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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그런 비슷한 것과 관련된 책을 읽고싶어하니 쏘녀가 추천해준 책입니다. 1981년에 미국에서 나왔고, 우리말 번역판이 나온 게 1989년이니 나온 지는 꽤 됐네요. 제가 산 책은 2003년에 12쇄로 발행한 책이니까.. 나름대로 스테디셀러로군요. '성서 속의 붓다'라는 류시화 씨가 번역한 그 책과 함께 '믿는다는 것 총서'의 시리즈로 나온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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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그런 비슷한 것과 관련된 책을 읽고싶어하니 쏘녀가 추천해준 책입니다. 1981년에 미국에서 나왔고, 우리말 번역판이 나온 게 1989년이니 나온 지는 꽤 됐네요. 제가 산 책은 2003년에 12쇄로 발행한 책이니까.. 나름대로 스테디셀러로군요. '성서 속의 붓다'라는 류시화 씨가 번역한 그 책과 함께 '믿는다는 것 총서'의 시리즈로 나온 책이랍니다. 그 뒤로 뭐가 더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

 

1945년 이집트 어느 지역에서 농부가 우연히 발견한 중세와 고대 사이 즈음 어느 시대의 기독교 관련 문서 꾸러미, 이른바 나그 함마디 문고(The Nag Hammadi Library, Nag Hammadi는 문서가 있었던 이집트의 마을 이름이랍니다)를 기초로 하여 초기 기독교에 존재했었던, 정통 기독교단으로부터는 이단이라 배척받아 사라진 '영지주의(Gnostic)' 교파의 이야기를 풀어 쓴 내용입니다. 나그 함마디 문고가 바로 영지주의파의 경전이지요.

가끔 개신교나 천주교에서 나오는 문서들을 보면 초기 교회의 순서한 단일성으로 돌아가자라는 말들이 보입니다. 요즘 같이 성경의 해석에 따라 이런 저런 교파로 갈려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믿음 아래 통일체로 움직였던 2000년 전 초기교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건데요. 나그 함마디 문고는 초기 교회에서 도리어 지금 정통파 교회라 칭하는 바로 그 성경 해석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교파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영지주의파와 정통파 교회 사이에서 어떤 교리 상의 차이가 있었으며, 왜 영지주의파들이 이단으로 배척받고 정통파로부터 그토록 극심한 탄압을 받아 결국 사라지게 됐는지를 같이 설명해주지요. 예수의 부활이 육체적인 부활인가 영적인 부활인가, God이 정말 유일한 존재인가, 하느님은 남성인가 양성인가 여성인가, 순교는 정말 필요한 것인가 등등이 이 책에서 다룬 영지주의파와 정통파 사이의 갈등 요소들입니다.

 

기독교 교리 해설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이 저같은 비기독교인에게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영지주의파와 정통파 사이의 갈등을 교리 해석상의 차이에서 생긴 것으로 단순하게 보지 않고 정통파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확고히 하고 초기 교회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예수의 삶이라 성경의 해석을 달리 했다라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God을 유일한 존재로 보고, 사제를 god과 인간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로 보는 것은 교회의 기득권자인 성직자의 권위를 확고히 세우기 위해서였다'라는 식이죠. 영지주의파에서는 신을 접하기 위해서 그의 대변인이라 자칭하는 사제를 통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유일신이라는 믿음을 깨어 각자의 마음에 존재하는 신을 각자의 수행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함으로써, 자신만이 신의 대변자라 주장하는 사제의 권위를 무너뜨려버리는 거죠.

'God, The Father'라는 말을 통해 신을 남성적인 존재로 만든 정통파 교회의 해석 역시, 초기 교회에서 베드로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서 있었던 주도권 다툼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석합니다. 영지주의파에서는 신을 양성적인 존재로 봤는데, 정통파에서 베드로가 마리아를 제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여성을 배제해버리는 교리 해석을 시도하였다는 건데요. 이와 비슷하게 순교를 기독교계에서 예수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긍정하는 이유도, 초기 기독교에서 넓은 지역에 퍼져있던 기독교인들을 하나의 신분 체계로 묶을 수 있는 방법으로 순교를 통한 기독교인들의 단결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와 반대로 영지주의파에서는 죽는 것보다는 살아서 수행하는 게 더 낫다라고 주장했다더군요.

영지주의파가 정통파와 저렇게 다른 해석을 가지고 싸우다 결국 사라지게 된 이유로는 그들의 종교적 순수성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합니다. 정통파에서는 '신-사제-교인'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신분체계와 순교 등으로 묶어낸 교회의 단결 그리고 신에게 신앙을 고백한 것만으로도 교인으로 인정하는 다소 쉬운 입교 정차 등이 있었지만, 영지주의파에서는 물욕과 성욕의 억제를 비롯하여 철저한 자기 수행 만이 진정한 기독교인의 자세이다라고 주장함으로써 대중 종교로의 가능성을 잃어버렸다는 거지요. 영지주의파를 보면 마치 동양 종교에서 도 닦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역시 이 책에서도 중동 지역에서 동양 사상과 접점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제가 정통파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서 좀더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면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다양한 비판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를 못해서 책 소개만 하고 말았네요. 흐흐.. 어쨌건, 이렇게 다른 해석을 하는 교회도 존재했었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해준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정통파 기독교인들은 ... 전세계에 걸쳐 흩어져 있던 다양한 교회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일하려고, 주교들은 교회 구성원의 자격에 대한 질적 기준을 없앴다. ... 반대로 영지주의 기독교인들은, 진정한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별짓는 것은 교회와 성직자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교인들의 이해 수준과 그들 서로간의 관계의 질이라고 주장한다. 

 

정신세계사, Elaine Pagels 지음, 방건웅 박희순 옮김, 245 page

r*****o 2004.11.22. 신고 공감 1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