 식사를 하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움직인다. 꼭 해야 할 말은 말이 아닌 문자로 전달된다. 먹고 사느라 바쁘니까, 가족 사이에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는 농담은 진심이 된다.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조경란의  『움직임』 속 가족도 다르지 않다.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13쪽)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화자 ‘나’(신이경)는 스무 살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외할아버지, 이모, 삼촌이 사는 목욕탕 집 1층 셋 방에 살게 된다. 아무도 이경을 환영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삼촌은 무허가로 벽돌을 찍어내 팔고 있다. 농협에 다니는 이모는 퇴근 후에는 영어 공부를 한다.  ‘나’는 시키지 않았지만 가족의 식사를 챙기고 빨래를 하고 매일 할아버지와 삼촌에게 점심 도시락을 챙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단을 가꾼다. 목욕탕집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화단.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던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다. 


아무도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않는다. 누구의 뱃속도 빌리지 않고 세상에 혼자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여전히 혼자다. (38쪽)


목욕탕을 오가는 사람들, 1층에 세는 다른 이들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오직 한 사람, 김치나 반찬을 들고 삼촌을 찾아오는 여자만 ‘나’에게 말을 건다. 이경이 궁금한 사람은 앞방 남자다. 높은 건물의 유리창을 닦는 남자, 남자의 열쇠 하나를 훔쳐 몰래 남자의 방에 들어가 남자가 누웠던 자리에 눕기도 한다. 심지어 이모의 지갑에 꺼낸 돈을 모아 남자의 밀린 방세를 내주기도 한다. 





‘나’의 바깥 움직임은 할아버지와 삼촌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게 전부다. 다리 위에서 샛강을 바라보는 일, 괜히 기차역을 서성이다 셋방을 돌아온다. 그런 ‘나’에게 이모가 밖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사주며 ‘이경’이라 불러준다. 한 번도 다정하게 불러준 적 없기에 이상할 정도다. 그리고 이모는 집을 나갔다. 앞집 남자와 함께. 이모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만 할아버지와 삼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모가 없었던 것처럼. 삼촌은 다락방에서 생활하고 술에 취해 집에 오던 할아버지의 외박이 늘어날 뿐이다. 그러니 삼촌이 다락방을 내려오다 부러진 사다리에 다쳐 입원을 한 사실을 나중에 안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에게만 집중했던 시선이 이번에는 이상하게 할아버지, 삼촌, 이모를 향했다. 조카에게 검정고시 교재를 사 준 이모, 엄마를 잃은 손녀에게 한 마디 위로를 건네지 않는 할아버지, 아버지를 도와 벽돌을 찍는 삼촌. 그들에게 가족은 보듬어야 할 존재가 아닌 벗어나고 싶은 굴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일상적인 대화는 찾을 수 없다. 반복된 동선, 움직임은 그게 전부다. 동선을 벗어난 움직임은 사고가 된다. 이모의 가출, 삼촌의 입원,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 


넷이었던 새 가족은 둘이 되었다. 아니다, 삼촌의 여자와 여자의 뱃속 아이가 있으니 다시 넷이다.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너지는 모래성 같았던 가족 대신 새로운 가족을 기대하게 만든다. 조경란은 절망이나 불행으로 채워진 회복 불가능한 가족을 그리는 듯했으나 궁극적으로 서로를 이어주는 가족을 말한다. 작지만 따뜻하고 환한 변화를 심어준다.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동선이 생기고 움직임은 확장될 거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아무려나 삼촌은 곧 아버지가 되고 나는 사촌을 얻게 된다. 꽃씨를 뿌를 때쯤 아기는 태어난다. (102쪽)


r*********s 2024.05.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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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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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책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느껴야 할 것은 참 많다.무조건 따뜻함이겠지, 그랬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여기서 가족의 모습을 너무 조용하다.아니 조용하다 못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조경란 작가가 오래전 쓴 소설을 다시 연이어 나온 책. 작가는 연작소설집을 내놓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먼저 소설을 읽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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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책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느껴야 할 것은 참 많다.

