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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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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대한민국에서 겪는, 극한직업 능가하는 잔혹한 직업에 대한 생생 체험서.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능가하는 하류 인간에 대한 성찰 문학.         이 땅에는 정말 얼마나 말도 되지 않게 힘든 상황에서,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나, 생각이 되는 험한 곳에서험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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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1]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대한민국에서 겪는, 극한직업 능가하는 잔혹한 직업에 대한 생생 체험서.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능가하는 하류 인간에 대한 성찰 문학.

 

 

 

 

이 땅에는 정말 얼마나 말도 되지 않게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나, 생각이 되는 험한 곳에서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산다.

파산하고 망하고 도망치고 해서 마지막에 대한민국 끝에서 붙잡게 되는 직업군.

그래도 그것은 그들에게 살아갈 희망이고 젖줄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고 병들었고 부패해 있다.

노동한 만큼의 대가는 지급되지 않고, 공중으로 사라진다.

몸만 망가지고 빠져나올 수도 없다.

 

대한민국 끝에서 붙잡은 노동의 관리자, 경영자들은

노동자와 같이 몰리다 몰려 붙잡은 사람도 있고,

일부러 선택한 사람도 있다.

 

악하게 부려먹는 사람이 있고,

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될 수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매일같이 돼지 똥을 뒤집어쓰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달 마스크 세 개를 지급하면서도 수완 좋은 경영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나는 어째서 이들이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실제로 장님이었다.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며 먹고 사는지만 고집스럽게 보지 못하는 선택적 시각장애인.” (283)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 사는 곳이란,

그 일이 무엇이든간에

사람이 바로 생명이고 희망이기 때문 아닐까.

 

위대한 이름, 젋은 작가 한승태가 직접 꽃게잡이 배를 타고, 편의점과 주유소 알바를 하고, 돼지 농장에서 돼지를 치고,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따고, 자동차 부품 하청업제에서 기계를 조작하며 견뎌낸 생생한 기록들이 한겨울 삭풍에 흔들리는 문풍지처럼 왱왱 소리를 낸다. 날카롭고 춥고 어둡다. 읽는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가 겪는 모든 일은 계절과 상관없이 겨울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동료로 인정받았다. 여전히 일은 제일 못했고 밥은 제일 늦게까지 먹었지만, 나를 부르는 명칭도 막내에서 이름으로 진화해갔다.

 

사람들이 식사를 욕하고, 선주를 욕하고, 숙소를 욕하고, 날씨를 욕하고, 작업을 욕하면서도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를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처럼 힘들게 일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로 이유는 충분했다.”

(82)

 

어떤 뉴스에서도, 책에서도, 빅데이터 통계에서도 소개하지 않는, 유령 같은 노동자들의 삶을 자신이 스스로 생체실험자가 되어 문학으로 세상에 펼쳐냈다. 그는 고독으로 몸부림치면서 사람과 일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으려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는 많은 작업장에서 결국 쫓겨났다.

 

책 제목이 인간의 조건이라니. 참으로 철학스럽다.

무척 철학스럽고, 사회적인 한나 아렌트나 앙드레 말로, 에릭 호퍼,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명한 동명 책에 비해 결코 그 깊이나 넓이가 작지 않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묵직한 책 제목은 당연하다. 게다가 키가 커서 비닐하우스 작업을 더 힘들어했던 그가 위대한 이유는, 숙소랍시고 재워주는 곳이 한겨울에 난방조차 되지 않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단절되어 홀로 숱한 밤을 지새우며 그 일들을 감당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인간의 조건을 다루고 숙고할 작가의 자격을 갖추었다.

 

이론상의 벽, 가상의 벽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옆방 사람뿐 아니라 그 건너, 건넌방 사람의 통화소리, 재채기 소리, 코 고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내게 고시원이란 공간은 우리 시대 가족에 대한 냉소적인 은유처럼 느껴졌다. 바로 옆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의 신진대사 활동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생활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104)

 

나도 고시원 그 막막한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돌려막기 하던 카드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나는 가족에게 파산을 선언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슨 일이든 하려 가족과 헤어져 먼 곳으로 떠났던 적이 있었다. 당장 일하러 오라는 말에 고시원에서 몇 달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막막함, 생경함은 글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그때 고시원 좁은 방에서 썼던 시 한편은 선한리뷰 맨 마지막에 올린다.

