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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사는 게 팍팍한 세상이다. 정치와 경제 이야기는 한숨만 나올 뿐이며, 그렇다고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끄고 대중문화에 의탁하여 말초적이고 즉자적인 쾌감을 얻는다고 해도 종국에는 ‘내가 여기 앉아서 뭐 하고 있지’ 따위의 자조 섞인 상념으로 귀결될 뿐이다. 거기다 이제 날씨까지 추운 겨울의 12월 중순이다. 사는 데에 여유를 두려고 해도 여건이 도와주지 않아 언제나 마음으로 그칠 뿐인 매일 매일의 연속이다.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올려보는 사람은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덕분에 찬바람에 몸을 떨며 손아귀를 코트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걸음을 재촉하다가, 또는 빠듯한 시간 동안 다음 업무를 찾아가는 사이사이에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 방법이 전일적인 시야를 갖게 해 주는 데에 있어 매우 유용한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이전 같으면 바쁘게 오가느라 눈길 한 번 안 주었을 대상들이 새롭게 보이곤 한다. 얼마 전에는 집으로 다니는 길목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마로니내나무 한 그루를 새롭게 ‘발견’ 했는데, 나 자신조차 이토록 거대하고 존재감 있는 ‘존재’를 왜 이제야 눈치 챈 것일까 하고 잠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의아함’은 이 경험이 일상적으로 내면화시켰던 당면한 일 외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눈을 떴으되 눈 뜨지 않은 것이나 매한가지인 삶’을 타자화시켜서 직관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기회였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의아함’을 얼마나 크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영위하고 있던 기존의 삶의 양식이 얼마나 삭막한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로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철학자 하이데거는 일찍이 이러한 일련의 관조 행위를 통해 주변의 사물들과 나름대로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을 ‘존재의 울림을 듣는 행위’ 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사물’에는 다양한 대상이 들어갈 수 있다. 고된 일을 하고 들어온 농부가 신던 신발일 수도 있고, 고흐와 같은 천재 화가의 예술혼 덕분에 탄생한 명화일 수도 있으며, 하다못해 뉘엿뉘엿 어스름을 남기며 하루의 끝을 알리는 저녁노을일 수도 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존재의 울림’은 결코 아무에게나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소리는 평범한, 또는 무딘 신경을 지닌 일반인은 결코 음미할 수 없는 것이며, 아주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만이 잡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하이데거는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형용할 수 없는 감성의 결정체에 유의미한 기호의 형태를 부여하여 새롭게 재구성하는 이들이야말로 ‘(실존철학적인 의미의)시인들’ 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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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이 시집도 시크릿가든 시리즈 중 한권이었다. 지난번 시집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은숙 작가님은 이 책의 내용이 시크릿가든의 내용과 같아서 책을 선정한게 아니라 제목을 연결해서 하나의 글을 만들다 보니 이 책들의 조합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때 인용한 제목들을 쭉 연결해 보면 이렇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누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
꽤 멋진 한편의 시같은 표현이 되었다. 그때 난 이 책들의 조합을 냉큼 구입해 줬다. 라임이의 테마 도서와 함께!!! 그런데 거의 2년이 지나서야 리뷰를 달고 있으니원...참...못났다..ㅋㅋ
시라는게 참 함축적인게 많은 장르이다 보니.. 아무리 시를 좋아하게 됐다고 해도.. 여전히 시는 어렵다... 그래도 읽다보면 참 좋은건.. 이 함축적인걸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꾸자꾸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보거나...아니면 멀지 않은 미래만을 볼때가 있다. 그런데..지금 이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꼭 돌봐야한다고 한다. 아마도 현재가 모여 과거가 되고...또 미래의 밑거름이 될 것이니...
그리고 우리는 지나간 것들...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그리워 한다. 그 그리움이 쌓여 상처가 되기도 하고... 그래도 그걸로 인해 상처만 받지 않기를.. 그리고 그로 인해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나도 ..당신도..그리고 우리 모두...
작가님의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구절이 있었다.. '산책'이라는 시였다.
산책...