무조건 따뜻함이겠지, 그랬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여기서 가족의 모습을 너무 조용하다.아니 조용하다 못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조경란 작가가 오래전 쓴 소설을 다시 연이어 나온 책. 작가는 연작소설집을 내놓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먼저 소설을 읽어두고 책읽기를 시작할걸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만큼 이야기의 몰입도가 좋다.


스무 살인 주인공 이경에게 더 밝은 미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맞서야 하는 가족의 움직임은 개인의 움직임이 오히려 더, 더, 더 간절하게 다가오게 한다.

제목에서처럼 주인공 이경은 움직임으로부터 늘 움직임이 없다. 너무 조용한 집안이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

신이경이라는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 새 가족, 외가다. 어느 날 혼자 있을 수 없었던 이경은 외할아버지를 따라 공장 폐수로 썩어들어가는 샛강과 일 층에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사는 목욕탕집에 오게 된다. 외할아버지, 삼촌, 이모랑 함께 사는 외갓집이지만 여전히 어둡고 우울한 삶이다. 이경은 하루.종일 하는 일을 똑같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조그만 화단을 다시 가꾸고,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할아버지와 삼촌의 도시락을 싸는 일뿐이다. 가족이지만 서로의 마음에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좁은 방에서 함께이면서도 온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이경을 힘들게 하지만 그 어느 말조차 나눌 대상이 없다. 앞방 남자에게 관심을 가져본다. 하지만 옆방 남자는 유일하게 마음을 나눠볼까했던 이모와 함께 집을 나가버린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이경은 엄마와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고, 이모도 집을 나가버리고. 유일하게 삼촌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늘 컴컴하고, 불편한 그곳. 집. 이경은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조차 꿈꿀 수 없다. 그러던 날 삼촌에게 가족이 생겼다. 그 여자와 그리고 사촌을 이경에게 희망처럼, ‘애틋한 마음을 담은 가족으로 다가오게 한다. 새로운 움직임이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 읽는 습관이 그러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몰입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 선명하겠다. 가족연작소설이라는 점에 이끌린다. 작가의 앞선 책들을 읽어두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출판사 책제공, 개인적인 의견작성

b*******6 2024.06.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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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떠난 사람들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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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나'(이경)는 할아버지 댁에 왔다. 여섯 가구가 수도 하나를 공유하는 셋방이다. 한 칸짜리 방과 시멘트를 발라 억지로 만든 다락방이 이경의 새 보금자리다. 거기에 이모, 삼촌, '나', 할아버지가 산다. 농협에서 일하는 이모는 퇴근 후 외국어를 공부하고, 삼촌과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차역을 서성인다. 억지로 벽돌공장을 지은 할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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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나'(이경)는 할아버지 댁에 왔다. 여섯 가구가 수도 하나를 공유하는 셋방이다. 한 칸짜리 방과 시멘트를 발라 억지로 만든 다락방이 이경의 새 보금자리다. 거기에 이모, 삼촌, '나', 할아버지가 산다. 농협에서 일하는 이모는 퇴근 후 외국어를 공부하고, 삼촌과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차역을 서성인다. 억지로 벽돌공장을 지은 할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들 중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떠난다. 이모는 고객 돈을 횡령해 앞방 남자와 떠나고, 할아버지는 모래를 잔뜩 섞어 부서지기 쉬운 벽돌 사이에 묻힘으로써 떠난다. 물론 '나'도 떠나고 싶다. 봄에 도착해 겨우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나'는 몇 번이고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나고 싶"(55쪽)다고 반복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 다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고래나 염소 같은 포유류 동물이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게 여겨"(32쪽)지지만, 좋아하는 김치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나'의 새가족이자 유일한 가족이다. '나'는 혼자있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함께 떠날 사람도 없다. '나'와 같은 처지라고 여겼던 앞방 남자는 이모가 데려가 버렸다. 이제 남은 건 삼촌과 '나' 뿐. 이모와 할아버지가 떠난 집은 "아주 넓어졌다"(95쪽)

