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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무아르... 나는 오늘도 에밀졸라가 한 번 훅하고 들어온 이 단어에 정신을 놓았다. 잡은 손에 책이 떨어져나간 책의 형상이 저 바닥아래 뒹군다. 이미 이것은 나를 떠나가야했다. 그의 상상속에서, 그가 잘 버무려넣은 그 시기 프랑스사회에 모습을 내 머릿속으로 구겨넣은 것으로 시작한 것도 모자라 내 마음도 휘저어놓았다. 나쁘고 멋지고 설레고 요망한 에밀졸라. 삶의 한 가운데에 던져진 듯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그는 늘 나를 유쾌하지 않게 한다. 불편하다. 불편한데 또 직시하게 만든다. 얼마마 이기적인 나인가. 그저 고개만 돌리고 귀만 막으면 된다. 마음속으로 들리는 소리를 외면한 채 살아가면 된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살아서 내 마음 에너지를 보존하고 싶어지기도 하다. 책을 다 읽엇으니 다시 책 표지로 돌아간다. 우선 그가 던진 책 제목 글자 그대로의 아소무아르를 바라본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의 원래 제목 아소무아르... 때려눕힌다. 독주에 때려 눕혀진다 라는 뜻으로 쓰여진 아소무아르 동사.. 프랑스 단어 하나가 내 안으로 살며시 들어와 앉아 똬리를 튼다. 빚진 것도 없이 이 무거운 마음은 이 단어하나가 싸가지고 들어온 제르베즈의 삶의 무게 때문인듯 싶다. 제르제즈 답답한 여자. 영리하지 못한 어리석은 여자 일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히 일하고 또 일하는 세탁부의 삶을 통해 아이와 버려진 아픔도 잊고 열심히 살았다. 그랬어야했다. 그녀를 뜯어 먹는 독수리 같은 전남편(랑티에)과 현 남편(쿠포)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특유의 순응하는 삶으로 개척한 삶을 버린다. 교묘한 전 남편(랑티에)의 술수에 빠진 현남편의 게으름과 우둔함도 독보인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였을까? 남자를 빼고 아들과 딸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았을까? 고작 이런 삶을 살자고 그렇게 힘든 일들을 겪어낸 것일까? 도대체 왜 떠나지 않았을까? 왜 거부하지않고 다 받아들이고 그 익숙함으로 걸어들어갔을까? 제르베즈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충분히 잘 살수 있었잖아. 충분히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하고 떠날 수 있었잖아. 결국 제르베즈 사악한 전 남편도 문제였지만 경제관념 일도 없는 당신의 태도도 당신을 파멸로 이끈게 아닐까? 당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준 구제가 당신에게 자존감과 존엄성을 유일하게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 관계를 망친것도 당신 아닌가? 에밀졸라는 노동자의 삶의 비참함, 독주로 인해 망가져가는 삶을 제르베즈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알콜로 망가져가는 한남자와 그로 인해 알콜에 의존하는 제르베즈. 자존심도 내팽겨치게 만드는 가난함속에서 꿋꿋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늘 꿈꾸는 "일이있고 먹을것이 떨어지지않고 깨끗한 잠자리"를 잃어버린다. 침대매트리스까지 팔고 지푸라기를 모아 바닥에서 자야했고 먹을 것이 모자라 빵부스러기조차 핥아야했다. 그 와중에 자신밑에 일하는 세탁부였던 여자와 그녀의 딸이 독주에 빠져사는 술주정뱅이(남편이자 아버지)에게 맞아죽는 것을 봐야했다. 한 가족이 무너져내렸다. 독주를 마시는 제르베즈와 그녀의 남편 쿠포. 그들의 딸의 일탈.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폭언과 폭력, 가난, 배고픔.... 아무도 없이 작디 작은 차가운 방에서 죽어간 베르베즈. 두렵다. 삶이. 지금이나 1860년이나 다를게 없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게 죽는다. 사람들은 술이나 담배로 세월을 의미없이 보낸다. 외롭고 두려운 삶을 이런저런 이유로 도망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당시 노동자의 삶이나 현대인의 삶은 왠지 판박히처럼 닮아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나갈 수 없는 미로를 걷고 있는 듯 싶다. 환경속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신력이 문제라고. 아까 제르베즈를 몰아세운 경제적 관념의 부족이 꼭 그녀만의 탓일까도 싶어진다. 환경을 뚫을 만한 의지가 우리에게 있는 걸까? 다 같이 공생할 마음이 우리에게는 있는 걸까? 에밀졸라의 책은 사람의 내면의 묘사도 좋지만 그 시기에 노동자들의 삶, 기계가 그 들의 자리를 뺏아가는 과정, 최악으로 치닫는 도덕성의 문제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분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제르베즈의 고운 마음, 어리석은 선택, 그녀를 둘러싼 많은 인간군상들이 계속 떠온른다. 어쩔 수 없다. 제르베즈. 최선이라고 말할 너에게. 나는 어떤 것도 할말이 없어진다. 나의거만과 오만이 부끄러워진다. 너의 선택은 최선이였으리라고 믿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