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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 여름호는 여름 휴가에 걸맞게 호러, 스릴러를 주제로 묶었다. 단편 소설과 인터뷰, 리뷰로 다양하게 엮은 이 책은 지난 봄 호에 이어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은 한국형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이 잡지에 소개된 소설은 어떤 힌트도 보지 않고 읽는 것이 제일 좋겠으나 신인상 수상작 <탁묘>에 대해 짧게 후기를 남기겠다. <탁묘>는 동창 여성 두 명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 효진과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애희가 카페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약간 늦게 도착한 애희는 더운 여름인데 한 손에 가죽장갑을 낀 채로 애희는 본인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한다. 이야기하면 할 수록 땀 냄새와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손가락이 다쳤다는 애희는 병원에 가는 것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 한다.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지루할 법 한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화자 효진의 입장에서 애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긴박하고 약간의 긴장하며 끌고 간 이야기의 절정과 끝 부분이 허무해서 게 마무리되어 아쉬웠으나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학대와 징그럽거나 잔인한 장면이 묘사되어 있으니 읽기 전 주의) 이 소설 외에 4편의 소설 모두 여름에 읽기 좋은 호러 스릴러이니 꼭 읽어 보시길. 이 잡지의 좋은 점은 소설 뿐만 아니라 인터뷰와 르포와 한국 미스터리를 알 수 있다는 점인데 이번 호에서는 르포르타주 <당신 옆의 가해자 - 딥 페이크 업체 추적기>가 인상적이었다. 글이 첫 번째 였는데도 뒷 부분을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 났다. 나를 포함하여 분노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을 시작으로 온라인 성 착취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딥 페이크 기술이 이런 곳에서 사용 될 줄은 몰랐다. 이 충격이 꽤 길게 남았다. 지인의 sns 사진을 가지고 포르노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고 이를 공유하다니. 이를 취재하면서 느꼈을 정신적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 너무나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이 행태를 지인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는 사진을 올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이 외에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한국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에 대한 리뷰가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알찬 내용을 여름 휴가동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는 현실에 너무 있음직한 일이 많이 나와서 더 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몰입하게 돼서 장점이자 단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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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미스터리. 두 단어의 조합은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는 듯하다. 두 단어가 함께 있을 때의 기대감은 한낮의 태양처럼 뜨겁다. 우리를 서늘하게 해줄 계간미스터리의 여름을 기다려왔다. 이번 여름호에는 신인상 수상작인 ‘탁묘’를 비롯해 단편소설 4편이 실렸고 ‘수호신’의 작가 청예의 인터뷰도 있었다. ‘탁묘’는 매력적인 제목만큼이나 오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 힘이 있었다. 소설은 등장인물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서술방식이 이야기에 몰입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전개와 밝혀지는 진실들은 머릿속에 ‘탁묘’를 새기기에 충분했다. 미스터리와 호러의 컬래버 특집에 걸맞게 4편의 단편소설은 통일감 있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저수지’는 영화 ‘파묘’가 생각나는 한국 오컬트의 향이 짙은 작품이었다. 저수지의 물을 빼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깊은 숲의 음습한 안개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계간미스터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고스트 하이커:부랑’이었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순례자, 혹은 부랑자들의 이야기. 다다랐음에도 다다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마치 외국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의 장면들은 독자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수호신’의 작가 청예의 인터뷰도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어 흥미로웠다. 뻔하고 일반적인 질문으로만 이루어진 인터뷰가 아닌, 작가의 사소한 취향이나 작품과 관련된 감상 포인트 등 작가와 작품이 더욱 궁금해지는 인터뷰였다. 올해의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치밀하게 오싹한 계간미스터리와 함께 잿빛 여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 190p. 산 사람에 섞여 서쪽으로 때로는 동쪽으로 수없이 오가던 사람들.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던 그들이 해가 지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천 년이 넘은 길에서 시간의 경계를 넘어가며 스스로 부랑자가 되어 배회하며 과거를 지우는 영혼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 미스터리 호러를 읽는 맛이란, 이런 것!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프렌치는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단어는 ‘I love you(당신을 사랑한다)’가 아니라 ‘To be continued(계속)’라고 말한 적이 있다(본 호 <연재2_미스터리 쓰는 법>에 인용된 글을 빌려왔다). 독자들에게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를 끊임없이 갈구하게 만드는 것. 특히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압도하며 그들의 마음을 붙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세상의 비밀에 접근할 때 필요한 감각’이라는 이번 <계간 미스터리> 82호의 부제는 참으로 탁월하다. 계속해서 세상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미스터리 본연의 정체성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되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한 감각을 제공해야만 하는 미스터리의 사명 같은 것들을 담은 본 호의 취지와 잘 맞는 듯해서다. 마침 이번 호는 ‘미스터리 호러’를 테마로 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딱 끌리는 맛이 아닌가.
