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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 10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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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신 문화사(史)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필수 불가결일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막대합니다. 특히 근세와 근대를 구성하는 조선 왕조기에는 유가가 중심이 된 지배세력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교세를 유지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는 첫째 유교의 가르침이 미처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을 알뜰하게 보살핌으로써 사대부의 갈증까지 해소해 주었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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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신 문화사(史)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필수 불가결일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막대합니다. 특히 근세와 근대를 구성하는 조선 왕조기에는 유가가 중심이 된 지배세력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교세를 유지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는 첫째 유교의 가르침이 미처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을 알뜰하게 보살핌으로써 사대부의 갈증까지 해소해 주었고, 둘째 피지배층의 고단한 삶을 밀착거리에서 위무함으로써 민중의 벗이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특히 저 후자의 관점에서 한국 불교 천오백년사를 회고하고 있습니다. 당대에 이름을 높인 고승이라고 해도, 일반 백성의 삶을 도외시한 채 귀족 계급의 이해에만 관심을 집중한 이에 대해서는 냉혹한 비판을 시도합니다. 반면, 종래 통념상 지배층의 이익에만 이데올로기적으로 봉사했을 것 같은 명사에 대해서도, 실상은 꼭 그렇지 않았다는 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합니다. 

이 책은 제목이 표시하는 그대로, 저자가 선정한  100장면에 대한 탐구와 편집, 정리를 시도합니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세계 불교사라기보다는 "한국" 불교사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100장면 중 무려 92개의 컷이 세계사의 다른 무재가 아닌 바로 이 강산에서 벌어진 일을 주제로 삼고 있음이 이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민족사의 굵직굵직한 궤적 중 불교가 숨어서 기여했던 장면, 불교사 독자적인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장면 등이 섞여 있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이 둘을 가르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결론도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저자뿐 아니라 공정한 독자의 시선에서, 불교사가 곧 한국사요, 한국사가 곧 불교사라는 다소 과감한 규정도 전혀 무리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는 우리 역사의 발전, 우리 민족의 생존, 우리 민족 문화의 창달이 오롯이 불교의 덕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에 결론이 수렴할 때도 있습니다. 예컨대 타락한 불교 문화가 국민의 생산력을 저해하고 정치 윤리를 파탄시키는 폐해는 비단 정도전 같은 이가 그 저서 <불씨잡변>을 통해서만 강조한 게 아닙니다. 고려 유학사에 이름을 남긴 저명한 선비, 관료, 학자들은 웬만하면 한 번쯤은 이 당대 불교의 악덕을 짚고 나선 바 있습니다. 우리가 호법 군주로 알고 있는 세종대왕 역시, 집권 초기에는 매서운 칼날로 썩은 불교의 환부를 도려내었는데, 이는 그 부왕 태종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함이었습니다.

보통,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에 나온 대로, 소수림왕(고구려), 침류왕(백제) 대(代)에 불교가 이 땅에 최초 전래된 줄로만 압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 이미 이 정교하고 세련된 외래 종교가 민중의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 있었으며, 다만 국가 차원에서의 공인이 그 즈음에 이뤄진 정도로만 간주하는 태도입니다. 다만, 이차돈의 고사에 대해서는 이런 관점을 유지할 수 없을 텐데, 저자는 오히려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는 용도로 이 소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 중 하나는 강점기와 민국 건국 직후 불교계의 친일 인사들의 행적에 대해 서술한 부분입니다. 이승만 정권의 강력한 왜색 불교 청산(그는 불교계 정화에 있어서만큼은 일제 잔재 척결에 있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과정에서 또다른 부작용으로 남은 것이, 바로 "폭력 승려의 교단 주도"였습니다. 대처승 세력을 몰아내려면 논리나 시스템적 접근이 아닌, "주먹을 통해서 행사하는 실력적 처분"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깡패가 승복 입고 삭발한 후 그대로 눌러앉아 사찰의 살림을 관할하는 웃지 못할 실정을, 무려 반 세기 이상 남겨 놓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저자는 "이들이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려면 이천 십 수 년 정도 시점이 되어아 가능"하리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이 쓰여진 건 이십여 년 전, 그리고 지금은 2015년입니다. 과연 한국 불교의 위상은 어떤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요즘일는지요.

v*****7 201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