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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우리에게 오늘은 청춘의 한 페이지... 투명한 케이스 안에 파스텔 빛으로 쓰여진 靑春, 반짝이는 두 글자와 함께 자리한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산뜻한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 암울하고 치열한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이니까요. 불안하고 지친 청춘들에게 나약하게 굴지 말라고,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건 폭력인 것 같아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어디론가 숨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약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도 아픈 거예요. 너무나 아프고 괴로운 순간들, 그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어요. "나는 그가 미워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톱니바퀴>, 249쪽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건 투정이야. 원망이지.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니, 당신조차 내 철면피의 힘을 과신하고, 그 남자는 괴롭다, 괴롭다 해도 척이다, 시늉이다, 하고 가벼이 여기잖아." _ 다자이 오사무 <우바스테>, 184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다자이 오사무 × 청춘》 세트는 두 소설가의 단편집 두 권과 청춘노트 한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본의 대표적인 두 소설가의 단편집에서 '청춘'을 주제로 한 단편들, 각각 열두 편의 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어요. 둘 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기에 모든 작품이 청춘의 이야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어요. 그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14년 기쿠치 간, 구메 마사오 등과 함께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하고 <라쇼몬>, <코> 등을 발표했는데, <코>가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해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의 작풍으로 시대를 풍미했으나 말년에는 자신의 삶을 조롱하는 자조적인 작품들을 많이 썼고, 서른다섯 살 되던 해인 1927년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요. 그의 죽음은 일본 근대사에서 관동대지진과 견줄 만큼의 사회적 충격이었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8년 뒤인 1935년 일본 출판사 문예춘추의 사주이자 아쿠타가와의 친구였던 기쿠치 간이 아쿠타가와 상을 제정하여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다자이 오사무는 1935년 소설 <역행>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해 크게 낙심했고, 이후 소설집 <만년>, <사양>, <인간실격>, <앵두>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과 대중에 논란과 지지를 받으며 20세기 일본 데카당스,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가 되었으며 네 차례나 자살 기도를 했던 그는 1948년 연인과 함께 투신해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어요. <아쿠타가와 × 청춘>의 첫 장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쿠치 간, 초조 무토, 도쿠타로 나가미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어요. 아쿠타가와는 죽기 직전에 가까운 지인과 친구들을 방문했지만 아무도 못 만난 채 생을 마감했는데, 7월 초에는 기쿠치 간을 만나려고 두 차례 문예춘추사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고, 자살하기 바로 전날에는 한동네에 살았던 시인 무로오 사이세이를 찾아갔으나 잡지 취재로 나가 있어서 만나지 못했대요. 이 때문에 사이세이는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해요. 죽기 전 친구인 구메 마사오에게 <어떤 바보의 일생>이란 작품을 건넸다는데, 이 청춘 세트에 수록되어 있어요.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톱니바퀴>의 마지막 부분이 아쿠타가와의 유언처럼 느껴졌어요. "그건 내 일평생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내게는 이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힘이 없다. 이런 기분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구 내가 잠든 사이에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 줄 사람 없나?" (277p) 다자이 오사무는 '생각하는 갈대'라는 제목으로 일본낭만파의 기관지에 약 일 년 정도 글을 연재했는데 <다자이 오사무 전집 10> (1989년, 지쿠마쇼보)에 1, 2, 3 으로 나뉘어 수록된 글을 <다자이 오사무 × 청춘>에서는 한 편으로 묶어 <생각하는 갈대>로 실려 있어요. 여기에 염려라는 것에 대해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염려에는 흑과 백, 두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니와부시의 어구인 '내일이 기다려지는 보물선', 그리고 푸시킨의 시구인 '나는 내일 살해될 것이다'는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점에서는 똑같아 보이지만, 반나절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흑백처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410p) 그리고 편집부의 편지 때문에 스무 장 남짓의 글을 쓴 뒤 모든 원고료를 거절했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사람은 각자 제 일에만 힘쓰는 것이 제 일이지만, 가끔은 이웃의 슬퍼지도록 강한 자존심을 모른 척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도록 하자." (412p) 라고,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부디 나 자신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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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주제로 묶어놓은 일본 거장 2인의 소설집. 각각 따로 떼어놓아도 유명하신 분들인데, 두 분의 단편집이 세트로 조합되어 한 번에 만날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같은 주제라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정서나, 두 분의 문체와 연대별 특징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청춘》 19세기말에 태어나 20세기초에 발표한 소설《코》《라쇼몬》으로 일찌감치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그러서인지 소설 속에 소세키 선생님도 등장한다. 친분 과시인가?) 그의 작품과 죽음은 일본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자신의 삶을 조롱하는 자조적인 작품 성향을 단편으로도 엿볼수 있었다. #짝사랑 영화 속의 서양 남자를 사모하는 여자. 술집 접대부지만, "시무라 씨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14) 라며, 남자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당찬 면모와, 은막 위의 남자에게 선물도 고백도 전할수 없어 애처로운 모습이 대비된다. 