 

하류 직업, 하류 인간이 있을까.

하향 평준화된 세상이 있을까.

 

옛날에는 떨어질 때도 차근차근 내려갔는데 요즘엔 그냥 한 방이야, , 어 하는 사이에 길바닥에 나앉아 버려.” (283)

 

어른들이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기 봐라 아이야.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어린 시절의 교육이 여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세상이 아직 우리에게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항구에서는 모든 사람의 삶이 하향 평준화된 사회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모두가 헌 추리닝을 입고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매일같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했다. 볼품없는 외모를 주눅 들게 만드는 예쁜 여자도 없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거기엔 실패를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편안함도 있었던 것 같다.

밑바닥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었고 나는 그 밑바닥에 있었다. 내가 신경 쓸 일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놀랍게도 항구에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83)

 

 

그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산업과 소비의 많은 부분이 허물어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며 일하는 많은 사람들. 사람 같지 않는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전태일의 분신 소식이 멀리 있지 않다.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답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돼지를 죽인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새끼를 받은 날이었다. 21동의 11번 방이었다. 아저씨들보다 세 배 이상 시간이 걸렸지만 나 혼자 닦고 묶고 자르고 약까지 발랐다. 그렇게 11번 방에서 태어난 새끼 열한 마리 모두 내 힘으로만 받아냈다. 어차피 모두 햄 공장 신세이긴 했지만 애착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마리를 집어들자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새끼 돼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라. 잡아먹히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231)

 

 

[선한리뷰]

내가 견뎌내는 하루하루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고 눈물 겹다 생각했는데,

얼마나 사치스런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이불 속에서 홀로 울지 않아야겠다.

 

여전히 척박한 세상 끝에서, 가족을 위해 참고 참으며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배를 건조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437)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힘들지만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그 길만이 타인에게 진 빚을 선하게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향의 거리]

 

이태훈

 

파송의 노래를 부르며

나는

눈물을 삼켰고

너는

눈물을 흘렸다.

파주

태양이 가장 아름답게 떨어진다는

낙조마을

 

 

태양은 날마다

혼자 떨어지는 연습을 하고

나는 날마다

그 옆 공터에서

혼자 늙어가는 연습을 하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또 다른 가족인 양

1.5평의 감옥같은 쪽방이

시커먼 입을 벌리며 나를 삼켰다.

사울왕을 피하여

막다른 동굴 속에서 노래를 부른

다윗을 닮기엔

내 신앙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도 기도하며

마지막 시간을

낮달 반달과 함께 한

곱디고운 낙조처럼

그렇게 저물게 하였다.

그렇게 아름답게 하였다.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0.03.2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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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삶의 빡센 노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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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왜 이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죠? 와 같은 물음에 가장 무난한,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간 추가 질문을 받거나 불합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마 '자아실현'일 테다. 허허,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자아란 무엇인가요. 불교에서는 자아란 없다고 가르치지 않나요? 자본주의 시대 작업장에서 자아가 없다는 의미는, 노동자가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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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왜 이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죠? 와 같은 물음에 가장 무난한,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간 추가 질문을 받거나 불합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마 '자아실현'일 테다. 허허,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자아란 무엇인가요. 불교에서는 자아란 없다고 가르치지 않나요? 자본주의 시대 작업장에서 자아가 없다는 의미는, 노동자가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이 일로 먹고 살고 싶냐는 추가 질문에는, 아 거참 자꾸 물어보시지 말라니까요. 지금 한국이 고도성장기도 아니고 일자리가 남아 도는 게 아닌데, 어떤 직장이든 붙어야 할 거 아닙니까......


