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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일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발신인을 확인하니 택배기사님이다..내가 사놓은 책을 받으면서도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어 좋아하는 꼴을 보니 약간은 한심한 생각도 든다. 그렇게 반갑게 내품에 들어온 택배박스. 그런데 책을 보면서도 긴가민가? 내가 얘를 시켰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 작가님도 낯설고 소개글도 낯설고, 도대체 정말 내가 얘를 주문한게 맞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제저녁에는 화장을 한 딸아이에게 "딸, 화장부터 해"하는 엉뚱한 말을 해서 웃음을 자아내더니..잘 시간이 되었으니 세수를 하란 말을 화장을 하라는 말로 바꿔쓸 정도로 정신이 없으니 내가 시켜놓고도 모를수있지,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책은 막장스럽지도 않고 잔잔한데 내취향은 아니다. 손편지, 소시적에는 아주 많이 써보기는 했는데 요즘에는 쓸일이 거의 없다. 어지간한 대화들이야 전화로 거의 다 하고 전화로 하기 힘든말들은 문자가 다 하니 편지쓸일이..
여고생인 하윤은 자신의 일상을 미주알 고주알 편지에 써서 자신이 동경하던 인영에게 전한다. 직접 만나서 줄 용기까지는 못내고 그저 사물함에 고이고이 넣어두는것으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것이 전부다.학교내에서 인기가 제법 좋은 편이라 인영을 따르는 여자후배들이 많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제가 누구인지도 말하지않고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소소한 일상을 공유 하고자 하던 하윤의 애정행각은 수능을 앞둔 일주일전 중단되고 만다. 자신의 마음이 인영에게는 부담스러움으로 자리할수도 있다는것을 알게 된 탓이었다. 인영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은 하윤은 인영이 하는 모든 말들이 꼭 저에게 하는것같아 며칠을 앓았었다. 그렇게 하윤과 인영 두 사람은 첫사랑을 잃었다.
어려서부터 쏟아지는 관심은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가 먼저 좋아한다고 손을 내밀었던 여자아이를 향해 쏟아지던 조롱들은 인영에게 아무일도 만들지말아야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만들었다. 그런 인영에게 찾아든 편지..처음에는 쏟아지는 잠깐의 관심들중 하나일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않게 웃음을 전해주기도 하고 무슨일을 하다가 문득문득 떠오르게도 하는 힘을 가졌었다. 그래서 어느때부터인가 그 편지로 인해 일요일이 싫어지고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현상까지 경험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수능 일주일전..그 편지가 없었다. 쌓여있는 편지들속에 인영이 그렇게 기다리던 편지는 보이지않았고 애궂은 곳에 화를 냈었는데. 그 이후로 인영은 그 편지를 다시는 받지못했다. 그의 첫사랑이 그렇게 잃어졌다.
인영은 스캔들을 무마하기위해 새로 기획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된다. 사실 스캔들이라고 할것도 없는것이 쓰러져가는 여직원을 부축한다는것이 하필 사진이 찍히는 바람에 요상한 모양이 되기는 했지만 그 여직원과는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는 관계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을 어길수가 있어야말이지, 사진작가와 동행하는 여행이라..별로 내키기않았었는데 한작가의 작품집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첫사랑의 향기를 맡았다. 다른 작가들 만날것도 없이 바로 그 작가인 하윤을 만나 계약하기로 하는 인영.추진력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오래전 가슴에 담아둔 첫사랑을 한 십년쯤 세월이 흐른뒤 변하면 무슨 생각이 들려나.. 아주 오래전에는 십년세월이 참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살아보니 십년도 이십년도 지나간 세월은 금방이더라..하윤은 첫사랑 인영오빠인지 선배인지를 만나고 정신이 헤롱헤롱 거리는데.. 인영에게 하윤 그녀는 바로 편지스토커아니던가..지은죄가 있으니 납작 엎드리기는 했는데..
하윤에게서 자꾸 첫사랑 그녀의 손편지의 향기가 난다. 출신학교를 알아내려는 인영에게 자신이 바로 그 스토커였다는것을 이실직고하는 하윤. 의기양양하게 좋아했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하윤이 하는짓이 영 수상하다. 일단 지은죄에 대해서는 달게 죗값을 치르겠다고 하니 인영은 당당하게 "나랑 사귀자"하기만 하면 되는데..뭔 죄를 사해준다는 조건으로 인영선배랑 사귀자고? 제귀를 의심하는 하윤과 느릿느릿 미소지으며 하윤을 바라보는 인영..게임이 이미 끝난것 같다. 첫사랑의 설렘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하윤과 인영이 연애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하윤을 지켜만 보던 용현이 오지랖넓게 두사람의 애정전선에 상관을 하기도 하고 그러더니.. 헉,인영과 모그룹의 딸래미랑 정략결혼설이 흘러나오고...그 기사를 거짓으로 만들기위해서 인영이 세운 계획들은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들리는데..
첫사랑이 등장하는 소설은 수를 헤아릴수없이 많은것 같다. 이번에는 손편지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는 감성적인 면이 매력적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만난후에는 고등학교때의 매력적인 면을 별로 살리지못한것 같다. 인영에게 손편지를 써보냈던 하윤이 뭐 그렇게 절절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인영의 결혼기사를 본 후 하윤이 보이는 반응들도 영 마음에 안들고. 내가 시켜놓고도 내가 시켰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일단 시선을 잡아채는 한방은 없는것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