단 10 페이지로 끝나는 짧은 소설이지만, 돌고도는 짝사랑의 덧없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톱니바퀴 CG가 가득한 영상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이다. 제목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여섯 편의 이야기가 연결되어잇다. 1 레인코트 - 2 복수 - 3 밤 - 4 아직? - 5 붉은 빛 - 6 비행기 라는 이야기 속 인물은 아마도 작가 자신인듯 이리저리 바쁘게 장소를 옮겨다니며 환영을 보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죄책감, 죽음, 귀신, 지옥 등이 혼합되있는 이야기 속에 무엇이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영인지 혼란스런 작품 속 인물을 따라 독자도 같이 길을 잃는다. 긴자, 니혼바시 등 실제 지명이 현실감을 가져다 준다. 고급스런 호텔 연회나, 잦은 영단어 등장, 유럽 현지의 생생한 소식등 1910~20년대 일본 상류층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 청춘》 《만년》,《인간실격》 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부유한 집안, 좌익운동 가담,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아이콘이었던 그의 성향은 역시 짧은 단편에도 드러난다. 대학시절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같은 해 연인과 함께 동반 투신을 기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아 자살방조죄로 기소된 일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1930년대의 일본 상류층 대학생을 엿볼수 있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부유하지만 나약한 집주인 사내와 대책없이 교활하고 게으른 세입자 사내의 이야기. 30년대에 씌여졌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부감없이 술술 읽하는데는 세련된 번역이 크게 작용한 듯 싶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대한 무력함을 느끼는 나약한 자의 부끄러움이 담겨있다. #어릿광대의꽃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시도했다가 구조된 대학생 사내.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여자는 떠나갔고, 실패한 자는 살아남아 본래 삶으로 돌아온다. 부족한 없는 부유한 집안의 어린아들인 그가 '도대체 왜 죽으려고 했는지' 에 대해 친구들과 주변인이 보태는 말들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사상의 문제를 사랑으로 잘 포장된 그의 행위가 잘 처리되는 과정의 씁쓸함과 허무함이 담겼다. 청춘: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 (주: 국어사전) 청춘: 젊음을 가졌지만 그것이 소중한 줄 모르는 시기 (주: 실비아 사전)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청춘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청춘의 모습을 마주하는 소설읽기였다. #채손독 을 통해 #북다출판사 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아쿠타가와류노스케단편집 #다자이오사무단편집 #아쿠타가와류노스케청춘 #다자이오사무청춘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다자이오사무 #청춘 #청춘세트 #북다 #단편집 #일본소설 #일본문학 #일본소설거장 #실비아의독서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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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 출판사에서 기획 출간된 2권의 책 <청춘>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다자이 오사무 일본의 두 작가가 쓴 단편소설 모음이다. 두 작가는 일본을 대표하는 남성 작가이며 마흔이 되기도 전에 자살로 생애를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쓴 청춘은 어떤 색깔일까? 누군가에겐 청춘이 아름다운 추억일지 모르지.하지만 막상 청춘의 시기 그들은, 아니 우리들은,몹시도 혼란하고 불안하고 견딜 수 없을정도로 외로웠을 것이다. 두 권의 책 단편소설을 읽고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아쿠타가와 12개의 작품> 1. 짝사랑 : 그가 사랑한 것은 영화 배우 인가, 아닌가, 진짜 누구일까?2. 게사와 모리토 : 사랑한 여자를 애증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고, 여자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와타루(남편)를 죽이자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데 3. 귤 : 가난한 소녀가 2등석 칸에 타고 터널 속에서 창문을 힘겹게 열어재낀 이유 4. 늪지 : 그 졸작이 걸작인 이유 5. 신들의 미소 : 이탈리아 선교사 오르간티노 신부를 통해 서양 문명이 쏟아지는 격변기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일본 고유 문화의 힘 6. 피아노 : 관동대지진 후 파괴적 공간에 남겨진 피아노는 여전히 예술의 생명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데 7. 점귀부 : 1부-광인이었던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 / 2부-어릴때 죽은 누나의 기억 / 3부-친이바저와의 관계 자전적 소설 8. 꿈 : 정신이 불안정한 화가와 모델의 이야기, 살인을 저지른 꿈을 꾼 뒤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모델, 혹시 그녀는 정말 죽은걸까? 9. 갓파 :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경험한 갓파(일본 요괴)의 세계와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 10. 신기루 : 구게누마 해변의 신기루는 과연 어떤 것을 보여주나? 11. 톱니바퀴 : 작가 본인의 실제 체험, 불안과 우울 그리고 자살을 희망하는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12개 작품> 1.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 월세를 준 세이렌 작가는 게으르고 뻔뻔하고 권태롭고 여자를 밝히지만 그런 그를 미워하기엔 그가 가진 (뻔뻔함 혹은 매력) 것이 부럽다! 2. 어릿광대의꽃 : 같이 동반자살했는데 여자는 죽고 남자는 살아남고 왜 죽고 싶었는지 기억도 희미하고 ... 3.한심한 사람들 : 나약하고 한심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세 가지 4.등롱 : 여성 일인칭 고백체로 가난한 나막신 가게 딸이 사랑하는 남자때문에 절도해서 감옥 감. 5.우바스테 : 두 남녀의 동반자살 여정 6.여학생 : 열네살 여학생의 일상 7.젠조를 그리며 : 소설가 주인공이 예술가 좌담회에 초대 받은 이야기 8.달려라메로스 : 폭군왕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화가난 메로스가 그를 죽이려 떠나는 이야기 9.부끄러움 : 여성 독백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다 10.기다리다 : 전쟁 중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 여성 11.금주의 마음 : 술을 배급제로 받던 시절에 대한 유머 12.생각하는갈대 : 에세이 위트 아포리즘 묶음 소설을 읽으면 어느새 청춘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불안에 오히려 위안이 된다. 그도, 나도, 우리도, 모두 아프다. 이 소설은 오늘날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차가운 위로주 같다. 죽고 싶은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은 '힘내'가 아니라, '나도 힘들어' 라는 공감이 아니었을까?