# 0.3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동물이 아닌 존재로 살 수 있게 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먹고 자고 싸고, 가 아니라 인간은 일을 한다. 나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뭐, 결국 동물도 먹기 위해 사냥을 하든지 채집을 하든지 한다는 점에서 노동을 하긴 하니까, 노동이 인간만의 특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어쨌거나 인류 문명은 노동이야말로 성스러운 행위라고 이야기해온 게 사실이다. 아담 스미스나 칼 맑스 모드 근면성실한 노동이 부의 원천이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참 여남노소 가릴 거 없이, 일하기가 참 싫다. 같은 행위라도 노는 건 즐거운데, 일은 지겹다. 글쓰기, 음악, 미술 등등. 창작 행위에서도 마찬가지. 취미로 하면 재밌는데, 밥벌이로 연결되면 짜증난다.


# 1

한승태 저자가 쓴 노동 에세이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일의 종류는, 놀이로 해도 짜증날 법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잘 안 됐고. 전국을 떠돌면서 닥치는 대로 이 일, 저 일 가릴 거 없이 노동했다. 그리하여 책에 소개된 작업장만 해도 꽃게잡이, 돼지 농장, 편의점, 주유소, 부품 공장, 비닐하우스. 매우 스펙트럼이 넓다. 책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일에 관한 얄팍한 에세이와 차원을 달리 한다. 다 육체노동이고, 저임금이고,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2013년에 나온 책인데, 당시 최저시급 기준으로 월급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고 엄청난 육체 노동을 감내한다. 휴일은 1달에 두 번. 숙소와 식사가 제공되긴 하지만, 형편 없는 식단인 경우가 많다. 농장과 꽃게잡이 배에서는 고용주가 식량을 줬는데, 그 식량은 쌀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이런 일이다 보니, 저자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관둔다. 돼지농장이나 부품 공장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 


# 2

도대체 노동에서 오는 보람은 찾을 길이 없으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저자는 상사에게 항의도 해 보지만 개선되지 않는다. 한달에 장갑 세 짝을 달라고 한 요구(원래는 두 짝 제공)가 겨우 겨우 받아들여진다. 작업 현장에서 쌓이는 분노는 때로는 자신보다 약자인 돼지, 외국인 노동자로 향했다.  


# 3

인상적인 장면과 문장이 참 많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할 때, 다른 집이 사람이 필요하면 가는 그런 품앗이. 고시원에서의 풍경. 부품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 


# 4

이토록 열악한 노동으로 그 작업장이 돌아갈 수 있을까. 돈이 안 된다면 당연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버니까 고용주는 사람을 구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는 그 일자리에 지원한다. 마음가짐과는 달리, 몸이 안 따라주니 오래 일하지 못한다. 그 자리는 또 누군가 대체한다.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는 돈을 번다. (물론 농사지을수록 빚만 많아지는 농가는 예외)


# 5

이 책을 읽으며 난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타자의 경험을 자아의 각성에 이용하는 건 확실한데... 나는 저 저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아서 된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데서 만족하면 되나... 갈수록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질 텐데, 나도 자기계발 해야 하나... 편의점, 식당 갈 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손님이 되는 것으로 충분할까.


# 6

이 책을 읽고 단번에 한승태 저자 팬이 되었다. 최근작 『고기로 태어나서』도 읽어야지. 소설가 지망인 저자답게, 문장력이 대단하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소재이나, 적절한 곳에 풍자와 해학을 넣었다. 다만, 약간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결말 - 특히 주유소 편 - 은 조금 아쉬웠다. 픽션이 가미된 논픽션이라 했는데, 주유소 편 결말이 실화였다면 대박이고.


# 7

읽는 동안 자주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한 공중파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일손이 부족한 작업장 - 주로 중소기업 - 에서 사연을 신청해서 연예인이 구슬 땀을 흘리고, 그 일당을 기부해서 불우이웃을 돕는 훈훈한(?) 방송이었는데. 아마 지금 비슷한 컨셉으로 방영한다면, 가루가 되도록 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열악한 작업장,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이런 업무를 연예인이 와서 전시성 노동을 한 뒤, 그래도 노동은 보람찼습니다, 하고 멘트를 날리면 해당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느끼기에 상당한 모독일 수도.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을 '체험 삶의 현장'으로 붙이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지금 제목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 겹쳐서 검색에서 불리할 수 있고, 저자의 경쾌한 문장에 비해 제목이 가지는 무게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소재가 무겁긴 하다.)