하지만 아무래도 둘이란 숫자는 불안하다. '나'가 매일 밤 귀가하는 삼촌을 기다리고, '나'에게 다정한 눈길 한번 주지 않을지언정 삼촌이 '나'와 같은 밥상에 앉게 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제 혼자 있는 것과 혼자로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됐다. 방이 너무 넓어져 삼촌과 '나'는 떠나고 싶단 마음조차 먹지 못한다.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지만, 자리는 어디로 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안마시술소의 안내원인 '그 여자'다. 홀로 입원한 삼촌을 성실히 보살피던, 자신을 질색하던 이모에게 꼬박꼬박 '아가씨'라 부르던 그 여자는 이제 '나'를 '아가씨'라고 부른다. 건물주 소유의 목욕탕을 경계로 '나'와 삼촌의 셋방은 아랫층, 안마시술소는 윗층에 위치해 있다. 목욕탕 매점엔 외상만 줄줄이 달아놓는, 안마시술소의 '장님'들 사이에 끼기에도 어설픈 '그 여자' 역시 혼자 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의 부엌에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애호박전 조리법을 배우는 일은, 밀리고 밀리던 '그 여자'가 찾아낸 자리일 것이다. 

이경, 정태우, 양미순 그리고 태어날 사촌동생. "나에게 새가족이 생겼다."(13쪽)는 첫문장이 완성된다.



#작정단12기
s*****1 2024.05.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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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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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없는 한 가족이 있다. 20살 이경은 할아버지와 삼촌, 이모와 산다. 서로 이름이나 호칭을 부르지도 않고 서로를 향해 아무 말도 없다. 이경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아 너무 외롭다. 딱 한 번 이모에게 “이경아~”라고 불렸지만 이모는 다음 날 바로 떠났다. 불행의 진창으로 더 끌고 갈 이 외로움은 자기 이름이 호명되기 싫었던 한 사람, ‘삼촌의 여자’에 의해 멈추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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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없는 한 가족이 있다. 20살 이경은 할아버지와 삼촌, 이모와 산다. 서로 이름이나 호칭을 부르지도 않고 서로를 향해 아무 말도 없다. 이경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아 너무 외롭다. 딱 한 번 이모에게 “이경아~”라고 불렸지만 이모는 다음 날 바로 떠났다. 불행의 진창으로 더 끌고 갈 이 외로움은 자기 이름이 호명되기 싫었던 한 사람, ‘삼촌의 여자’에 의해 멈추게 된다. 


“누구의 배 속도 빌리지 않고 혼자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여전히 혼자다. (…)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p.38)


이경의 외가족들은 이경을 왜 그토록 외롭게 두었을까. 아마 그들도 제각각의 불행을 견디느라 고달팠고, 상대의 불행을 보는 게 힘들어서 피하고 살았던 것 같다. 서로를 마주 보며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면 상대방의 불행의 무게까지 자신이 지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가족들은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존재를 외면하고 지울 수 있는 가장 쉬울 방법이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서로의 눈을 볼 필요도 없고 깊은 대화도 하지 않을 수 있다. 함께 밥상에서 둘러앉아 밥을 먹지 않으면 가족 간에 얼굴 볼 일도 없다. 그러나 이경은 삼촌의 병실을 찾기 위해 삼촌의 이름을 기억해 낸다. 또한 삼촌의 여자는 이경에게 자신의 이름을 또렷하게 알려준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가족 간의 어두운 분위기를 밝혀주는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진다. 작은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는 그녀의 배를 흘깃거린다. 배는 불룩히 솟아 있다. 벌써부터 나는 그녀 배 속에서 나올 아기의 발가락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그녀처럼 하얗고 기름기름한 발가락일지 아니면 삼촌이나 할아버지처럼 짧고 뭉툭한 발가락일지. 아무려나 삼촌은 곧 아버지가 되고 나는 사촌을 얻게 된다. 꽃씨를 뿌릴 때쯤 아기는 태어난다. 이모가 빠지지는 했지만 모처럼 식구가 다 모였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 삼촌과 그녀. 그리고 나. 밥상은 꽃밭처럼 화려하다.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날이다.(p.103)