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서평단을 통해 북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쿠타가와 상에 연이어 낙방하고 문단으로부터 혹평을 들었던 다자이 오사무 또한 서른아홉에 아쿠타가와와 같은 선택을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춘을 보낸 두 소설가의 단편집을 낸 출판사 측의 기획 의도는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도 사는 데는 늘 같은 세대의 같은 고민이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시대를 불문하고 한결같았고, 늘 힘들었기 때문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많은 작품이 오늘날 고전문학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현대 청춘들은 "고전은 어렵고 딱딱하다", "늘 보수적이며 융통성 또한 없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고전주의 시대였다는 영국 등 서양에서도 젊은이들은 고전주의를 좋아하지 않았고,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문예사조가 머리를 내민다. 그렇게 역사와 시대의 흐름은 순환하고 흘러가는 것이다. 이 책이 오늘날 청춘들이 고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재해석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대적으로 풀었다. 이는 각 책의 일러두기에 모두 적혀 있다. 이 책 두 권 세트에는 '청춘 노트'도 끼워져 있으니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출판사 측의 바람이다. 이 ‘청춘 노트’에는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든지 메모 형식이든 필사든 각자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면 훗날 중요한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책과 노트로 이뤄진 이 청춘 세트는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린’ 청춘들에게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시리즈 책 두 권을 모두 번역한 역자 최고은은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청춘의 열병'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다자이 오사무 작품에 이런 수식어가 붙은 것은 1948년 6월 13일, 서른여덟의 젊다면 젊은 나이에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의 동반 자살로 세상을 떠났지만 7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들을 얻으며 널리 읽히고 있는 데다 특히 청년 시절 다자이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 '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인간 실격』을 떠올린다. 이 소설 작품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그 인간 세계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해 가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듭된 동반 자살 기도에서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남은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도 절연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대표작 『인간 실격』은 특유의 요설체와 일인칭 고백체로, 이루어진 탁월한 작품이라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평가다. '나'의 자의식과 자기혐오를 장황하고 집요하게 묘사하는 한편, 심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해학과 난센스를 섞어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작가적 특성이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청년 세대에게는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설명한다. 역자에 따르면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은 파란만장했다. 아오오리 현 쓰가루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시절 좌익 운동에 참가했다가 좌절한 경험, 예술과 생활 사이에서의 갈등, 지방 출신으로서 고향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갈등, 약물 중독, 두 번의 결혼과 복잡한 이성 관계, 생애 여덟 번에 걸친 자살 시도 등 그의 짧은 생애를 장식한 사건과 감정들은 그를 절망으로 몰아갔으나 그는 이 고뇌를 문학 속에 녹여 냈다고 역자는 분석한다. 때문에 그의 문학은 흔히 '사소설(私小說)'-작가가 직접 체험한 일을 소재로 삼아, 경험을 그대로 쓴 소설-로 여겨졌고, 그렇게 읽혀 왔다는 게 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단편집에 수록된 「부끄러움」에서도 알 수 있듯, 다자이는 '사소설=작가가 경험한 일을 그대로 쓴 것'이라 여기며 소설 속 세계와 작가의 실생활을 혼동하는 읽기 방식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교묘하게 비튼 소설을 쓰고 있다. 「어릿광대의 꽃」 역시 다자이 자신의 동반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 소설을 쓰는 작가 '나'가 등장해(물론 이 작가 '나' 역시 다자이 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메타 레벨에서 소설의 방법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등 작품을 작가의 경험 그 자체로 읽는 흐름을 방해하고 상대화한다고 강조한다. ![]() 역자 최고은은 책 뒷 부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이나 사상 등을 작품에 투영해 읽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실생활과 말로 구축된 허구의 소설 세계가 교차하거나, 또는 어긋날 때 나타나는 새로운 리얼리티가 주는 깨달음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소설을 방불케 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반영된 작품 내용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의 낙차를 이용하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작가적 역량에 있기도 하다."고 밝힌다. 이 책에 실린 다자이 오사무의 12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1934년에 발표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는 집주인인 '나'와 그의 집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 세이센의 특이한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천재를 동경하는 '나'와 그런 '나'의 성격에 맞추어 자기를 변화시키는 세이센의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실소를 자아내지만, 주체로서의 나와 근대인의 자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구절도 많다. 메이지 이후 '입신양명'을 목표로 인격을 갈고닦는 '쳥년' 상이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취직난 등으로 점차 성립하지 않게 된 동시대적 상황을 연상케 하는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이다. 사이센은 새로 맞이한 아내에 대해 역시나 다소 찝찝했는지, 내 시선을 피하듯 기다란 머리카락의 비듬을 털거나 무릎을 몇 번이고 폈다 꼬았다 하면서 웅변을 늘어놨어. "정말 괜찮으세요? 저도 곤란해서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럼요." 그는 내 말을 가로막듯 괜찮다고 연거푸 말하며 쾌활하게 웃더라. 나는 그 말을 믿었어. 그때 방금 전의 소녀가 은쟁반에 홍차를 받쳐 들고 왔어.