---


"막내야, 니 산 타는 거랑 배타는 거랑 어느 게 더 힘드노?"

"전 배가 더 힘든데요."

"와?"

"배는 일이 끝이 없잖아요."

"그래, 뱃일이 힘들지. 그치만 무슨 일이든 다 마찬가진 기라. 막내야 바라. 니가 평생 여 있을 거 아이다 아이가? 이 세상에 있제. 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다. 무슨 일이든 다 힘든 기라. 니 당장은 뱃일이 제일 힘든 거 갖제? 여만 나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제? 근데 그게 안 그렇다. 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건 그거 다 힘들 끼라. 내가 앞날이 창창한 아한테 악담을 하는 게 아이고 일이란 게 그런 기라, 일은 우찌 됐든 힘든 기라." (70~71쪽)


항구에서는 모든 사람의 삶이 하향 평준화된 사회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모두가 헌 추리닝을 입고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매일같이 위험하고 힘들게 일했다. 볼품없는 외모를 주눅 들게 만드는 예쁜 여자도 없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거기엔 실패를 받아들인 데서 오는 편안함도 있었던 것 같다. (83쪽)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 그 역시 자기 확신과 자기 자랑이 심했다. 그는 어렸을 적 무슨 비극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처럼 사람을 믿지 못했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인색한 사람보다 의심 많은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고달프다. (111쪽)


결국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드는 이유는 내가 지방에 살 생각이 없는 것과 같은데, 그건 모든 것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중략) 어떤 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서울이다. (139쪽)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길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고시원 투숙객과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도 비슷한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65쪽)


좀도둑질이나 일삼는 정치인에게 사회봉사랍시고 꽁초나 줍게 할 게 아니라 이런 똥 리어카를 끌게 할 일이다. (202쪽)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 100만 원은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왜 더럽고 힘든 일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과소평가되는 걸까? 지금의 대통령이 게으름을 피운다면 시위대가 할 일을 잃을 뿐이겠지만 누군가 똥오줌을 치우지 않는다면 모두가 미치거나 병들어 죽게 될 것인데도 말이다. (220쪽)


조롱을 감수하면서 맞지 않는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가 보기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삐뚤어지게 만든다. 내가 경멸하는 사람은 황소 심줄 같은 끈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참고 참아서 끝내는 어디선가 한자리 꿰차는 사람들. 그러니 너희들도 인생의 절반을 무의미한 일을 하며 살라고 권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중도 포기자들은 언제 어디서고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 해야겠다. 참을성 좋은 사람들은 체면이니, 부모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명분에 충성을 다하는데,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건 여지없이 이런 부류다. (234쪽)


고기 반찬이 나왔다고 잔치 분위기로 변하다니, 그게 무슨 쌍팔년도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지금이 21세기라고 해도 모두가 화상 통화를 하고 제트팩을 메고 출근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IMF 시절을 살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서울 올림픽 시대의 삶을 산다. 삶의 스펙트럼 전체를 살펴본다면 얼마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동시대적인' 생활 수준을 누리는지 확인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237쪽)


떠돌이 생활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도무지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매번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일자리를 겪어보면 이전 경험이 꽤 괜찮은 축에 속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295쪽)


마을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돈만 밝히고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일이란 어떤 사람이라도 꺼릴 만한 일이다. (332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9.02.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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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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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꽃게잡이, 편의점, 주유소, 돼지농장, 생산공장, 하우스농장 등 우리 사회를 축약해놓은 듯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었다. 책에는 젓갈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도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선주들이 오랜 기간 배를 항구에 정박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가 꽃게잡이 일을 할 때도, 옆 마을의 젓갈배에서 탈출하려던 중국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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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꽃게잡이, 편의점, 주유소, 돼지농장, 생산공장, 하우스농장 등 우리 사회를 축약해놓은 듯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었다.


