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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개봉 당시에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던 왕가위 감독의 인생 두 번째 영화다. 홍콩 느와르가 유행했던 당시, 예술영화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고 배급사는 액션영화처럼 예고편을 만들었던 덕분에(?) 배신감을 느낀 관객들이 폭력사태까지 일으켰던 일화도 있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지금 다시 보려는 이유는 역시 사랑 때문이다. 60년대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영화이고, 당시를 살아가던 홍콩인들의 불안했던 삶을 배경으로 청년들의 사랑까지 암울한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영화라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은 어떤가~!? 과연 사랑을 할 줄 아는가? 장국영이 연기했던 주인공 아비는 애초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외로운 남자다. 영화에 관련된 평가를 들어보면 아비를 바람둥이로 치부하는 후기들이 많은데, 내가 보는 관점에서 아비는 바람둥이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솔직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려 노력하는 남자다. 다만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본능에 충실할 뿐, 영화의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지만 동시에 두 명을 만나는 일은 없다. 그러한 남자를 사랑한다며 애절하게 구애하는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이 여인들 역시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저 학습된 절차에 따를 뿐이고 역시 본능에 충실한 행동에 국한된다. 특히,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젊은 장만옥이 연기하는 소려진은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아비의 주도면밀한 접근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 후 동거를 통해 결혼에 이르려 하는 욕심을 부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사랑을 모르지만 사랑에 빠지는 착각을 경험한다. 외사랑... 서로 맞물림이 없는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연결된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 착각하며 집착하고 소유하려 발버둥치는 모습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벌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데이트 폭력이 난무하고 쉽게 결정한 결혼이 이혼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아픔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사랑도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성장 배경에 사랑이 부재한다. 그렇게 한 쪽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관계는 단 한 사람도 마주보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감정의 물결 위에 떠내려가는 사람들... 단 한 명이라도 뒤를 돌아보며 뒤에서 내민 손을 잡아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나를 그렇게 좋아한다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은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게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던 사랑이 있었다. 그 감정의 흐름이 잠시 멈추었던 시절에 다리 없는 새가 내려 앉듯 내 옆에 머물다 다시 날아간 사람을 떠올리니 영화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있다. 이런 영화는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니 장국영이 얼굴이나 춤, 음악, 특정 장면에 등장하는 모습들만 입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의 사랑... 결국 외로움이다. 아비는 물론, 아비의 친모와 입양모, 여주인공들과 그 여인들을 짝사랑하는 남자들...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외로움을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는 감독과 그 외로움을 이렇게 처절하게 담아낼 수 있는 촬영감독은 필시 평범을 넘어서는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들이리라. 왕가위는 이런 영화를 2편까지 만들기 위해 동시에 촬영을 했다는데... 2편이 나왔다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되었을까?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을 표현하며 보는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갈증을 유발하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