(p.45) 이어 1935년 발표된 「어릿광대의 꽃」은 1930년, 카페 직원이었던 다나베 아쓰미와 가마쿠라 해안에서 약을 먹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여성만 죽고 다자이만 살아 남은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다자이 본인의 실제 경험이 투영되어 있지만 사이사이에 소설을 쓰는 작가 '나'의 고백을 넣은 형식이 인상적이다. ![]() 「우바스테」(1938) 역시 두 남녀의 동반 자살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1937년 첫 아내였던 하쓰요가 자신의 사돈인 화가 고다테와 부정을 저지른 사건에 충격을 받아, 하쓰요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애증과도 같은 부부의 관계와 삶에 대한 애수가 감도는 가운데도 다자이 특유의 위트를 잊지 않는 어둡고고 밝은 작품이다. 1939년 발표된 「여학생」은 여성 일인칭 고백체로 진행된다. 그의 소설가로서의 중기를 대표한다. 열내 살 여학생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있는데 사춘기 특유의 자의식과 섬세한 내면 묘사가 눈에 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부로하하는 여성의 자아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은, 재미있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다자이의 애독자였던 아리아케 시츠가 자신이 쓴 일기를 다자이에게 보냈고, 「여학생」은 이 일기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한다. 독자의 일기를 그대로 인용, 붙여 넣기 한 소설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패러디, 번안을 문학적 수법으로 이용했던 다자이 문학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입장이다. 아침은 왠지 뻔뻔스럽다. 서글픈 일들이 수없이, 수많이 가슴에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싫어, 싫어. 나는 아침에 가장 추하다. 두 다리가 기진맥진 지쳐서, 그래서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까. 아침은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침은 잿빛이야. 언제나 늘 똑같아. 가장 허무해. (중략) 아침에는 늘 자신이 없다.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앉는다. 안경을 안 쓰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얼굴이 조금 흐릿하고 촉촉하게 비친다. 내 얼굴에서 안경이 제일 싫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는 안경의 장점도 있다. 안경을 쓰고 먼 곳을 보는 게 좋다. 전체가 흐릿하고, 꿈속에 있는 거섳럼, 작은 구명으로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다. (중략) 제 감정을 죽이고 남에게 봉사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매일 이마이다 씨 부부 같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 주거나 맞장구를 쳐야 한다면,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건 감옥에도 들여보내 주지 않겠지. 불현듯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감옥은커녕 하녀로도 못 쓸 것이다. ![]() 1940년 발표한 「젠조를 그리며」는 소설가인 '나'가 고향 신문사에서 도쿄에서 활약하는 동향 출신 예술가들의 좌담회의 촟대장을 받으며 생긴 내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북부 쓰가루 출신의 다자이가 고향과 집안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잘 묘사돼 있다. 결국 망쳐 버린 좌담회에 절망한 '나'를 위로해 준 건, 속아서 산 줄 알았던 장미나무였다는 결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작중의 좌담회는 실제 개최했던 모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탁한 목소리로 소리친 예술가는 유명한 판화가인 무나카타 시코로 추정된다는 평가다. 제목의 모델로 했는데, 제목의 젠조는 쓰가루 출신의 선배 작가이자 1928년 세상을 떠난 가사이 젠조를 말한다. 「젠조를 그리며」와 같은 해 발표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역자는 전한다. 마지막에서 밝히고 있듯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정확히 말하면 시의 일본어 번역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우정과 믿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다시 쓴 다자이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금주의 마음」이 발표된 1943년은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술을 배급제로 받을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귀한 술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행태와 그럼에도 차을 수밖에 없는 술의 매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단편집을 통해 작가 다자이의 '청춘'을 물론,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면 옮긴이로서는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밝힌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Dazai Osamu, だざい おさむ, 太宰 治, 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 |
![]() 독자는 일본 문학 작품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완화되었지만 일본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 받은 항일·반일·극일의 한복판에 독자의 세대는 끊임없이 반일 감정을 갖도록 배웠다. 실제로 역사를 배울 때 그들은 군부를 앞세운 식민지 확장 정책을 100년 가까이 계속했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침략해 수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남겼다. 역사에 남은 증거자료와 증인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데도 그들은 침략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대부분 영국(대영제국)에 유학 가서 그들의 문화부터 정치, 외교, 군사까지 배웠다. 그리고 그대로 따라했다. 일본은 동양에서 가장 먼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당사국이다. 놀라울 정도의 선진국으로의 진척이 빨랐다. 특히 군사 무력 확대는 그대로 식민 침략의 선봉이 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한반도와 중국의 여러 곳이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던 중국 역시 청나라 말기와 민간 정부의 힘으로 일본의 군사력을 막을 수 없었다. 동남아의 각국들은 도미노 쓰러지듯 게속해서 일본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다. 20세기 들어 시도한 전쟁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일본은 아시아 제일을 넘어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게 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도 군대를 보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의 태평양함대를 기습 공격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힘을 빼려고 시도했다. 특히 일본 해군은 태평양에서의 제해권을 확보한 듯했다. 이 책 『청춘』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당시 일본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관,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단편소설 각 12편씩을 묶어 1, 2권 출판사 기획 시리즈로 동시 출간했다. 일본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두 작가의 유명세와 당시 젊은이들의 세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읽고 싶은 책'이 됐다. ![]() 독자가 이 두 권의 책에 시선이 고정된 것은 두 작가 모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요절 작가이다. 