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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8년간에 걸친 카프카 친필 원고의 소유권에 관한 재판에 대한 얘기이면서 카프카의 삶과 그의 유고(遺稿)가 거쳐온 과정도 다룬 글이다. 이 재판의 시작은 에스테르 호페(Esther Hoffe, 1906~2007)의 유언 공증에 대한 이의였지만, 결국 본질은 ‘누가 카프카 친필 원고를 소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본 소송은 개인 소유권과 두 나라의 공익을 맞세우는 형태 ? 독일어를 사용하는 프라하 작가 막스 브로트(1884~1968)의 유산은 에바 호페에게 가야 하는가, 아니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차라리 독일 마르바흐의 ‘독일문학 아카이브’에 보관되어야 하는가? ? 였다. ~ 중략 ~ 브로트는 또 한 명의 프라하 작가, 하지만 이제는 현대문학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된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친구이자 편집자이자 유저(遺著) 관리인이었다. [pp. 10~11] 죽은 후에 빛을 본 천재, 카프카 우리에게 <변신(Die Verwandlung)>(1915)의 작가로 기억되는, 프란츠 카프카(Frants Kafka, 1883~1924, 이하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학교를 다니고 프라하에서 직장 생활을 했으며 죽어서도 프라하에 묻힌 ‘프라하 토박이’였다. 그리고 프라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제후국 보헤미아 왕국(1867~1918)의 수도였기에 카프카는 독일 문화권에서 자란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여졌다. 작가가 사용한 언어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관행에 따르면 카프카는 독일어권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가 글을 써서 명성을 얻거나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대 독자들로부터 인정받은 적도 없었고, 후대 독자들의 평가가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해본 적도 없었다. 그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고, 단 한 편의 장편소설도 완성해내지 못했다. 책으로 출간된 극소량의 글들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재고로 묻혔다. [p. 178] 그런 의미에서 막스 브로트(Max Brod, 1884~1968, 이하 ‘브로트’)의 노력이 없었다면 카프카는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브로트 덕분에 카프카의 완결되지 않은 장편인 <소송(Der Prozess)> 혹은 <심판>, <성(城, Das Schloss)>, 브로트에 의해 <아메리카(Amerika)>로 제목이 변경된 <실종자(Der Verschollene)>가 빛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카프카를 ‘현대 사회에서 수난 당한 성자(聖者)’로 만들었다. 자, 그렇다면 카프카의 문학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브로트는 스스로를 한 가지 이상의 의미에서 “사이에 있는 사람”, 즉 독일 문화, 체코 문화, 유대 문화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그래서 세 문화 각각에 조율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p. 39] 카프카의 문학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글을 쓰는 카프카는 집단에 속하게 해주겠다는 제안들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p. 97] 독일의 주요한 카프카 해석자 한스 디터 짐머만은 이를 좀더 명확하게 말한다. “그는 단 한 번도 시온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언젠가 카프카 본인이 말했듯, 그는 ‘고삐 풀린’ 개인주의자였다.” [p. 97]. 브로트, 유고(遺稿)의 상속인인가 유고(遺稿)의 신탁 관리자인가 카프카는 자신의 첫 독자이자 광신적 숭배자인 브로트에게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가장 친애하는 막스에게 내 마지막 부탁입니다. 내가 남기고 가는 것 중에 […] 공책과 원고와 편지(받은 것과 쓴 것 모두), 그리고 스케치 등등은 읽지 말고 남김없이 불태워 없애주기 바랍니다. 더불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글, 그림 전부,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글, 그림 전부(당신이 나 대신 돌려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역시 그렇게 해주기 바랍니다. 나한테 받은 편지를 당신에게 넘겨 주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불태워 없애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주기 바랍니다. [p. 180] 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의 유언과는 반대로 그의 원고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몰두했다. 아마도 여기에는 그가 카프카가 손댄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모을 만큼 열렬한 팬이었다는 것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그가 발표한 거의 모든 글은 내가 설득을 통해서 혹은 계략을 통해서 억지로 얻어낸 것들이다”라고 브로트는 훗날 회상했다. [p. 48] 어쨌든 브로트는 카프카의 ‘유언(遺言) 집행자’ 역할 대신 ‘유고(遺稿) 관리자’의 역할을 택했고, 그가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 편집했다. 브로트는 카프카가 무제로 남겨둔 글들에 제목을 만들어 붙였고, 카프카가 번호 없이 낱장으로 남긴 글들에 순서를 만들어 엮었다. 카프카의 텍스트가 변경 내지 수정이 불가능한 텍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시달려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브로트는 여러 편을 한 편으로 합치기도 하고 잘라내고 싶은 부분들을 잘라내기도 했는데, 미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그렇게 했다. 그는 문장들을 재배열했고, 카프카의 느슨한 구두점과 특이한 철자 습관들을 깔끔하게 고쳐놓았고, “문법 오류”(브로트의 표현)와 프라하 구두어를 바로 잡았고, 문단 구분과 식자공을 위한 메모들을 어설프게 건드렸으며, 친필원고 위에 붉은색으로 무언가를 써넣었다. [pp. 197~198] 그렇다면 브로트는 카프카의 유고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일까? 