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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ㅡ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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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ㅡ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내 마음이 잡히지가않아요온종일 쭈그리고 있다가 방문을 열면 마당의 나무는 가지가 엉켜요그 나무에는 누런 잎들이 지지도 않았건만 봄은또 와서 파란 잎들이 돋아요 새순이 찔러대도 떨어지지 않는묵은 잎들이 , 그 미련이 측은해 보여서 나는 방문을 닫아요 얼었다 풀리는 물처럼 , 그 물밑의 진흙길처럼 ,내 마음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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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내 마음이 잡히지가
않아요
온종일 쭈그리고 있다가 방문을 열면 마당의 나무
는 가지가 엉켜요
그 나무에는 누런 잎들이 지지도 않았건만 봄은
또 와서 파란 잎들이 돋아요 새순이 찔러대도 떨어
지지 않는
묵은 잎들이 , 그 미련이 측은해 보여서 나는 방문
을 닫아요
얼었다 풀리는 물처럼 , 그 물밑의 진흙길처럼 ,

내 마음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굽이를 돌고 있어요

 

나를 보세요

그리고 내가 깊이 침잠했다가

불쑥 솟구치는 것을 지켜봐주세요

내가 낸 길로 두리번거리며 당신도

오고 싶으면 오세요

캄캄한 그 길에서는 몸이 줄어들 때 나는 냄새가

나를

나의 일생을 가볍게 품어줄 거예요

행복할 거예요

 

(본문 23 쪽 )

 

조은 시집 , 무덤을 맴도는 이유 중에서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물처럼]

 



 




자꾸만 글자를 헛본다 . 꽤나 정독을 하는 편인데 , 요즘은 내가 본 글자를 오독하는 일이 잦다 . 무덤을 맴도는 이유라고 말하며 무덤을 떠도는 이유를 찾는다 .

따뜻한 흙이라고 읽으면서 실재는 따듯한 흙이라고 발음한다 .  따뜻한 , 따듯한 , 발음해보면

따뜻한 , 이 좀더 온기가 도는 흙냄새가 난다는 걸 깨닫는다 . 시인은 이 차이를 느끼며 썼을까 ...

괜한 게 궁금하다 . 지지도 않은 잎들을 두고 새순이 돋는 탓에 아찔했을 시인의 눈 앞이 , 내가

본 풍경만 같아서 , 풍경 속에서 등 떠밀리는 감각을 하고 있다 . 같이 순간 아찔해진다 .

그런데 이 봄 다음은 더 아찔한 여름이다 . 계절이 내 몸을 사방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다 .

이 봄의 문은 , 여름의 문은 , 어찌 닫아야하나 ...

y*****7 2018.04.22. 신고 공감 7 댓글 18