왜 그들은 스스로 삶을 끝냈을까? 당시 일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후세 일본 청년들도 일본의 국보급 작가들로 꼽을 정도로 문재(文材)가 뛰어난 작가들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해 단숨에 산업화하고 군사력을 집중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무렵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까지 살았던 작가들이다. 한마디로 청년기의 일본인으로서 청년기의 일본을 살다 간 문인들이다. 독자가 이들 작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이들이 그린 '일본 청년기'는 어떤 모습일까?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일본 청년기'란 표현은 독자가 임의로 붙인 명칭이며, 두 작가가 왕성한 문필 활동한 기간이 일본 100년 중 가장 왕성한 기간이란 의미에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어렵고 외가로 양자로 입적한 듯하다. 문재나 두뇌가 명석하고 뛰어났던 모양이다.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당시 영문학자이자 최고의 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니 스승과 제자로 만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 경향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 관상적인 입장이었다.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9),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이 책 『청춘』에 실린 작품을 번역한 최고은은 책 뒷 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품 중 '청춘'을 테마로 한 단편들을 모은 것"이라며 "청춘을 테마로 하고 있긴 하지만, 삼십오 년이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선보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게 보다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역자에 따르면 1927년 7월 음독자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십여 년의 작가 생활 동안 수많은 명작을 발표했으며 명실공히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전통 설화나 고전을 재해석한 「라쇼몽」 「코」,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난징의 그리스도」 같은 작품이 눈에 띄는 초기를 거쳐, 「지옥변」처럼 예술지상주의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한 중기, 「점귀부」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처럼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짙게 반영된 사소설적 작품들을 발표한 말기에 이르기까지, 아쿠타가와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 뛰어난 재능의 작가였다. 하지만 개인사적으로 어릴 적 친어머니가 정신 이상을 일으킨 탓에 외가에 맡겨져 자라다 외삼촌의 양자가 된 일, 겨혼을 생각한 첫사랑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일, 존경하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죽음, 시인 히데 시게코와의 불륜 등 결코 평탄한 인생은 아니었다. 유서로 남긴 「어느 옛 벗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자살의 동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며 역자는 일부를 소개한다. "자네는 신문의 삼 면 기사에서 생활고나, 병고나, 또는 정신적 고통이나, 다양한 자살의 동기를 발견하겠지.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들만이 동기의 전부라 할 수는 없네. 대부분은 동기에 이르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지. 자살자는 대체로 레니에(프랑스의 시인 앙리 드레니에-옮긴이 주)가 그린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모를 거야. 그건 우리의 행위만큼이나 복잡한 동기를 내포하고 있어.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야. 무언가 나의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 때문이지."(p.320~321) 이처럼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인간적 고뇌와 생에 대한 불안의 정체성을 알아내기엔 편지 내용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역자는 판단하는 것 같다. 이 단편집에 실린 열두 편의 작품을 잘 읽고 접근한다면 완전치는 않겠지만 불안의 윤곽과, 고뇌 속에서 피어난 문학적 재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 '청춘'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벅차다는 우리나라 한 수필가의 「청춘예찬」이란 수필이 떠오른다. 사실 ‘청춘’만큼 반짝거리는 단어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청춘은 반짝거리지 못할까 봐 두려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20대에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문단에서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인정받으며 일본 문학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일본 작가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소설집에는 아주 짧은 작품도 있지만 중편에 해당될 정도의 긴 소설도 있다. 「갓파」는 꽤 긴 중편소설로서,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갓파 나라를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독자로서는 소설의 길이에 상관없이 '갓파'가 무엇인가가 더 궁금해서다. 처음 듣는 단어고, 국적이 불분명해서 더 관심이 갔다. 소설 제목 아래에는 한자어 '하동(河童)'이라고 적혀 있다. '물가의 아이'(?) '물의 아이'(?) 독자처럼 일본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인지 소설 맨 앞 부분에 "부디 Kappa라고 발음해 주십시오.)라고 씌어 있다. 역자 최고은은 친절하게 주를 달아놓았다. (갓파는 물에 사는 일본 요괴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도쿄 가나가와현에서는 갓파라고 불린다. 아쿠타가와 역시 그런 이유로 이 구절을 넣었다고 1927년 〈문예춘추〉와의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옮긴이 주) 소설은 〈서문〉부터 시작한다. 한 페이지 분량의 서문에는 "이것은 어느 정신병원의 환자 제23호가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이미 서른이 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는 아주 젊은 광인이었다. 그의 반평생 경험은-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는 그저 가만히 두 무릎을 안고 가끔 창밖으로 눈길을 주며(쇠창살이 달린 창밖에는 마른 잎조차 보이지 않는 떡갈나무 한 그루가 눈 내릴 듯 흐린 하늘에 가지를 뻗고 있었다.) 원장인 S박사와 나를 상대로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는 예컨대 "놀랐다."라고 말할 때면 갑자기 얼굴을 뒤로 젖히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서문〉 이후 17개의 번호만 붙은 채 이어진다. 분량이 꽤 긴 중편소설이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 역자의 견해를 빌리면 인간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갓파 나라의 문화와 사상 등에 대한 서술은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봐도 흥미진진하다. 