카프카의 신뢰를 어겼다는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마리아나 슈타이너(Marianne Steiner, 1913~2000) 등 카프카의 조카들이 아닌 그에게 소유권이 가는 것이 적법한 것일까? 혹시 카프카가 그에게 준 것은 유고의 처리 권한, 즉 신탁자로서의 권리가 아닐까? 물론 카프카가 생전에 브로트에게 준 원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브로트가 독점했던 카프카의 친필 원고 가운데 어디까지가 카프카 생전에 증정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2심인 델아비브 지방법원의 판사들을 이를 이용, ‘브로트는 카프카 친필원고 중에 카프카가 생전에 그에게 준 것들의 소유자로 간주될 수는 있겠으나 카프카 사후에 브로트 본인이 카프카의 책상 서랍에서 꺼내 간 것들의 소유자로 간주될 수는 없다. 하지만 후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없으니, 후자는 브로트 문필 유산과 함께 묶여 처분될 것이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이 법정은 카프카의 상속인들을 찾아볼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카프카의 친필원고 중 어느 것이 전자이고 어느 것이 후자인지 목록을 작성하지도 않았다. (카프카의 조카들 중 넷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는데, 그 중 여동생 오틀라의 두 딸 베라 사우트코바(1921~2015)와 헬레나 코스트로우호바 다비도바(1923~2005)는 프라하에 거주했고, 엘리의 딸 게르티 헤르만(1912~1972)는 캐나다로 피신했으며, 발리의 딸 마리아나 슈타이너(1913~2000)은 런던에 거주했다.) [p. 118] 결국 카프카가 죽은 후 브로트가 얻은 원고만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게 처분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를 구분하는 목록을 작성하지 않아 사실상 카프카 원고 전체의 처분을 결정한 셈이다. 심지어 이 판결을 위해 에스테르 호페를 상대로 하는 1973년 소송에서 이스라엘을 위한 증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카프카의 조카 마리아나 슈타이너의 존재도 무시했다. 에스테르 호페는 유산 상속자인가 신탁 관리자인가 시오니스트가 된 브로트는 1939년 나치의 위협을 피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 텔아비브에 정착하여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 편집했다. 이때 그를 도와 원고를 정리했던 것이 그의 비서이자 연인이었던 에스테르 호페였는데, 1961년 브로트가 전 재산을 자신의 연인인 그녀에게 준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이때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카프카 친필 원고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했다. 브로트가 사망하고 5년 뒤인 1973년, 이스라엘 정부는 에스테르 호페를 고소했다. 고소이유는 피고가 상속받은 카프카 원고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담당 판사는 델아비브 지방법원의 이츠하크 실로 판사였다. 1974년 1월 당시 실로 판사는 브로트의 최종 유언장에 따라 “호페 부인은 그의 유산을 평생 재량껏 처리할 권리를 갖는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p. 19] 실로 판사의 판결에 의해 정당한 소유권을 확인 받은 에스테르 호페는 그 원고들을 자신의 딸 에바 호페(Eva Hoffe, 1936~2018)와 루스 비슬러(Ruth Weisler, 1932~2012) 자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하지만 자매들이 어머니의 유언을 공증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변호사 메이르 헬레르가 카프카의 원고를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 등에 기증해서 공개하라는 소위 ‘브로트의 편지’를 가지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에스테르 호페 유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유대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유대 문학 작가였던 카프카는 (그의 사후에 건국된) 유대국(jewish state)의 작가다. 둘째, 카프카가 유대국의 작가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카프카의 유대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논의에 의지하고 있는 것에 못지않게 카프카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는 논의, 다시 말해 카프카가 독일의 국보가 아니라고 정의하는 논의에 의지하고 있었다. [p. 23] 이렇게 시작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에서 묘사된 것처럼 악의적인 비방 등에 시달리던 루스 비슬러는 암으로 사망했고, 에바 호페 또한 패소로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사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브로트 유산을 강탈한 이스라엘에서 정작 브로트의 원고 등은 소홀하게 관리되고 있다 히브리 대학교에 다닌다는 한 독일인 대학원생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보다는 차라리 마르바흐 아카이브 사서들이 브로트 유산을 잘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 중략 ~ 2013년 그는 스코푸스산에 남아 있는 히브리 대학 도서관 폐기도서 선반에서 예사롭지 않은 책과 마주쳤다. 막스 브로트가 쓴 하인리히 하이네의 전기(1934)의 저자 소장본이었다. 깜짝 놀란 그 학생이 책 속에서 발견한 것은 브로트의 필적으로 쓰여 있는 100개가 넘는 주석들, 교정들, 수정 사항들이었다. 그 책이 왜 폐기되어 있는지 사서는 그에게 답변해주지 못했다. [p. 257] 결국 이 기나긴 소송에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나 독일의 마르바흐 독일문학 아카이브 모두 중립적으로 카프카의 문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카프카를 자국의 과거에 영광을 안겨줄 우승 트로피로 이용하고자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양측 다 이 작가를 국위 선양의 도구로 여기는 듯 했다. [p. 17] 그래서 에바 호페는 이스라엘 대법원의 선고가 있은 후 “그래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 내 이름이 호페(Hoffe[독일어로 ‘나는 희망한다’라는 뜻]잖아” [p. 25] 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리뷰어클럽리뷰 |