이제야 밥상이 꽃밭처럼 화려해졌다. 모처럼 식구가 밥상 앞에 다 모였다. 이런 적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삼촌의 여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큰 불행이 올까 밀어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행복한 가족”이란 환상에 가깝다고 본다. 대부분 아주 불행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그냥 산다. 크고 작은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죽고, 떠나고, 다치기도 하고 또 희망의 씨앗을 품은 새로운 구성원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족은 고정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또 어떤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흔들릴 수 있지만, 반면에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조경란의 <움직임>은 1997년 출간된 중편 소설이며, 불행의 터널에 갇힌 가족들이 선택했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살 이경의 시선에서 외가 가족들의 모습이 주관적으로 묘사되고, 외롭고 혼란스러운 화자의 마음이 짧고 간결한 문체로 서술되고 있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지금도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이야기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저절로 좋아지고 유지되는 관계란 없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임이 이어져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l****j 2024.05.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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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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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족 서사의 시작점이자 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움직임』 소설은 어둠 속에서 빛이 가장 밝게 빛나는 것을 주제로 한다. 또한, 글자 한 자 한 자 안에서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증명하는 작품인 것처럼 느껴졌다.조경란 작가만의 스타일로 간결하고 정교한 문장이 어둠과 밝음, 고통과희망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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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족 서사의 시작점이자 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움직임』 소설은 어둠 속에서 빛이 가장 밝게 빛나는 것을 주제로 한다. 또한, 글자 한 자 한 자 안에서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증명하는 작품인 것처럼 느껴졌다.

조경란 작가만의 스타일로 간결하고 정교한 문장이 어둠과 밝음, 고통과희망의 대립 속에서 내면을 보면서 가족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와 시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사회의 복잡한 모습이 느껴졌다.

주인공인 신이경은 외할아버지와 함께 어둡고 우울한 외갓집에서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지만 새로운 가족을 찾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와 고독, 복잡성에 대해 깨닫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습을 보며 나는 주인공을 재해석하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우리가 겪는 인간적인 갈등과 상실감이 공감되었다.

우리 삶과 관계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마치 불행이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고통과 상처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움직임』 소설은 현실적인 표현과 함께 상징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주인공의 내면도 자세히 표현되고 있다.

말 없는 외가 쪽 사람들의 대화와 고통이 은 주인공의 내면 성찰과 연결되어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외가 쪽 사람들의 침묵과 갈등,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성장이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가족의 고통과 상처는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고, 조경란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고립과 소외를 비판하였다.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어둠 속에서도 빛이 스며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인다.

『움직임』 소설은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높아졌으면 좋겠다. 현실과 상상, 그리고 어둠과 빛 사이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문학의 역할을 다했다.

불투명한 현실에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며,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작품이다.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움직임』 소설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이건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움직임'이니깐 가능할 것이다.