소설은 곳곳에서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와 날카로운 비판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갓파 나라에서 긴간 세계로 돌아온 '나'가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는 결말에서는 다른 세계를 경험한, 즉 경계를 넘은 자는 이단자로서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염세적인 메시지를 읽어 낼 수도 있지만, 갓파들이 우정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오고, '나' 역시 친구 갓파를 만나러 다시 갓파 나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작중 S박사는 아쿠타가와의 친구, 시인이자 의사인 사이토 모키키롤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다. 17개로 나뉘어진 작품 중 9번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하지만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푸후 신문은 노동자 편을 드는 신문이지 않습니까. 그곳 사장인 쿠이쿠이도 당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건······." "푸후 신문 기자들은 물론 노동자의 편입니다. 그러나 기자들을 지배하는 건 쿠이쿠이 말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쿠이쿠이는 이 게르의 후원을 받지 않을 수 없죠." (중략)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칠 년 전의 전쟁은 분명 어느 암컷 갓파 때문에 시작된 게 틀림없습니다." "전쟁? 이 나라에도 전쟁이 있었습니까?" "있었고말고요. 앞으로도 언제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웃 나라가 있는 한······." 저는 사실 이때 처음으로 갓파 나라도 국가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게르의 설명에 따르면, 갓파는 항상 수달을 가상의 적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p.152~153) ![]()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Ryuunosuke Akutagawa, 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芥川 龍之介)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두 이모가 그를 양육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도쿄제일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다. 기쿠치 칸, 구메 마사오 등과 재학생 시절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해 『라쇼몬』 『코』 등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러시아문학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가 특징이지만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왕조물’, ‘기독교물’, ‘에도물’, ‘개화기물’, ‘현대물’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나생문(羅生門)』, 『마죽(芋粥)』 등 15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초기에는 일본 고대 설화 문학에서 소재를 취해 보편적이면서 현대적인 인간 에고이즘의 내면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썼고, 이후 예술지상주의적인 경향의 작품들, 에도 시대 그리스도교 박해를 다룬 기리시탄 작품들, 일본의 근대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 등을 쓰다가 말년에는 자살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삶을 무자비하게 조롱하고 야유하는 자전적인 작품들이 많다. 1927년 7월 24일 새벽,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다바타의 자택에서 치사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했다. 그가 밝힌 자살의 이유는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이었다. 아쿠타가와의 자살은 관동대지진과 더불어 일본 근대사에서 다이쇼라는 한 시대의 종언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1935년 아쿠타가와의 친구였던 문예춘추의 사주 기쿠치 칸이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했고 현재까지도 이 상은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인정된다. 역자 : 최고은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일본 전후 문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 기리노 나쓰오의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인형 탐정』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의 『서브머린』, 『칠드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 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그림자밟기』,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모리무라 세이치의 [증명] 시리즈를 비롯해 『인사이트 밀』,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도미노』, 『덧없는 양들의 축연』, 『거대 투자 은행』, 『소녀지옥』, 『침묵의 거리에서 1, 2』, 『말레이 철도의 비밀』, 『백년법 상,하』, 『골든애플』 등 다수가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는 1892년 1909년 각각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근대사에 남길 청춘에 대한 생각의 책을 지필합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젊은 시절 생을 마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시대는 사회와 자신, 주변에 대한 안 좋은 생각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시대상이나 그때의 상황이 생을 마감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 특유의 묘사와 일본 문학만의 스타일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됩니다. ![]() 다자이 오사무 저자분의 청춘을 읽어 봅니다. 친구에게 자신의 집주변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집 빨래를 너는 곳의 전망이 좋음을 은근 자랑을 하며 봄바람이 부는 것을 귓불을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마파람임을 알려주는 부분은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백만 개나 되는 지붕을 바라보면서 그 지붕 아래에 사는 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사람을 떠올리는 표현을 합니다. 주변의 지붕을 바라보다가 문득 모모노유라는 목욕탕의 굴뚝을 알려줍니다. 굴뚝 아래의 빨간 기와집은 유명한 장군의 집임을 표현합니다. ![]() 가로수 길 끝에 있는 하얀 벽이 희미하게 빛나는 곳이 전당포 창고이며 서른을 넘긴 아담하고 영리한 여주인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고 뒤편의 날개 뼈대처럼 잎사귀를 펼친 저저분한 나무 대여섯 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가 종려나무라고 합니다. 낮은 함석지붕이 있는데 그 곳이 미장이네 집이고 미장이는 지금 감옥에 들아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침에 먹는 우유를 반 컵씩 마시는데 어느날 부인이 그 우유병을 깨트렸다고 합니다. 화나 나서 부인을 죽였고 감옥에 갔다고 합니다. 