![]()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카프카의 원고를 둘러싼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와 조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카프카와 막스 브로트의 글들을 손에 쥐게 된 개인 에바 호페와 두 나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그리고 독일문화 아카이브 사이에 벌어지는 소유권 주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소송이 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하여 상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사실 카프카는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이 남긴 문서들을 태우라고 지시하는 쪽지들을 남긴다. 가장 친애하는 막스에게 내 마지막 부탁입니다. 내가 남기고 가는 것 중에 [...] 공책과 원고와 편지(받은 것과 쓴 것 모두), 그리고 스케치 등등은 읽지 말고 남김없이 불태워 없애주기 바랍니다. 더불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글, 그림 전부,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글, 그림 전부(당신이 나 대신 돌려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역시 그렇게 해주기 바랍니다. 나한테 받은 편지를 당신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불태워 엾애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내주기 바랍니다. 당신의 프란츠 카프카 -p.180 이것은 첫번째 쪽지이다. 두번째 쪽지에서 카프카는 자신의 상태가 심상치않음을 인지하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가 쓴 글 중에 괜찮은 것은, 단행본에서는 <판결><화부><변신><유형지><시골의자>, 단편으로는 <단식광대>뿐입니다. [...]이것들 외에 내가 써낸 출판물은 전부 [...] 예외 없이 불태워 없애줄 것, 가능한 한 당장 그렇게 해줄 것을 당신에게 부탁하는 바입니다. -p.181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카프카의 유언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카프카처럼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카프카는 정말도 자신의 글이 다 재가 되길 바랬을까?' 막스 브로트의 말에 따르면 1921년 카프카가 모두 소각해 달라는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브로트는 자신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브로트 본인의 기록이긴 하다.) 브로트는 카프카가 자신의 거절을 진정성있게 받아드렸을것이고 카프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조치였다면 다른 유언 집행자를 지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카프카는 왜 자기의 마지막 부탁을 브로트에게 들어달라고 했을까라며 의문을 갖는다. 자신이 미완성 작품이 저자인 본인 허락없이 출간되기를 바라서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하며 읽었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양가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완벽한 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브로트라면 자신의 글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기를 바랬던 것을 아닐까...... 카프카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행동들처럼 카프카는 마지막 결정을 자신 스스로 집행하지 못했다. '자신의 작품파기' 역시 '브로트'에게 넘긴 것 같다. 카프카의 예상처럼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작품이 모두 굉장하다고 생각했고 미완성작도 자신의 손을 거쳐 출간했다고 한다. 유언은 처음부터 지켜질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싶다. 브로트가 태우지 않은 문서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카프카에 열광하고 카프카의 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카프카가 태우라고 했던 글들 중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 카프카와 카프카의 작품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카프카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하는 책이다. 카프카와 관련된 인물에 관한 이야기와 당시 상황, 나아가 카프카의 사후에 벌어진 일들까지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카프카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카프카의 적법 상속자는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책 자체의 이야기, 즉 책의 내용이 흥미로운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다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소개글과 제목을 그런 책의 숨겨진 뒷얘기 같아서 더욱 흥미로워져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유고를 둘러싼 한 개인과 두 국가 간의 법적 분쟁과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 읽던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자신이 남긴 미발표 원고들을 태워달라는 뛰어난 작가들이 꽤 있는데, 내가 그 부탁을 받았다면 과연 그 부탁대로 해줬을 것인가 아니면 원고들이 빛을 보지 못 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아마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카프카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라서 필모그래피를 독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가라면 읽어볼 만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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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른 채 재판을 받게 된 요제프 K가 갖은 노력을 하고 분투했지만 결국은 비참하게 처형되는 카프카의 소설 ‘소송’이 있다. 베냐민 발린트의 논픽션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많은 부분에서 이 소설을 상기시킨다. 