책에는 젓갈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도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선주들이 오랜 기간 배를 항구에 정박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가 꽃게잡이 일을 할 때도, 옆 마을의 젓갈배에서 탈출하려던 중국 사람들이 바다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가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함께 배에 탔던 동료가 선주에게 뱃일을 그만 두겠다고 말하자 깡패들을 뒤에 세운 선주가 동료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일. 대낮에 길거리에서 폭행당하던 동료가 눈 앞에 보이던 파출소로 뛰어갔건만 모른 척 하던 파출소장의 이야기는 나를 멍하게 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참혹한 이야기들만 담겨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엉망진창인 현장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경악하게 만들다가, 롤로코스터를 태우듯 금새 재미있는 묘사로 낄낄대게 만든다.

<203P>

똥물을 헤치고 분뇨장 안쪽까지 리어카를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분뇨장 입구에만 똥을 잔뜩 쌓았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이란 존재를 늘 의심했지만 철철철소리를 내며 검붉은 똥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으로는 신을 부르짖게 된다. 이틀 동안 분뇨장에서 신을 찾은 횟수가 그 이전까지 기도한 횟수를 압도할 것 같았다. 신심이 시든 종교인에게 분뇨장에서 일해볼 것을 권한다.

각 작업장에 대한 묘사는 가히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3을 뺨칠 정도로 섬세하다. 예컨대 통발배와 어망배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때 배에 탄 사람들끼리 어떤 싸움을 벌이는지 등은 다큐에선 결코 못 볼 이야기다. 방송에선 죽이네 살리네 하는 살벌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실어 내보낼 순 없을 테니까.

나는 이 책을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게 될 청년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어딘가에선 여전히 갑질이 만연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싼 임금을 주고, 공장에서 사람이 다치면 다친 사람을 해고하고 모른 척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앞으로 네가 겪어낼 일들 보다 어딘가엔 더 힘든 일이 있음을 직시하라는 헬조선식 위로를 전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그랬듯 가장 영향력 없는 사람들이 엉망진창인 우리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싶어서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말 멋진 프로작가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끝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책이 2013년에 나왔는데, 몇 몇 일자리 현장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지도 조금 궁금하다. .

<332p>

마을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돈만 밝히고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일이란 어떤 사람이라도 꺼릴 만한 일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누군가는 최악의 생활환경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그런 생각은 엄하게 훈육받은 아이들이 장래에 성공한다는 믿음만큼이나 헛소리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왜 누군가는 항상 고통 받으며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어째서 가장 영향력 없는 사람들만이 이 엉망진창인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389P>

많은 사람들이 젊은 친구들이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면서 돈만 밝힌다고 투덜댔다. 이런 평가는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고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작업장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보수도 적은 일을 참고 버티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걸까? 누군가 그런 일을 그만둔다면 그건 그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명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n**2 2020.09.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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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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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치 않게 구매하게 됐는데 정말 많은걸 느끼게 되었어요. 아무생각없이 노동자1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노동자이기 때문에 기피했던 현실들을 잘 꼬집어 주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실제로 직접 겪은 일을 쓴 글이라서 그런지 생동감과 현실감이 남다릅니다. 저자님이 겪은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또 별 변화가 없는 노동의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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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치 않게 구매하게 됐는데 정말 많은걸 느끼게 되었어요. 아무생각없이 노동자1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노동자이기 때문에 기피했던 현실들을 잘 꼬집어 주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실제로 직접 겪은 일을 쓴 글이라서 그런지 생동감과 현실감이 남다릅니다. 저자님이 겪은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또 별 변화가 없는 노동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한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릴수 있는 책입니다.

w****j 2019.04.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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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감동을 받아서 다른 작품이 있나 찾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와 같이 저자가 직접 경험한 고기잡이배, 주유소, 편의점 등의 직업 편력기입니다. 고단하고, 막막하고, 모멸스러운 경험이라도 그것이 글로 씌어질 때는 강점이 있는 듯합니다. 소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요. 저자의 다음 글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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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감동을 받아서 다른 작품이 있나 찾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와 같이 저자가 직접 경험한 고기잡이배, 주유소, 편의점 등의 직업 편력기입니다. 고단하고, 막막하고, 모멸스러운 경험이라도 그것이 글로 씌어질 때는 강점이 있는 듯합니다. 소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요. 저자의 다음 글을 기대해봅니다.

u*****i 2019.02.1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