미장이의 열 살 인 아들은 역 매점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대상과 자세한 표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죽순대 뒷쪽에 희미하게 붉은 곳이 홍매화가 두 그루 있는 곳인데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게 보입니다. 검은 일본 기와지붕이 있는데 여자와 여자의 남편이 살고 있는데 그 집이 자신의 집이라고 합니다. 방이 세 칸이 있고 열세 평 남짓한 뒷마당도 있습니다. 홍매와 두 그루 말고도 제법 큰 배롱나무도 있습니다. 철쭉나무도 다섯 그루 있다고 합니다. 집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여러명이 살다 거쳐간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자신이 아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예전 내가 어릴때 본 그런 풍경이 이 책에서 느껴집니다. 지금은 아파트라도 옆 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인사도 하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동네에 일어나는 일들과 그 사람에 대해 하나하나 알 고 있을 정도가 전혀 이상하게 생각이 들지 않는 시절입니다. 일본이지만 근대화를 이루는 시대여서 우리나라의 풍경과 다소 비슷한 면도 있고 조금 다른 면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일본근대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시대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북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쿠타가와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북다 #북유럽 |
![]() 기간 : 2024/06/19 ~ 2024/06/20 다자이 오사무는 정말 최고의 글쟁이다! 일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가장 대표적인 소설인 '인간 실격' 을 보고 난 뒤에도 이 작가 정말 글 잘 쓴다는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인간 자체가 워낙 개차반이기 때문에 비호감인 작가였는데, 이번 이 단편 소설집을 보고 난 뒤에는, 그냥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소설집도 마음에 들긴 했지만, 중후반 넘어서는 그다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감탄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뭐 하나 그냥 지나가는 소설이 없다. "청춘" 이라는 테마를 내세운만큼 그에 어울리는 소설들이 대부분이였으며 그에 어울리는 문장들이 넘쳐났다. ![]() 두번째로 실린 소설 '어릿광대의 꽃' 에서는 '인간 실격'" 에도 등장했던 오조 요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놀라운건, 오조 요바가 주인공인 3인칭 시점의 소설인데 중간 중간 소설을 쓰는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소설을 쓰는 당시의 감정들에 대해 설명한다. 어이없는건, 분명 이러한 점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하는데, 전체적인 시선으로 보면 다자이 오사무의 당시의 감정이 느껴지며 소설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이 소설은 1930년에 다자이 오사무가 어느 바(bar) 직원이였던 유부녀 타나베 시메코와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여자만 죽고 다자이 오사무는 살아남아 살인방조죄로 기소되는 사건을 토대로 쓰여졌으며, '인간 실격' 에도 이 사건이 등장하는데 이때 여자의 이름은 시메코와 발음이 유사한 츠네코이다. 1930년이면 다자이 오사무가 도쿄제국대학 다닐 때인데 22살에 이런 소설을 쓴다고? 진짜 미친 인간이다. 쓰레기같은 인성의 또라이인 점에 대해서는 구지 더 이야기하는건 의미가 없다. 어차피 그거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냥 이 작가의 글에 놀라기만 하면 된다. ![]() '여학생' 이라는 소설은, 엄밀히 말하면 다자이 오사무가 쓴 소설이라기 보다는, 당시 다자이 오사무의 빠였던 아리아케 시즈라는 14살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일기를 다자이 오사무에게 보냈는데, 그걸 다자이 오사무가 소설로 다시 쓴 것이다. 그저 단순히 베낀 것이라고 까이기도 하던데 난 그 일기를 보질 못해서 그건 모르겠고, 이 소설 역시도 읽다 보면 빠져들고 만다. '인간 실격' 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다자이 오사무는 늘 안정적인 가정과 정상적인 삶은 꿈꿔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결혼 전, 망나니처럼 살 때야 상관 없었겠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 또 아이를 낳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럽지 않았을까? 이 '여학생' 이라는 소설에서도 그러한 다자이 오사무의 바램이 들어 있는듯 하다. 14살 소녀의 눈에서 쓰여진 1인칭 소설이지만, 다자이 오사무답지 않게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사춘기 소녀다운 감정 표현들. 그리고 '아빠' 를 그리워하는 모습들. 평범한 소녀의 하루동안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그린 소설이지만, 따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이 작가는 이쪽으로도 글을 잘 쓴다. 미친다. ![]() 일본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수차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달려라 메로스' 는 이 단편 소설집을 읽기 전, 가장 기대하던 소설이였고, 기대대로 정말 만족했던 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중 가장 쉽게 쓰여진 소설이고, 해피엔딩에다가, 주제 의식조차도 우정과 신뢰라는 다자이 오사무 답지 않게(?) 정의로운 내용들이기 때문에 허들이 낮아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끝에 쓰여져 있는 대로, 다자이 오사무의 순수 창작 소설은 아니고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며, 다자이 오사무의 그 유명한 얼착없는 말인, "기다리는 사람이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괴로울까." ..가 이 소설에서부터 나왔다. "청춘" 이라는 테마는 과연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길래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난 여전히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을 그저 치기 어린 철없는 시절이라고 보진 않는다. 설령 그때 당시와 지금의 시대적인 분위기나 모랄 해저드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젊은 시절과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난 평범한 사람이고, 그는 위대한 천재적인 작가겠지만. 그저, 이 작가의 소설 자체에만 빠져들어도 충분할 정도로 대단한 글이기에 두고두고 음미하고 싶다. 이 양반 다른 소설 원래는 안읽으려 했는데, 안읽을 수가 없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다자이오사무X청춘 #다자이오사무 #북다 #청춘 #다자이오사무소설집 #다자이오사무단편소설 #일본소설 #일본근대소설 #일본근대소설추천 #추천일본근대소설 #북유럽 |