카프카가 유언으로 그의 소설, 일기, 편지 등 모든 서류를 소각하기를 원했다. 그의 친구이자 유언 집행자인 막스 브로트는 그의 유언을 지키지 않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는 죽기 전에 그의 비서인 에스테르 호페에게 증여했고 그녀는 죽으면서 딸인 에바 호페에게 다시 상속했다. 2007년, 이스라엘에서 카프카와 브로트의 유고 소유권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된다. 카프카가 사망한 지 80여 년, 브로트가 사망한 지 40여 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재판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9년에 걸친 소송은 개인의 소유권과 독일, 이스라엘 두 나라의 국익이 맞대결하는 형태였다. 에바 입장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브로트로부터 어머니인 에스테르를 거쳐 상속받은 재산을 졸지에 빼앗기게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의 입장은, 브로트가 에스테르 호페에게 본인의 유산을 상속한 것은 증여가 아니라 신탁이었다고 강조하고 딸에게 물려줄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프카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나치에 의해 살해당했는데, 카프카 문서가 독일 소관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독일 마르바흐 아카이브는 브로트가 1960년대에 마르바흐를 방문해 본인의 유산을 그곳에 두고 싶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적도 있다고 하면서, 카프카 문학을 연구할 전문인력과 자원이 풍부하며 이미 세계적 규모의 저명 작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카프카 유산을 소장품 목록에 추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결국 최종 재판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의 승리로 끝난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소송에서 패배한 에바 호페에게서 요제프 K의 모습이 보인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리뷰어클럽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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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한국 독자들에게 카프카 문학은 어떤 맥락에서 독해되고 있는가? 그의 대표작 <변신>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부조리에 휘말리는 인간의 삶, 노동의 쳇바퀴와 현대 사회의 무자비함 등등으로 쉽게 칭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발생한 맥락은 카프카의 개인적 삶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아버지와의 관계, 건강이나 문학에 대한 태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이 그 시대의 맥락 안에서 고려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해석으로 그치는 것은 더 거대한 사회에 대한 통찰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카프카의 문학은 "현대 사회의 소외된 개인"이라는 의미 속에서도 이미 충분히 두꺼워서, 또한 한국 독자들에게는 '유대교'나 체코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그의 민족이나 국가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독해되어 왔을 뿐이다. 이 책은 카프카와 그의 친구 브로트의 사망 이후 벌어진 호페 가를 상대로 한 원고 반환 소송의 맥락을 짚어가며 카프카가 겪은 신앙, 역사 등 다양하고 거대한 관점을 통과하고 있다. 사실 내가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호프>를 재밌게 봤기 때문이다. 다만 '팔다리'처럼 붙은 원고와 에바의 인생을 조명한 극과 달리, 이 책은 그에 더해 보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 카프카의 문학을 향유하는 새로운 시각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본 소송은 그 사이비 상속자들이 그들의 소유욕으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모습 또한 폭로했다. 카프카의 상상력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알고 있던 그들은 소유하기를 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억제하고 분류하기를 원했다. 예술 차원의 긍정과 국가 차원의 긍정은 서로 전혀 별개의 것이다." - P.313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은 '자격'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프란츠 카프카 원고의 상속인을 자처하는 이들(독일, 이스라엘, 브로트와 호페까지)은 치열하게 주장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명징하게 납득 가능한 권리는 없어 보인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뿐이다. 이는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전쟁, 학살, 물신주의 같은 비참함을 유발하는 일련의 일들의 원리를 밝히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소유할 수 없는 것, 누구에게도 자격이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이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지 않은가? 아무튼 카프카의 세계에 관심 있는 사람, 특히 그의 소설 <소송>을 재밌게 본 사람과 뮤지컬 <호프>에 관심 있는 사람, 또 유대인과 독일인의 경계, 디아스포라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책 자체가 하나의 치밀한 다큐멘터리로써의 충분한 재미가 있고,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누구라도 카프카에 대해 궁금해지리라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읽고 많은 사람과 카프카 이야기를 깊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어클럽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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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고를 때는 법정과 관련된 소설책인 줄 알았다. 