오늘은 천천히 걷자 무지무지 천천히 걷자 시간은 흘러가도 역사는 나아가지 않으니 문명은 높아가도 정신은 올라가지 않으니 오늘은 천천히 걷자 한걸음 한걸음이 목적이요 완성이듯이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다...새로운 것을 향해 느리지만 꼭 도달하겠다는 마음가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걷지만....언젠가는 목표하는 것에 꼭 도달해서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 그래서 홍영철 작가님의 이 시집의 시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다.. 시집안에 있는 모든 시가 나에게 감동을 주는건 아닌거 같다. 이세상에 나오는 모든 책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도 말이다. 시집의 매력은 그 안에 있는 줄임말들이... 많은 말들이 주지 않는 치유의 말들을 건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가 온 오늘...난 이 시집 속 시로 인해 마음의 은은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지함을 다시한번 배울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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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에 대하여... 형체도 없는 것이 그리움이라 했거늘, 시인에게만은 예외인 듯 하다. 그 형체도 없는 것들이 살아서 이렇게 가슴속을 파고드니 말이다. 마음의 벌판에 허락도 없이 침입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요란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그 존재감은 충분히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확고한 윤곽은 없지만 가슴속에 파고드는 존재감만큼은 너무도 확고한 아릿함이다. 이렇게 홍영철의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추억이라 불러본다. 사랑을 하는 일도 사랑을 받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간밤에는 바람이 불고 후드득 빗소리가 들리더니 이 새벽길은 나무며 지붕들이 모두가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마음이란 깃털보다 가벼워서 당신의 숨소리 하나에도 이렇게 연기처럼 흔들립니다. 오늘은 당신의 목소리조차 볼 수가 없으므로 나는 사막으로 밀려가야 합니다. 모래의 오르막을 오르고 모래의 내리막을 내리고 모래의 끝없는 벌판을 지나 나는 갑니다. 우리 일용할 빵 하나의 모양으로 떠 있는 태양 아래 내 몸이 소금처럼 하얗게 바래질 때 그때, 멀리 떠오르는 당신 신기루처럼 투명한 그리움 -사막의 사랑 (p.23) - 당신의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잠 못 드는 밤, 간밤에 내린 비에 온 세상이 촉촉이 젖어드는 것처럼 나는 ‘당신’이란 존재에 촉촉이 젖어 든다. 온 마음과 온 생각이 당신에게로 집중되는 지금이야 말로, 당신에게 흠뻑 젖어 들었다고 이야기해도 될듯하다. 당신을 향한 간절함은 땡볕아래 사막을 걷는 사내의 목마름 같다. 그 목마름이 간절할수록 그것은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바램이 된다. 오직 당신만을 향한 갈구와 무진장한 그리움. 그 목마름의 열정에 내 안에 모든 수분은 사라지고 소금끼만 맴도는 것처럼, 내안에 나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직 당신을 향한 그리움만이 나를 이룬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기억은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깊어가는 어둠처럼 저 혼자 아무 말 없이 깊어간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히려 그것은 깊게깊게 고인다. 아무도 엿볼 수 없고 아무도 껴안지 못하는 우리들의 기억은 저 혼자 가슴속에서 밤처럼 깊어간다. 잡으려다 놓쳐버린 너의 별. 쌓여서 썩어가는 너의 발자국. 짐승 같은 시간들. - 기억은 어둠처럼 (p.89) -
그렇다. 시간은 흘러가도 기억은 흘러가지 않는다. 무심히도 흘러가는 시간을 유일하게 거스르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추억’이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기억들. 이 녀석 만큼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으니 뿌듯하지 않은가? 때론 우리만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가 보다. 기억의 단상들을 수면위로 끄집어내면 가슴에 일렁이듯 파고드는 너의 발자국. 시인은 책 뒤표지에서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의 벌판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각자의 그 벌판을 허락한다면 조용히 홍영철의 발걸음을 따라가 봐도 좋을 듯 하다. 기억은 힘이 없지만, 그것이 추억이 될 때 그 어떤 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 이제 홍영철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사라지는 것들에 힘을 실어주자.
2007.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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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특별한 점은 시집 자체가 곧 시라는 등식을 증명한데 있다. 이 시집 속의 시 한편 한편들은 무미건조하다. 시인의 시선은 세상에 대해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냉소적인 미소를 비친다. 간혹 마음을 가까이 다져다가 성찰의 자애한 미소를 비치기도 하지만 이내 무표정하게 미소를 감춘다. 시 한편 한편을 읽어보면 음미할 것이 없다. 그러나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이상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까닭은 시인이 시 한편 한편에 마음을 역어내기보다는 전체를 보는 거시적 안목을 통해서 스미듯 세상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시집의 안과 밖에 시가 있다. [인상깊은구절] 사막의 사랑 사랑을 하는 일도 사랑을 받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간밤에는 바람이 불고 후드득 빗소리가 들리더니 이 새벽길은 나무며 지불들이 모두가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마음이란 깃털보다 가벼워서 당신의 숨소리 하나에도 이렇게 연기처럼 흔들립니다. 오늘은 당신의 목소리조차 볼 수가 없으므로 나는 사막으로 밀려가야 합니다. 모래의 오르막을 오르고 모래의 내리막을 내리고 모래의 끝없는 벌판을 지나 나는 갑니다. 우리 일용할 빵 하나의 모양으로 떠 있는 태양 아래 내 몸이 소금처럼 하얗게 바래질 때 그때, 멀리 떠오르는 당신. 그 신기루처럼 투명한 그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