이번 호는 특집인 <당신 옆의 가해자-딥페이크 업체 추적기>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N번방 사건 이후, 여전히 딥페방(딥페이크방), 지능방(지인능욕방), 합사방(합성사진방), 겹지인방 등 이름만 다를 뿐 보다 지능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간 텔레그램의 실체를 다룬 취재기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나는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는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다들 이 정도는 큰일 아니라고 해서 억지로 괜찮은 척 일상을 살아야 했던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던 피해자와의 인터뷰가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내가 세상을 너무 미화시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현실을 돌아봐야만 한다. 부조리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란 공포, 그 잔인한 삶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벌어지는 일은 똑같았다.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허위 합성물이 게재되고 유희를 위해 허무맹랑하고 불쾌한 성희롱이 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잠입 취재 기간 내내 끝없이 이어졌다.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최소 세 개의 텔레그램 방(각 4064명, 292명, 997명)에서 비슷한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 <특집1-르포르타주_ 당신 옆의 가해자-딥페이크 업체 추적기> 중에서 11p
앤드리아 캠벨의 “활자화된 실수는 씻어낼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독자들의 세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수두룩하다. 사소한 디테일일지라도 대충 인터넷 검색으로 때우려는 시도는 작가의 성실성에 대한 의문만 남길 뿐이다. 특히 장르가 미스터리라면 더욱더 용서받기 힘들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치열하게 취재하고 조사하려는 창작자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 <특집2-참관기_ 창작자를 위한 취재와 리서치 컨퍼런스> 중에서 30p
![]() ![]() ![]()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묘미와 매력을 꽉 담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신인상 수상작인 장유남 작가의 소설 <탁묘>는 읽는 내내 날선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효진과 애희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극의 구도만으로도 소름끼치는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장유남 작가만의 특별한 재능인 것 같다.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형제원, 그 안에서 성노예처럼 돌림되었던 여자 ‘메리’의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한새마의 작품 「메리」도 인상 깊다. 다만 다양한 작품을 읽다보면 이와 유사한 배경의 작품들을(실제 있었던 사건이 있기도 한 만큼)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신선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축사 재건축 공사장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사회적·개인적 만행들을 사실감 있게 다루었다는 점, 메리의 날카로운 복수로 방점을 찍는 장면에서는 소름끼치는 쾌감과 공포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편, 잘려나간 두 팔이 자꾸 자신의 목을 조른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박건우의 「환상통」은 정신적 고통이 신체의 감각을 압도하는 기이한 공포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은 진정 소~~오름!
애희가 고집스럽게 날 바라봤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인가? / <신인상 수상작_ 탁묘, 장유남> 작품 중에서 43p
“효진이 넌 모르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어. 그게 의존적인 성격을 만들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의존적인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자라온 환경에 따라 각자의 성격이 형성된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절대적인 기준만 들이대려고 해. 남자한테 경제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여자를 한심하게 생각하지. 마치 패배자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해.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기보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 <신인상 수상작_ 탁묘, 장유남> 작품 중에서 55p
나는 축사 재건축 공사장에 자주 불려 다녔다. 개축 후 다시 축산업을 재개할 생각 없이 보조금만 받으려고 하는, 시쳇말로 ‘먹튀’ 현장에도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 키우고 있던 소나 돼지를 폐건축물과 함께 묻어버리는 만행도 곧잘 벌어졌다. / <메리, 한새마> 작품 중에서 100p
잠든 사이 느닷없이 두 손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목을 졸랐다…. 믿기 힘든 이야기 같지만 사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드물지만 한쪽 손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특이한 신경 질환을 보이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개중에는 한쪽 손이 자기 몸을 공격했다는 사례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치료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환자에겐 그런 일이 불가능했다. 그의 두 팔은 이미 뿌리부터 잘려 나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 <환상통, 박건우> 작품 중에서 110p
![]() ![]() ![]() 「해녀와 아들」로 한국추리문학상인 황금펜상을 수상한 박소해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물을 뺀 저수지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 저수지에 드리워진 주술, 믿을 수 없는 화자의 목소리가 한 데 얽힌 작품으로, 제주를 배경으로 특유의 미스터리 지도를 완성해가는 박소해 작가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신내림을 받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부하고 경찰이 된 고 형사란 여성 캐릭터가 특히 눈에 띄는데, 다만 그 설정이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어떤 단서를 제공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점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형사 같아 보이지 않는 외모에 귓것을 보는 여성 형사 캐릭터의 등장이라니, 이 작품을 고 형사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활약을 예고하는 전초전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좌승주 형사를 잇는 또 다른 형사 시리즈로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가 된다.