표지의 제목과 그림이 소설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책이 아니고 카프카 작가의 원고를 둘러싼 법적 판결 과정을 기록해 놓은 논픽션 이다. 다큐멘터리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논문 같기도 하다. 이를 추적해서 책으로 펴냈다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추적의 주인공이 카프카가 아니고 브론트라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자면 카프카의 원고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과 독일 두 나라와 에바호페라는 원고 소유자 간의 법적 다툼이다. 카프카는 죽기 전에 친구 막스 브로트에세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절친 브로트는 그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유언을 따르지 않는다. 가장 친애하는 막스에게내 마지막 부탁입니다. 내가 남기고 가는 것 중에 ... 공책과 원고와 편지, 그리고 스케치 등등은 읽지 말고 남김없이 불태워 없 애주기 바랍니다. .... 당신의 프란츠 카프카 사실 난 카프카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그의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작품을 읽어보고 책을 읽었더라면 이해가 더 잘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느낀 것은 카프카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창조한 작가이길래 두 나라와 소유권자간에 끊임 없는 법적 다툼까지 해야만 했을까? 법적 다툼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진행된다. 그 과정을 묘사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정치적 상황, 카프카와 브론트와 관계된 인물들과의 사적인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의 친구 브론트는 카프카의 작품에 굉장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카프카와 브론트 둘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둘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두 유형 - 천재 작가와 천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으나 천재가 될 수 는 없는 작가. 카프카가 활동하던 시대가 1차 세계 대전을 치르고 나치가 점령하던 시대이다. 이런 난세의 상황에서 브론트는 원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스위스 은행 금고에 보관하기 까지 한다. 카프카의 원고는 브론트 사후 에스테르 호페에게서 다음은 그녀의 딸 에바 호페로 이어진 다. 그리고 이 원고는 국경을 넘나든다 . 소유권에 대한 법적 소송은 이스라엘과 독일의 두 국가간 다툼, 그리고 에바호페의 개인과의 소송이다. 이스라엘의 소유권 주장은 카프카가 유대인이자 시온주의자, 브론트도 유대교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리고 카프카의 원고를 문화재로 인식하게 된다. 독일은 카프카의 작품이 독일어로 쓰여져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에바 호페는 브론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증여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판결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으로 났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카프카가 남긴 유산을 둘러싼 상징적 소송은 아직 진행중이다 라고 끝을 맺는다. 이 책은 논픽션이지만 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에바 호프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그냥 국립도서관에 기증하였을 것이다. 원고를 가지고 있으면 짐이 되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에 기증하여서 많은 사람이 보도록 하고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에바호페에 대해 자료를 검색하다가 이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프>라는 제목의 뮤지컬인데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었다. 신기하였다. 뮤지컬로 만들정도로 대단한 사건이었다는 것이. 뮤지컬에서는 호페를 영어식 발음으로 하여 호프라고 불리었다. 이 뮤지컬은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작품이었다. 여기서는 주인공 에바호프가 원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실제 에바호페는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음에 공연하면 보러 가봐야 겠다. 그동안 고전문학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대단한 작가와 작품을 몰랐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문학의 길은 멀고도 멀구나. 천재 작가 카프카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단편들이 많아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읽어 보면 카프카의 소송에 대한 것도 이해 될 수 있으리라 생각 한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리뷰어클럽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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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카프카의 생각. 편지. 일기 등이 정리되어 쓰여있는데 내가 카프카면 참.. 불태워달라고 했더니 전체는 아니지만 각색되어 펼쳐진 내 생각들이 낯뜨겁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문학적 의의을 해석해낸 타인들 덕에 나도 이런걸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 막스 브로트와 카프카의 이야기 편지들도 낱낱이 수록되어 있어 카프카의 편지체도 읽어볼 수 있는 책입니다. ?? - 인간들이란 그저 하나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허무주의적 상념들일지도 몰라. ... 카프카에게는 스스로를 작게 만들려는 열망이 있었다. - 카프카는 자기의 모든면에서의 자립, 자주, 자유를 향한 무한한 동경을 일기에 적는다. 삶에서도 문학에서도 그 동경이 그를 고질적 무국적, 무소속 상태로 몰아넣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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