![]() 기간 : 2024/06/17 ~ 2024/06/18 일본 소설들을 많이 내고 있는 '북다' 에서 이번엔 '청춘' 을 주제로 일본 근대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2명의 단편 소설집을 출판했다. 두사람은 모두 도쿄제국대학 출신에다가 젊은 나이에 자살을 했고 소설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토대로 하는 '사(私)소설' 장르로 소설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실상 두사람은 집안의 배경이나 자라온 성장 과정이 하늘과 땅 차이로 격차가 많이 나며 활동 시기도 다르고 추구하는 문학의 방향성도 아예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과연 '청춘' 이라는 이 애매모호한 단어로 이 두 작가를 한데 묶어서 비교해도 되는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의문점을 안고 두 권의 책중, 뭘 먼저 볼까 고민하다 시간 순서로 보는게 제일이다 싶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예전부터 이름은 무척 많이 들어봤지만 좀처럼 이 작가의 소설들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학부 시절에는 아예 번역본 자체가 없었고, 일문과 애들이 원서 카피본을 들고 다니며 공부하는걸 본적은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내가 원서를 막 볼 정도로 일본어를 잘하질 못해서 읽어보질 못했다. 그러다 수년전에 국내에 처음으로 소설집에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아뿔싸! 출판사가 민음사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젠 원서를 읽을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구지 원서를 구해서까지 읽고 싶진 않아 그냥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가 이렇게 좋은 기회에 드디어 이 유명하디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총 12개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첫번째로 등장하는 '첫사랑' 이라는 소설부터 역시 심상치 않았다. 나 역시 내 첫사랑이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봤던 장만옥이였기 때문에, 소설속 오토쿠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되기도 했으며, 마지막에 비밀스러운 그 무언가를 풍기는 오묘한 결말도 매우 매력적이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 전설이나 설화를 주제로 삼아 소설들을 썼다 하며, 그중에 '게사와 모리토' 와 '갓파' 가 이 소설집에 실려 있다. 이러한 류의 소설중에서 유명하기로는 '라쇼몽' 이 훨씬 더 유명하긴 하나 이 소설집에는 실려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까웠다. 꼭 이 '라쇼몽' 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 그래도 이러한 아쉬움은 '귤' 이라는 이 7페이지의 짧은 소설 하나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 소설집 12개의 소설중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이며, 어떠한 의미인지 배경을 찾아보기도 하고 몇번이고 다시 읽었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다. 염세적이며 우울한 분위기와 권태감이 한껏 풍기는 소설속의 주인공 '나' 는 어느 날 저녁 요코스카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탄다. 기차가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촌뜨기 소녀가 헐레벌떡 기차로 뛰어 들어오게 되고 공교롭게 '나' 의 건너편 자리에 앉게 되는데 이 소녀 표가 삼등석 표다. 촌스러운 소녀의 외모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거기에다 이등석 자리에 삼등석 표를 가지고 탄 것도 거슬린다. 그래도 애써 무시한 채로 잠깐 눈을 붙였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깨어나보니, 아니 이 소녀가 곧 있으면 터널을 들어갈 예정인데 갑자기 창문을 열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던중, 터널에 진입하기 직전에 기어코 소녀는 창문을 열어 버리고 안그래도 기관지가 좋지 않던 '나' 는 이 소녀 때문에 기침이 터져 나오게 된다. 화가 나서 소녀에게 뭐라고 하려던 찰나, 터널을 지난 기차가 건널목을 지날 무렵, 건널목에 소녀처럼 뺨이 발그레한 남자 아이 셋이 소녀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고, 소녀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가지고 있던 귤들을 남자 아이들에게 던졌다. 상황을 비로소 파악한 '나' 는 잠시나마 권태로움과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며 소설은 끝난다. 아쿠타가와를 지배하고 있던 저 권태로움과 지루함은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봤다. 아쿠타가와는 대학을 졸업하고 요코스카에 있는 해군기관학교에서 영어 교관으로 1년간 일했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한다. 당시 아쿠타가와는 이미 나쓰메 소세키의 격찬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를 한 상황이였고, 해군기관학교에서 일하는걸 무척 싫어했다 한다. 또한, 아쿠타가와는 일본 설화중 하나인 모모타로를 주제로 하여 '모모타로' 라는 소설까지 썼을 정도로 반전 사상이 강했다는걸 생각한다면 해군학교에서 일하던 아쿠타가와의 저 권태로운 모습이 일견 이해가 된다. ![]() 혼란스러웠던 센고쿠 시대에 일본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선교사 오르간티노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쓰여진 '신들의 미소' 라는 소설도, 일본 특유의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나타내며 그것이 마치 일본인들만의 오리지널리티인것처럼 묘사하는게 아주 재밌었다. ![]() '라쇼몽' 은 못 봤지만, '갓파' 를 봐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갓파' 도 엄청난 글이였다. 철저히 정신병자의 눈에서 바라본 이상 현상을 '갓파' 를 소재로 하여 판타지 풍의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긴 소설로 1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인간이 '갓파' 의 세상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판타지적으로 묘사하였는데, 1927년에 쓰여졌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갓파' 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이 정신병자로 보일 것만 같다. 그 외에도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쓴 '점귀부' 라는 소설도 아주 좋았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의 소설인 '꿈' 도 점차 미쳐가는 작가의 정신 상태와 연관시켜 읽어보니 작가의 몽롱한 정신이 투영되어 읽혀졌다. 그러나, 사실 '갓파'에서부터 조금씩 느꼈지만, 책의 후반 3개 작품인 '신기루',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은 너무 읽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작가의 정신 상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글이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질 뿐이였다. 여러 해설들을 읽어보기도 하였으나 대충 그런갑다 하는 정도만 있지, 와닿은 느낌이 없었다. 어려운 소설들이다. 전반적으로 아쿠타가와 글들은 초중반은 나름 내 마음에 쏙 드는 편이였고, 그중에서도 '귤' 과 '갓파' 가 가장 좋았으나, 후반부 소설들은 내 문장 이해력이 부족해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청춘' 이라.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쿠타가와 소설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어서 읽을 예정인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이라면 충분히 '청춘' 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볼만 하겠지만, 아쿠타가와 소설들은 '청춘' 의 어떤 느낌으로 읽어야 하는걸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아쿠타가와류노스케X청춘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북다 #청춘 #아쿠타가와류노스케소설집 #아쿠타가와류노스케단편소설 #일본소설 #일본근대소설 #일본근대소설추천 #추천일본근대소설 #북유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