“저게 주술단지라고요?” “나 어릴 적엔 수산 저수지에서 자살한 사람들이 꽤 있어서, 여기 서쪽에서 제일 유명한 큰 심방이 와서 굿을 하고 주술단지를 물속에 넣었대. 액을 막기 위해서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하나씩. 근데 단지 하나가 저렇게 크게 깨져버렸네.” / <저수지, 박소해> 작품 중에서 132p
당황하는 눈치였다. 경찰이라면, 촉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가기 쉽지 않은 그 1초. 아, 모녀는 숨어 살고 있다. 여권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고, 가짜 신분증이라도 확인하지 않는 외딴곳의 숙소를 전전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작정하고 신분을 세탁하고 여기에 숨어들었다면, 누구도 쉽게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순례자를 박대하지 않는 이 길에서 복잡한 과거를 가진 이들처럼 너도 살고 있었구나. 어쩌면, 태현도 그럴 것이다. / <고스트 하이커: 부랑, 김인영> 작품 중에서 183p
미스터리는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 너머의 (범죄를 구성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중으로 작동하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강조해야 한다. 범죄 사실이란 전체 이야기에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으며, 배후에 있는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실의 조각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빙산의 구조를 밝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탐정이 구성하는 명시적인 플롯과 범죄의 수행 과정으로 드러날 암시적인 플롯이 상호작용함으로써 복합적인 매력을 형성한다. 따라서 미스터리는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거나 범죄에 내포된 복합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의 사연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연재1_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네 가지 키워드 ?> 중에서 197p
이 외에도 미스터리인 듯 아닌 듯 시종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선사하는 김인영 작가의 「고스트 하이커: 부랑」, 미스터리 오컬트 장편소설 《수호신》의 청예 작가와의 인터뷰, 미스터리 창작자들을 위한 연재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호에 수록된 글들은 하나하나가 다 알찬 느낌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미스터리 계간지만의 특별한 매력도 꼭 느껴보시길 추천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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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일상에서 여름을 체감할 때 즈음,방수팩이 도착했다. 호러 미스터리가 담긴 채로.가장 먼저 읽게 되는 편집장의 말과 '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네 가지 키워드' 연재는 잡지의 방향성과 틀을 확고하게 잡아줘서 미스터리든 미스터리 잡지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읽는 순서는 자유지만!단편소설, 인터뷰, 미스터리 영상 리뷰, 신간 리뷰, 트릭의 재구성 등등 모두 알차고 재밌지만 특집 파트에 실리는 르포르타주는 사회적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섬뜩하고 읽기가 두렵다. 언제나 픽션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픽션은 작품의 미학과 논리를 챙기느라 현실의 '개연성 없는' 개연성을 영영 따라잡을 수 없지 않나.단편 소설 중 개인적으로는 <탁묘>와 <저수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탁묘>를 읽으면서는 계속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의 단편과 시가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의 상징은 호러 미스터리의 근본일 테니 말이다.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에서 주인공은 고양이 플루토와 아내를 살해한다. 그야말로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살해.호러 미스터리 속 주인공들은 취해있다. 욕망에, 술에, 쾌락에, 헛된 우월감에. 공격성과 무절제를 지닌 인간은 끝도 없이 죄를 짓는다. 어느 정도의 광기는 필수. 주인공은 대체로 신뢰를 얻지 못하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합리화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나약함을 드러낸다. 살면서 악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 아닐까 종종 생각하는데, 이번 호에서 특히 공감했다.'회반죽을 바른 벽에 죽은 고양이의 몸이 이미지로 드러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포의 단편에서 느꼈던 공포가 계간 <미스터리> 속 한국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보편, 특수한 공포감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더 얻으려는 욕망, 이를 테면 보석, 돈, 힘, 지위없는 것을 숨기려는 욕망, 이를 테면 낮은 자존감의 회복을 위한 능멸파괴와 소외는 무관심과 무감각이라는 토양 속에서 싹을 틔운다. 분노, 광기와 같은 감정이 고조되어 폭발되기까지 그것을 증폭시키기 위한 묘사들은 흑백으로만 편집된 여름 호의 컬러와 묘하게 발을 맞춘다.나의 6월엔 빌런이 자주 등장했다. 작가들은 성장서사를 위해 빌런 캐릭터를 일부러 만들어 넣지 않나? 내 삶이 이제 그만 성장해도 되는데 자꾸 악인을 탐구하게 만든다. 뭐, 그들을 감히 개조하거나 이해하겠다는 게 아니라 창작자의 시선으로 스릴러나 다름없는 리얼리티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연극의 막이 내리면 퇴장하는 그런.[...]그들은 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걸 눈치챘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이런 두려운 것을 설정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이 정도로, 내 일생에, 내가 이 정도로 당황하다 겁에 질린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만 같았다. 아니,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소리가 내 심장을 꽉 조이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더 크게!"이 악당들!"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나는 내 죄를 인정할 테니까. 여기 바닥을 뜯어. 이 소리는 그 늙은이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니까!"[...]에드거 앨런 포, <고자질하는 심장> 중섬뜩한 여름, 열대야로 지쳐간다면계간 <미스터리>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