https://blog.naver.com/honeybeebin/223447888078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d*******3 2024.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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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해 자신을 확장해가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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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화자 신이경은, 엄마가 죽은 후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외할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내려오고, 그 곳에서 이모와 삼촌과 새롭게 가족이 된다. 그녀의 나이 스무 살에.핏줄에 의해 한 집에 있지만, 정작 이들은 ‘식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평소 함께 밥을 먹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지도 않으며,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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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화자 신이경은, 엄마가 죽은 후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외할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내려오고, 그 곳에서 이모와 삼촌과 새롭게 가족이 된다. 그녀의 나이 스무 살에.
핏줄에 의해 한 집에 있지만, 정작 이들은 ‘식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평소 함께 밥을 먹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지도 않으며,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거나 이름을 가까스로 떠올려야만 한다. 이모는 떠나기 전날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이경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 적이 없다. 이경이 보기에 이 집은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다. 이경은 이 집에서 여전히 외롭고 지독하게 혼자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핏줄로 연결되었지만 어쩌면 ‘진정한 가족’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피가 섞였지만 타인보다 못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진짜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게 뭘까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불완전하고 불안전한 가족이지만, 그럼에도 이경은 가족이길, 가족이 되어가길 희망하면서 이 집에 계속 머무른다. 떠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채 그 집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찾으려 애쓴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천둥 번개가 치는 궂은 날 "나도 같이 가요”라고 말하며 삼촌을 따라 나선다.
할아버지가 죽고, 이모가 떠나고, 다시 혼자 남은 것 같은 이경에게 ‘삼촌의 여자’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이제껏 외갓집 안으로 쉬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이경에게마저 냉대받았던 여자. 삼촌의 아이를 배에 품은 그녀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떠난 이후 이경의 곁에 남아 이경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리고 할아버지 사진, 삼촌과 그녀, 이경은 밥상을 중심으로 앉아 식사를 한다. 비로소 진정한 ‘식구’가 되는 그 시작에서 소설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나에게 ‘가족’은 마냥 벗어나고 싶고 해체하고 싶은 개념일 뿐이었는데. 혈연이나 타인에 의해 엮인 ’불가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이경의 ’새로운 가족‘을 보며 그 강박을 조금은 깨뜨려 보게 된 것 같다. 피가 섞이지 않은 타자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건 집에 머무르기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타자에 대해 자신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가족의 개념이 해체되고 의미가 깨지고 있는 이 때에 소설은 나를 움직여 가족을 만들어가는 그 ‘움직임’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다.

“꽃씨를 뿌릴 때쯤 아기는 태어난다. 이모가 빠지기는 했지만 모처럼 식구가 다 모였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 삼촌과 그녀. 그리고 나. 밥상은 꽃밭처럼 화려하다.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날이다.” (103)
i*********9 2024.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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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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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나온 <움직임>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인 만큼 기존의 소설에 덧붙여서 나온 부분들이 있다. 개정판 작가의 말과 초판 작가의 말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 자체가 독특했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시작하는 개정판 작가의 말. 이십 칠 년 동안 작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이 소설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개정판 작가의 말에 실려 있었다. 개정판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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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나온 <움직임>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인 만큼 기존의 소설에 덧붙여서 나온 부분들이 있다. 개정판 작가의 말과 초판 작가의 말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 자체가 독특했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시작하는 개정판 작가의 말. 이십 칠 년 동안 작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이 소설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개정판 작가의 말에 실려 있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을 읽고 초판 작가의 말을 읽으면 지금보다 어리고, 소설을 끝낸 순간에 빠져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은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로 시작한다. 중편소설 <움직임>은 조경란 작가의 가족론을 담아낸 소설이다. 구글 도서에 따르면 실제로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이 소설은 '나'에 대한 소설이자 '가족'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경은 엄마를 잃고 외할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으로 간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생겼다는 첫 문장과 달리, 혼자 밥을 먹고 가족을 기다리는 이경의 모습이 나온다. 이경에게는 정말 '가족'이 생긴 것일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보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로 돌아오는 물음이 맞을 것 같다.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서 그런 것일까.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나에게 가족은 안식처, 믿을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집 밖으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온전히 떠나지는 못한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집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안정될 수 있게 만든다.

가족이 되기 위해 이경은 노력한다. 집은 이퀄 가족이다. 편히 쉬어야 할 집이란 공간에서조차 노력해야 하는 이경. 이 모순이 이경의 고단함을 증폭시킨다. 나라고 이경과 다를까. 가족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평론가님의 말에 공감한다. 가족이라는 말의 무게감이 덜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가족을 일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소설은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꿋꿋하게. 이 소설은 그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이 왜 <움직임>인지 생각해보았다.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가족이 되기는 힘들다. '움직여야' 간신히 가족을 만들 수 있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움직임은 '선택'을 말한다. 주인공 이경이 가족을 만들고 싶어 외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선택', 더는 떠나는 것이 아닌 결국 남는 것을 택한 '선택'.

120쪽 정도 되는 중편소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말 자체는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가족에 대한 사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깊게 이어진다.
YES마니아 : 로얄 h********e 2024.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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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중편소설, 가족에 대한 이야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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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외가 쪽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이다. 아예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같다. 그들이 말을 할 때면 서로 뺨을 후려치며 싸울 때가 거의 전부다. (중략)차라리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움직임』의 저자 조경란 작가는 개정판 서문에서 가족이라는 주제가 문학의 시작이었고 이 책은 그 출발이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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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외가 쪽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이다. 아예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같다. 그들이 말을 할 때면 서로 뺨을 후려치며 싸울 때가 거의 전부다. (중략)

차라리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움직임』의 저자 조경란 작가는 개정판 서문에서 가족이라는 주제가 문학의 시작이었고 이 책은 그 출발이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읽기도 결국은 가족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는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고 외갓집으로 와서 살게 된다.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가 살고 있는 좁고 누추한 집에 와서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외갓집에서 만난 새로운 식구들은 불행을 혈연으로 공유한다. 새로운 가족의 성원이 되었지만 주인공은 "누구의 배 속도 빌리지 않고 세상에 혼자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여전히 혼자다." 

부모는 자식을 낳는다. 원해서 낳기도 하고 그냥 생겨서 낳기도 한다. 자식은 태어남을 원한적 없지만 이 세상에 던져지듯 태어난다.  만약 낳아준 부모가 불행에 붙들려 있을 때 보통 그 불행은 자식에게 전달된다. 역기능 가족과 부모는 널렸다. 인생은 순하지 않고 장밋빛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가족은 애정으로만 엮여있지도 않다. 그런데 현대판 정상가족 신화는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가족에 대한 좁은 이해로 인간을 병들게 한다. 



p85) 나는 애초부터 그들의 가족이 아니었다. 아무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거고, 내가 가꾼 화단은 금세 쓰레기로 가득 찰 것이다.



삶을 꾸역꾸역 견디고 있던 화자의 가족들 중 이모가 가장 먼저 가족을 떠난다. 그다음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정확하게 말하면 자의로 가족을 떠난 것은 아니다. 화자의 외할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벽돌 공장에서 일한다. 할아버지가 만든 벽돌은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서 만드는데 모래를 너무 많이 섞어서 허술하다. 비라도 맞으면 녹아내릴 정도로 불량품이다. 그런데 태풍이 온다.  비가 이틀째 내려 강물이 범람하고 다리가 잠기고 전기도 끊긴다. 벽돌 공장에 일하러 간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한편 이모와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새로운 가족으로 인해 채워진다. 이모의 빈자리는 화자가 스스로 채우고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삼촌의 여자가 채운다. 삼촌의 여자는 화자의 가족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다. 화자를 무시하지도 투명 인간처럼 대하지도 않는다. 이 책의 작품 해석을 한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피를 섞어야 한다. 그리고 불행한 피는 행복한 피를 섞어야 희석된다."라고 썼다. 이어 "하지만 피를 전부 바꾸면 죽는다. 그래서 조금씩 피를 바꾸는 방법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p102) 나는 그녀의 배를 흘깃거린다. 배는 불룩히 솟아 있다. 벌써부터 나는 그녀 배속에서 나올 아기의 발가락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그녀처럼 하얗고 기름기름한 발가락일지 아니면 삼촌이나 할아버지처럼 짧고 뭉툭한 발가락일지. 

『움직임』 은 가족에 대한 민낯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1차적 혈연집단만이 가족이 아니다. 1차적 혈연집단 속에서만 사랑과 소속감을 기대할 때 인간은 병든다. 우리는 새로운 성원을 만나 가족을 재건할 수 있다.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불행은 도처에 널려있고 우리는 쉽사리 붙들린다. 그러나 움직여야 한다. 부단히 움직이고 떠나고 받아들일 때 삶 속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움직임 #조경란 #작가정신 #가족에대한소설추천

이달의 사락 h**u 2024.05.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